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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그날, 이준혁의 삶도 어둠 속에 있었다.

이천수와 문현미가 역사상 가장 심한 싸움을 벌였으니 말이다.

‘바람난 여자’, ‘늙은 변태’, ‘역겨운 여자’ 같은 못된 말들이 서로에게 날아갔다.

평소엔 체면을 중시하는 재벌가 부부가 입 밖에 내기 힘든 말들이었다.

이후 이천수는 문현미를 때렸고 이준혁은 문현미를 보호하다가 이천수에게 주먹을 맞았다.

그는 이러한 가정의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 집을 나와 무작정 차를 타고 남쪽으로 달렸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운전사에게 계속 가라고 했고 결국 문제집을 줍는 윤혜인을 만났다.

미처 그녀를 발견하지 못한 운전사는 하마터면 사고를 낼 뻔하였고 그래서 차에서 내려 윤혜인을 심하게 꾸짖었다.

소녀는 울면서 사과했고 파손된 문제집과 젖은 패딩을 들고 길가로 걸어갔다.

이준혁은 그녀를 똑똑히 보았다. 아이는 맨발이었으며 영하 몇 도의 추운 날씨에 바지도 젖어 있었다.

운전사는 소녀가 너무 불쌍해져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가 윤혜인을 꾸짖었던 것은 혹시 모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가르치려던 것이었다.

차 안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 소녀는 머리를 숙이고 신발을 신었다.

그러고는 운전사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한 후 떠나려 했다.

이준혁이 운전사에게 그녀를 태워 보내주자 했지만 소녀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에요. 젖은 상태라 차에 앉으면 더러워질 거예요.”

그러자 이준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는 아주 깨끗해.”

소녀가 다시 고개를 숙이자 이준혁은 물었다.

“오빠가 나쁜 사람일까 봐 그래?”

윤혜인은 고개를 저었다.

맑은 눈매를 가진 이런 잘생긴 오빠를 그녀는 처음 보았다. 게다가 뭔가 익숙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서인지 윤혜인은 무의식적으로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느꼈다.

하지만 그때, 외할머니의 이웃이 윤혜인을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가려 했다.

윤혜인은 서둘러 인사하고 이웃의 자전거에 올라탔다.

망가져 버린 문제집을 보며 이준혁은 조금 전 강에서 소녀가 눈물을 흘리던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으로 기발한 생각이 든 그는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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