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웅은 서둘러 눈을 감았다. 위계질서 따위는 신경 쓸 틈도 없이 박태준에게 서류 봉투를 넘겼다.“아이고,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 먼저 봐 주시겠습니까? 제가 나중에 처리하겠습니다.”차라리 눈이 멀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하필 대표님 앞에서 서류 봉투를 뜯을 생각을 했을까. 서류 봉투 안에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클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반짝이는 인테리어를 통해 부자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다.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사진 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신은지 라는 사실이다. 사진에는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에 남자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끈 나시의 짧은 치마는 아니지만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사실이다. 박태준은 사진을 서류 봉투 안에 넣었다. 그리고 눈을 감싸고 있는 진영웅에게 지시를 내렸다.“누가 보냈는지 알아내.” ..신은지가 박물관에 들어오자마자 남자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도중 영어와 한글을 섞어 가면서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다.“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이 귀중한 물건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그 교포한테 애국자 흉내 내지 말라고 하세요. 자기 나라의 물건은 자기 나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해서 보냈지만 당신들이 정말 복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외국 복원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문화재 복원은 결코 상업적인 복원이 아닙니다. 문화재는 옛날 물건처럼 다시 복원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저희 나라의 문화재 복원 기술은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유명합니다. 적어도 제가 이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저를 찾는 사람은 맞습니다. 도와주러 왔으면 고맙다고 해도 부족할 텐데 왜 저를 거절하시는 겁니까? 당신들은 지금 복원이 아니라 오히려 더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겁니까!”임관장의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신은지는 박물관에 들어와 회사 동기와 마주쳤다. 턱으로 사무실로 가리키며 물었다.“누구예요?”“일 훔치러 온 사람이에요.
샐러드는 만들기 쉽다. 요즘 날씨도 덥고 며칠동안 남포시에서 느끼한 것만 먹는 바람에 채소가 먹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은 채소를 썰어서, 익히고 접시 위에 두었다. 드레싱을 뿌리고 나니 요리 완성 시간은 총 15분도 채 되지 않았다. 박태준은 물로 잠깐 행군 채소 덩어리를 바라보았다. 가득한 초록 빛깔에 미간이 찌푸려졌다.“감사 인사야, 아니면 사료야?”신은지는 그릇을 내려 놓다가 다시 자신의 쪽으로 당겼다.“대표님, 가능한 시간대를 말씀하시라니 까요. 별 10개 식당 찾아서 제가 정중하게 감사 인사라도 하게요.”박태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말투에는 억울함도 담겨 있었다.“안 먹는다고는 안 했잖아. 그리고 국내에는 별 5개가 제일 많은 거야.”“너 같이 높은 사람이 어떻게 별 5개로 성에 차겠어.”“...”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말하다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쫓겨 날 수 있다. 이렇게 보니 진영웅의 말이 맞았다. 역시 여자와는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가 없다.신은지는 샐러드를 입에 넣었다. 한편 박태준의 것은 자신의 왼손 옆에 두었고 곧이어 그가 손을 뻗어 그릇을 가져갔다.의외로 맛이 없지는 않았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입맛에 맞았다.“맛있네.”식사를 마치고 신은지가 설거지를 하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때, 박태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내가 할게.”그리고 “너 하루 종일 일만 하다가 왔잖아.” 라며 말을 덧붙였다. 박태준은 대학을 졸업하고 외국으로 나가 지낸 적이 있다. 항상 혼자서 밥을 했기 때문에 설거지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 “어떻게 손님한테 설거지를 시켜, 식사가 좀 조촐하긴 했어도 남포시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감사 인사는..” 그는 신은지의 손님 또는 감사라는 말에 거리감을 느꼈다. 손에 핏줄을 세우며 코웃음을 쳤다. “진 비서가 나한테 청춘 드라마 좀 보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상대방의 말을 끊는 방법을 알게 됐지. 꽤 쓸모 있어 보이던데 직접 안 해봐서 모르겠네. 지금
