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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취중 진담

온시환은 반승제의 말이 이해가 안 가는 듯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 여자?”

“페니 말이야.”

“미친, 나 지금 윤단미 얘기하고 있거든?”

“그래?”

반승제는 약간 멈칫하며 머리를 숙였다. 그 모습이 웃겼던 온시환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너랑 페니 씨가 어떻게 될지는 페니 씨의 생각에 달렸다는 거지?”

‘설마 이러다 페니가 결혼하겠다고 억지를 부려도 동의하는 거 아니야?’

온시환의 질문에 반승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온시환은 당황한 표정으로 언성을 높였다.

“너 설마 진짜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내가 윤단미 얘기를 하는 동안 한마디도 듣지 않고 유부녀 생각만 하고?”

“아니거든.”

온시환은 반승제를 힐끗 노려봤다. 그러고는 반승제의 취중 진담을 듣기 위해 일부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 여자 어때? 페니 씨랑 비교해 봤을 때.”

반승제는 머리를 들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여자를 힐끗 보고는 금세 시선을 거뒀다.

“별로야.”

온시환은 감탄하는 표정으로 반승제의 앞에 놓인 빈 술병을 봤다. 반승제가 오늘처럼 경계를 풀고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은 아주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 그래서 그는 곧장 핸드폰을 꺼내 들고 녹음하기 시작했다.

“승제야, 왼쪽에 있는 여자는? 몸매가 죽여주는데, 페니 씨보다 낫지?”

온시환은 내일 반승제에게 녹음을 들려주며 아주 재미나는 반응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반승제는 차가운 눈빛으로 가만히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취하고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반승제의 경계심에 온시환은 제 풀에 꺾여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래도 덕분에 반승제가 성혜인에 대한 마음이 얼마나 진지한지는 알게 되었다. 별다른 취미가 없는 온시환에게 이는 최근 가장 큰 재밋거리였다.

두 사람은 프라이빗 룸이 아닌 로비에 앉아 있었다. 온시환의 말로는 ‘가면을 벗어던진 채 욕망에 찌든 반인반수’들을 구경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아주 훌륭한 영감이 되어주고는 했다.

온시환은 반승제를 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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