공유

제926화 성혜인 때문에 이성 잃음

“아니, 너 진짜 성혜인 때문에 돌았어?”

반승제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고개도 뚝 떨구면서 꼭 쥐고 있던 주먹까지 풀어지면서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온시환은 한참 동안 기다렸는데, 아마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것으로 생각했다.

반승제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억울한 일이라고 대충 짐작했다.

성혜인에게 맞서면 반승제는 하찮은 원한이라도 결코 갚지 못하는 신세가 된다.

“승제야, 내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은 거야?”

“X스하기 젤 좋아! 됐어?”

전화는 그대로 끊기고 온시환은 끊어진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화가 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이 세상에서 고집이 가장 센 사람은 아마 반승제일 것이다.

온시환은 휴대전화를 한쪽에 던지고 경찰서에 다시 전화해서 라미연을 도로 보내려고 했다.

필경 이 일로 반승제와 성혜인 사이가 뒤틀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전화를 걸기 전에 문득 반승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반승제는 그저 성혜인에게 사과만 하라고 했고 라미연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혼자서 라미연 해결했나?’

‘라미연 배 속의 아이에 대해서도 이미 사실을 알아냈나?’

온시환은 재빨리 전화를 끊고 다음 날 S.M으로 직접 찾아가 성혜인에게 사과하려고 했다.

한편, 반승제는 전화를 끊고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고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아팠다.

어디 하나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 데 콕 집어서 말하라고 하면 어디가 아픈지 말 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가슴 쪽 상처를 억누를까 봐 함부로 뒤척이지도 못했다.

심지어 만약 가능하다면 시간이 딱 그때 소로 길에서 멈췄으면 했다.

그때의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아픈 소리도 하지 않았고 서로에게 기대며 시간을 보냈었다.

그 순간 생사마저도 한낱 보잘것없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전부였다.

반승제는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한참 지나서 눈을 다시 뜨고 옆에 있는 휴대전화를 쥐고서는 붉어진 눈시울로 타자하기 시작했다.

먼저 이렇게 여섯 글자만 적었었다.

「내가 잘못했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