신은지는 얄궂게 웃었다. 미간 사이에는 요염함과 비웃음이 뒤섞여 있었다."우연이라고 생각해?"그 말을 들은 박태준은 그녀를 놓아주더니 흘러내린 신은지의 머리를 귀 뒤로 꽂으며 말했다."아니, 그리고 비즈니스 하는데 이런 더러운 일 많아. 하지만 나는 그런 적 없어,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그런 짓 한 적 없어. 그러니까 다음에는 이런 거 묻지 마."신은지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내가 손댄 여자는 너 하나밖에 없어. 그것도 내가 직접 나를 너한테 갖다 바친 거고."박태준은 애정 표현을 잘 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해본 적도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늘 신은지에게 못된 말만 늘어놓기 바빴다. 신은지는 직접적이고도 열렬한 애정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대개 진선호나 학창 시절, 고백 편지에서 들은 것이었기에 박태준이 지금 하고 있는 말이 애정 표현인지 아니면 그저 자신의 말에 대답하고 있는 것인지 확신하지 못했다.신은지가 멈칫한 사이, 박태준은 이미 신발을 다 바꿨다."먼저 갈게. 그동안 수고했어. 일찍 쉬어."신은지는 요즘 궁중 암투극에 빠졌는데 황제가 매번 수청을 들고난 후궁에게 수고했다고 말하곤 했다. 그랬기에 박태준이 한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화끈해졌다. 하지만 곧이어 그가 자신에게 쇼핑하느라 수고했다고 말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문을 닫은 그녀는 TV를 보다 씻고 자려고 했지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박태준이 무언가를 놓고 간 줄 알았던 신은지는 문을 열자마자 진유라를 마주했다. 그녀의 손에는 과일과 간식, 포장된 회까지 있었다. "내가 꼬치랑 맥주도 시켰는데 이제 곧 도착할 거야."진유라는 물건을 신은지에게 건네주더니 익숙하게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 바꿔 신었다."방금 엘리베이터 앞에서 박태준 만났는데 그놈이 너 괴롭히러 온 거야? 그런데 그 고귀한 사람이 나한테 말을 걸더라.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이 점에서 진유라는 박태준을 오해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신은지 남편이고 한 사람은 신은지 친구였지만 사실 자
박태준이 신은지의 눈을 막았지만 그녀는 이미 신진하를 보고 말았다.신진하는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피와 오줌으로 범벅이 된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은 무척 더러웠다.요즘 매번 신진하를 볼 때마다 그는 신은지에게 이런 초라한 모습을 보였다. 신은지는 한 집의 가장으로서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던 그가 아예 생각나지도 않았다."가자."신은지가 자신의 눈을 막은 박태준의 손을 내리며 말했다.박태준은 그런 신은지의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그제야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축축함에 그는 자신의 손에 신진하의 피가 묻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박태준이 신은지와 맞잡은 손을 들어보니 신은지의 새하얀 손에 빨간 피가 묻어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도 피가 묻어있었다.그 모습을 본 박태준이 미간을 찌푸리자 옆에서 누군가가 물티슈를 건네줬다."손 닦으세요."물티슈를 받아 든 박태준은 신은지의 손과 얼굴에 묻은 피를 조심스럽게 닦았다. 그리곤 자신의 손은 대충 닦았다. 그의 주먹은 어디에 긁힌 것인지 상처가 나 있었다. 가죽이 벗겨져 피가 뚝뚝 흐르고 있어 그 피가 박태준의 것인지 신은지의 것인지 알 수 없었다.박태준의 손길은 투박했다. 마치 어렸을 적, 고무로 숙제 책을 지우는 손길 같았다. 덕분에 보드랍지만은 않은 물티슈가 지나간 곳이 조금 빨개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신은지를 보호하려는 박태준을 느꼈다.신은지는 거절하려고 했다, 한편으로 불편하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 주위에 구경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필 박태준은 어딜 가나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바닥에는 생사를 알 수 없는, 명의상 신은지의 아버지인 사람이 누워있었기에 신은지는 박태준처럼 담담하게 행동할 수 없었다."