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은 차가운 금욕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고 한구운은 부드럽고 우아한 외모를 지닌 매력이 있었다.예전에는 그가 미소를 지을 때면 따뜻함이 느껴졌지만 지금의 윤혜인은 그 미소를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한구운의 이면은 완전히 미친 사람이었다.윤혜인은 이 사각지대에 CCTV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약간 불안해졌다.하지만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회사 안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으니 괜한 소문 돌지 않게 그쪽 일이나 보세요.”그러자 한구운은 여전히 눈웃음을 지은 채 말했다.“혜인아, 아무도 내 험담을 할 수 없어.”곧이어 윤혜인은 그를 무시하고 옆으로 비켜서 가려고 했다.하지만 한구운은 손을 뻗어 길을 막았고 윤혜인은 깊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에 든 도시락을 던졌다.한구운은 재빠르게 피했다.결국 도시락은 바닥에 떨어졌고 안에 있던 국물이 쏟아져 나왔다.“나한테 손대지 마요!”윤혜인은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고 눈에 띄게 혐오감을 드러냈다.그러자 한구운의 얼굴은 조금 어두워졌다.그는 한 발 더 다가가 윤혜인을 벽에 가두며 말했다.“내가 그렇게 싫어?”윤혜인은 몸을 움츠리며 차갑게 말했다.“준혁 씨가 곧 나를 찾으러 올 거예요.”한구운은 윤혜인이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다시 언급하자 코웃음을 쳤다.“혜인아, 내 성격이 그렇게 좋은 줄 알아?”윤혜인은 그렇게 생각한 적이 없었다.한구운이 얼마나 교활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를 더욱 멀리했다.곧 한구운은 윤혜인의 턱을 들어 올리며 음침하게 말했다.“그때 내가 너랑 잤다면... 이준혁이 이렇게 쉽게 너를 받아들였을까?”그러자 윤혜인은 화가 나서 외쳤다.“한구운 씨, 설마 체면도 다 버리셨어요?”익숙한 호칭에 한구운은 미소를 지었다.이런 말은 원칙을 따르는 사람에게나 효과가 있을 뿐, 그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었다.예의와 도덕 같은 것은 그에게는 없었다.그래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체면이라는 건 권력과 지위가 높으면 누구나 너를 받들게 되어 있으니
한구운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 뒤로 물러서다 벽에 부딪혔다.다음 순간, 남자가 발로 그를 차서 바닥에 넘어뜨리고 무릎으로 그의 목을 눌렀다.이준혁의 눈빛은 차갑게 얼어붙었다.“죽고 싶어?”입가는 이미 다쳐 피가 흐르고 있었고 한구운은 이번 공격으로 반쪽 얼굴이 부어올랐다.얼굴의 상처는 그를 더욱 어두운 인상으로 보이게끔 했다.“형, 그렇게 자신이 없어요? 내가 혜인이랑 한마디 했다고 질투하나 봐? 예전에 내가 혜인이랑 잤다면... 더 못 받아들였겠는데?”한구운은 일부러 천천히 두 사람만 들을 수 있게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한구운은 이준혁이 민감하고 자극에 약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가 두세 마디만 던져도 이준혁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었다.이준혁은 원래 한 대만 때리고 끝내려고 했지만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한구운은 찢어져 피가 나는 입술을 혀로 핥으며 말했다.“역시 오랜 세월 동안 내가 혜인이한테만 빠져 있던 이유가 있었다니까요. 형수 갖고 노는 게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이준혁은 주먹을 들어 한 대 또 한 대 피비린내 나는 공격을 퍼부었다.한구운은 목이 조여진 채 바닥에 누워 손쓸 힘도 없이 얻어맞았다.주변에 구경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졌다.하지만 회사의 높은 상사와 신임 상사가 싸우는 모습에 누구도 감히 말리지 못했다.윤혜인은 누군가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급히 이준혁의 팔을 잡아당겼다.“준혁 씨, 그만해요!”그러나 분이 풀리지 않아 이준혁은 한 대 더 때리고 나서야 한구운의 목을 놔주었다.한구운의 잘생긴 얼굴은 멍투성이가 되어 있었고 윤혜인은 이준혁을 끌어당겼다.“우리 먼저 사무실로 가요.”더 이상 사람들에게 이 광경을 보여줄 수 없었다.윤혜인은 회사 대표로서의 이준혁이 직원들 앞에서 이런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이미 회사 내에서 이준혁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었고 이번 사건은
