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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서프라이즈

사진 속에 찍힌 연분홍색 보석을 본 강태민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때, 누군가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둘째 어르신, 신은지 씨, 배에 오르시죠."

신은지는 단번에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전에 응급실에서 강이연의 병원 수속을 돕던 강태석 비서였다.

강태민이 신은지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옛날 일에 어린애들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잖아. 내가 배에 오르면 다른 사람들은 그만 보내."

"어르신......."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잖아요?"

바다가 아니면 어떤 일이 닥쳐도 박태준은 신은지를 지켜줄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경호원들도 이렇게 많이 대동했는데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바다로 나간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바다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누구든지 집어삼킬 수 있었다. 아무리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자연 앞에선 그저 무기력한 한 명의 인간일 뿐이었으니까.

"저희 어르신은 배에 안 계세요. 전 그분의 지시에 따라 여러분을 모시러 온 것뿐이에요. 그러니 신은지 씨도 같이 오르셔야 해요."

강태석 비서가 사무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우려하시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거예요. 그저 대화를 나누기 위한 자리일 뿐이에요. 다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저희 어르신께서는 조금 더 신중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어 하세요."

여기에 이 헛소리를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강태민이 입을 열었다.

"안 돼. 그건 내가 용납할 수 없어."

비서가 들고 있던 가방에서 정장 재킷을 꺼내며 물었다.

"이 옷, 눈에 익지 않으세요?"

남들 보기엔 그저 좀 많이 낡고 더러운 정장 재킷일 뿐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강태민 눈엔 다르게 보였다.

정장 재킷의 소매를 본 그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 옷이 왜 여기에...."

옷소매엔 심은하의 영문 이름과 기러기가 비상하는 수필화가 수놓아 있었다. 강태민은 단번에 이 옷이 전에 심은하가 그에게 선물해 준 것임을 알아차렸다. 저 옷소매에 수놓은 사람이 심은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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