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지는 실망한 듯 눈을 굴렸다. "실종된 사람들은 다시 나타날 때 모두 꽃같이 아름다운 약혼자를 데려오던데, 너는 오히려 아버지를 데려오기는 했는데 병든 아버지를 데려왔네.” 박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억울한 듯 말했다. “내가 어디……” 박태준은 말을 하다 말고 잠시 멈추고 서서 기쁜 얼굴로 신은지를 바라보았다. "내가 실종되어 아버지를 데려왔다고? 은지 야, 믿고 있었던 거야? 내가 박태준이라고?” 그는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며 얼굴 표정이 우스꽝스럽게 변했다. 신은지는 박태준을 화나게 하기 위해 일부러 말했다. "아니요.” 분명히 자신에게 기민욱이 약병의 약이 얼마나 들어있다는 것을 은근히 일깨워 줄 정도로 눈치 빠르고 똑똑한 박태준이 왜 지금 이렇게 멍청한 것일까? 신은지가 그를 박태준이라고 믿지 않았는데, 그가 그녀를 만지작거리고 키스해도 뺨도 안 맞을 거라고 생각한 것인가? 박태준은 마음이 급해져서 신은지가 소파 쪽으로 가려고 하자 손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 "하지만 방금 분명히......” 신은지는 그의 손에 잡혀 앞으로 걷지도 못하고 얼굴을 찡그리며 그를 보고 말했다. "육 대표님, 몇 년 전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셨죠? 기억이 안 나는 게 아니라 돼지에게 기억을 빼앗긴 것이 아닐까요? 괜찮으시면 용한 대사님을 좀 찾아가 보는 것이 어때요? 바보처럼 굴지 말고요. “ 신은지답게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박태준은 그녀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그녀를 품에 안았다.그녀가 이렇게 분명하게 말했는데도 알아듣지 못한다면 바보다. "은지 야, 미안해. 나는 일부러 널 속이려고 했던게 아니야. 내가 너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어. 난 기민욱 뒤에 있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고 싶어. 그 사람은 박씨 가문을 미워하고, 또 재경 그룹을 잘 알아. 게다가 재경 그룹에 그의 사람도 있어.” 그녀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면 기민욱과 그의 배후에 있는 사람은 신은지를 그저 박태준의 전처로만 생각할 뿐,
"네가 아프든 말든 해보자는 거야? 너는 여전히 나를 바보로 알고 회유하고 있어." 신은지는 박태준을 밀치고 돌아서서 문을 열었다. "넌 아직 적진에 있으니 안심하고 제대로 잠복해. 기민욱이 너에게 약을 먹으라고 하고 있으니 가능한 한 빨리 방법을 생각해. 그 약을 오늘 한 번 안 먹을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안 먹을 수는 없을 거야.” "기민욱이 준 약을 먹고 바보가 될까 봐 걱정도 안 돼?” 기민욱의 능숙한 행동을 보니 박태준에게 약을 먹인 것이 처음은 아닌 것 같았다. 박태준은 그 약이 좋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손을 내밀어 받았다. 신은지는 생각만 해도 화가 났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다면 박태준도 자신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신은지가 문 손잡이를 잡고 힘껏 돌리려 하자 박태준이 뒤에서 그녀를 껴안고 입술을 아쉬운 듯 문지르며 말했다. "오늘 밤 여기 있자. 어때?” 그의 손은 그녀의 배에 닿아 있었다. 신은지는 아까 차에서 내리면서 배에 넣어놓은 베개가 떨어질까 봐 외투의 단추를 잠가 다행이라 생각했다. 박태준은 신은지를 다치게 할까 봐 걱정했기 때문에 힘을 쓰지 않아 그녀의 임신한 배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박태준의 유혹에 속으로 사투를 벌이던 신은지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녀가 그곳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마침내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서로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갈망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기민욱이 그들을 지켜보도록 사람을 보냈는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 둘이 오래 함께 있을수록 더 쉽게 드러날 수 있다. 기민욱은 지금 의심을 하고 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다. 신은지는 안전을 위해 기민욱을 피하고 만나지 않을 수 있지만 박태준의 얼굴이 완전히 뜯어고치지 않는 이상 그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박태준이 완전히 단념할 수 있도록 신은지는 말했다. “나는 지금 임산부인 데다 태아 위치가 불안정해서 격렬한 운
