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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8화 네가 역겨워

“내가 무슨 자격으로 때리냐고? 내가 쟤 아버지야. 그래도 때릴 자격 없어?”

정철진은 군대에서 신병을 훈계하는 자세로 나왔다.

“쟤가 하는 꼴 좀 봐. 온 세상이 자기한테 빚진 것처럼 모든 게 불만이야. 산골 아이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보여줘야 했어. 그에 비하면 얼마나 유복한데, 뭐가 불만이야?”

“산골의 부모는 자기 친딸을 양딸로 키우지는 않아요.”

이 말이 떨어지자,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거실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너...”

주소월은 정민아가 알고 있을 줄 몰랐는지, 놀라서 목소리 톤까지 바뀌었다.

하지만 정선아가 아직 옆에서 보고 있다는 것이 생각나서 하려던 말을 삼키고 어색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민아야, 남이 함부로 나불대는 소리를 듣고 오해한 것이 아니니? 다른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도록 하고 먼저 아버지에게 사과해. 의사 선생님이 지나치게 흥분하면 안 된다고 했어.”

주소월은 평생 군인의 아내로 살았고 자신도 번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어 처세술에 강한데, 이렇게 억지스러운 말로 화제를 돌리는 걸 보니 정말 당황했나 보다.

정민아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그녀는 더 이상 한 글자도 내뱉지 못했다.

그녀가 사실상 양딸이 아니라 친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이런 결과가 있을 줄 알았다. 그들은 정민아를 키우고 부모의 책임을 다했지만 대외적으로는 양딸이라 할 수밖에 없었다.

정민아는 눈을 내리깔아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었다. 모든 날카로움이 순간적으로 사라지고 세상만사가 귀찮았다.

“죄송해요. 의사 선생님께서 저는 정신병이 있다고 했어요. 정신병은 더더욱 자극받으면 안 돼요.”

그녀는 이 집에 1초도 더 있기 싫어서 이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정민아는 전혀 슬프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직도 화끈거리는 뺨을 만지며 그녀는 심지어 이쪽 얼굴을 때려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맞은 자리에 또 맞았을 거니까.

주소월이 그녀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정민아는 그녀가 내민 손을 보지 못한 듯 빠르게 걸어갔다.

밖으로 나오니,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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