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영은 정민아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은행을 털러 가는 사람처럼 얼굴을 꽁꽁 가리고 있어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민아 언니, 도대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온 거예요?”“...”그녀는 궁금해 죽겠다는 백아영의 얼굴을 밀어냈다.“빨리 정리하고 업무를 시작해. 다음 달에도 월세를 마련하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해.”“괜찮아요. 문을 닫아도 저는 두 언니를 따라갈 거예요. 까짓것 월급을 받지 않으면 되죠. 먹여주고 재워주면 돼요.”“내가 지하 통로에서 구걸해도 따라갈 거야?”“그럼, 저는 누워서 아픈 사람 연기할게요. 사람들이 불쌍히 여겨 더 많이 던져줄지도 모르죠.”정민아가 웃음을 터뜨렸다.“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일이나 해.”가게 바닥에 옅은 색의 무광 타일을 사용한 까닭에 쉽게 더러워졌다. 방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밟아서 신발 자국이 가득 생겼는데, 전시 구역의 흰색 웨딩드레스와 대조되어 더욱 더러워 보였다.백아영이 대걸레를 가지고 와서 바닥을 닦으면서 툴툴댔다.“민아 언니, 그 남자는 정말 징그럽네요. 마마보이에 가정폭력까지. 그런데도 이가림 씨는 결혼하려 하다니, 정말 우리 여자들의 얼굴에 먹칠하네요.”휴대폰에서 사연희가 보내온 문자에 답장하던 정민아는 그녀의 말을 듣고 타이핑하던 손을 잠시 멈추더니 종잡을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어쩔 수 없겠지. 다른 사람의 고통을 겪어보지 않았으면 그 사람의 선택을 평가할 자격도 없어.”이 말이 왜 절망적이고 슬프게 들릴까?백아영은 의아한 눈빛으로 정민아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하고 있어서 표정을 볼 수 없었지만 편안한 상태인 것 같았고 절망과 슬픔은 보이지 않았다. 백아영은 머리를 흔들면서 ‘막장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환각이 생겼나’하고 생각했다.“그 남자가 그렇게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아요. 10억 소리를 들었을 때 눈을 번쩍 뜨더라고요.”아니나 다를까 오후에 그 남자가 억울하다고 하소연하는 영상이 인터넷에 나돌았다. 백아영이 그 영상을 봤을 때는
백아영은 오후 내내 사이버 여론을 주시했는데, 역시 뻔뻔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영상의 열기가 뜨거워지자 잠시도 쉬지 않고 라이브 방송을 시작해 눈물 콧물 짜내며 정민아의 태도가 얼마나 얄밉고 고약했는지 하소연했다.“그 여자는 줄곧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끼고 우리를 쌀쌀맞게 대했어요. 내일이 결혼식인데, 웨딩드레스가 이렇게 돼서 어쩔 수 없이 결혼식을 연기해야 하는데 호텔, 웨딩 서비스, 하객의 숙박과 비행기표 등 손실을 합하면 2,000만 원에 육박합니다.”“우리가 많이 요구한 것도 아니고 그저 가게 규칙에 따라 배상하라고 했더니 그 여자는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직접 쫓아냈습니다. 착한 우리 며느리가 가게를 운영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텐데 기성품으로 바꿔 달라고 하는데도 정씨 디자이너는 동의하지 않았어요.”말을 마친 중년 여인이 옆에 있는 이가림을 쿡쿡 찌르자, 그녀는 즉시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결혼식처럼 중요한 날에는 문을 나서는 시간까지 정확히 계산하는데, 이렇게 큰 문제가 생겨서 길시를 놓쳤으니 앞으로 결혼생활이 순조롭지 않을지도...”그녀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그저 다른 사람들은 이 가게와 이 디자이너를 피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사실을 공개하는 바입니다.”그녀는 작업실의 주소와 정민아의 사진을 공개했다. 누리꾼들은 마음이 고약하고 무책임하고 고객에게 큰 피해를 줬다며 정민아를 욕했다.인터넷에서 네티즌과 입씨름을 벌이던 백아영은 덤덤한 표정으로 쇼를 관람하는 정민아를 보고 놀랐다.“언니는 화도 나지 않아요?”입장을 바꿔서 그녀가 이렇게 욕을 먹었다면 케이블을 타고 기어가서라도 개소리를 지껄이는 사람들의 대갈통을 부숴버렸을 것이다.정민아가 중얼거렸다.“이보다 더 듣기 거북한 말도 들어봤어.”그녀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서 백아영은 듣지 못했다.“뭐라고요?”“퇴근해.”정민아는 노트북을 덮으며 말했다.“좀 더 늦으면 가지 못할 거야.”