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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날아간 알약은 바닥에 굴러떨어졌고 기민욱의 손은 허공에 뜬 채 굳었다.

기민욱의 시선은 박태준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였고, 눈 밑의 빛은 어두웠고, 감정은 모두 그 캄캄한 눈동자 깊은 곳에 숨겨져 있었다.

"형, 왜 약을 안 먹어? 아닌가…."

뭘 알았어?

기민욱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끝내 묻지 않았다.

"약이 너무 쓸 것 같아?”

박태준은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를 하고 있다가 기민욱의 질문에 고개를 돌렸다.

차가운 시선이 기민욱의 얼굴에서 발 위로 향했다.

"내 병은 당분간 약을 먹지 않아도 죽지 않아. 하지만 너, 눈이 멀었어? 아니면 머리가 어떻게 됐어? 바닥의 깨진 유리 조각이 보이지 않아? 그걸 밟고도 고통을 못 느껴?”

박태준은 카펫을 더럽히고 있는 기민욱의 발바닥에서 배어 나오는 피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전화가 연결되자 박태준은 고개를 돌리며 안정된 말투로 말했다.

"주 박사님, 육정현입니다. 잠깐 와 주셔야 할 것 같아요. 민욱이가 발을 다쳤어요.”

"네, 유리 조각에 발을 찔려서 피를 많이 흘렸어요. 상처가 좀 심각해 보여요.”

기민욱의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가며 마음속에 있던 분노가 풀리는 듯했다.

"형, 나한테 신경 써주는 거야?”

기민욱은 일어나 박태준을 향해 걸어가려 했다.

그가 발에 힘을 주자 발아래 유리 조각이 더 깊이 살 속으로 들어갔다.

"아.”

기민욱은 아파서 소리를 한 번 지르고는 다시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는 박태준을 바라보다가 우울했던 감정이 사라지고 얌전한 고양이처럼 온순 해졌다.

"형, 미안해, 내 잘못이야. 내가 형을 의심하지 말았어야 했어.…”

기민욱은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억울해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박태준은 전화를 끊고 손을 들어 양미간을 만지작거리다가 한참 뒤에야 한숨을 쉬었다.

”뭐가 두려운 거야?”

"형이 나를 원하지 않을까 봐 두려워.”

기민욱이 박태준을 처음 본 것은 고아원이었다.

그날 박태준은 어린 왕자처럼 차려입었고 그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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