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인은 설우현의 차를 그의 별장으로 가져간 다음 포레스트로 돌아갔다. 잠들기 전, 강민지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설우현이랑 반승제 소문 도대체 무슨 일이야? 완전 난리가 났어. 그 두 사람이 너를 두고 싸웠다면서 말이야.”강민지는 딱 보아도 이 가십을 즐기는 것 같았다.“혜인아, 너 진짜 반승제랑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거야?”“아니.”그녀의 말투에서 피곤한 기색이 느껴지는 것을 알아차린 강민지도 얼른 말을 건넸다. “우리 한참 못 만난 것 같은데, 내일 같이 밥이라도 먹을래?”“민지야, 나 내일 일이 좀 있어.”“그래, 그럼 바쁜 일 먼저 봐.”성혜인이 말한 일이 있다는 것은 바로 반씨 고택에 가서 반태승을 찾는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정말로 자신이 또 백연서에게 끌려갈까 봐 두려웠으니 말이다....한편, 자신의 차를 탄 후에도 반승제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심인우도 감히 그를 건드릴 수 없어, 아무것도 물어보지 못했다.그러나 오늘 밤의 사건이 워낙 컸던지라, 이 소식은 벌써 반태승의 귀에 들어갔다.그래서 반승제의 차가 거의 절반쯤 도착했을 때, 반태승은 그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을 찾아오라고 했다.얼마전 금방 2차 훈계를 받은 반승제는 혹시 자신이 페니 때문에 3차 훈계를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고택에 도착했을 때, 그는 또 밖에서 오랫동안 무릎을 꿇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하지만 고택은 고요했다.곧이어 집사가 문을 열더니 그를 보고 얼른 옆으로 몸을 돌려 길을 비켰다.안에 들어가 보니 반태승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시간이 좀 늦었기 때문에 그는 차를 마시지 않았고, 앞에 끓인 물 한 잔이 놓여 있었다.반승제가 생각했던 칼싸움은 없었고 의외로 분위기가 평화로웠다.“할아버지.”그는 반태승을 한번 부른 뒤 천천히 다가갔다.그러자 두루마기 차림의 반태승은 두 손으로 지팡이를 꽉 쥐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오늘 밤, 너 설우현이랑 한 여자를 두고 싸웠니?”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반태승은 조
그는 이제 더 할 말이 없다 생각했는지 기침을 몇 번 하고 손사래를 쳤다.“전에 내가 혜인이랑 약속한 게 있다. 언제 한번 다 같이 모여앉아 식사하기로 말이다. 너도 반드시 참석해야 해.”진작 모든 일에 신경을 쓰지 않고 손을 놓겠다 했던 반태승이었지만, 어쩐지 요즘 소문이 너무 무성했다.반승제도 그가 페니에 대해 추궁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이 시점에서 할아버지를 화나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알겠습니다, 할아버지.”고택을 떠날 때, 반승제는 침울한 눈빛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심인우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지만, 반승제가 훈계를 받지 않고 돌아오는 걸 보니 의외라고 여겨졌다.네이처 빌리지로 돌아와 거실로 들어갔을 때, 도우미는 반승제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얼른 옆에서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꺼냈다.“대표님, 이건 온시환 씨께서 보낸 선물입니다.”반승제는 휙 무심하게 받아들며 뜯어보지조차 않았다.그렇게 그는 침실 욕실로 가서 상처를 피해 간단히 목욕하고,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닦고 나온 후에야 선물을 열어보았다.포장을 막 열자, 바로 라는 적나라한 글자가 몇 개 드러났다.그러자 반승제는 표정이 굳어지면서 곧장 책을 한쪽에 버렸는데, 마침 침대 머리맡에 가서 부딪혀 떨어졌다.‘역시 온시환 이 자식은 믿으면 안 돼.’그는 한쪽에 있는 컴퓨터를 들고 침대에 오른 후 등받이에 기댔다. 그러고는 키보드를 두드려 몇 개의 서류를 처리한 후에야 컴퓨터를 껐다.하지만 그는 쉬이 잠에 들지 못했다. 사실 최근 그는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늘 이 방 안은 페니의 냄새로 가득했으니 말이다.그는 방 안의 가장 밝은 불빛을 끄고 침대맡 스탠드 등만 켜고는, 귀신같이 그 라고 불리는 책을 집어 들어 보기 시작했다.책은 알기 쉽게 쓰여 있는데, 한눈에 봐도 연애 경험이 전무한 모태솔로를 위해 쓰인 것이다.전체 내용은 몇 가지 기교의 소개로 이뤄졌는데, 잘못을 인정하는 법, 달래는 법, 수영할 줄 알