옆 거리의 길가에 세워둔 차로 향하던 그녀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고연우는 공민찬에게 사무실에 들어오라고 연락하고는 자기를 뜨거운 시선으로 노려보는 정민아에게 말했다.“가게 일은 공 비서가 곧 해결할 거야, 곽 변호사한테 도움을 청하지 않아도 돼.”“내가 가게 일을 도와달라고 너한테 온 줄 알아?”고연우가 답을 안 해도 그의 표정에서 모든 것이 드러났다.“퇴근하는 널 데리러 온 거야.”정민아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우수에 젖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는 아무리 독한 마음을 먹었다고 해도 모두 용서할 수 있을 정도였다.“가게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공 비서를 귀찮게 하지 않아도 괜찮아.”그녀는 이미 반박할 증거를 다 수집한 상황이었고, 반응이 더 뜨거워지면 폭로할 계획으로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광고 투자는 고사하고 가겟세도 겨우 내는 마당에 그녀는 이 일로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볼 거로 확신했다.고연우는 입술을 오므리면서 정민아를 쳐다보고는 공민찬에게 나가보라고 손짓했다.“알겠어, 네 마음대로 해.”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가지 않았고 정민아는 사무실에서 들리는 에어컨 소리와 펜으로 글을 쓰는 백색소음에 졸음이 쏟아졌다.그녀는 결국 소파 손잡이에 기대어 잠이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이상한 꿈을 꾸었다.꿈속에서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고, 학교 앞에서 정선아가 친구와 약속이 있다면서 정민아더러 먼저 집에 가라고 했다.그러나 그녀가 집에 도착했을 때, 정선아는 온몸이 비에 젖은 채 주소월의 허리를 끌어안고 서럽게 울고 있었다.주소월은 비에 홀딱 젖은 정선아와 달리 우산을 써서 멀쩡한 정민아를 보고 팔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었다.“민아야, 선아는 네 동생이야. 우산이 없는 동생을 왜 기다리지 않고 혼자 왔어? 어휴, 네가 온 뒤로 하루가 멀다고 집안싸움이 벌어지고 있어. 밖에서 하루 종일 정신없이 일하고 들어오는 나랑 네 아빠가 신경을 덜 쓰도록 네가 앞으로 조금 더 조심히 해줄 수 있겠니?”그녀의 온화한 말투 속에는 정민아에 대한 실망이
고연우는 정민아를 쳐다보면서 비꼬는 말투로 물었다.“1년 동안 가겟세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옷 가게에 비서가 필요해?”“...”아까의 악몽 때문에 기분이 언짢았던 그녀는 비수를 꽂는 말에 기분이 더 나빠졌다.정민아는 풀린 눈을 하고 무의식적으로 손목시계를 어루만졌다. 코끝에 스치는 고연우의 은은한 향기를 맡으면서 어딘가 잘못되었다고 느꼈으나 도무지 뭐가 이상한지 알 수 없었다.이때, 공민찬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들어와.”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고연우를 보다가 문득 자기가 느낀 이상함이 무엇인지 알고는 물었다.“근데 네가 왜 소파에 앉아 있어?”“네가 돼지 멱따는 소리로 잠꼬대했잖아, 내가 깨우지 않았다면 회사 전 직원이 너의 잠꼬대를 들었을 거야.”“내가 잠꼬대했다고?”정민아는 자기가 잠꼬대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고연우가 그런 걸로 그녀를 속일 이유가 없었고 생각했다.“그렇지 않으면? 설마 잠든 틈을 타서 널 몰래 지켜봤다고 생각해? 네가 천사 같은 미모를 가진 것도 아니고, 내가 널 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널 염탐하겠어?”그녀도 지지 않으려고 비꼬는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네가 날 죽이려고 했는지 누가 알아, 싫어하는 나와 결혼하게 된 것도 모자라 약이 들어간 술을 마시고 나랑 하룻밤을 보내서 네 몸까지 더러워졌다고 생각하니까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니야?”고연우는 불쾌한 듯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내가 왜 너 때문에 내 손을 더럽히겠어.”그 순간, 바지 안에 넣었던 그의 셔츠가 위로 올라온 데다가 구깃구깃해진 것이 정민아의 눈에 들어왔다. “옷이 엉망이 됐네.”그녀는 갑자기 손을 뻗어 고연우의 셔츠를 잡아당기더니 능숙하게 옷매무새를 정리해 줬다.고연우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복받치는 듯 쉰 목소리로 물었다.“얼마나 많은 남자의 옷매무새를 정리했길래 이렇게 능숙해?”“잘 기억은 안 나는데 아마 몇백 명은 아니더라도 몇십 명은 되지 않을까?”사실 주위에서는 정민아의 사생활이 경악스러울 정도로 더럽고