"기민욱, 개처럼 짖는 거 배워, 빨리. 개처럼 짖는 거 배워, 멍멍멍.…” "기민욱, 빨리 봐봐. 이거 네 동족지? 오오오. 아니면 네 여자친군가? 이 사람이 네 미래의 아내일지도 몰라, 그러니까 빨리 네 마누라가 예쁜지 봐. 자, 뽀뽀해.” 아이들은 평소에 TV에서 이런 것들을 배운다. "멍멍...” “하하하.” 개 짖는 소리와 사람 웃음소리가 뒤섞여 날카롭게 귀에 거슬린다. 침대 위의 기민욱은 눈을 번쩍 떴다. 머리 위의 천장은 어둠 속에 가려져 희미하게 불빛만 보일 뿐이었다. 기민욱은 멍하니 그곳을 노려보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눈에는 음험함과 냉담함 증오심이 숨김없이 드러났다. 그의 눈에 비친 그림자는 점차 한 마리의 개의 모습으로 변했다. 정말 역겨웠다. 기민욱은 침대에서 일어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맨발로 테이블로 걸어가 술을 한 잔 따라 한 입에 마셨다. 독한 술이 입안으로 들어가며 타는듯한 느낌이 목구멍에서 위까지 밀려와 은근한 통증을 유발했다. 그가 손에 잔을 움켜쥐자 손가락 마디마다 힘줄이 솟아올랐다. 기민욱의 시선은 겹겹이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를 넘어 창밖의 밤하늘에 떨어졌다. "신은지...…” 이렇게 비열하고, 나약하고, 둔하고, 권력이 있고 재물을 탐내는 여자는, 설령 자신의 형과 어울린다고 해도 용납할 수 없다 그의 형은 세계 최고가 될 가치가 있다.기민욱은 술잔을 만지며 자신이 고아원을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기뻐했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결국 입양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를 떠올렸다.만약 그때 박씨 가문이 말을 번복하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박씨 가문의 둘째 아들이 되었을 것이고, 박태준이 가진 것은 모두 그의 것이었을 것이다.그들은 같은 부모, 같은 것을 가지고 동등한 교육을 받는데, 박태준과 그가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한때 그런 것들이 그의 앞에 있었지만 아주 간발의 차이로 놓쳤다.기민욱은 자신의 신분으로 얻을 수 없었기에 박태준의
신은지는 말했다. "응, 저번에 관장님께서 나한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설득하셨어. 결국 재경 그룹에 남기로 선택했지만 고마워.” "......” 차키를 들고 나유성 옆을 지나가며 신은지는 말했다. "진지하게 생각해 볼게, 고마워, 유성아.” 나유성은 신은지의 뒷모습을 보며 임 관장에게 신은지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신은지는 분명히 그를 오해하고 있다. 만약 그의 짐작이 틀리지 않다면...... 신은지는 곧 찻집의 문을 열고 나갈 것이다. "은지야…." 신은지의 이름을 부르는 나유성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난 처음이야.” “......” 신은지는 놀라서 고개를 홱 돌리다가 허리를 삐끗할 뻔했다. 신은지는 마치 귀신을 본 것 같은 얼굴로 나유성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의 말이 이상하다고 생각도 하지 못 한채 부드럽게 웃고 있었다. "너... 너… 너 이거…. 이게 무슨 헛소리야? 그녀는 말을 더듬었다. 지금 뭐가 ‘처음’이라는 거야? 신은지의 놀란 모습을 본 나유성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동안 임 관장님께 부탁한 사람은 내가 아니야.” 신은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네가 그렇게 말하는 바람에 깜짝 놀랐잖아.” 신은지는 문의 어두운 색 무늬를 보고 정신을 차렸다. 지난번엔 임 관장이 그녀에게 꿈을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말한 것이 나유성의 부탁 때문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박태준을 떠올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박태준은 당시 막 육영 그룹을 이어받아 지금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았을 텐데, 그녀의 일에 관여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나유성은 신은지의 멍한 얼굴을 보며 말했다. "요즘 네가 걱정이 많은 거 잘 알아. 그래도 이렇게 널 놀리니까 웃네.” “그런 농담은 앞으로 하지 마! 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단 말이야.” 나유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 신은지는 며칠을 고민하다가 결국