윤혜인은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려 그 모습이 더욱 안타깝게 보였다.곧 이준혁이 말을 하려 했지만 윤혜인이 끊었다.“준혁 씨...”그녀의 가녀린 목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윤혜인은 한구운을 가리키며 마치 고자질하듯 말했다.“저 사람이 나를 희롱했어요...”그 말에 주변이 술렁거렸고 윤혜인은 이어서 말했다.“준혁 씨한테 국 가져다주러 왔는데 저 사람이 나를 보고 누구 찾으러 왔냐고 물어봤어요. 그래서 준혁 씨를 찾는다고 말했는데도...”윤혜인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숨을 고른 후, 분한 듯이 말했다.“저 사람이 나를 만졌어요!”평소와 다른 윤혜인의 모습에 이준혁은 미간을 찌푸렸다가 이내 풀었다.정말 상처를 받은 것이라면 윤혜인은 이러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이준혁은 아무 말 없이 그녀에게 맞춰주었다.“흑흑흑...”윤혜인은 눈물을 흘리며 이준혁의 어깨를 흔들었다. 너무나 과장된 행동이었다.“내가 준혁 씨 여자친구라고 했는데도 강제로 하려 했고 내가 가져온 국도 엎어버렸어요!”사람들에 눈에는 정말로 바닥에 엎어진 국이 들어왔다.그 순간, 한구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매니저님이 이런 사람이었다고?!’한구운도 윤혜인의 행동에 멍해졌다.잠시 그녀가 무언가에 홀린 게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다.하지만 윤혜인은 여전히 이준혁의 어깨를 흔들며 더욱 드라마틱하게 굴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투정까지 부리며 말이다.“말을 너무 심하게 하는 거 있죠?!”원래 기분이 안 좋던 이준혁은 그 말에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그는 웃음을 참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뭐라고 했는데?”그러자 윤혜인은 울먹이며 말했다.“준혁 씨의 여자는 다 자기 걸로 만들겠다고 했어요. 회사도 뺏겠다고...”그 말에 이준혁은 한구운은 바라보며 피식 코웃음을 쳤다.“꿈도 크네.”곧이어 윤혜인은 손목을 내밀었다.“봐요, 내 손목도 이렇게 빨갛게 만들었어요.”이 말에 이준혁은 차가운 눈빛을 띠고 있었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마사지
사실 조금 화가 나 있었지만, 윤혜인이 자신의 허리를 감싸자 이준혁은 모든 화가 사라졌다.그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앞으로 어떤 상황이든 미리 나에게 알려줘. 문자라도 보내. 회의 중에도 볼 수 있으니까.”만약 윤혜인이 온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사람을 보내서 맞이하게 했을 것이고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그러자 윤혜인은 이준혁의 허리와 배에 머리를 부비며 부드럽게 말했다.“알겠어요.”하지만 이내 이준혁의 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끼자 윤혜인은 급히 그의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그렇게 셔츠를 바지에서 꺼내 두 개의 단추를 풀자, 이준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이준혁은 잘생긴 얼굴에 미소를 띠며 물었다.“뭐, 하게?”“어디 몸이 또 아픈가 해서요.”윤혜인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의사 선생님 말 안 듣더니 이거 봐요. 몸이 많이 무리했잖아요.”“그럼 확인해봐.”그러더니 이준혁은 그녀의 손을 자기 셔츠 속으로 이끌었다.부드러운 손이 단단한 복근에 닿자 윤혜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이내 손을 빼려 했지만 이준혁이 그녀의 손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준혁 씨!”윤혜인은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응?”“지금 어딜 만지게 하는 거예요...”윤혜인은 귀까지 빨개지며 화가 난 듯 말했다.그러자 이준혁의 검은 눈동자가 더욱 어두워졌다.“네가 확인해보겠다고 했잖아?”“다친 곳은 위쪽인데, 왜 아래로...”이준혁은 그녀가 귀가 빨개진 것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단추를 풀고 확인한다면서? 난 네가 원한다고 생각했지.”=“누, 누가 원했다고 그래요?!”그러자 미소를 지으며 이준혁은 긴 다리를 벌려 책상에 손을 얹고는 윤혜인을 품 안에 가둔 후 속삭이듯 말했다.“그래서 내가 물었잖아. 하겠냐고.”‘아... 그 말이었어?’윤혜인은 가까운 거리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며 이준혁의 눈마저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그의 가슴을 밀었다.“자중해요. 여기 회사잖아요.”“이게 자중하지 않은 거야?”이준혁은
