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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작가: 이한나
주훈은 네 개의 큰 박스를 이준혁의 사무실로 옮겼다. 그의 의아한 시선을 마주하자 주훈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혜인 씨 쪽에 두고 가신 물건들이에요. 오늘 퀵 서비스로 보내셨습니다.”

“응. 안에 넣어 둬.”

이준혁은 손에 든 서류를 내려다보며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하루의 업무가 끝나고 도시의 네온사인이 켜지면서 밤하늘이 화려하고 매혹적으로 변했다. 회사 사람들은 거의 모두 퇴근한 상태였다.

이준혁은 조용히 휴게실로 들어가 박스를 하나하나 열었다.

그 안에는 생활용품, 옷, 신발 등이 종류별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잘 정돈된 물건들을 하나하나 만지자 그 위에 아직도 윤혜인의 손길이 남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준혁은 그녀가 이 물건들을 하나하나 정리할 때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예전처럼, 그가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다음 날 입을 다림질된 옷이 방에 걸려 있던 것이 떠올랐다.

갑작스레 마음이 아파오자 이준혁은 긴 손가락으로 깔끔하게 다려진 옷을 단단히 움켜잡았다.

결국 그는 옷에 주름을 남기고 말았다.

그러자 이준혁은 얇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소리 없이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은 쓰라렸지만 어지러워진 옷은 오히려 눈에 더 익숙해졌다.

이것이야말로 그의 인생이었다. 결코 평탄할 리 없는.

...

윤혜인의 일상은 다시 자리를 잡았고 매일 바쁘게 보내며 다른 생각을 할 틈도 없이 더욱 충실하게 지냈다.

점심시간에 그녀는 구지윤에게 고객 관련 사항을 물어보러 갔다. 사무실에 들어가자 구지윤이 집중해서 컴퓨터를 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서 낯익은 이름이 들렸다.

“원지민 씨, 최근에 자주 이선 그룹에 출입하시던데 혹시 이준혁 대표님과의 좋은 소식이 곧 있을까요?”

화면을 본 윤혜인의 눈에는 베이지색 코트에 헐렁한 원피스를 입은, 배가 상당히 부른 원지민의 모습이 들어왔다.

구지윤은 윤혜인이 들어오자 당황한 나머지 급히 웹페이지를 닫으려고 했지만 실수로 화면을 전체로 키워버렸다.

화면 속 원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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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경한은 소원이라는 독에 중독되어 이미 구제 불능의 상태였다.게다가 무곡산의 일은 소원이 그에게 아무 사랑이 없다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어쩌면 생사가 달린 일이라도 다시 육경한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소원의 눈빛은 이미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해줬고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알려줬다.육경한은 처음으로 삶에 대한 절망감을 처절하게 느꼈다. 그래서 소원에게 자유를 돌려주고 싶었는데 하느님은 장난이라도 치는 듯 아이를 선물해 줬다.육경한은 소원의 변호사에게도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사진이 없었다면 아마 평생 알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진실을 알게 된 순간 죽어있던 심장이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형용할 수 없는 뜨거움이 마음 깊은 곳에서 밀려왔고 어쩌면 이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기쁨 뒤에는 늘 그렇듯 두려움이 찾아온다.육경한은 아이를 놓칠까 봐 두려웠고 그 아이가 유진과 같은 고통을 겪을까 봐 무서웠다. 그는 너무나 많은 것을 두려워했다.손에 넣기도 전에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그를 고통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소원이 죽었다고 생각하던 그때의 경험한 두려움이 다시 나타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가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숨겨져 있었다.육경한은 간절히 기도했다.‘소원아, 제발 잔인한 선택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한테 기회를 줘. 나한테도...’저녁.퇴근한 육경한은 소원이네 집 아래에 머물며 위층에 켜져 있는 불빛을 오랫동안 바라봤다.밤새 잠을 못 잤고 낮에 눈을 붙였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피곤했다.3일 연속으로 육경한은 감시를 붙여놓은 사람을 찾아와 교대했다. 지금껏 보고받은 행적을 보면 지난 3일 동안 소원은 유난히 조용했고 누굴 만나기는커녕 외출조차 하지 않았다.아무도 모르겠지만 지난 3일간의 육경한의 삶은 그저 고문이었다. 마치 칼이 머리 위에 걸려있는 듯 언제 떨어져 죽을지 몰랐고 매 순간 목숨을 걸고 답을 기다리고 있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6화

