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무섭대?”단이혁은 작게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단지헌이 무서운 것이 아닌, 그냥 단둘이 있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강하랑의 약 올리기 작전은 효과가 탁월했다. 그는 드디어 몸을 일으켜서 대답이라도 되는 듯이 단지헌을 힐끗 봤다.덕분에 단지헌도 한시름 놓았다.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엄청난 발전이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서재로 향했다. 그리고 단지헌은 서랍에서 서류를 꺼내 들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건 주식 양도양수 계약서다. 내 주식을 이만 너희 셋에게 물려줄 생각이다. 한 번 확인해
단원혁은 MRC를 제외하고도 따로 만든 회사가 잘 발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MRC를 물려받으면서 운영에 필요한 주식을 모았기 때문에 더 이상 받을 필요도 없었다.지금도 단지헌을 제외하고는 단원혁이 대주주였다. 단지헌의 25%까지 물려받으면 불필요할 정도로 많아지는 셈이다. 그래서 그는 강하랑에게 양보하기를 원했다. 단지헌과 마찬가지로 보상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단지헌은 어쩔 수 없이 강하랑에게 지분을 조금 더 넘겨줬다. 그리고 한참 더 설득한 다음에야 겨우 단원혁의 절반짜리 허락을 받았다.결과적으로 단원혁은 단이혁까지 허락한
“네 놈이 이젠 하다 하다 날 저주까지 하는구나!”그렇다... 단지헌은 결국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서재를 쩌렁쩌렁 울리는 그의 목소리에 단이혁은 눈을 찔끔 감았다. 마음 같아서는 정말 귀까지 틀어막고 싶었다.그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서재에서 한참이나 울려 퍼졌다. 그리고 단이혁은 메아리가 사라질 때쯤 인상을 풀면서 말했다.“저주가 아니라... 누가 센치하게 말하래요?”단이혁은 눈치껏 ‘유언’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말마따나 이번에는 확실히 단지헌이 이상하게 행동한 것이었다.단지헌은 평소 그에게 조곤조곤 말
주위엔 사람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아이들마저 지켜보고 있었고 두 손님도 있어 민망해진 정희월은 얼른 단지헌을 밀어냈다.“요란 피우지 마세요. 좀 떨어져 봐요.”“네~네~ 멀리 떨어질게. 그래도 그만 울어. 의사가 말했잖아, 더 울면 당신 그 눈앞으로 실명될지도 모른다고 말이야.”단지헌은 속상하면서도 걱정되었다.전부터 정희월은 눈물을 많이 흘린 탓에 각막이 다소 손상되었고 의사의 소견도 눈물을 적게 흘리라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실명될 위험성이 아주 크다고 했다.강하랑은 단지헌의 말에 정희월을 웃겨주려고 했다.“
“작은 아빠, 난 똥개처럼 크기 싫어요! 작은 아빠처럼 키가 큰 사람이 될 거예요!”아이의 순수한 대답에 사람들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화목한 분위기가 감싸고 있는 단씨 가문과 달리 정씨 가문의 분위기는 싸늘했다.단씨 가문에서 나온 뒤 정희연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돌아오는 길 내내 잔뜩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정씨 가문에 도착한 뒤엔 더 참을 수가 없어 행동이 과격해지더니 화풀이를 하는 듯했다.“엄마, 조용히 좀 해요. 외숙모가 기분이 좀 안 좋아 보여요...”장이나는 정희연의 옆에 앉아 씻어온 과일을 내려놓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정희연은 볼을 잡은 채 송미현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지, 지금 감히 날 때렸어?”통증이 퍼지기도 전에 그녀는 놀란 얼굴로 송미현을 보더니 손가락을 들어 올려 따져 물었다.처음 뺨을 때려본 송미현은 여전히 너무 살살 때렸다고 생각했다.손이 떨리고 있긴 했지만,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그러나 정희연은 아플 것이었다.다만 이 손바닥이 정희연의 얼굴에 닿았다는 것은 의미가 달랐다.적어도 송미현에게는 다른 의미였다.그녀는 처음으로 정희연 앞에서 당당하게 서 있는 것이었다.“네, 때렸어요.
정하성은 늘솜가의 주방장이었다. VIP 손님이 아니라면 거의 요리하지 않았다.대부분 시간에 그저 요리를 하는 걸 지켜보거나 가르쳐주었기에 일찍 퇴근하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었다.다만 최근엔 요리 콘테스트가 있어 늘솜가의 매출이 올랐고 심지어 정하성의 요리를 원하는 손님도 적지 않아 오늘 겨우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정희연이 머리를 굴리기 전에 정하성의 분노 가득한 목소리가 답이 되었다.“그것보다, 너 오늘도 단씨 가문에 갔니?”정희연은 순간 켕기는 구석이 있어 눈치를 보며 말했다.“난...”그녀가 다시 머리를 굴리며 거
요리 콘테스트는 신세대의 요리사만 참가 가능했다.여하간에 가게로 식사하러 가도 대부분 경력이 적은 조리사들이 만든 요리를 먹는 것이었다.게다가 점장님을 모셔다 놓고 대결하는 건 재미없는 일이었다.더군다나 그들은 참가하기도 귀찮아했기에 차라리 그들이 가르쳐주고 있는 학생들을 참가시키는 것이 더 나았다.정씨 가문에선 이번 해에 실력 있는 학생이 나오지 못했고 아마 첫 라운드부터 탈락할 것이 분명했다.정하성의 아들은 더더욱 그러했다. 대학에 간 후 창업을 시작했고 주방에 들어오는 것조차 싫어했다.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한들 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