입으로 가벼운 신음을 뱉으며 윤혜인은 머릿속이 몽롱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잊어버렸다.그녀가 부르지 않자 이준혁은 더 장난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그래서 길게 뻗은 혀로 윤혜인의 귓가를 핥으며 뜨거운 혀끝으로 작고 예민한 귀 안쪽까지 가볍게 건드렸다.이 모습과 함께 이준혁의 아름답고 금욕적인 얼굴이 어우러져 어딘지 모르게 관능적인 분위기가 풍겼다.윤혜인은 피부가 촉촉해지고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긴장감에 몸을 떨었다.“이준혁 씨...”“준혁 씨...”“여보...”마지막에 그녀는 부드럽고 힘없는 목소리로 마치 울먹이는 듯한 소리를 냈다.자기가 듣고 싶었던 호칭을 끝내 듣게 되자 이준혁은 미소를 지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긴장하지 마,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야.”말은 이렇게 했지만 지금은 대낮이었다.커튼이 닫힌 후, 사무실의 조명은 자동으로 켜졌다.이렇게 밝은 조명 아래에서 키스와 애무를 당하는 것은 윤혜인을 부끄럽게 만들었다.몸이 점점 더 뜨겁게 달아오르자 윤혜인은 마치 병에라도 걸린 듯했다.“읍... 하지 말아요...”그녀는 불편한 듯 턱을 들고 매끈한 목선을 드러내며 울먹였다.“하지 마요... 너무 힘들어요...”윤혜인은 이 느낌을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이준혁이 너무 능숙하다고 느껴질 뿐이었다.영혼이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기절할 것 같이 보이는 모습과 은은하게 빨개진 피부가 아주 매혹적으로 보였다.그런 윤혜인이 사랑스러워 미치겠지만 이준혁은 여전히 그녀의 이중적인 마음을 벌하고 싶었다.이러한 일에 있어 여자는 항상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곧이곧대로 말하기 부끄러워하는 법이다.쉽게 쾌감을 느끼기도 어렵고 말이다.곧 이준혁은 그녀의 귓볼을 가볍게 뱉으며 낮게 말했다.“여보, 여기서 멈춰줬으면 좋겠어?”윤혜인은 거의 울 지경이었다.‘멈춘다고? 여기까지 와 놓고는... 너무해.’그러나 이준혁은 반드시 윤혜인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하게 하고 싶었다.그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거
“준혁 씨...”윤혜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준혁은 그녀의 입술에 진하게 키스했다.“웁...”그녀는 가벼운 신음소리를 내며 두 손으로 이준혁의 셔츠를 꽉 잡았다.이준혁은 윤혜인의 가녀린 신음소리에 자극을 받아 숨이 거칠어졌다.그는 그녀의 턱을 단단히 잡아 입을 벌리게 했고 자신의 혀를 윤혜인의 입안으로 밀어 넣으며 달콤한 입맞춤을 나눴다.시야가 차단된 상태에서 윤혜인은 숨쉬기조차 어려워졌다.희미한 어둠 속에서 그녀의 감각은 훨씬 예민해졌는데 단순한 키스조차도 더 강렬하게 느껴졌다.이준혁은 그녀의 엉덩이를 감싸고 더욱 진한 키스를 이어갔다.넓고 밝은 사무실에서 들리는 것은 오직 그들의 입맞춤 소리뿐이었다.윤혜인은 오늘 회사에서 바로 온 탓에 흰 셔츠와 타이트한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어느새 셔츠 단추는 언제 풀렸는지 모르게 풀려 있고 스커트도 허벅지까지 올라갔다.윤혜인의 매혹적인 모습에 이준혁의 몸은 더욱 뜨거워졌다.이준혁은 그녀를 끌어안고 손을 뒤로 뻗어 셔츠 안으로 손을 넣었다.“딱!”속옷 끈이 피부에 스치며 소리가 났다.깜짝 놀란 윤혜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가 속옷을 풀고 있는 것이었다.보이지는 않았지만 뜨거운 손가락이 피부 위를 스치는 느낌이 선명하게 전해졌다.얼굴이 뜨거워지며 윤혜인은 당황한 채로 그를 밀었다.“준혁 씨... 여긴 사무실이에요. 안 돼요... 테이블은 업무 용인데...”당황한 그녀가 주저리주저리 말했다.이곳은 이준혁이 매일 일하는 책상이었다.‘만약 여기서 그걸 한다면... 앞으로 이 책상을 어떻게 그냥 볼 수 있겠어?’하지만 이준혁은 윤혜인의 입술을 깨물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나쁘지 않잖아. 매일 이 책상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질 거야.”그는 이곳이 자신의 영역이기 때문에 더욱 윤혜인을 탐하고 싶었다.그러나 윤혜인은 너무 자극적이라고 생각하며 긴장했다.“따르릉.”사무실의 내선 전화가 갑자기 울렸고 놀란 윤혜인은 몸이 경직되었다.그녀가 긴장해 한다는 것을 알고 이준혁은
이준혁은 그녀의 치마를 살짝 올리며 차분하게 말했다.“아무 일도 아니야.”성준은 농담을 멈추지 않고 익살스럽게 말했다.“내가 고양이 소리를 들었나? 대낮에 문 닫고 고양이를 키우나 봐?”윤혜인의 얼굴은 더욱 뜨거워졌다. 그녀는 옷이 흐트러지고 입술이 붉어졌지만 움직이지 못했다.게다가 이준혁의 뜨거운 손길이 여전히 그녀를 자극하고 있었다.이준혁은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그 검은 눈동자를 반짝였다.“왜, 불만 있어?”“불만은 없어, 나도 급하지 않아.”성준은 농담을 이어갔다.“친구로서 배려하는 거지, 한 시간 줄게, 어때?”“응.”이준혁이 평온하게 대답하자 성준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정말 자제력이 대단하네.”이준혁은 거의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자극받은 윤혜인의 모습을 보며 전화를 끊었다.그 후,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귀를 핥으며 속삭였다.“자기야, 좋으면 소리 내.”윤혜인의 목덜미에는 얇게 땀이 맺혔다.힘들게 참아내며 그녀는 이준혁을 꽉 안고 말했다.“준혁 씨... 읍...”“그래, 우리 안으로 들어가자.”책상이 너무 딱딱할까 봐 이준혁은 그녀를 침실의 큰 침대 위로 안아 올렸다.지금 윤혜인은 속옷까지 다 벗겨진 상태였다.전화 통화 중에 이미 다 벗겨진 것이었는데 지금 이준혁의 눈에 그녀는 매혹적인 디저트처럼 보였다.