    생각할 것도 없다. 소원은 아이를 낳고 싶지 않으니까..하지만 육경한이 제안한 조건은 너무 유혹적이었다.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진을 만날 수도 있고 아이와 함께 살 수도 있다.거절하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조건을 생각해 보면 삼킬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어길 일은 절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아이를 안전하게 낳을 수만 있다면 임신 중에 자유롭게 행동해도 좋아. 내가 한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인 건 알지? 네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해줄 수 있지만...”육경한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아이를 지우겠다고 고집한다면 우리에게 협상의 여지는 없어. 너도 알다시피 소송을 진행하면 아이랑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이 줄어들 거야.”소원은 마음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육경한은 그의 스타일대로 이런 결정을 내렸고 의외는 아니었다.“육경한, 아이를 꼭 낳으라고 하는 이유는 뭐야?”육경한은 그녀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랑 나 사이의 아이니까.”이 정도면 충분했다. 자신이 뭘 원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육경한이 이번에는 명확하게 의견을 표현했으니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그는 임신한 소원의 곁을 지키고 싶었다. 이러면 예전에 유진을 임신했을 때 그녀의 곁을 지키지 못한 아쉬움이 달래질 것만 같았다.그러니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꼭 이 아이를 지키고 싶었다.자리에서 일어난 소원은 피곤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생각해 보고 연락할게.”그 말에 조금이나마 안도감이 밀려왔지만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었다.“황 비서가 데려다 줄거야.”육경한은 소원이 자기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아무리 걱정되어도 직접 배웅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매 순간 그녀와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은 변함없었다.물론 거절한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지금 이 순간 소원은 혼자 있고 싶었다.“괜찮아. 혼자 가면 돼.”육경한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결국 강요하지 않고 그녀의 뜻을 따랐다.“그래.”소원이 문에 다다르자 육경한도 그녀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5화

    “육경한, 네가 무슨 자격으로 안 된다고 하는 거야? 잘 들어, 난 반드시 아이를 지울 거야. 날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24시간 동안 잠도 안 자고 날 감시할 수 있어? 내가 화장실에 갈 때는 어떻게 할 건데? 난 아이를 지울 방법이 백 가지나 있어. 아이로 날 통제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소원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제발 현실을 직시해. 아이를 낳으라고? 네가 내 아이의 아빠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육경한은 얼굴에 붉은 손바닥 자국이 있었지만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매우 차분했다.“소원아, 네가 내 곁을 떠나고 싶은 건 알지만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이혼하지 않을 거야. 이혼하고 나서도 유진을 보고 싶으면 뱃속에 있는 아이를 낳으면 돼.”차분한 표정과 달리 육경한의 마음속에는 이미 거센 파도가 일었다.원래는 정말 놓아주려고 했다. 이준혁의 말대로 사랑하는 감정이 남아있지 않는 여자를 억지로 묶어두는 건 두 사람에게 모두 상처가 되니까.아이를 위해서라도 이런 충동적인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하지만... 소원이 아이를 임신한 이상 절대 지우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육경한은 알고 있다. 이 아이가 그들의 관계를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소원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꿈 깨라고.”다만 절대로 이 아이를 낳지 않을 거란 확신은 변함없었다.육경한은 더 이상 다투지 않고 비서에게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시켰다.“흥분하지 말고 진정해. 일단 이것 좀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아.”소원은 위에 적힌 조항을 주의 깊게 읽어봤다.아이를 낳으면 두 사람은 혼인 관계를 끊을 수 있다. 그 후에도 양측 모두 아이를 만날 수 있으며 누구랑 함께 살지는 아이의 결정에 맡긴다고 되어 있었다.생각해 보면 꽤 괜찮은 조건이다. 육경한은 강제로 아이를 데려가는 것이 아닌 함께 키우는 것을 택했다.그러나 상대는 교활함이 몸에 배인 육경한이니 소원은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왜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거지? 협박하려고 이러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4화