가자."박태준이 물티슈를 버리고 나서야 신은지가 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응."박태준은 다시 신은지의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신은지가 쌩하니 그를 지나쳐 가 그의 손끝이 그녀의 옷을 스쳐 지나갔다. 박태준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응, 알았어. 아무튼 고마워."신은지가 알코올을 적신 솜으로 박태준의 상처를 소독해줬다."그 짧은 시간 안에 현장에 도착해서 모든 흔적을 지우고 희생양까지 찾아냈으니 절대 단순한 집안이 아니야. 남포시에 그런 집 10집 안 되거든. 내가 이미 사람 보내서 지켜보라고 했어, 하지만 시간이 조금 걸릴 거야."남포시는 박태준 구역이 아니었기에 다른 이의 세력이 오랜 시간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니까 쉽게 다른 이에게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들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하여 오랫동안 싸워온 사람들임이 분명했다.이번 일로 알 수 있다시피 상대방은 신중한 데다가 플랜 B도 많이 남겨뒀다. 혹여나 조심하지 않아 꼬리를 보이거나 시끄럽게 했다가는 다음에 그들을 잡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 분명했다.박태준은 조용하게 손을 대야 했기에 조금 어려웠다.신은지의 사진도 상대방과 깊은 연관이 있을 거라고 박태준은 생각했다. 그저 그 구체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 수 없었다. 그저 두 사람의 사이를 멀어지게 하려는 건지, 아니면 또 다른 목적이 있는 건지 알 길이 없었다.박태준은 관절을 다친 탓에 붕대를 감기도 어려웠다. 신은지는 약을 바른 뒤, 물건들을 봉투에 넣어 묶어서 상자 속으로 넣었다.모든 것을 마치고 나서야 신은지는 고개를 들고 박태준을 향해 웃어 보였다."고마워."예쁘장한 얼굴을 지닌 그녀의 피부가 어둠 속에서 더욱 하얗게 비춰졌다. 불빛이 눈 안으로 비춰 들어오자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다.박태준은 그런 신은지를 보고 있자니 심장이 떨려와 침을 삼켰다.좁은 차 안에서 차창도 열지 않아 약 냄새와 두 사람 몸의 향기가 뒤섞여 서로의 코안으로 파고들었다. 차 안의 온도는 점점 올랐고 무수한 불꽃이 일어 곧 폭발할 듯했다.이성을 잃기 전, 박태준이 고개를 돌렸다.신은지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을 불태워 버릴 것만 같은 충동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보이지 않아 더 강렬해졌다.그때, 옆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긴장된
신은지는 집에 도착하고 나서도 깊고도 어두운 박태준의 눈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진유라는 테이블 옆에 앉아 새우를 까 접시 안에 가지런히 세워두고 있었다. 문 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자 이미 신발을 바꿔 신은 신은지가 보였다."왜 그래? 뒤에 귀신이라도 쫓아와?""왜 안 먹었어?"신은지가 식탁 위에 그대로 놓여있는 음식들을 보며 물었다."너 기다렸지. 안 돌아온다는 말도 안 했잖아. 그리고 나 혼자 이걸 어떻게 다 먹냐, 새우 까면서 너 기다리고 있었지, 이거 다 깔 때까지 너 안 돌아오면 먹을 생각이었어."진유라가 신은지에게 술을 부어주며 말했다.마침 목이 말랐던 신은지는 술잔을 건네받아 벌컥벌컥 마시기 시작했다."너 다이어트 한다며."그 말을 들은 진유라는 발끈하며 말을 쏟아냈다."이거 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 거야. 박태준 옆에 있는 놈들 다 좀 병 있는 거 아니야? 그 골동품들 안목 있는 사람들이 보면서 있으면 얻어걸리는 거라고 했는데 아무리 말해도 안 믿는 거 있지. 그리고 이 더운 날, 나를 끌고 보물을 사러 가자고 하는 거야. 오늘 하루 종일 가게에 있을 생각이었는데. 나 아침에 선크림도 안 발랐는데, 심지어 모자도 안 썼다고, 아무런 조치도 없이 햇빛 밑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네가 알아.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니?"진유라가 신은지 앞으로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이거 봐, 내 피부 다 벗겨졌어. 그리고 내가 착한 사람이라서 도와주려고 했는데 내가 거기서 사고 있는데 그놈이 뒤에서 법률을 들먹이면서 사장님 말문 막히게 하는 거야.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뭐 시장 정리하러 간 사람인 줄. 이러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이 바닥에서 살라는 거야.""곽 변호사님이 조금… 진지한 분이신가 보네."신은지는 진유라의 원망을 듣곤 말했다."진지한 게 아니라 병 있는 거야. 다행히 오늘 운이 좋아서 적합한 거 찾았는데 앞으로 다시는 그 얼굴 보고 싶지 않아."진유라는 곽동건에게 불만이 많아 보였다."그런데 방금 어딜 그렇