점점 더 깊이 이 분위기에 빠져들며 이준혁은 그녀에게 말했다.“긴장하지 마, 여보... 널 물지 말고 날 물어...”윤혜인은 할 말을 잃었다.모든 일이 끝난 후, 두 사람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윤혜인은 너무 지쳐서 움직이기도 싫었는지라 이준혁이 그녀를 안고 세심하게 씻겨주었다.얼굴은 붉어지고 몸은 힘없이 축 처진 채 윤혜인이 말했다.“그만해요, 인제 그만...”그러자 이준혁이 어두워진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깨끗이 씻고 나면 약 안 먹어도 돼.”‘이건 씻기는 게 아니라 유혹인데...’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윤혜인은 말을 잇지 못했다.이준혁은 그녀의 턱을 잡고 부드럽고 깊은
윤혜인은 귀가 뜨거워지며 고개를 저었다.“이제 그만해요."몸이 아직도 피곤한 상태였다.남자들이 다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이준혁은 다양한 방법을 알고 있었다.가끔은 괜찮지만 너무 자주 하다 보면 그녀는 버틸 수 없었다.예전에도 이준혁은 윤혜인이 까다롭다고 말하며 항상 그녀를 ‘달래준’ 해준 후에야 시작했다.“오래 하지 않을게.”이준혁은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오늘 밤에 올 거야?”조금 전 그녀를 ‘달래주느라’ 거의 시간을 다 보낸 탓에 제대로 시작도 못 했고, 그래서 이준혁은 아쉬움이 남았다.하지만 윤혜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오늘 밤은 아름이랑 함께 있어야 해요.”“그럼 내가 별장으로 갈게.”이준혁은 자신이 찾아가는 걸 개의치 않았다.“안 돼요.”윤혜인은 조금 겁이 났다.또다시 그에게 괴롭힘을 당할까 봐서 말이다.그러나 이내 이준혁의 실망한 표정을 보고 윤혜인은 마음이 아팠다.조금 전 그가 자신에게 최고의 경험을 주기 위해 얼마나 참았을지 생각해 보니, 윤혜인은 이러는 것이 조금 지나친 것 같았다.“내일 밤에요.”이준혁을 바라보자 윤혜인은 얼굴이 붉어졌다.“내일 밤에 별장에 와요. 아름이한테 준혁 씨를 정식으로 소개하고 싶어요.”그러자 순간 이준혁의 눈빛이 밝아지며 숨조차 고르지 못했다.“정말?”“네, 아름이도 자신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이전에 아름이는 이준혁을 ‘대디'라고 부를 때 언제나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그녀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표정을 지으면 아름이는 순순히 ‘삼촌'이라고 불렀다.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윤혜인은 마음이 아프고 서글펐다.아름이는 이준혁을 정말 아빠라고 불러도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그녀는 진실을 말하기로 결심했다.갑자기 이준혁은 목이 멘 채로 윤혜인을 꽉 안았다.“고마워... 정말 고마워, 여보.”이준혁은 그녀를 존중했고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이 일을 수백 번은 생각했을 것이다.“난 좋은 아빠가 될 거야. 너희
“됐어. 민아 너는 얼른 가. 좋은 시간 방해하지 말고.”방민기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단추를 마구 풀어제끼기 시작했다.방민아는 바닥에 널브러진 채 정신이 몽롱해서도 억지로 버티는 여자를 보며 시선을 아래로 축 늘어트리더니 이렇게 말했다.“그래. 즐거운 시간 보내고, 재밌게 놀아.”방민아는 이 말만 남기고 문을 닫고 나갔다. 옷을 입었을 땐 몰랐는데 윗옷을 벗으니 가려졌던 뽀얀 속살과 볼록한 배가 드러났다. 딱 봐도 운동한 적이 별로 없는, 향락에만 빠져있는 몸 같았다.방민기가 앞으로 다가가 소원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더니 흐트러졌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얼굴을 보며 음침하게 웃었다.“우리 예쁜이, 재밌는 놀이 좀 해볼까?”소원은 머리가 윙 했고 의식이 끊겼다 이어지는 게 너무 흐리멍덩해서 방민기가 무슨 수작을 부리는지 보지 못한 채 허약한 목소리로 물었다.“뭐, 뭐 하는 거예요?”소원은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챘고 유진을 죽여버리겠다던 그 여자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아니, 절대 안 되지. 누구든 유진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못하게 할 거야.’바닥에서 깨진 유리 조각을 주어 손에 꽉 움켜쥔 소원은 피와 고통으로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려 했다. 방민기가 쓰레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여기서 정신을 잃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민기는 약을 탄 음료수를 소원의 턱을 잡고 억지로 먹이더니 이렇게 말했다.“마셔. 이거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조금 있다 재밌는 구경 좀 시켜줘.”방민기도 직접 즐기고 싶었지만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이 여자를 가지고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도 아무 반응이 없는데 놀려고 해도 놀 수가 없었다.소원이 얌전하게 협조할 리가 없었기에 일단 얌전해지게 하려면 ‘뽕’을 먹일 수밖에 없었다. 손을 든 소원이 음료수를 엎지르려는데 이를 눈치챈 방민기가 소원의 손을 잡고 뒤로 꺾는 바람에 손에 힘이 풀려 잡고 있던 유리 조각마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방민기가 대수롭지 않
