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랑은 단이혁을 살살 달래며 팩트를 말해 그는 몇 마디 반박할 수 있었지만, 단원혁의 무게 실린 말에 단이혁은 아무런 반박도 할 수 없었다.여하간에 단이혁은 단원혁의 보살핌 속에 어른이 된 것이었다. 단지헌이 그를 낳아준 아버지라고 치면 단원혁은 그의 형이면서도 그를 키워준 아버지와도 같았다.그랬기에 그는 단원혁을 어릴 때부터 무서워했고 바로 꼬리를 내렸다.“알았어요, 형. 막내 말도 들을 거예요. 막내 말을 무시했다면 제가 막내한테 사과했겠어요?”“막내가 틀린 말 하지 않았다는 걸 안다니 그럼 앞으로 다시는 그러지 마.
이덕환과 박재인은 전부 미식에 일가견 있는 미식가였다. 강하랑을 만나러 영호시에 온 이유도 그녀의 솜씨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었다.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보고 두 사람의 머릿속에는 빨리 맛보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정희연의 말에 숨은 뜻을 생각해 볼 새도 없이 인사치레로 말했다.“저희 둘이 여러분 덕을 본 거죠. 선배, 아니 사랑이 요리는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것 같아서 너무 아깝네요.”두 사람이 개의치 않는다고 해서 단씨 집안사람들도 괜찮은 것은 아니었다. 특히 정희월은 정희연의 터무니 없는 언행에 얼굴
“오빠는 교양을 밥 말아 먹었어요? 큰오빠가 앉기도 전에 먼저 앉는 동생이 어디 있어요? 그러니까 오빠가 재수 없다는 말을 듣는 거예요!”“뭐어? 내가 재수 없어? 큰형한테서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을 너한테서 들을 줄은 몰랐다?”단이혁은 장이나의 지랄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지랄이라면 그가 더 자신 있는 종목이기 때문이다.“더군다나 우리 단씨 집안사람의 재수를 네가 신경 쓸 건 없지 않아?”단이혁의 말마따나 손님 주제에 이런 말 하는 장이나가 더 재수 없는 쪽이었다. 나아가 그녀는 불청객이었기에, 사람들은 은근히 그가 몇 마디
“이모가 데려온 손님은 이모가 책임져야죠. 우리가 푸대접 한다고 해도 그건 이모 탓이 아닌 가요? 더구나 불청객이 데려온 불청객을 우리가 왜 신경 써야 하죠?”단이혁은 다른 어른에게 말할 때처럼 말을 가려 하지 않았다. 원래도 정희연을 싫어했던지라 거의 불만이 있는 대로 전부 말해버렸다.그러자 정희연은 곧바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지면서 언성을 높였다.“넌 어른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내 말버릇은 항상 이랬어요. 오늘 처음 만난 것도 아니고 새삼 지적질이네요.”단이혁은 확실히 정희연과 만날 때마다 이랬다. 빈정댈 수
정희연은 겁먹다 못해 항상 꼿꼿하게 펴고 있던 허리가 다 굽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입을 한참 벙긋거린 후에야 겨우 소리를 냈다.“형부, 진정해요. 내 성격이 어떤지 잘 알잖아요. 마음은 좋은데 항상 일을 그르치게 되네요. 나는 사랑이가 좋은 집안에 시집가길 바라요. 연씨 가문 얘기도 더 이상 안 할게요.”정희연은 단지헌에게 음식을 집어주면서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싸늘한 눈빛 때문에 결국 꼼짝도 하지 못했다.조심스럽게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간 그녀의 손을 발견하고 강하랑은 피식 웃었다. 약한 사람 앞에서만 으스대
‘생일이라고 특별 대우 해주는 건가?’단지헌은 단이혁이 한 모든 일에 토를 다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이 퍽 어색했다.이때 단원혁이 단이혁을 말리는 척하면서 분위기를 환기했다.“말 좀 가려서 하지? 생일이라고 쫓겨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은 없어. 그러다가는 혼자 식은 밥을 먹게 될 줄 알아.”단원혁은 또 장이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이나야, 내가 이혁이 대신 사과할게.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건 참 축하할 만한 일이야. 네가 원하는 대로 결실을 보게 된다면 내가 꼭 선물을 준비하도록 할게
“그러니까요, 오늘 같은 날은 화기애애하게 지내야죠.”이덕환의 오른쪽에 앉은 정희연은 어색한 미소와 함께 말하면서 술잔을 들어 올렸다.“아까는 내가 실례했어요. 식탁 앞에서 하면 안 되는 말이었는데... 언니, 형부, 부디 너그럽게 용서해 줘요. 내가 했던 말은 마음에 두지 말고 이만 식사나 하자고요.”정희연이 말을 마치자 겨우 풀렸던 분위기는 또다시 얼어붙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심한 말을 하지 않았는지라 또다시 싸움이 불붙지는 않았다.이때 박재인과 이덕환이 다시 입을 열었다.“맞아요, 화기애애하게 지내야죠.”“골치 아픈
“감정은 보고 듣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는 게 중요하니까요.”강하랑은 미소를 지으면서 지승우를 바라봤다. 그 의미심장한 눈빛에 그는 등골이 다 오싹했다.“하지만 그걸 내 뒤를 캐는 변명으로 여기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안 그러면 아무리 승우 씨라고 해도 친구 못 할 것 같으니까요.”지승우는 안색이 약간 변하면서 연신 마른기침을 했다. 강하랑의 말에 정곡이라도 찔린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곧바로 손까지 쳐들면서 맹세하기 시작했다.“알았어요. 다시는! 다시는 안 그럴게요!”강하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