육지한에게서 무언가 알아내려던 신은지는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귀찮은 일만 뒤집어썼다."여기 당신한테 내어줄 방 없으니까 혼자 알아서 하세요."나유성의 아파트는 원룸이었기에 다른 방이 있다고 해도 신은지는 육지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그를 집안으로 들일 수 없었다."저는 경호원입니다, 당신을 보호하는 게 제 일이라고요. 어딜 가나 붙어 다녀야 보호하죠."육지한이 미간을 찌푸리고 신은지의 방을 둘러봤지만 확실히 남는 방이 없어 보였다."저 소파에서 자도 돼요."하지만 신은지는 물러서지 않았다."텐트라도 사서 밖에서 자요. 저랑 그 사장님이라는 사람은 그저 파트너 관계거든요. 얼굴도 본 적 없다고요. 우리가 말하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 맞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 사람이 보낸 사람을 우리 집에 들이겠어요?"신은지는 그 남자가 얼굴 없는 남자라고 확신했다. 이안나와 처음 그녀를 찾아왔던 사람 모두 그를 이렇게 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은지는 배후에 다른 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한산 별장 3층의 그 사람은 얼굴 없는 남자일까,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인 걸 까."남포시에서 당신이랑 같이 있던 그 중년 남자가 누군지 알려주면 허락할게요."신은지가 육지한을 보며 말했다."중년 남자가 누굽니까? 저는 당신을 구해주고 바로 떠났습니다. 가기 전에 경찰에 신고했으니 당신이 본 사람은 경찰이겠죠."육지한이 덤덤한 얼굴로 대답했다.거짓말, 하지만 신은지는 절뚝거리며 문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열고 육지한을 보내려고 했다. 그녀는 방금 전, 지하 주차장에서 돌을 밟고 발을 삐끗해서 발목이 퉁퉁 부어 바닥에 닿기만 해도 아팠다.그녀는 육지한과 자신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나가주시죠."신은지가 불퉁하게 육지한을 쫓아내려고 했다.한편, 박태준은 신은지의 문밖에서 노크를 하려고 했지만 꼭 닫혀있던 문이 열리더니 불빛과 함께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모습에 박태준은 꾹 참고 있던 분노가 사르르 녹아버렸다. 덕분에 그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서
신은지가 박태준을 무시하곤 화장실로 들어갔을 때, 얼핏 노크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그녀가 나왔을 때, 테이블 위에는 음식과 술이 한가득 놓여있었다. 소주에 맥주, 양주, 칵테일까지 있었다.신은지는 박태준이 술을 마시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거절을 당한 뒤, 화가 나 이런 방식으로 자신을 죽이기 위해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 5병도 겨우 마시는 신은지가 저 술들을 전부 들이켰다간 병원에 갈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은지 또 화났어.]박태준이 진영웅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대표님, 또 사모님 심기 거스르는 말 하신 거예요?]진영웅이 답답하다는 듯 답장을 했다.하지만 박태준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면 신은지는 그를 집안으로 들여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아니.][대표님, 우리 칭찬하는 법을 배우거나 입 다무는 법 배워야 한다고 했잖아요. 둘 중에 하나만 배우면 돼요.]진영웅의 답장을 본 박태준이 휴대폰을 옆으로 던졌다. 그리곤 방문 앞에 선 신은지를 보게 되었다."뭐 마실래?""네 피 마셔도 돼?"신은지가 묻자 박태준이 자신의 손목을 그녀에게 건네줬다."씻어서 줘?"신은지는 박태준을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융통성이 없다고 해야 할지 몰랐다.박태준은 전에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기가 죽은 그 모습은 마치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도 만난 것 같았다.신은지는 고민하다 소파 위로 앉았다. 그녀는 박태준이 이곳에서 술을 마시다가 저세상으로 갈까 봐 걱정되었다."말해 봐, 여긴 도대체 왜 온 거야? 정말 술 마시러 왔다고 하지 마."신은지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말했다.그러자 박태준이 도수가 높지 않은 칵테일 한 잔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시선을 빨간 그녀의 입술 위로 고정했다. 박태준이 누군가를 이렇게 뚫어져라 바라볼 때면 마치 상대방을 빨아들일 것 같았다."너랑 자러 온 거라고 하면…"박태준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칵테일이 그의 머리 위에서 쏟아져 내려 코와 얼굴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