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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2화 진상

반태승의 말에 반승제는 순간 온몸이 굳어버렸다.

‘뭐? 성혜인도 갔었다고?’

하지만 반승제는 그런 기억이 하나도 없었다.

이때 반태승의 일깨움으로 문득 뭔가가 떠올랐는데, 술에 취해 정신이 해롱해롱할 때, 성혜인의 얼굴을 본 듯했다.

그때는 단지 꿈이라고 여겼을 뿐이다.

꿈을 꾸고 있는 것이기에 하고 싶었던 일을 했을 것이고 가차 없이 성혜인을 창가에 밀어붙이고 욕정을 풀어 헤쳤다.

허리가 부러질 지경으로 성혜인과 사랑을 나눴으며 가능한 한 몸속으로 녹이고 싶었다.

그러나 반승제는 지금껏 그 모든 것이 단지 지나친 그리움으로 인해 일어난 환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때 그 기분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았는데, 지금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성혜인과 사랑을 나눌 때마다 형언할 수 없는 기쁨을 만끽한 것 같았다.

“할아버지, 저…”

반태승은 두터운 자료를 반승제에게 던졌다.

“이미 조사했다. 그날 밤 라미연은 네이처 빌리지에서 나와 남자 웨이터를 만나러 갔었다. 지금 배 속에 아이도 아마 그날에 생겼을 것이다. 같은 날이지만 우리 반씨 가문의 아이는 절대 아니야. 만약 네가 잔 사람이 혜인이라면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나눌 때 어떤 기분인지 알아야 할 것이다.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반승제는 순간 말 문이 막혔다. 그날 밤 자고 나서 상대가 중간에 떠나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래서 반승제는 모든 체면을 내려놓고 뒤에서 그 여자를 안으며 가지 말라고 애원했었다.

하지만 술을 너무 많이 마신 바람에 도통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날 밤의 감시 카메라를 다시 돌려 보았는데, 성혜인이 떠나자마자 라미연이 온 것이 보였다.

이제 막 사랑을 다 나눈 상태라 다른 여자한테 반응이 생길 수가 없었다.

반승제가 좋아하는 것은 성혜인의 몸에서 나는 희미하고 어렴풋한 냄새이지 향수 냄새는 아니다.

그 냄새는 보디로션 아니면 성혜인이 자주 쓰는 샴푸 냄새이다.

그래서 다음날 라미연을 봤을 때, 놀라워 마지 못했으며 몸에 향수를 뿌린 여자를 뿌리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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