이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 그리고 이렇게 노크도 안 하고 들어올 사람은, 그 자질 없는 기민욱 그놈밖에 없다. "형" 기민욱의 목소리에 소년 같은 풋풋함이 묻어 나왔다. 카펫에 그의 발소리가 묻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형, 자?” 박태준은 소파에서 일어나 다리를 벌리고 팔꿈치를 무릎에 괴고 피곤한 듯 양미간을 비비며 말했다. "아니, 아까 술을ㅣ 마셔서 조금 움직이기 싫어서 그래. 왜 왔어?” "심심해서 그냥 형 보러 왔어.” 기민욱은 박태준 옆자리에 앉아 불을 켜고 TV를 켜며 흥겹게 채널을 돌렸다. 요즘 사람들은 TV를 볼 때 인터넷을 사용하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을 검색해서 보지 TV 채널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TV는 설치한 이후로 켜본 적이 없는데, 왜 갑자기 기민욱이 TV를 보는 데 관심이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더군다나 생방송 채널을 말이다. "형, 보물 감정 좋아해?” '감정'이라는 두 글자를 듣자 박태준은 자신도 모르게 신은지를 떠올렸고 마음이 누그러지는 동시에 ‘덜컥'하며 심장이 내려앉은 것 같았지만 얼굴에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래, 특별히 관심 있지는 않아.” 기민욱은 약간 실망한 듯 보였다. “그래? 은지 누나가 오늘 TV에 나오는데 기분이 좋아서 형이랑 같이 보려고 왔어.” “......” 박태준이 말을 안 하기는 했지만 기민욱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무슨 함정을 파놓았을 수 있다.다만 이 함정이 박태준을 위한 것인지, 신은지를 위한 것인지, 그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박태준은 지금 신은지 곁에 없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돕고 싶지만 도울 힘도 없다. 만약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박태준은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기민욱은 채널을 돌려 신은지가 나오는 방송을 찾았다. 신은지는 고개를 숙이고, 손에 돋보기를 들고 물건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다. 귀밑머리가 늘어져 신은지의 얼굴을 살짝 가렸다.
박태준은 관심 없다는 듯 휴대전화를 보다가 고개를 들어 힐끗 바라보다가 말했다. "모르겠어.”기민욱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형은 전혀……”기민욱이 말이 마치기 전에 광고가 끝이났다.진행자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마 선생님의 감정 결과가 정말 인상적입니다.”마 선생이 말했다."이 청동기 그릇은 확실히 판정하기 힘듭니다. 신은지 선생이 감정을 틀리게 했더라도, 정상적인 일입니다. 신 선생은 매우 우수한 문화재 복원사이지만, 감정 쪽은 경험이 풍부하지 않고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함정에 빠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사소한 점을 잘 못 볼 수도 있습니다. 이 청동기 그릇은 표면이 밋밋하고 간결하여 진나라의 표준적 그릇입니다. 위의 녹은 딱 봐도 천년의 침전을 거쳐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문양을 보면 위치가 가려져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가짜는 일반적으로 비교적 눈에 띄는 곳에 문양을 넣거나 일부러 표면을 연마해 매끄럽게 만듭니다…” 신은지도 가짜라고 감정한 이유를 말했지만 사회자는 신은지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말했다.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도 충분한 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 감정할 수도 있는 것 같네요. 문화재는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귀중한 보물입니다. 감정하는 사람의 실력이 부족하면 그 손실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에게 재능이 있다고 해서 한 번에 성공하려고 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진행자가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저렇게 말하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사회자가 다음 감정 의뢰인을 부르려 하자 신은지는 정중하게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방금 그 물건은 가품입니다.” 사회자가 난처한 얼굴을 했다. "신은지 씨, 체면이 좀 깎일 수 있는 일이라는 건 알지만, 나머지 세 분은 모두 이 업계에서 명망이 높은 선배님들이십니다. 특히 마 선생님께서는 문화재 감정 부분에서 단연 최고의 권위를 갖고 계십
