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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네가 여기 왜 있어?

그 뒤로 기민욱은 한참 얌전히 지냈다. 심지어 일자리까지 구해 성실한 삶을 살고 있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그리고 더 이상 박태준에게 억지로 약을 먹게 하거나, 예전처럼 자주 회사에 나타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가 한숨 돌릴 틈도 없이, 재경 그룹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다.

새벽에 고연우한테서 연락이 왔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해결했으니까, 안심해도 돼. 빨리 발견돼서 큰 손실은 없었어.”

“그런데 목소리는 왜 이렇게 다 죽어가?”

고연우가 거의 속삭이듯이 말하는 목소리를 보고 박태준이 물었다.

“너 때문에 나 지금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어.”

정민아는 잠이 얕아 조금만 소음이 있어도 깨기 일쑤였다. 그리고 일단 한번 깨면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그래서 고연우는 집에 들어갈 엄두도 못 내고 11월 추운 날씨에 정원에서 찬바람 맞고 있었다.

추위에 몸은 식어갔지만, 반대로 고연우의 마음은 화로 인해 점점 끓어오르고 있었다.

“너 도대체 언제 돌아올 생각이야? 언제까지 내가 네 똥 닦아야 해?”

그도 빨리 이 상황을 끝내고 싶었지만, 상황이 예상했던 만큼 잘 풀리지 않았다.

“미안. 조금만 참아. 거의 끝나가.”

고연우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어디서 여자한테나 쓰던 수법으로 날 달래려고 들어? 3달이야. 3달 안에 안 끝나면, 나도 이제 몰라.”

물론 이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 불알친구가 도움이 필요하다는데 3달이 아니라 3년이라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상황이 달가운 건 아니라 화풀이가 필요했다.

박태준도 그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수로이 생각하지 않으며 물었다.

“그래서 지금 어딘데? 집 정원?”

고연우가 미간을 누르며 짜증스레 말했다.

“안 들려? 지금 바람 부는 소리?”

“정민아한테 전화해 볼게.”

“됐어. 하지 마.”

고연우가 급하게 말렸다.

“깨우면 혼나.”

박태준은 웃음을 터트렸다. 밖에서는 날아다니는 고연우가 집에서는 마누라 때문에 집도 못 들어갈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는 괜히 더 약 올리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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