    이건 소원에 대한 시험이다. 육경한은 성인군자가 아니기에 아이를 볼 수 있게 허락한 것도 이미 큰 양보를 한 거나 다름없다.잔인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만약 소원이 결혼할 계획이 있다면 아이를 못 보게 할 생각이었다.그는 절대 다른 남자에게 자신의 아이를 맡기고 싶지 않았다.그리고...육경한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렸고 소원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조건에 약간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이내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그렇게 할게.”어차피 처음부터 재혼할 생각이 없었다. 육경한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으니 결혼에 대한 마음은 진작에 접었다.육경한은 흔쾌히 승낙하는 소원을 보고선 마음속의 불편한 감정이 많이 사라졌다.이때 소원이 물었다.“또 있어?”“응.”육경한은 잠시 멈칫하다가 천천히 말했다.“아이를 낳았으면 좋겠어.”청천벽력 같은 그의 말에 소원은 자리에 얼어붙은 채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들었는데 그녀의 눈빛은 초점이 약간 흐려져 있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육경한은 천천히 다가가더니 소원의 아랫배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이 아이를 낳으라고.”“나... 임신 안 했어.”누군가가 가슴을 움켜쥐는 것처럼 숨이 막혀왔던 소원은 힘겹게 답했다.유진은 처음부터 우연이었다. 아이를 지킬 수 없을 거라고 체념했는데 기적처럼 꿋꿋하게 살아남았다.하지만 그 뒤로 육경한과 얽혔고 그들의 관계는 소원을 극도로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아이가 그녀의 약점이라는 걸 육경한은 분명히 알고 있다.그러므로 소원은 임신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육경한은 진료 기록을 꺼내 테이블에 올려놓고선 소원에게 다가가 두 눈을 쳐다보며 말했다.“소원아, 난 아무런 조사 없이 막연한 추측으로 단정 짓는 사람이 아니야.”그 위에는 소원의 검사 기록과 약 처방 기록이 명확하게 쓰여있었다.육경한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아이를 지우는 건 절대 안 돼.”그는 진료 기록을 받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3화

    아이가 왜 이렇게 사람을 괴롭히는지 모르겠지만 소원의 임신 증상은 유독 선명했다.그녀는 최대한 자신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도록 화장실에서 여러 번 심호흡하며 차분하게 마음을 추슬렀다.마침내 심장 박동이 진정되자 입을 헹구고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뜻밖에도 문을 열자마자 앞에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육경한은 180cm는 넘는 키에 건장한 체구를 가지고 있어 존재만으로도 상당한 압박감을 조성한다.그는 소원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심장이 철렁 내려앉은 소원은 가까스로 당황함을 감추며 침착하게 말했다.“아침에 따뜻한 죽을 먹자마자 차가운 걸 마셨거든. 그래서 그런지 속이 안 좋네.”하지만 그녀가 말을 마친 후에도 육경한은 여전히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에 소원은 불안함이 밀려와 재빨리 말을 덧붙였다.“내가 원래 위가 안 좋잖아.”육경한은 또 한참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걸음을 옮겼다.“많이 아프면 병원 가봐.”그의 말투는 무덤덤했다.소원은 그의 말을 관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석훈의 설득이 효과가 된 건 모르겠지만 뭐가 됐든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가 있으니 아이를 위해서라도 예의를 지키는 건 당연했다.소원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럴게.”그녀는 말을 이었다.“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아이를 만나도 돼.”육경한은 빙빙 돌리는 게 아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소원은 너무도 기뻤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곧바로 걱정이 밀려왔다.“원하는 게 뭐야?”그녀는 의아해하며 물었다.육경한은 갑자기 아이를 만나게 해줄 만큼 친절한 사람이 아니기에 걱정이 되는 건 당연하다.어제 주석훈이 육경한을 설득하겠다고 말한 건 말지만 육경한은 결코 말이 쉽게 통하는 사람이 아니다.그러니 단 한 번의 대화만으로 육경한의 마음을 돌리는 건 불가능하다.육경한은 경계에 찬 소원의 눈빛을 보고선 피식 웃었다.“맞아. 조건이 있어.”소원은 육경한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비록 유진을 위해 모든 걸 바칠 수 있지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2화

    “하여튼 잔머리는 인정해 줘야 한다니까.”윤혜인은 응석 부리며 말했다.기분이 좋아진 이준혁은 그녀를 꼭 껴안고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키스했다.윤혜인은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그만해요... 아기가 자고 있잖아요.”이준혁은 매력적이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답했다.“알아. 그냥 안고 싶어서.”이제 딸도 컸으니 두 사람은 애정 행각을 벌일 때마다 아이가 없는 곳으로 피했다.아이가 잠든 방에서 관계를 갖는 건 불가능했으니 가끔 지금처럼 같이 자고 싶어 하면 이준혁은 욕구를 참아야만 한다.따뜻한 포옹에 안정감을 느낀 윤혜인은 긴장을 풀고 그의 팔을 베며 자연스럽게 안겼다.졸음이 밀려온 듯한 윤혜인의 모습에 이준혁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맞췄고 애정 어린 어조로 말했다.“혜인아, 난 너무 행복해. 너랑 아이가 곁에 있으니까...”운혜인은 이미 졸음에 취했다.“우린 영원히 함께 할 거예요.”“응. 영원히. 우리 가족은 영원히 함께할 거야.”이준혁은 애틋했다.“고마워. 여보.”...다음날.소원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약을 멍하니 바라봤다.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육경한과 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한 이상 불가피한 접촉은 분명히 발생할 것이고 소성 전 조정 기간까지 더하면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두 사람의 만남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니 최악의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빨리 해결하는 게 최선이다.비록 마음이 심란했지만 소원은 약을 꺼내 삼키려고 했다.그런데 갑자기 울린 핸드폰 진동 소리가 그녀를 방해했다.처음 보는 낯선 번호였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전화를 끊었으나 차를 마시려던 찰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잘못건 전화라면 다시 걸어오는 경우가 극히 적었으니 소원은 어쩔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 알고 보니 육경한의 비서였다.“소원 씨 맞으시죠?”소원은 그렇다고 답했다.“저는 육 대표님의 비서인 황진수라고 합니다. 대표님께서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데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신가요?”소원은 어리둥절해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1화