방민아는 가벼운 말투로 비웃었다.“어쨌든 오빠는 경한 씨의 매형인데 그 사람이 이런 하찮은 여자 때문에 오빠를 곤란하게 하겠어?”방민기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네 말이 맞아. 내가 육 대표님의 매형이니 그분이 날 곤란하게 하면 네가 책임지고 해결해야겠지.”하지만 방민기는 방민아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예전에도 소원 때문에 육경한이 사람을 보내 자신을 협박했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그로 인해 몸에 문제가 생겼던 방민기는 아무리 육경한 측에서 부정한다고 해도 분명히 그의 짓이라고 확신했다.다른 누가 그런 일을 벌였을 리 없었다.그저 소원을 두어 마디 농담 삼아 희롱했을 뿐인데 육경한이 미친 듯이 사람을 보내 협박한 것이다.만약 이번에 소원을 건드린다면 그 결과가 얼마나 끔찍할지 상상도 하기 싫었다.‘그 남자는 진짜 건드려선 안 돼. 이건 내가 겁이 많아서가 아니야.’방민기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육경한 같은 사람은 군중 속에서도 한눈에 돋보이는 사람이었다.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오랜 배고픔에 시달린 늑대처럼 사람을 단숨에 집어삼킬 것 같은 위협감을 주었다.방민아는 비웃으며 말했다.“오빠, 겁쟁이라더니 진짜로 겁먹었네. 이 여자가 뭔데? 경한 씨가 놀다 버린 여자잖아. 오빠가 진지하게 볼 가치가 있어?”그녀의 말은 경멸로 가득 차 있었다.육경한이 이 여자를 버렸다는 사실에 방민아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그저 소원에게 모든 분노를 쏟아내고 싶을 뿐이었다.그녀는 계속해서 생각했다.‘다 이 여자 때문이야. 이 여자가 없었다면 경한 씨가 아이에 대한 혐오감을 갖지 않았을 거야. 아니면 왜 아이를 싫어해서 정관수술까지 받겠어?’점점 이런 생각에 방민아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곧 방민기가 천천히 말했다.“민아야, 오늘 네가 한 말 기억해둘 거야. 혹시 무슨 문제가 생기면 아버지께 네 계획이라고 보고할 거야. 내 비서가 다 듣고 있으니까 발뺌하지 마.”방민아는 방민기의 지나친 신중함에 화가 치밀었다.“오빠, 왜 그
소원은 비록 초췌하고 기진맥진했지만 강한 의지로 벽에 기대며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방민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확신에 찬 웃음을 지었다.“보아하니 겁먹은 모양이구나? 아니, 겁먹었을 뿐 아니라 내가 네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믿고 있는 것 같아.”소원의 평온한 말투는 방민아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조금씩 무너지던 심리적 방어벽을 드러내게 했다.‘그럴 리 없어. 절대 그럴 리 없어.’방민아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소원은 그저 허세를 부리는 거라고, 자신을 겁주려는 것뿐이라고.그녀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경한 씨가 저런 여자를 받아들일 리 없어. 다른 남자를 마음에 두고 결혼식에서 난동을 부린 여자를 원한다고? 그렇게 자존심 강한 사람이 그런 수치를 감수할 리 없잖아.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방민아는 마음을 다잡고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 속이려고 하지 마. 너 같은 게 그럴 힘이 어디 있겠어.”그러자 소원도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내가 허세를 부리는지 아닌지, 네가 더 잘 알지 않나? 내게 그 힘이 있는지 없는지도 네가 더 잘 알 거야.”방민아는 여전히 믿지 않았다.그녀의 눈에 육경한은 마치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 사람이 소원 같은 여자에게 계속해서 모욕당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곧 방민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원의 손을 힐 신은 발로 짓밟으며 꾹 눌렀다.소원은 손끝에 힘을 줄 수조차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웠다.“소원, 내가 너를 위해 선물 하나 준비했는데, 알아?”고통에 찡그린 얼굴로 소원이 자신을 쳐다보자 방민아는 비웃으며 말했다.“내 오빠가 널 좀 갖고 놀고 싶다더라. 잘 해줘 봐. 오빠 기분만 잘 맞춰주면 네 아들 죽기 전에 한 번쯤 볼 수 있게 해줄게. 어때?”소원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방민아의 이복오빠, 방민기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도 알고 있었다.방민기는 몇 년 전 일이 터진 뒤로 몸이 망가져 본래의 기능을 잃었지만 그럴수록 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타인을 괴롭히는 쪽으로 빠져
