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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어디에나 남아 있는 흔적.

진영웅은 서둘러 눈을 감았다. 위계질서 따위는 신경 쓸 틈도 없이 박태준에게 서류 봉투를 넘겼다.

“아이고,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 먼저 봐 주시겠습니까? 제가 나중에 처리하겠습니다.”

차라리 눈이 멀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왜 하필 대표님 앞에서 서류 봉투를 뜯을 생각을 했을까.

서류 봉투 안에는 사진이 들어 있었다.

클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반짝이는 인테리어를 통해 부자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사진 안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신은지 라는 사실이다. 사진에는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에 남자 품에 안겨 있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끈 나시의 짧은 치마는 아니지만 눈살이 찌푸려지는 건 사실이다. 박태준은 사진을 서류 봉투 안에 넣었다.

그리고 눈을 감싸고 있는 진영웅에게 지시를 내렸다.

“누가 보냈는지 알아내.”

..

신은지가 박물관에 들어오자마자 남자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도중 영어와 한글을 섞어 가면서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이 귀중한 물건을 망가뜨릴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그 교포한테 애국자 흉내 내지 말라고 하세요. 자기 나라의 물건은 자기 나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해서 보냈지만 당신들이 정말 복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외국 복원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

“문화재 복원은 결코 상업적인 복원이 아닙니다. 문화재는 옛날 물건처럼 다시 복원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저희 나라의 문화재 복원 기술은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유명합니다. 적어도 제가 이 업계에서 유명한 사람은 아니지만 저를 찾는 사람은 맞습니다.

도와주러 왔으면 고맙다고 해도 부족할 텐데 왜 저를 거절하시는 겁니까? 당신들은 지금 복원이 아니라 오히려 더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겁니까!”

임관장의 사무실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신은지는 박물관에 들어와 회사 동기와 마주쳤다. 턱으로 사무실로 가리키며 물었다.

“누구예요?”

“일 훔치러 온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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