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는 상황에 정희연은 볼을 잡은 채 송미현을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지, 지금 감히 날 때렸어?”통증이 퍼지기도 전에 그녀는 놀란 얼굴로 송미현을 보더니 손가락을 들어 올려 따져 물었다.처음 뺨을 때려본 송미현은 여전히 너무 살살 때렸다고 생각했다.손이 떨리고 있긴 했지만,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그러나 정희연은 아플 것이었다.다만 이 손바닥이 정희연의 얼굴에 닿았다는 것은 의미가 달랐다.적어도 송미현에게는 다른 의미였다.그녀는 처음으로 정희연 앞에서 당당하게 서 있는 것이었다.“네, 때렸어요.
정하성은 늘솜가의 주방장이었다. VIP 손님이 아니라면 거의 요리하지 않았다.대부분 시간에 그저 요리를 하는 걸 지켜보거나 가르쳐주었기에 일찍 퇴근하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었다.다만 최근엔 요리 콘테스트가 있어 늘솜가의 매출이 올랐고 심지어 정하성의 요리를 원하는 손님도 적지 않아 오늘 겨우 일찍 퇴근할 수 있었다.정희연이 머리를 굴리기 전에 정하성의 분노 가득한 목소리가 답이 되었다.“그것보다, 너 오늘도 단씨 가문에 갔니?”정희연은 순간 켕기는 구석이 있어 눈치를 보며 말했다.“난...”그녀가 다시 머리를 굴리며 거
요리 콘테스트는 신세대의 요리사만 참가 가능했다.여하간에 가게로 식사하러 가도 대부분 경력이 적은 조리사들이 만든 요리를 먹는 것이었다.게다가 점장님을 모셔다 놓고 대결하는 건 재미없는 일이었다.더군다나 그들은 참가하기도 귀찮아했기에 차라리 그들이 가르쳐주고 있는 학생들을 참가시키는 것이 더 나았다.정씨 가문에선 이번 해에 실력 있는 학생이 나오지 못했고 아마 첫 라운드부터 탈락할 것이 분명했다.정하성의 아들은 더더욱 그러했다. 대학에 간 후 창업을 시작했고 주방에 들어오는 것조차 싫어했다.아무리 재능이 있다고 한들 본인
“내가 나온 뒤에 이미 사라졌길 바라. 그렇지 않으면 날 원망하게 될 테니까.”여자는 감히 대꾸조차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녀는 하마터면 질식해 죽을 뻔한 목을 만지더니 급히 바닥에 널브러진 옷을 챙겨입고 몸을 닦을 새도 없이 서둘러 방에서 나왔다.물론 잊지 않고 키는 들고 갔다.마치 지옥을 경험한 기분이었다.다행히 남자는 한 번으로 끝냈기에 앞으로 더는 이 업계에 발을 들이지 않으면 그만이었다.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마치 죽다 살아난 사람처럼 여생을 보낼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고 있었다.호텔 로비에
요리 콘테스트의 평가단은 전부 각지에서 모인 유명한 식당의 점장님들이었다. 거의 은퇴할 나이에 가까워 요리를 직접 하지 않는 박재인 같은 사람들 말이다.또는 전국에서 유명한 미식가였다. 몇십 년 동안 많은 곳을 누비며 각양각색의 요리를 맛보고 다니는 이덕환 같은 사람들이었다.강하랑을 제외하곤 앞줄엔 전부 박재인과 이덕환 같은 백발이 보이는 어르신들이 앉아 있거나 그녀의 아버지인 단지헌과 같은 연령대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그들 앞에는 전부 각자 운영하고 있는 식당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전부 TV에도 나오고 다큐멘터리도 찍어본
“너-”장이나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어 그저 강하랑을 죽일 듯이 째려보았다.“너, 딱 기다려!”“네~ 딱 기다려서 언니 요리 솜씨를 기대하고 있을게요.”강하랑은 미소를 지으며 장이나의 말을 따라 하곤 교묘하게 약 올렸다.주위에 있던 평가단도 두 젊은이의 대화에 웃음이 터졌다.한눈에 봐도 두 젊은이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러니 절대 불공정한 평가는 있을 수 없을 것이다.더군다나 최고점과 최저점으로 승부는 갈릴 것인데 아무리 불공정하다고 해도 뭐가 달라질 게 있겠는가?평가단 자리에 앉은 사
무시하다.실력 믿고 으스댄다.몇 가지 단어로 장이나는 한남정을 갑질하는 식당으로 만들어 버렸고 몇 번 우승했다고 다른 식당을 무시한다는 이미지가 되어버렸다.참가자들은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고 혈기왕성했다. 그래서인지 장이나의 말에 바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장이나와 같이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아무리 한남정에서 이번 대회에 참가 안 한다고 해도 사람을 이렇게 무시해서는 안 되지 않나요?”“맞아요. 여자를 심사위원으로 보낸 건 그렇다 쳐요. 여하간에 직업엔 성별은 따지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이렇게 젊은 사람이 와서 무슨
어르신의 날카로운 눈빛이 강하랑에게 닿았고 그녀를 훑어보았다.“한남정에서 너 같이 어린애를 혼자 보냈다고? 박재인이 죽은 게냐, 아니면 제대로 된 제자 한 명도 없다는 게냐?”전혀 사양하지 않고 무례한 말을 하는 외할아버지에 강하랑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조금 전까지 마음속으로 외할아버지기 때문에 고민하던 것도 전부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오늘 처음 만난 외할아버지보다 친구이자 더 많은 시간을 보낸 박재인이 더 중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외할아버지의 말은 박재인을 저주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강하랑은 외할아버지라고 부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