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63화 천하잡년

“10월 하순?”

이가림의 시어머니가 고개를 돌려 절절매고 있는, 남 앞에 내놓기 부끄러운 며느리를 바라보았다.

“후에 또 왔었어? 이 디자인은 네가 고른 거야?”

“아니요, 어머니, 아니에요.”

여인은 다급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겨우 이 한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정민아를 바라보았고, 너무 급해서 눈시울까지 붉어졌다.

“정민아 씨, 내일이 결혼식이라 지금 고쳐도 늦으니까 가게에 있는 기성품으로 바꿔 주세요.”

그녀의 애원에 대한 정민아의 반응은 상당히 냉정했다.

“가게 규정에 따라 우리 잘못이라면 맞춤 제작한 드레스를 환불해 주는 것은 물론 100배의 배상을 해야 합니다. 이 일은 저희 가게의 명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죄송하지만 그런 애매한 처리방식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녀의 신랑과 시어머니는 100배 배상이라는 말에 눈이 번쩍 뜨여 뒷말은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다.

“100배라고?”

남자는 심지어 손가락을 꼽으며 중얼거렸다.

“웨딩드레스를 주문하는 데 1,000만 원을 썼으니 100배면... 10억...”

이건 그가 운영하는 작은 회사의 1년 순이익보다도 많다.

그는 원래 4,000만 원만 배상받으려 했는데, 이렇게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남자는 만족스럽게 콧소리를 냈다.

“눈치 있네. 그럼 빨리 배상해. 당신들이 잘못하긴 했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가 이렇게 성의 있는 걸 봐서 앞으로 주변에 결혼하는 친구가 있으면 추천해 줄게.”

중년 여인도 말했다.

“그러니까, 볼일이 있어서 가봐야 하니까 빨리 배상해.”

따라온 친척들도 모두 눈에 퍼런 불을 켜고 정민아라는 바보 계집애한테서 돈을 뜯어낼 방법이 없을지 머리를 굴렸다.

아무도 이가림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리고 손도 걷잡을 수 없이 떨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시골 아가씨였는데, 외모도 능력도 평범해 그동안 경인시에서 줄곧 지하실에 살았다. 경인시에 자가를 보유하고 회사까지 가지고 있는 약혼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녀는 올해 어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