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과 또한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그런 것일 뿐이야.’‘네가 사라져 주는 게 사랑 씨한테는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연유성의 가슴은 지승우의 연이은 팩폭에 너덜너덜해졌다. 그래도 그는 말없이 듣기만 했다.지승우가 펼쳐 놓은 음식은 저마다 향기로운 냄새를 자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케이크가 되기 전의 크림 바른 빵, 줄여서 크림빵이었다. 비록 예쁘지는 않았지만 달콤한 냄새는 압도적이었다.나머지 음식은 지승우가 주방에서 먹었던 것과 비슷했다. 그저 그때보다 훨씬 식어서 보기 초라했을 뿐이다. 연유성의 처량
연유성은 또다시 기침하기 시작했다. 심장은 비수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아파서 몸이 다 부르르 떨렸다.눈가에는 통증으로 인해 눈물이 차올랐다. 단이혁에게 맞았던 곳도 격렬한 기침으로 인해 찌릿찌릿했다. 하지만 심장보다 아픈 곳은 없었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비수를 꽂는 이 느낌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듯하다.연유성이 피라도 토할 기세로 기침하는 것을 보고 지승우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도 내동댕이친 채 그의 상태를 살펴보기 시작했다.“야,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구급차 불러줄까?”겨우 기침을 멈춘 연
손목희는 집안의 여러 가지 일을 도맡아 하면서 요즘 헬스하는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이 있었다. 그저 호흡이 거칠다 뿐이지, 걸음걸이 속도는 전혀 영향받지 않았다.그 모습에 연유성과 지승우도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묵묵히 따라가기만 했다.마당의 포도밭을 지날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연유성은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포도 넝쿨 아래에서 그녀는 활짝 웃고 있었다. 그녀의 품에서 한 어린아이는 높은 곳의 열매를 따기 위해 팔을 힘껏 뻗었다.길가의 나무
“잘 들어, 네가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야.”강하랑은 단홍우의 손을 잡고 서채은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천천히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얘기해줬다. 사랑의 큐피드라도 가르치는 심정으로 말이다.서채은은 누가 봐도 단홍우를 좋아했다. 본가에 남은 가장 큰 이유가 그를 위해서이기도 했다.만약 이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강하랑은 그를 이용해서 슬그머니 서채은을 불러낼 수 있었다. 또 마침, 우연히, 어쩌다 보니 단원혁도 함께 만나다 보면 다른 감정을 싹트게 할 수 있었다.두 사람이 아주 오랜 시간을 알고 지냈다고 해도 사석에서 만난
“아니면 며칠 더 놀다 가도 되고. 온 김에 여행하면 좋잖아. 아까 한남정의 점장도 온 걸 봤어? 요즘 영호에서 요리 콘테스트가 열린대. 한남정의 점장은 콘테스트 때문에 온 것 같아. 어쩌면 사랑 씨가 따라갈지도 모르겠네.”지승우는 연유성이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 말했다.“우리도 가서 구경하자. 사랑 씨랑 만날 기회가 한 번이라도 더 생긴다는 게 어디냐.”지승우는 아직 강하랑과 얘기를 더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내심 영호에 며칠 더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연유성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누가 봐도 지금 당장 돌아가고 싶다는
“형, 내가 갑자기 궁금해서 그러는데... 형은 왜 짝꿍 씨를 좋아하는 거야? 둘이 별로 만난 적도 없지 않아?”진정훈은 전부터 궁금했던 것을 참다못해 물었다. 그의 기억 속에서 지승현이 강하랑과 만난 횟수는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강하랑이 강씨 가문에서 배척당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지승현은 종종 그녀의 상황을 묻기 시작했다. 이런 이상한 관계는 진정훈이 유학 갈 때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강하랑과 연유성이 약혼한 다음 흔적 없이 사라졌다.진정훈은 지승현이 강하랑에게 관심 있다는 것을 줄곧 알고 있었다. 단지 연유성이 있
영호시, 단씨 가문의 본가.손님을 보내고 난 마당에는 다시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특히 단이혁과 단지헌이 오늘따라 다투기는커녕 사이좋게 바둑을 둬서 더 평화로웠다.단이혁의 파트너는 원래 단유혁이었다. 하지만 결국 코딩으로 단련된 두뇌를 이기지 못하고 전패를 기록한 단이혁이 먼저 포기해 버렸다. 이때 마침 단원혁이 회사 일로 자리를 비워서 단지헌도 파트너를 잃게 되었다.평소 단이혁을 차갑게 꾸짖을 줄밖에 모르던 단지헌은 오늘따라 아주 부드러운 말투로 자신과 바둑을 두지 않겠냐고 물었다. 단이혁뿐만 아니라 이만 티 타임을 가지면서
“누가 무섭대?”단이혁은 작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단지헌이 무서운 것이 아닌, 그냥 단둘이 있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강하랑의 약 올리기 작전은 효과가 탁월했다. 그는 드디어 몸을 일으켜서 대답이라도 되는 듯이 단지헌을 힐끗 봤다.덕분에 단지헌도 한시름 놓았다.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발전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서재로 향했다. 그리고 단지헌은 서랍에서 서류를 꺼내 들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건 주식 양도양수 계약서다. 내 주식을 이만 너희 셋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한 번 확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