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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윤혜인도 그들의 심리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기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하여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싸워야 했다.

그 소녀들은 윤혜인에게 겁을 먹고 물러났다.

하지만 떠나면서 한 명이 일부러 그녀의 가방을 강에 차서 던지더니 비꼬듯 말했다.

“미안해, 가방이 길을 막아서.”

가방 안에는 조금 전 받은 교재와 지난 학기에 선생님이 준 전 과목 문제집이 있었다.

그 문제집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찮은 것이었지만 윤혜인에게는 매우 소중했다.

당시 문제집 하나가 만 오천 원 정도였다는 것을 그녀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 금액은 그녀의 집에서 한 달 동안 생활할 수 있는 그야말로 큰돈이었다.

학교에서는 모든 학생에게 한 세트를 제공했고 윤혜인은 매년 장학금으로 몇십만 원을 받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그녀가 만 오천 원을 낼 수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학교는 외할머니가 윤혜인의 대학 학비를 위해 모아둔 장학금이 그녀의 삼촌에게 도난당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학교는 그녀에게 잘해줬고 윤혜인은 더 이상 학교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외할머니는 그 돈 때문에 스스로를 탓하며 큰 병을 앓았다.

병이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외할머니는 밖에 나가 다른 사람들이 버린 병을 모아 팔아 돈을 조금씩 모았다.

선생님은 윤혜인이 문제집을 오랫동안 사지 않는 것을 보고 말없이 다른 학생이 사용하지 않는 문제집을 그녀에게 주었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의 것이라 많은 부분이 비어 있었다.

윤혜인은 그 문제집을 가져가 외할머니에게 보여주고 이제는 돈을 모을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려 했다.

내년에 또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이다.

그러나 그 희망이 강에 던져져 버렸다.

다른 사람들이 쉽게 살 수 있는 문제집은 그녀에게는 넘어설 수 없는 걸림돌이 되었다.

윤혜인은 망설이지 않고 바지 자락을 걷어 패딩을 벗고 물에 가방을 찾으러 갔다.

물은 차가웠고 13살의 그녀에게는 그야말로 뼈를 에는 듯한 추위였다.

가방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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