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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0화 잘 못 지냈어?

쾅! 누군가가 밖에서 욕실 문을 걷어차서 열었다.

고연우가 몇 걸음에 욕조 옆으로 다가와 물밑에 가라앉은 정민아를 끌어올렸다. 그의 얼굴은 서리가 맺힐 듯 차가웠다.

“정민아, 미쳤어? 죽고 싶으면 다른 데 가서 죽어.”

정민아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고 흐트러진 동공은 한참 후에야 초점을 찾았다. 남자의 분노한 얼굴이 눈앞에 있었다. 그녀는 욕조를 보았지만 여자는 보이지 않았고 물도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았다.

그녀는 고연우의 허리를 휘감은 손을 놓고 흠뻑 젖은 눈을 내리깔며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잠들었어.”

말하고 나서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목욕하는데 왜 들어왔어?”

“허!”

고연우는 그녀의 적반하장에 화가 나다 못해 웃음이 나왔다.

“내가 들어오지 않았으면, 내일 네 묘지를 알아봐야 했을 거야.”

그는 밖에서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계속 대답이 없어 문을 박차고 들어왔던 것이다.

“죽을 생각이 없었어.”

죽고 싶어도 그 무리를 하나씩 지옥에 끌어넣은 후 죽을 것이다.

정민아는 그가 보는 앞에서 선반 위의 목욕 가운을 내리려 했다. 고연우가 그녀를 직접 욕조에서 끌어냈는데,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그녀는 그가 보는 앞에서 조금도 부끄러운 기색이 없이 태연하게 돌아서서 손을 뻗었다...

오히려 그녀가 똑바로 섰을 때 고연우가 조용히 고개를 옆으로 돌려 시선을 피했다.

둘이 잠자리를 가졌지만 매번 불을 끈 상태에서 상대방의 희미한 그림자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열 번에 일곱 번은 한밤중에 곤히 자고 있을 때 정민아가 그의 몸 위로 올라와 수동적으로 깨어났다.

그는 워낙 정민아에게 애정이 없는 데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감정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그녀의 방식이 싫었다. 남자라면 모두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지는 잠자리는 성의가 없었고 시작하기 전의 애무는 고사하고 절정에 달했을 때의 위로도 없었다.

그래서 고연우는 정민아의 몸이 익숙하면서도 낯설었고, 시선을 피한 것도 뼛속까지 신사적인 그의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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