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보고 듣는 것보다 직접 경험하는 게 중요하니까요.”강하랑은 미소를 지으면서 지승우를 바라봤다. 그 의미심장한 눈빛에 그는 등골이 다 오싹했다.“하지만 그걸 내 뒤를 캐는 변명으로 여기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안 그러면 아무리 승우 씨라고 해도 친구 못 할 것 같으니까요.”지승우는 안색이 약간 변하면서 연신 마른기침을 했다. 강하랑의 말에 정곡이라도 찔린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곧바로 손까지 쳐들면서 맹세하기 시작했다.“알았어요. 다시는! 다시는 안 그럴게요!”강하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설마 이 오빠가 마음 언니 앞에서 진지한 척한 건가?’강하랑은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지승우와 성격이 비슷한데도 연애를 못 하는 것이 이해가 갔다.「사랑: 이혁 오빠가... 그런 캐릭터였어요?」강하랑은 일단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부터 파악하기로 했다. 그래야 온마음이 단이혁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단원혁도 그렇고, 단이혁도 그렇고, 가만히 내버려뒀다가는 어느 세월에 새언니 소리를 할 수 있을지 몰랐다. 그래도 둘은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지, 나머지는 아예 노력해 볼 여자도 없었다.
케이크 앞에서 한숨 쉬는 강하랑을 보고 배불리 먹은 지승우는 핸드폰을 든 채로 물었다. 그는 마침 SNS를 구경하다가 그녀의 게시글에 좋아요를 누른 참이었다.“그거 말고 다른 일 때문이에요.”강하랑은 온마음이 한 말에 신경을 끄고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맛보기 용으로 아직 크림을 바르지 않은 나머지 빵을 베면서 지승우에게도 먹겠냐고 물었다.지승우는 더 이상 물 마실 자리도 남지 않은 배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맛만 보게 조금 줄 수 있어요? 너무 많이 먹으면 배가 터질 것 같아요.”“그러다 진짜 누구랑 한날한시에 저세상
“그럼요, 디저트가 있다는 게 어디예요.”지승우는 손을 휘휘 저었다. 크림을 발라주는 것만으로 사치라는 뜻으로 말이다.‘그 녀석은 단씨 집안에서 쫓아내지 않은 걸 감사히 여겨야 해. 우리 집안 같으면 대문도 못 들어갔어. 그래도 우리는 뻔뻔한 가이드 덕분에 여기까지 들어왔지...’정희연이 떠오르자 지승우는 괜스레 착잡해졌다.그녀는 한주에 있을 때부터 막무가내인 사람이었다. 연씨 가문이 영호에 인맥이 없는 것만 아니었어도 그녀와 연락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가 강하랑의 친척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지승우는 결국 한 마디 보탰다.
‘네 사과 또한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것일 뿐이야.’‘네가 사라져 주는 게 사랑 씨한테는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연유성의 가슴은 지승우의 연이은 팩폭에 너덜너덜해졌다. 그래도 그는 말없이 듣기만 했다.지승우가 펼쳐 놓은 음식은 저마다 향기로운 냄새를 자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케이크가 되기 전의 크림 바른 빵, 줄여서 크림빵이었다. 비록 예쁘지는 않았지만 달콤한 냄새는 압도적이었다.나머지 음식은 지승우가 주방에서 먹었던 것과 비슷했다. 그저 그때보다 훨씬 식어서 보기 초라했을 뿐이다. 연유성의 처량
연유성은 또다시 기침하기 시작했다. 심장은 비수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파서 몸이 다 부르르 떨렸다.눈가에는 통증으로 인해 눈물이 차올랐다. 단이혁에게 맞았던 곳도 격렬한 기침으로 인해 찌릿찌릿했다. 하지만 심장보다 아픈 곳은 없었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비수를 꽂는 이 느낌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듯하다.연유성이 피라도 토할 기세로 기침하는 것을 보고 지승우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도 내동댕이친 채 그의 상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야,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구급차 불러줄까?”겨우 기침을 멈춘 연
손목희는 집안의 여러 가지 일을 도맡아 하면서 요즘 헬스하는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이 있었다. 그저 호흡이 거칠다 뿐이지, 걸음걸이 속도는 전혀 영향받지 않았다.그 모습에 연유성과 지승우도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묵묵히 따라가기만 했다.마당의 포도밭을 지날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연유성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포도 넝쿨 아래에서 그녀는 활짝 웃고 있었다. 그녀의 품에서 한 어린아이는 높은 곳의 열매를 따기 위해 팔을 힘껏 뻗었다.길가의 나무
“잘 들어, 네가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야.”강하랑은 단홍우의 손을 잡고 서채은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얘기해줬다. 사랑의 큐피드라도 가르치는 심정으로 말이다.서채은은 누가 봐도 단홍우를 좋아했다. 본가에 남은 가장 큰 이유가 그를 위해서이기도 했다.만약 이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강하랑은 그를 이용해서 슬그머니 서채은을 불러낼 수 있었다. 또 마침, 우연히, 어쩌다 보니 단원혁도 함께 만나다 보면 다른 감정을 싹트게 할 수 있었다.두 사람이 아주 오랜 시간을 알고 지냈다고 해도 사석에서 만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