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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그 여자 일로 나한테 전화하지 마

백아영은 정민아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은행을 털러 가는 사람처럼 얼굴을 꽁꽁 가리고 있어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

“민아 언니, 도대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온 거예요?”

“...”

그녀는 궁금해 죽겠다는 백아영의 얼굴을 밀어냈다.

“빨리 정리하고 업무를 시작해. 다음 달에도 월세를 마련하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해.”

“괜찮아요. 문을 닫아도 저는 두 언니를 따라갈 거예요. 까짓것 월급을 받지 않으면 되죠. 먹여주고 재워주면 돼요.”

“내가 지하 통로에서 구걸해도 따라갈 거야?”

“그럼, 저는 누워서 아픈 사람 연기할게요. 사람들이 불쌍히 여겨 더 많이 던져줄지도 모르죠.”

정민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일이나 해.”

가게 바닥에 옅은 색의 무광 타일을 사용한 까닭에 쉽게 더러워졌다. 방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밟아서 신발 자국이 가득 생겼는데, 전시 구역의 흰색 웨딩드레스와 대조되어 더욱 더러워 보였다.

백아영이 대걸레를 가지고 와서 바닥을 닦으면서 툴툴댔다.

“민아 언니, 그 남자는 정말 징그럽네요. 마마보이에 가정폭력까지. 그런데도 이가림 씨는 결혼하려 하다니, 정말 우리 여자들의 얼굴에 먹칠하네요.”

휴대폰에서 사연희가 보내온 문자에 답장하던 정민아는 그녀의 말을 듣고 타이핑하던 손을 잠시 멈추더니 종잡을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쩔 수 없겠지. 다른 사람의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으면 그 사람의 선택을 평가할 자격도 없어.”

이 말이 왜 절망적이고 슬프게 들릴까?

백아영은 의아한 눈빛으로 정민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하고 있어서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편안한 상태인 것 같았고 절망과 슬픔은 보이지 않았다. 백아영은 머리를 흔들면서 ‘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환각이 생겼나’하고 생각했다.

“그 남자가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요. 10억 소리를 들었을 때 눈을 번쩍 뜨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오후에 그 남자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나돌았다. 백아영이 그 영상을 봤을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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