공민찬이 난처한 표정으로 두 여자의 뒤에 서 있었고, 그의 옆에는 냉랭한 얼굴을 한 고연우도 있었다.연신 훌쩍거리는 정선아와 달리 카리스마를 내뿜는 정민아의 모습만 보면, 정민아가 정선아를 괴롭힌다고 오해하기 쉬웠다. 그러나 정민아는 다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오해하든지 상관하지 않았고 그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 숨 막힐 듯한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공민찬이 먼저 입을 열었다.“사모님, 오해하지 마세요, 고 대표님은 약속이 있어서 나가려던 참에...”“알겠어요, 공 비서님.”그녀의 갑작스러운 온화한 말투에 고연우의 얼굴이 더 어두워지면서 한마디 했다.“너 여자 맞아? 어떻게 입에서 그 정도로 독한 말이 나올 수 있지?”고연우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굳이 안 해도 되는 설명까지 한 공민찬은 자기의 노력이 수포가 된 것 같아 나지막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엘리베이터에 탄 후, 정민아의 휴대폰 알람음이 몇 번 울렸다.그건 바로 이가림이 지금 당장은 배상금 전액을 낼 여건이 안 되니 할부해도 되냐는 카톡 메시지를 보내온 거였다.정민아는 그녀의 제안을 동의할 수 없었기에 문자를 보고 나서 답장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고 네 사람이 회사 문을 나가려는 순간, 정선아가 고연우를 불러세웠다.“연우 오빠, 미안해요. 내가 방금....”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자들이 갑자기 카메라를 들고 우르르 몰려왔다.“거봐, 그 양심 없는 디자이너가 맞지!”정선아가 짧은 비명을 지르더니 곧바로 고연우의 팔을 잡고 회사 로비로 끌어당겼다.기자들이 꽤 오랫동안 회사 밑에서 정민아가 나오기를 기다린 게 분명했다. “당신 때문에 손님들의 결혼식이 연기되었는데, 어떻게 배상할 계획입니까?”“맞춤 제작이라고 하던데 왜 고객의 요구를 존중하지 않았습니까?””자기의 취향을 손님에게 강요하면서 디자이너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그들의 입에서 가시 돋친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고 정민아는 뒤를 돌아 사람들 틈에 있는 정선아를 노려보았다.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오자, 두 사람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 나가지 않았고 젊은 간호사는 붉어진 얼굴로 혈압을 재면서 정민아를 힐끔힐끔 쳐다봤다.정민아는 단번에 간호사의 시선을 알아채고는 담담하게 충고했다.“아가씨, 남자의 외모에 속으면 안 돼요,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같이 살기에는 별로예요. 2년의 결혼 생활 동안 밖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지 절 직접 찾아온 내연녀만 해도 3명이라니까요.”고연우는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잃었고, 간호사가 무안한 듯 손을 내저으면서 말했다.“오해하셨어요, 저는 남편분을 보고 분수에 맞지 않는 생각을 한 게 아니라, 언니가 너무 예뻐서 쳐다본 거예요. 혹시... 카톡을 추가해도 될까요?”생각지도 못한 간호사의 발언에 두 사람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정민아는 젊은 간호사가 맑은 두 눈을 크게 뜨면서 간절하게 자기를 바라보자, 차마 매정하게 거절할 수가 없었다.그녀의 카톡을 추가한 간호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병실을 나갔다.“언니 고마워요, 다시 말하지만 정말 너무 예뻐요!”고연우가 한참 동안 반응이 없자, 그녀가 눈을 치켜뜨면서 비아냥거렸다.“너도 카톡을 추가하려고?”고연우는 눈을 감고 무시했다. 그는 단지 자기 앞에서는 언제나 때리고 싶을 정도로 비아냥거리는 태도인 정민아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친절한지 이해되지 않았다.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정민아는 시간을 보더니 저녁을 배달시켯다.얼마쯤 지났을까, 갑자기 고연우가 입을 열었다.“누가 널 찾아갔어?”잠시 어리둥절하던 정민아가 그의 물음의 뜻을 이해하고 물었다.“무슨 귀염둥이, 아기라고 하던데, 너 누군지 몰라?”“...”...한편, 정선아는 운전석에 손을 올리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탁했다.“공 비서님, 저 병원에 데려다주실래요? 아무래도 연우 오빠가 걱정돼서 못 견디겠어요. 언니는 사람을 돌본 적도 없는 데다가 예전에 부모님께서 아프셨을 때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분명히 지금쯤 오빠를 혼자 버려두고 갔을 거예요.”“고 대표님께서
