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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누가 맞는 것 같아?

이 집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 그리고 이렇게 노크도 안 하고 들어올 사람은, 그 자질 없는 기민욱 그놈밖에 없다.

"형"

기민욱의 목소리에 소년 같은 풋풋함이 묻어 나왔다.

카펫에 그의 발소리가 묻혀 전혀 들리지 않았다.

"형, 자?”

박태준은 소파에서 일어나 다리를 벌리고 팔꿈치를 무릎에 괴고 피곤한 듯 양미간을 비비며 말했다.

"아니, 아까 술을ㅣ 마셔서 조금 움직이기 싫어서 그래. 왜 왔어?”

"심심해서 그냥 형 보러 왔어.”

기민욱은 박태준 옆자리에 앉아 불을 켜고 TV를 켜며 흥겹게 채널을 돌렸다.

요즘 사람들은 TV를 볼 때 인터넷을 사용하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을 검색해서 보지 TV 채널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 TV는 설치한 이후로 켜본 적이 없는데, 왜 갑자기 기민욱이 TV를 보는 데 관심이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더군다나 생방송 채널을 말이다.

"형, 보물 감정 좋아해?”

'감정'이라는 두 글자를 듣자 박태준은 자신도 모르게 신은지를 떠올렸고 마음이 누그러지는 동시에 ‘덜컥'하며 심장이 내려앉은 것 같았지만 얼굴에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래, 특별히 관심 있지는 않아.”

기민욱은 약간 실망한 듯 보였다.

“그래? 은지 누나가 오늘 TV에 나오는데 기분이 좋아서 형이랑 같이 보려고 왔어.”

“......”

박태준이 말을 안 하기는 했지만 기민욱의 마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무슨 함정을 파놓았을 수 있다.

다만 이 함정이 박태준을 위한 것인지, 신은지를 위한 것인지, 그 자신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다.

박태준은 지금 신은지 곁에 없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돕고 싶지만 도울 힘도 없다.

만약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박태준은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에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기민욱은 채널을 돌려 신은지가 나오는 방송을 찾았다.

신은지는 고개를 숙이고, 손에 돋보기를 들고 물건을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다.

귀밑머리가 늘어져 신은지의 얼굴을 살짝 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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