방민아의 눈빛에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너무 오래 억눌린 감정이, 희망이 무너지고 절망으로 변하면서 그녀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방민아는 소리쳤다.“그런 사생아는 세상에 나와선 안 됐어! 가장 큰 잘못은 네 뱃속에서 태어난 거야!”이어 소원의 귀에 대고 하나하나 똑똑히 말했다.“소원, 모든 건 네 잘못이야!”이 순간 육연주는 이미 술에 취해 방민아의 또 다른 면모를 알아챌 여유조차 없었다.그녀의 눈엔 오직 소원만 보였고 그저 소원을 미친 듯이 괴롭히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방민아!”갑자기 소원이 머리에 씌워진 쓰레기봉투를 확 벗어던졌는데 눈은 피로 물든 듯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네가 모든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유진이 건들 생각도 하지 마!”거의 고함치듯 외쳤다.그 말을 듣고 놀란 방민아는 자기도 모르게 술병을 집어 들어 소원의 머리에 세게 내리쳤다.그 순간 소원의 이마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며 얼굴 위에 핏빛 꽃처럼 퍼졌다.핏자국과 함께 소원의 초췌한 모습은 더욱 처절하면서도 기묘하게 아름다워 보였다.방민아는 손에 든 술병을 천천히 소원의 얼굴에 대고 내렸다. 병 끝이 그녀의 얼굴을 이리저리 찌르며 고통을 가했다.소원은 얼굴이 분명 엉망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이미 오래전부터 지쳐 있던 소원은 더는 저항할 힘이 없었고 바닥에 무기력하게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이 모습을 본 방민아는 기고만장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소원, 네가 날 벌하겠다고? 대체 어떻게? 부모도 죽었고 권력도 없고 배경도 없잖아. 돈이 좀 있겠지. 하지만 네 돈이 우리 방씨, 육씨 가문의 재산보다 많을 것 같아? 네가 날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하네.”소원은 천천히 말했다.“궁금해?”방민아는 코웃음을 쳤다.“흥미 없어. 너 같은 건 내 눈에 그냥 개미야. 잡아 죽이거나 살려두거나 그건 내 마음이지. 네가 감히 뭘 어쩌겠어?”그녀는 입꼬리를 비틀며 덧붙였다.“내가 경한 씨랑 결혼한 후엔 더 봐줄
육연주는 정말로 소원을 죽이고 싶어 했다.손바닥으로 바닥을 짚은 채 소원은 머리에 씌워진 쓰레기봉투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았다.손바닥에 힘을 실어 머리 주변에 약간의 공간을 만들며 숨을 고르려고 애썼다.그 와중에 방민아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소원은 속으로 방민아가 나서기를 기다렸다. 그녀가 직접 나서서 분노를 폭발시키고 자신을 때릴 것을 기대했다.하지만 방민아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소원은 실망스러웠다. 방민아가 나서지 않는다면 오늘 이 모든 고통이 헛된 일이 되어버릴 터였다.다행히 소원은 방민아를 전혀 신뢰하지 않았고 두 가지 대비책을 준비했다. 바로 이 방에서 벌어진 일을 몰래 촬영하는 것이었다.방민아보다 소원은 이곳이 더 익숙했고 카메라를 눈에 띄지 않게 숨길 방법도 알고 있었다.방민아가 한 번이라도 직접 손을 댄다면 그걸 증거로 삼아 이 여자가 아이를 키울 자격이 없다는 걸 증명할 계획이었다.그러던 중 소원은 희미하게 핸드폰이 진동하는 소리를 들었다.방민아가 일어나 방을 나가 전화를 받으러 간 모양이었다.겨우 2분 정도가 지났을까, 그녀는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날카로운 하이힐 소리가 바닥을 울리며 들려오는데 그 소리가 왠지 섬뜩하게 느껴졌다.방민아는 소원에게 다가오더니 발끝으로 그녀의 손을 세게 짓밟으며 말했다.“소원 씨, 왜 안 죽어요?”그녀의 목소리엔 증오가 가득 담겨 있었다.소원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조금 전까지도 여유롭게 보고만 있더니 왜 전화를 받은 뒤에 갑자기 이렇게 분노에 찬 모습이 된 거지? 대체 무슨 말을 들은 거야?’사실 방민아는 병원에 있는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그 내용은 육경한이 정관수술을 예약했다는 것이었다.정관수술이라는 말에 그녀는 분노로 얼굴이 일그러졌다.‘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왜 정관수술을 하기로 결심한 거야? 그럼 난 이제 평생 경한 씨의 아이를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르잖아.’만약 아이로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면 육경한이 곧 자신에