가게는 정민아와 사연희가 같이 투자해서 일군 가게였기에 개인적인 원한으로 망하는 꼴을 용납할 수 없었다.오늘 하루 그녀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어도,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태라 배달 음식을 먹은 후, 긴장이 풀리는 탓인지 졸음이 밀려와 이내 잘 준비했다. 고연우가 갑자기 말을 건넸다.“어디 아파?”정민아는 이불을 들추는 손길을 멈추고 고개를 돌리면서 반문했다.“뭐라고?”“아까 오후에 사무실에서 계속 아프다고 소리쳤잖아.”지금 그녀의 얼굴에는 붉은빛이 돌아서 오후에 눈을 감고 아프다고 중얼거릴 때의 여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연우는 사무실에서 정민아가 눈을 뜬 채 그를 향해 아프다고 낮게 소리치는 걸 눈앞에서 보았기에 악몽을 꿨다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고, 오히려 이런 행동들이 어리석고 무모하다고 생각하면서 속으로 비웃기까지 했다.정민아는 머릿속에 오후의 악몽이 다시 떠올라 기분이 나빠져서 답하지 않고 침대에 누웠다.이때 고연우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면서 다시 물었다.“나한테 오후의 일을 설명해야 하지 않겠어?”“당신을 내 앞에 끌어당겨 세우지 않았다면 그 유리잔이 날 가격했을 거 아니야.”그녀는 뻔한 일을 캐묻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퉁명하게 답했고, 몇 초 동안 침묵이 흐르다가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너 정선아가 좋아? 여자로서 좋아하든 아니면 여동생으로 예뻐하든지 상관없어.”정민아의 황당한 물음에 고연우의 얼굴이 더욱 어둡게 변했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이번 일은 정선아가 꾸민 짓이야, 게다가 기자와 이가림한테 내가 네 회사에 있다는 것까지 알려줬어. 네가 이뻐하는 귀염둥이를 대신해서 맞았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억울한 것도 아니지?”사실 공민찬이 정민아의 가게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을 보고했지만, 고연우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더 깊게 조사하지 않아서 그 배후에 정선아가 있는지 몰랐다.게다가 사람들은 악명높은 난봉꾼이라는 소문을 가진 정민아의 말보다는 정씨 가
고연우는 눈을 치켜뜨면서 공민찬에게 차갑게 말했다.“공 비서, 당신 누구 비서지? 누구한테서 월급을 받지? 정민아가 그렇게 신경 쓰이면 차라리 내 비서를 그만두고 그녀의 비서를 하는 게 어때?”공민찬이 눈을 가늘게 뜨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대표님, 사모님을 정말로 싫어하세요? 연예계에 진출하더라도 1등을 차지할 정도의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셨잖아요.”공민찬의 말 속에서 고연우의 안목에 대한 의구심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자기가 만약 정민아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자와 결혼한다면 모든 돈과 사랑을 그녀에게 줄 거라고 믿었기에, 고연우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다.“공 비서, 저 길가의 협죽도도 예쁜데 꺾어서 집에 가져가지 그래?”공민찬은 얼떨떨한 표정을 짓다가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협죽도는 독이 있어서 가까이 가면 죽을 수도 있어요... 전 사모님께서 아름다운 외모에 마음씨도 착하시고 말도 예쁘게 하셔서...”고연우가 갑자기 쌀쌀맞은 태도로 비웃자, 공민찬은 얼른 하려던 말을 멈췄다....세차를 마치고 돌아오던 길, 정민아는 정선아에게서 온 연락을 받았다. “언니, 나 방금 뉴스 봤어! 어떻게 돈을 뜯어내려고 사람을 모함할 수 있어?”정민아는 그녀가 매번 이런 태도를 보일 때마다 분명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시간 낭비하지 말고, 할 말 있으면 그냥 해.”“사건의 진상도 밝혀졌고 가게에 관한 나쁜 여론도 잠잠해졌으니까, 기사를 내리는 게 어때? 네티즌들이 혹시나 엄마, 아빠의 신상을 파헤치면 피곤하잖아!”“부모님께 피해가 갈까 봐 걱정되는 것보다 그 두 사람이 널 찾아가서 협박할까 봐 두려운 거 아니야? 정선아, 넌 어떻게 사람을 보는 눈이 그렇게 없어?”정선아는 비꼬는 말투 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렸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무슨 말이야?”정민아는 가차 없이 연락을 끊어버렸고 신호등을 기다리는 틈을 타서 정선아가 이가림을 시켜서 유언비어를 유포했다는 증거 영상을 기자한테 보냈다.CCTV 영상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