그녀는 재빨리 침대에서 일어나 씻고는 밥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그러나 이 식사도 평온하지 못했다. 중간에 백연서가 한 차례 전화를 걸어와 욕설을 퍼부었기 때문이다.성혜인은 한마디만 듣고 뚝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녀의 차가 번화가의 교차로에 도착했을 때, 두 대의 차가 그녀를 왼쪽, 오른쪽으로 가로막았다.뒤이어 누군가 창문을 두드렸고, 차창을 내린 후 성혜인은 반기태를 보았다.반기태는 그녀에게 약 한 병을 주면서 반승제를 죽이라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성혜인은 3억을 받고 지금까지 반기태에게 단 한 번만 연락했었다. 그러니 반기태가 안절부절못할 수밖에 없었다.“반기태 씨.”성혜인이 먼저 그를 향해 웃어 보였다.그러자 반기태는 차갑게 입술을 오므렸다.“페니 양, 설마 내가 페니 양한테 말한 걸 잊은 건 아니겠죠?”“어떻게 감히 잊을 수 있겠어요. 최근 병에 걸려서 도무지 힘이 나지 않았던 것 뿐입니다. 이따가 반 대표님한테 가서 계속 반기태 씨의 분부에 따라 임무를 수행할 거예요.”반기태는 눈을 가늘게 뜨며 페니의 가족을 위협하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페니 양이 더 지체하면, 페니 양 가족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어요.”하지만 성혜인은 그녀 자신조차도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천에 있는 가족들은 모두 살해당했다. 외숙모와 외삼촌의 시신은 지금까지 아무도 수습하러 가지 않아 유골은 여전히 병원에 놓여 있다.그녀가 아무 말 하지 않자, 반기태는 성혜인이 무서워하는 줄 알고 더욱 냉소하기 시작했다.“나를 실망하게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나한테 페니 양을 없애는 건 개미를 죽이는 것만큼 쉬운 일이니까.”말을 마치기 무섭게, 그의 차가 자리를 떴다.성혜인의 차는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 있었는데 곧 뒤에서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백연서, 반기태... 반드시 할아버지께 말씀 드려야 해. 안 그러면 정말 죽게 될지도 몰라. 게다가 백연서는 지금 미쳐버렸으니...’그러나 그녀가 반씨 고택
“승혜가 그러는데 당시 납치범들이 승혜랑 성혜인을 마음에 들어 했다고 했어요. 하지만 성혜인은 승혜를 혼자 남겨둔 채 혼자 숨을 곳을 찾아갔다 하더군요. 그래서 승혜가... 아무튼 그게 승혜 마음에 맺힌 모양입니다. 아버지가 아무리 성혜인을 두둔한다고 해도 그 아이는 외부인일 뿐이에요. 만약 성혜인이 나와서 사과하지 않는다면 승혜는 계속 울 것 같습니다.”“내가 승혜를 보러 가마.”‘분명 이제 손을 놓고 고택 문도 다 닫아버리겠다고 했는데, 왜 사건이 줄줄이 터지는지...’그는 서둘러 반희월과 함께 반승혜가 지금 사는 곳으로 갔다.아니나 다를까, 집 문을 막 열자 안에서 반승혜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그녀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되뇌고 있었다.“이게 다 성혜인 탓이야. 성혜인만 아니었으면 난 이 모든 일을 당하지 않았을 거야. 성혜인이 일부러 그랬어. 승제 오빠가 3년 동안 자기를 냉대했기 때문에 나한테 복수하는 거라고. 살고 싶지 않아, 정말 더는 살고 싶지 않아.”며칠 동안 병원에 있을 때, 반승혜는 성혜인에게 누명을 씌우기만 하면 자신이 매우 행복할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사실 그녀는 일단 눈을 감으면, 그 역겨운 남자의 얼굴이 반복되어 토하고 싶게 만들었다.그래서 반승혜는 성혜인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게 아니라, 그녀를 완전히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매우 터무니없는 생각이긴 하나 지금 반승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성혜인이 너무 싫으므로, 그녀는 반승제가 성혜인과 잘되는 꼴을 볼 수가 없다. 때문에 이 두 사람이 헤어져야만 그녀의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반태승이 집에 들어온 것을 보고 반승혜는 더욱 크게 울었다.“할아버지, 흑흑...”날카로운 울음소리에 반태승은 머리가 아팠지만, 반승혜의 처지가 너무 딱해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네 고모가 이 일이 혜인이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 혜인이도 그 건물에 있었느냐?”반승혜는 고개를 끄덕였고, 눈은 부어서 한 가닥의 틈만 보일 뿐이었다.“할아버지, 저 정말 너무 괴로워요