육연주는 다짜고짜 소원의 머리채를 붙잡아 탁자 위로 내리눌렀다.힘껏 눌러대며 외쳤다.“오늘 반드시 내가 그날 느낀 굴욕과 분노를 똑같이 느끼게 해줄 거야!”하지만 소원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이 정도의 고통쯤은 감내할 수 있었다.그녀는 그저 조용히 방민아를 바라보며 말했다.“방민아 씨, 약속은 지키셔야죠. 우리가 한 대로 이행해주세요.”방민아는 그녀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다.“물론이죠. 전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니까요. 내가 한 말은 꼭 지킵니다.”말은 이렇게 했지만 그녀는 자기 이름이 거론될 일을 피하려고 애써 돌려서 말했다.소원은 방민아가 무슨 꾀를 부리든 상관하지 않았다. 약속만 지켜준다면 그걸로 충분했다.그렇지 않다면 육연주가 이렇게 자신을 괴롭히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었다.육연주는 샴페인과 맥주를 들고 소원의 머리 위로 들이부었다.그러고는 미친 듯이 웃으며 외쳤다.“술 좋아한다며? 아니어도 괜찮아. 내가 좋아하게 만들어 줄 테니 잘 마셔 봐!”알코올이 따갑게 소원의 머리와 얼굴을 적셨다.소원은 눈을 꼭 감고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육연주는 더욱 흥분하며 소원의 뺨을 두 차례나 세게 때렸다. 그래도 모자랐는지 술병을 집어 들어 그녀의 머리를 내리치려고까지 했다.그 순간, 방민아가 육연주의 손목을 꽉 잡아 멈췄다.“연주야, 내가 뭐라고 했어? 겉으로 티 나는 상처는 안 된다고 했잖아. 그러면 너한테도 안 좋아.”그들의 관심은 소원의 안전이 아니라 자신들의 재벌가 자제 이미지가 더러워질까 하는 것이었다.그렇게 육연주는 힘없이 손을 풀었고 술병은 바닥으로 떨어져 몇 번 굴러갔다.방민아는 처음부터 이렇게 경고했다. 목숨을 앗아가선 안 되고 모욕하고 짓밟는 건 가능하지만 눈에 띄는 외상은 절대 안 된다고.처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하지만 육연주는 분을 참을 수 없었다. 지금 당장 소원을 죽이고 싶을 정도였다.그날 결혼식에서 소원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꼴이 됐는지, 모든 사람들에
“네, 괜찮아질 거예요...”잠시 충전한 덕에 상태가 많이 나아진 소원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언니, 이제 가서 일 봐요. 저도 제 일하러 갈게요.”“응.”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 갈 길을 갔다.소원은 방민아가 말한 그 방으로 향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방민아가 있는 게 보였다.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고 옆에 육연주가 함께 앉아 있었다.소원은 무표정하게 다가가 물었다.“방민아 씨, 제가 뭘 하면 되죠?”방민아는 입술을 가리며 웃었다.“무슨 일이 있어서 그쪽을 부른 게 아니에요. 연주가 보고 싶다고 해서요.”소원은 육연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이미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갑자기 육연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손을 들어 소원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며칠 못 봤더니 눈이 멀었나 봐? 나 못 봤어?”소원의 얼굴은 한쪽으로 젖혀졌고 귀가 웅웅거릴 정도로 아팠다.이 뺨 한 대를 때리기 위해 육연주는 며칠 동안이나 참아왔던 것이다.지난번 그녀가 결혼식에 난동을 부렸을 때 이미 목이라도 졸라 죽이고 싶었다. 당시 육경한이 제때 도착하지 않았다면 소원은 이미 서씨 가문 사람들에게 반쯤 죽도록 맞았을 것이다.그런데 육경한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사람이었다.소문에 따르면 그는 소원을 구하기 위해 북쪽으로 갔다고 했다. 북쪽 사람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다 아는 사실이었다.그들은 칼날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고 육연주와 같은 재벌 2세는 그들에게 단지 걸어 다니는 금고와 같았다.그런 사람들을 적으로 돌린 육경한이 앞으로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북쪽 사람들은 원한을 잊지 않고 반드시 갚는다고 소문이 자자했기 때문이다.결혼식 후, 육연주는 소원을 제대로 혼내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소원이 육경한의 사람들에게 데려가져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그녀는 부모도 두렵지 않고 세상 무엇도 겁내지 않았지만 육경한만큼은 무서웠다.육경한은 냉혹하게 행동할 때 진정으로 냉혹했으며 혈연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다행히 방민아가