날아간 알약은 바닥에 굴러떨어졌고 기민욱의 손은 허공에 뜬 채 굳었다. 기민욱의 시선은 박태준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였고, 눈 밑의 빛은 어두웠고, 감정은 모두 그 캄캄한 눈동자 깊은 곳에 숨겨져 있었다. "형, 왜 약을 안 먹어? 아닌가…." 뭘 알았어? 기민욱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끝내 묻지 않았다. "약이 너무 쓸 것 같아?” 박태준은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를 하고 있다가 기민욱의 질문에 고개를 돌렸다. 차가운 시선이 기민욱의 얼굴에서 발 위로 향했다. "내 병은 당분간 약을 먹지 않아도 죽지 않아. 하지만 너, 눈이 멀었어? 아니면 머리가 어떻게 됐어? 바닥의 깨진 유리 조각이 보이지 않아? 그걸 밟고도 고통을 못 느껴?” 박태준은 카펫을 더럽히고 있는 기민욱의 발바닥에서 배어 나오는 피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전화가 연결되자 박태준은 고개를 돌리며 안정된 말투로 말했다. "주 박사님, 육정현입니다. 잠깐 와 주셔야 할 것 같아요. 민욱이가 발을 다쳤어요.” "네, 유리 조각에 발을 찔려서 피를 많이 흘렸어요. 상처가 좀 심각해 보여요.” 기민욱의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가며 마음속에 있던 분노가 풀리는 듯했다. "형, 나한테 신경 써주는 거야?” 기민욱은 일어나 박태준을 향해 걸어가려 했다. 그가 발에 힘을 주자 발아래 유리 조각이 더 깊이 살 속으로 들어갔다. "아.” 기민욱은 아파서 소리를 한 번 지르고는 다시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는 박태준을 바라보다가 우울했던 감정이 사라지고 얌전한 고양이처럼 온순 해졌다. "형, 미안해, 내 잘못이야. 내가 형을 의심하지 말았어야 했어.…” 기민욱은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억울해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박태준은 전화를 끊고 손을 들어 양미간을 만지작거리다가 한참 뒤에야 한숨을 쉬었다. ”뭐가 두려운 거야?” "형이 나를 원하지 않을까 봐 두려워.” 기민욱이 박태준을 처음 본 것은 고아원이었다.그날 박태준은 어린 왕자처럼 차려입었고 그의 모습은
”……” 진유라는 털털했지만 입이 무거웠고, 무의식 중에라도 박태준이 돌아왔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뒤에 있는 그 수다스러운 사람을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실종되면 아내를 돌볼 필요가 없나요? 박 사장 장부에 기록하고, 그가 돌아오면 갚으면 돼요." 룸 안의 불빛이 어두워 그 사람은 진유라에 가득한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지 못했다. 진유라가 자신과 계속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 클럽 안이 너무 시끄러워 대화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실종된 지 이렇게 오래되었으면 아마도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요.” “명절날 조상님들 묘에서 제사 지내본 적 없어요? 조상님들께 잘 지켜달라고 빌지 않아요? 아내 옆에 있던 없던 아내를 잘 보호하고, 직접 돈을 벌 수 없다면 아내가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줘야죠.” 진유라의 말을 들은 그 사람은 충격을 받아 입을 딱 벌리고 그녀를 쳐다만 볼 뿐 말을 하지 못했다. 이 여자의 남편은 죽어서까지 일을 해서 이 여자를 먹어 살려야 하다니 정말 지독하다. 지금 귀신을 쫓아다닌 방법이 없으니 다행이다. 그렇지 않으면 귀신을 쫓아다니면서 돈을 벌게 일을 시켰을 것 같다. 진유라는 그 사람이 자신을 힐끗힐끗 쳐다보는 것을 느끼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아직 여기서 뭐해요? 빨리 돈 벌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아내를 만나는 것도 힘들어요. 당신이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나중에 죽은 사람도 이길 수 없을 거예요.” 1초 전까지만 해도 흉악스럽게 말하던 진유라는 1초 후 전화기 너머 신은지에게 부드럽게 말했다. “빨리 와. 웨이터에게 술 갖다 달라고 했어.” "알았어."박태준이 사고를 당한 이후로 신은지는 한 번도 엔조이 클럽을 간 적이 없고 접대조차 그곳을 피해서 했다. 진유라는 룸 번호를 그녀에게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엔조이 클럽. 웨이터가 문을 밀어주자, 신은지는 정 중앙에 앉아 있는 진유라를 볼 수 있었다. 신은지의 시력이 좋은 것이 아니라 흰 셔츠와 검은 양복바지의 무리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