서주혁은 왠지 모르게 이 상황이 우습게 느껴졌다.아름다운 단발머리와 몸매, 반승제는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변장을 하든 다 알아볼 수 있었다.‘그나저나 웨이트리스 옷을 입고 뭘 하려는 거지?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서주혁은 담담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페니 씨 그렇게 확고하게 거절했는데, 너한테 굳이 자기 일정 보고할 필요는 없잖아.”반승제도 생각해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았다.‘그래도 분명 내가 다시 빌러 올 거라 말했는데...’성혜인은 정말로 반승제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줄 알았다. 그렇게 그녀는 배식 카트를 끌고 편안하게 반기태가 있는 룸에 도착했다.안에서 반기태와 홍재강은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아니나 다를까 홍재강의 옆에는 홍규연이 앉아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방우찬도 이 자리에 함께 데려왔다.성혜인은 방우찬이 이런 일에까지 관여할 줄은 몰랐던지라, 더 일찍 빨리 장하리에게 이 소식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환각제를 술잔에 넣고 공손하게 반기태에게 건네주었다.아무도 이 종업원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했고, 반기태도 평소처럼 한 잔의 술을 꿀꺽 마셨다.이 환각제는 그의 현재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게 하며, 어떤 여자든지 그가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게 하는 욕망을 불러일으킨다.성혜인은 진작에 이 반기태가 밖에서 불성실하게 놀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가 여태껏 몰래 만난 애인만 해도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모든 것을 마치고,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 복도 끝에서 이 룸에 사고가 나기를 기다렸다.이윽고 반기태는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그런데 때마침 홍규연도 화장실로 향하는 것이다.그렇게 두 사람은 어김없이 화장실에서 마주쳤다. 반기태는 술에 취한 데다 환각제까지 더해져 홍규연을 얼른 끌어안았다.“자기야, 여기는 왜 왔어. 내가 요즘은 찾아오지 말라고 했잖아.”“으아아아!”놀란 홍규연은 소리를 지르며 필사적으로 그를 밀쳤지만, 반기태는
반기태는 자신이 반씨 집안에서 쫓겨난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당황했다.“아버지, 이 일은 정말 오해십니다, 저는...”그러나 그를 맞이한 것은 또 반태승의 지팡이였다.“빨리 꺼져! 너는 앞으로 다시 제원에 돌아올 수 없다. 정리할 시간은 딱 하룻밤만 줄 것이야. 그렇지 않으면 내일 내가 직접 제원에서 쫓아낼 테니!”그는 자기 아들을 대할 때도 그는 가차 없었다.일이 이렇게까지 된 이상, 반기태는 자신이 더 이상 몸부림쳐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놀라서 다른 쪽으로 재빨리 뛰어갔으나, 방향을 잘못 잡아 성혜인 쪽으로 향하고 말았다.그녀는 깜짝 놀라 반기태가 자신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하려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반기태는 그 순간 마음이 혼란스러웠던지라 확실히 그녀를 알아차리지 못했고, 자신이 엉뚱한 곳으로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다시 재빨리 되돌아가 중간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달려갔다.그러나 그가 성혜인이 있는 곳으로 달려오는 바람에 그녀의 위치가 노출되었다.곧이어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고, 사람들은 그제야 구석에 종업원 한 명이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반승제는 한눈에 그것이 페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피식 냉소했다.하지만 이미 반태승은 홍재강을 향해 몸을 돌린 뒤였다. 홍재강도 오늘 밤 이 자리에 반태승이 있을 줄 몰랐던 지라 자연스레 공손해졌다.“회장님, 안심하세요. 이 정도면 이미 충분합니다. 제 딸을 위해 이렇게 사과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에요.”반태승은 일 처리가 확실했다. 식구들을 감싸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조금도 꾸물거리지 않았다.반기태의 그 당황한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시피, 나중에 그는 다시 제원에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뒤이어 반태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이 일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반씨 집안에는 쪽팔린 일이 아닌가.그는 몸을 돌려 다시 설우현을 바라보았다.룸들은 양쪽으로 즐비하게 있었는데, 다들 이 소동을 구경하러 나왔기 때문에 아주 가깝게 붙어있었다.설우현의 손바닥에는
