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은 저도 모르게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를 갈던 강하랑은 힘들게 자신의 어깨에 기댄 남자를 밀어내고 모닥불 곁으로 끌고 가 눕혔다.그리고 그때에서야 강하랑은 바닥에 흥건한 피를 발견하게 되었다.아마 어젯밤 그녀가 깨어나기 전부터 흘리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동안 처치도 하지 않았으니 지금은 염증이 생긴 것이다.강하랑은 시선을 거두고 겉옷을 연바다의 다리에 대충 덮어주었다. 그리고 물을 떠 오기 위해 도구를 찾고 있었다.그녀가 일어나려던 순간, 연바다가 갑자기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았다.“어디 가?”남자는
그렇게 생각하니 또 다른 안 좋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났다.동굴에는 모닥불 불빛만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마른 나무를 넣고 불을 살피는 사람이 없어 그 불마저도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연바다는 시선을 떨군 채 힘겹게 나뭇가지를 모닥불에 던졌다.그러더니 나뭇가지에 불길이 옮겨붙고 점점 죽어가던 불길도 다시 활활 타오르면서 동굴 안을 환히 밝혔다.그리고 이때 연바다는 갑자기 온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아가며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다.두 발이 바닥에 닿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더니 거의 힘 없이 바닥으로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마치... 마치 갑자기 커다란 돌멩이가 그의 가슴께에 꽉 막혀버린 것처럼 답답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감정이 싫지만은 않았다.그는 이런 감정을 생전 처음 느껴보았기에 이게 대체 어떤 감정인지 몰랐다.그저 본능적으로 이 감정을 조금이라도 더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낯설고 답답하지만, 감정이 사라지길 바라지는 않았다.마치 갑자기 청력을 회복한 환자가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콘서트로 달려가는 것처럼, 또 마치 갑자기 시력을 회복한 환자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구경하는 것처럼 말이다.그는 본능적으
“네?”강하랑은 오는 길 내내 그를 욕하다가 갑자기 들려온 말에 순간 고장이 나버렸다.연바다는 다시 말을 반복할 생각은 없었고 이미 동굴 벽을 짚으며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앉으려 하고 있었다.앉으면서 상처 부위에 충격이 가했는지 밀려오는 커다란 고통에 안색이 급변했고 눈을 감은 채 한참이나 참고 있었다.강하랑은 그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가 무슨 의미로 말한 것인지 모를 뿐이었다.그리고 그제야 알게 되었다. 연바다가 통증을 참으면서까지 동굴에서 나온 것은 아마 나간 지 오래된 그녀가 돌아오지 않아 그녀
아마도 그녀가 연바다 이마에 올려둔 젖은 천 탓인지 연바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거만한 그의 태도도 다시 돌아왔다.그는 씩씩대는 강하랑을 흘겨보며 더 비웃었다.“단하랑 씨도 내가 미친놈이라면서요. 미친놈을 이 기회에 죽이기는커녕 야밤에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여 보살피는데, 이게 어딜 봐서 호의에요? 사람들이 봤으면 단하랑 씨를 성모라고 욕하고 비웃었을 거라고요. 알아요?”은은한 모닥불 불빛에 강하랑의 표정도 점차 굳어졌다.화가 난 것은 아니다. 그저 연바다의 말을 듣고 나니 확실히 미친놈과 화를 내어봤자 쓸모가
침묵을 깬 사람은 바로 연바다였다. 그는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허, 정말 멍청하기만 한 줄 알았더니, 순진도 하네요.”연바다는 고개를 비스듬히 돌리더니 창백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그의 이마를 타고 물방울이 뚝 떨어졌다. 그것이 그의 식은땀인지 아니면 강하랑이 올려놓은 젖은 천의 물기인지 몰랐다.대충 물방울을 닦은 연바다는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단하랑 씨는 오는 길 내내 내 욕을 했죠. 그 표현들이 나름 나랑 잘 맞기도 했어요. 그런데 미친놈한테 그런 말을 하는 게 정말 멍청한 짓이라는 건 알고 있어요?”미친놈
밧줄은 강하랑이 깨어났을 때 발목에 있던 걸 푼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용할 줄은 몰랐다.말을 마친 그녀는 힘으로 밧줄을 꽉꽉 당겨 묶었고, 그 과정에 연바다의 상처를 실수로 건들게 된 것인지 연바다는 바로 흉악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단. 하. 랑!”연바다는 이를 빠드득 갈았다.강하랑은 씨익 미소를 짓더니 이내 고개를 숙인 채 밧줄을 묶는 데에 열중했다.“들려요. 다 들려요. 두 귀 멀쩡하니까 그렇게 소리 지를 필요 없어요.”밧줄을 제대로 묶은 강하랑은 그제야 그의 상처 부위를 살펴보았다.몇 시간 전 본 것보다
“그건 연바다 씨가 한 말이잖아요.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요.”강하랑은 그를 향해 웃어 보이더니 이내 손에 든 칼을 보았다. 심지어 칼을 들어 날카로운지 확인도 했다.칼은 따듯한 모닥불 불빛을 받음에도 서늘한 빛을 내고 있었고 거기에 강하랑의 사악한 미소가 더해졌다.“연바다 씨가 나한테 성모라고 했잖아요. 난 그냥 성모가 어떤 뜻인지 설명했을 뿐이고 성모라는 호칭이 싫지는 않다고 했죠. 연바다 씨가 나를 성모라고 불러놓은 거면서 혼동하지 말아요.”“...뭐가 다르죠?”연바다는 가쁜 숨을 내쉬며 물었다.강하랑은 여전히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