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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3화 언어란 때론 달콤할 수도 있고 때론 비수처럼 꽂힐 수도 있다

너무 많은 걸 말한 것 같아 반태승은 얼른 손을 흔들었다.

“뭐가 뭐야! 말썽만 부리고 다니고 일만 망치고 다니는 녀석이라곤! 아무튼 네가 알아서 해! 그렇게 잠자리하고 나서 갑을 을로 착각하면서 라미연한테 다들 얼마나 짜증이 났는지, 네가 어떻게 하고 다녔는지 똑똑히 봐봐!”

“할아버지!”

반승제는 순간 목소리를 높이며 화가 난 나머지 숨까지 고르게 쉬지 못하고 있다.

“겨울이 전 주인이 누구라고요? 성혜인이 좋아했던 그 남자라고요? 맞습니까?”

반태승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이 일에 끼어들려고 하지 않는 자태를 취했다.

“그냥 내 생각이다.”

“할아버지 생각이라고요?”

이에 반승제는 우습기만 했고 숨까지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심지어 말을 뱉고 있는데 살짝 울먹이고 있다고 느껴졌다.

만약 반태승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너무 아이러니하다.

알레르기를 참아가면서 겨울이를 동물 병원으로 데려갔었고 그로 인해 입원까지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성혜인과 말거리를 찾으려고 겨울이에 대해서 자주 언급했으며 조금이 나마 자기한테 반응해주기를 바랬다.

근데, 겨울이가 전에 그 남자가 남겨준 애완견이라면…

겨울이가 있는 한 영영 그 남자를 잊지 못하는 말이 아닌가?

반승제는 순간 라이벌이 남긴 강아지를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자신이 가소로웠다.

가슴도 미어지는 것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만 같았다.

반태승의 말은 마치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순간 모든 사고를 정지시켜 버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날 병원에서 성혜인을 돌보면서 성혜인의 입에서 나온 낯선 이름이 떠올랐다.

그때 성혜인이 그 사람이 누구인지, 혹시 첫사랑은 아닌지 물은 적이 있다.

성혜인은 겨울이의 전 주인이라고 대답했었다.

하지만 첫사랑이라고 승인하지 않았는데, 인제 와 보니 승인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다만 머리를 써가며 에둘러 말했을 뻔이다.

모든 진상이 드러나자 반승제의 눈빛은 순간 한없이 험산 해졌다.

반태승은 이미 포레스트를 떠났고 지금 포레스트 안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

반승제의 기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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