반승제는 고개를 숙이고 줄곧 쭈그리고 앉아 일어나지 않는 여자를 보며 살짝 눈썹을 추켜올렸다.사람들은 이제야 비로소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더욱이 반태승은 반승제를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왜 아가씨 손을 밟고 그러냐!”그제야 반승제는 담담하게 구두를 거둬들였다.“앗, 그랬나요. 이거 죄송하게 됐어요.”말투가 차분하고 가벼운 게, 정말 조심하지 않고 밟은 것 같았다.‘개자식.’성혜인은 속으로 그를 수십 번 욕하고 나서야 천천히 몸을 일으켜 지배인의 뒤를 따라 떠나려고 했다.하지만 그때, 반희월이 입을 열었다.“거기 서요.”성혜인은 몸을 흠칫했고, 뒤에서는 발소리가 천천히 다가왔다.그런데 그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누군가 촛불을 켠 케이크를 밀고 왔다.그러자 반승제가 손을 들어 그녀의 등을 밀치며 말했다.“케이크는 4001호로 보내줘요.”그건 서주혁이 있는 룸이었다. 오늘 저녁 그들 중에 누군가 생일을 쇠는 바람에 반승제가 이곳에 있는 것이었다. 마침 성혜인과 식사를 하자던 반태승의 부름도 지킬 수 있어 그는 양쪽 모두 지체하지 않았다.성혜인은 재빨리 빠른 걸음으로 배식 카트의 손잡이를 잡더니 다른 종업원을 밀어내고 4001호를 향해 들어갔다.일단 살고 보는 게 우선이니 말이다.반희월은 미심쩍은 듯 반승제를 힐끗 쳐다보았다.‘저 여자 페니랑 닮은 것 같은데...’그러나 당사자가 이미 사라졌으므로 그녀는 다시 잡으러 갈 수도 없었다.그리고 페니도 웨이트리스 차림으로 그 자리에 가면 안 됐다.반승제는 시선을 아래로 늘어뜨린 채 옅은 눈빛을 짓고 있었다. 그는 페니가 가족들의 관심을 끄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그건 페니를 번거롭게만 할 뿐이니 말이다.반씨 집안 가족들은 모두 룸으로 돌아갔고, 반승제도 반태승에게 말했다.“4001호로 먼저 가 있을게요. 성혜인이 오면 다시 올 테니 잊지 말고 불러주시고요.”반태승은 그의 태도가 그런대로 괜찮은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밤 이 자리를 만든 이유는 바로 성혜인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둘 나서서 말리기 시작했다.“승제야, 됐어.”“우현 씨도 그만하세요.”화가 부쩍 가라앉은 반승제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자기 품에 안겨 있는 여자를 보니 훨씬 진정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이런 자식한테 신경 쓸 건 없지. 만약 페니가 이 자식을 좋아한다면 진작 도와달라고 했을 테니까. 하지만 페니는 지금 내 품에 있잖아?’반승제는 설우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테이블에 놓여 있던 술잔을 들어 올려 한 모금 마셨다. 설우현의 시선은 성혜인에게 향해 있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이목구비가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페니 씨가 불쌍해. 아 자식 그렇게 안 봤는데 은근히 바람기가 있었네.’“반 대표, 페니 씨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면 빨리 포기해요. 다정한 척 연기나 하지 말고요.”설우현의 말 한마디에 현장은 또다시 고요해졌다. 반승제는 성혜인의 모자를 아래로 꾹 누르더니 부드러운 동작으로 곁에 앉혀두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두 사람이 또다시 싸움을 벌이려는 기세로 맞서는 것을 보고 신이한은 황급히 중간에 막아섰다.“이러지 말고, 우리 말로 해요. 네?”신이한의 말을 듣자, 반승제는 괜히 열받아서 언성을 높였다.“신 대표가 낄 자리는 아닌 것 같은데요? 아니면 어부지리의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젠장...’반승제의 화살이 자신에게 향할 줄은 몰랐던 신이한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고 심호흡하고 나서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그렇게 말하면 제가 뭐가 돼요. 미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잖아요?”반승제의 안색은 삽시에 어두워졌다. 그리고 가시 돋친 시선으로 신이한을 쏘아보면서 말했다.“아쉽게도 그 미인이 신 대표를 좋아하지 않네요.”신이한이 말한 미인이 누군지는 몰라도, 반승제가 말한 미인은 누가 들어도 ‘페니’를 뜻했다.신이한은 성혜인을 진심으로 좋아했다. 진지하게 그녀와 교제할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지금껏 천천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여직원과 붙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