    육경한이 듣고 행동할지 안 할지는 또 다른 문제지만 친구로서 조언을 해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이준혁이 말을 이었다.“내가 서현재에게 투자할 의향이 있는 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신념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일치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난 네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만약 서현재가 이번 일로 인해 감옥에 간다면 소원 씨가 평생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 신중하게 생각해 봐. 적어도 후회하는 일은 만들지 말자.”이준혁은 의리와 우정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다. 친한 친구가 늪에 빠지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기에 손을 뻗었다.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당사자의 몫이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건져내고 싶었다.파티가 끝난 후 저마다 걸음을 옮겼다. 김성훈은 계속 술집에 머물렀고 이준혁은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고 몸에 남아있던 술 냄새를 깨끗하게 씻었다.곧이어 아기방으로 향한 그는 잠든 아기를 보며 깊은 행복감을 느꼈고 두 아기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안방으로 들어가자 윤혜인은 이미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옆에는 새끼 고양이 같은 아이가 자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아름이가 엄마, 아빠랑 함께 자겠다고 고집을 부린듯하다.침대는 아이와 아내의 향기로 가득했다.조심스럽게 누웠지만 가벼운 동작에도 불구하고 윤혜인은 눈을 떴다.그녀는 비몽사몽한 채로 나지막이 물었다.“왔어요?”“응. 깨워서 미안해.”이준혁은 미안한 마음을 담아 윤혜인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괜찮아요. 낮에 잠을 많이 자서 그런지 깊게 잠들지는 못했어요.”윤혜인이 말을 이었다.“오늘 밤에 경한 씨랑 같이 있었던 거예요?”“응. 맞아.”술집에 가기 전, 이준혁은 윤혜인에게 누굴 만나는지 알려줬다.이내 윤혜인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괜찮아졌어요?”“최대한 설득했는데 그래도 똑같으면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네.”이준혁이 답했다.“정말 못된 사람이에요.”윤혜인은 불평을 늘어놓았다.“소원이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780화

    이준혁은 육경한이 뭐라 반박하지 않는 것을 보고 아직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그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그렇게 되면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해도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어. 소원 씨가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넌 지금 뭐 하는데? 아이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게 소원 씨에게 얼마나 큰 상처일지 생각해 본 적 있어? 네 아이도 그럴 거야. 아이한테 엄마를 만나고 싶은지 직접 물어본 적은 있어?”이준혁의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육경한의 마음에 와닿았다.유진이는 비록 겉으로 아빠에게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 했다. 매일 집에서 침울한 모습으로 조용히 지낼 뿐이었다.유진이는 그를 두려워했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기에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말수도 점점 줄어들었다.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는 날도 많았기에 이를 지켜보는 집사들조차 걱정할 정도였다.이준혁은 그의 표정만 봐도 자신의 말이 정곡을 찔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감정은 그도 아버지가 된 후에야 깨닫게 된 것들이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알게 된 것이었다.“경한아, 후회할 일 만들지 마.”그는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친구로서 육경한이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걸 막고 싶었다. 그렇게 계속 가다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원망을 사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면 결국 남는 것은 그뿐이었다.이준혁은 지금 너무도 행복했다. 그래서 그는 이 행복이 얼마나 소중하고 얻기 어려운 것인지 잘 알고 있었고 절친인 육경한 또한 행복하길 바랐다.옆에서 듣고 있던 김성훈이 분위기를 풀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준혁아, 고민 상담 왜 이렇게 잘해?”이준혁은 김성훈의 농담을 신경 쓰지 않고 옆에 있던 차를 한 모금 마셨다.‘결혼도 안 한 사람이 이 행복을 어떻게 이해하겠어...’김성훈은 웃으면서 육경한의 어깨를 두드렸다.“난 네게 특별히 해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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