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괜찮아요. 사실 크게 다친 것도 없었고요.”그러나 사실 그녀의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육경한만큼 심하게 다친 것은 아니었지만 당시 그녀도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심각한 일을 겪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숙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 작은 선의의 거짓말을 한 것이다.영숙은 소원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그녀의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래도 여기 왜 온 건지 말해봐. 지금 상태로는 아무리 봐도 좀 더 쉬어야 하는 거 같은데?”“오늘은 일이 있어서 왔어요. 제가 아는 단골 손님이 요청해서요.”소원이 답했다.“단골 손님?”영숙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누군데?”소원은 이곳에서 일한 지 오래되지 않았고 그녀의 손님은 대부분 영숙이 직접 배정해준 사람들이었다.때문에 소원이 말하는 ‘단골 손님’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영숙은 알 수 없었다.영숙의 걱정은 진심이었다.소원은 왜 영숙이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없었지만 영숙이 굳이 말하지 않는 걸 보면 이유가 있겠거니 했다.하지만 소원은 이번 일의 진실을 영숙에게 말할 수 없었다.방민아가 오늘 밤 일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밖에 흘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이를 어기면 아이를 만나게 해주지 않을 거라고 경고했었다.“괜찮아요, 언니. 정말 아는 손님이라니까요.”소원은 모호하게 대답하며 상황을 넘기려 했다.그러자 영숙은 ‘그래’라고 짧게 대답하며 비웃듯 말했다.“넌 이제 네 멋대로 하는구나. 내가 상관할 수 없겠네.”소원은 피식 웃었다.“그럴 리가요. 언니가 저를 이 일로 이끌어주셨잖아요. 하루라도 스승이면 영원히 스승인데 제가 언제 영숙 언니 말 안 들은 적 있나요?”이 말을 듣고 영숙은 웃음을 터뜨렸다.“예전에 이렇게 말재간이 좋은 애인 줄 몰랐네.”“스승이니 뭐니 하지 마. 내 밑에 평생 있을 생각은 아니겠지? 조금 안정되면 얼른 나가.”사실 영숙은 방민아와 관련된 일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래서 그는 방민아가 나중에 유진이에게 잘못된 행동을 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유진이에게 어떤 일이 생긴다면 방민아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이다. 이런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은 그녀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 믿었다.“필요 없어. 임 교수님에게 빨리 수술 일정 잡아달라고 해줘.”육경한이 결혼을 위해 결단을 내린 건 아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이 속임수에 휘말려 또 다른 아이를 가지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그는 다른 사람이 낳지 않은 아이를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소종이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육경한은 단 한 번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는 이미 그의 마음이 완전히 굳었다는 것을 의미했다.육경한이 결정한 일은 아무도 바꿀 수 없었다.다만 소종은 이런 상황을 좀처럼 받아들일 수 없었다.재산이 그다지 많지 않은 소종조차도 대를 이을 아이를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고 성별을 떠나 건강한 아이 하나는 꼭 낳고 싶었다.어쩌면 대를 잇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자신이 세상을 살다 갔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은 것일지도 몰랐다.하지만 육경한의 방식은 너무 위험해 보였다.그럼에도 소종은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를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곧이어 전화를 걸기 위해 소종이 막 나가려다가 육경한이 불러 세웠다.“잠깐.”“무슨 일이세요?”육경한은 말했다.“이 소식을 민아 씨에게 알려.”소종은 잠시 멍해졌다.‘정관 수술 한다는 걸 예비 신부에게 알리라고? 이건 결혼하기 전에 도망가라고 부추기는 일 아닌가?’그러나 육경한의 목적은 방민아를 시험해보기 위함이었다.이전에 결혼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는 평생 아이를 낳지 않을 거라 말했고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방민아더러 함께하자고 했다.그러자 방민아는 주저 없이 동의했다.육경한이 방민아에게 난관 수술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은 건 이것이 신체에 손상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결혼을 약속한 상대라면 충분한 존중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스스로 수술을 받기로 한 것이었다.이번에 소종을 통해 이 소식을 흘린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