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지는 정말 알아들은 건지 만 건지 얌전히 자리에 앉아있었다. 박태준이 그녀를 안아도 거절하지 않았다.성인 여자의 몸무게는 그리 가볍지 않았다. 평소엔 괜찮았지만 술에 취하고 나니 조금 힘들어져 박태준은 그녀를 안고 일어서다 힘이 풀려 두 사람 모두 소파 위로 넘어지고 말았다.다행히 나유성은 이 아파트를 사서 자신이 살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좋은 가구를 골라 소파도 넓고 포근했다. 박태준은 넘어지면서도 팔목으로 버티며 신은지의 위로 완전히 넘어지지 않았다.박태준은 그렇게 위에서 조용하게 자신의 밑에 누워있는 여자를 바라봤다.그림 같은 신은지의 눈은 평소처럼 비웃음이 담겨있지 않았다. 박태준의 기다란 손가락이 그녀의 얼굴 윤곽을 따라 흘러내렸다."앞으로도 안 되면 너 정말 나 버릴 거야?"그러자 신은지가 고개를 돌렸다. 단잠을 방해하는 그의 손길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하긴, 너 원래 나 안 가지려고 했지. 안 되면 더 빨리 도망갔을 거야. 그리고 나랑 이혼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거야."박태준이 자신을 비웃으며 말했다.곧이어 그의 입술이 신은지의 이마 위로 떨어졌다. 그 어떤 욕구도 담기지 않은 입맞춤은 잠시 이마 위에 머물렀다가 그녀의 눈가, 콧방울, 얼굴을 지나 마지막으로 술에 젖은 빨간 입술 위로 내려앉았다.신은지의 입술은 부드럽고 차가웠다. 그녀의 숨에 칵테일 냄새가 섞여 있었다.박태준은 술에 취한 그녀에게 이런 짓을 할 생각이 없었다. 술 취한 여자에게 이런 짓 따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입맞춤을 시작으로 그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신은지가 그에게 반응을 해줬기 때문이다.절반쯤 뜬 눈에 취기가 가득했다. 불빛 아래 그녀의 보드라운 팔이 그의 팔을 안고 몸을 일으켜 그에게 가까이하려 애썼다.박태준은 순식간에 긴장했다. 그는 미칠 것 같았다.품에는 그가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고 그는 오기 전, 그런 생각을 하며 왔다. 그랬기에 이런 상황에서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이튿날, 신은지는 혼란스러움을 안고 일어났다. 어지럽
박태준을 바라보는 신은지의 눈빛에 놀람과 동정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박태준이 원하던 감정은 없었다."내가 정말 그러길 바라고 있는 거 아니야?"박태준이 이를 물고 물었다."크흠."신은지가 다시 시선을 돌려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딱히 그런 건 아니고, 그렇게 바라진 않아."하지만 만약 정말 그렇다면 부부관계가 없었던 3년 동안의 결혼생활이 그렇게 처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적어도 모든 것이 신은지가 매력이 없어서 남자가 관심을 가지지 못한 건 아니라는 걸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신은지의 대답을 들은 박태준의 안색은 호전되지 않고 오히려 더 어두워졌다."지금 네 눈에 담긴 고소하다는 듯한 감정 거두고 말했으면 믿었을지도 모르겠네."지금 그렇다고 인정한 건가?신은지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니까 너 정말 안 된다는 거야?"박태준은 아무 대답 없이 뒤에서 그녀를 안았다. 마침 그의 아랫배가 그녀의 허리에 닿았다."지금은?"곧이어 신은지는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박태준은 일부러 그녀를 힘주어 안아 허리가 아플 지경이었다."어젯밤 일 때문에 그런 오해를 한 거라면 지금 한번 해보는 건 어때? 너 이상한 생각 안 하게."박태준은 신은지를 안고 그녀를 세면대와 자신의 몸 사이에 가두고 말했다. 그가 뱉어내는 숨에 박하 향이 섞여 있어 얼굴에 닿으니 조금 시원했다.신은지는 3년의 결혼생활을 했었지만 그 방면으로는 경험이 부족했다. 그랬기에 보는 것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박태준이 다가왔을 때, 그녀는 그가 안 된다는 생각을 지워버렸다.지금 이 상태로만 보면 그는 충분히 정상적인 남자였다.지금 이 상태로 했다가는 처음 했을 때처럼 병원에서 이틀은 누워있어야 할 것 같았다."나가, 나 샤워해야 해."신은지가 박태준을 밀어내며 말했다.그러자 박태준은 부은 신은지의 발목을 바라봤다. 어젯밤처럼 붓지는 않았지만 멍 자국은 더 심해져 어제보다 더 끔찍해 보였다."발에 상처 뜸질하면 안 되니까 목욕
"네 전남편한테 물어봐. 도대체 어떻게 해야 보는 사람마다 짜증 나게 하고 강아지도 머리 흔들게 할 수 있는 건지."진유라가 박태준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그 말을 들은 박태준은 할 말을 잃었다.처음 박태준의 그런 모습을 보게 된 신은지는 그저 웃겼다."무슨 독이라도 있나 보네.""왜 이렇게 심하게 다친 거야? 병원에 가봤어?"진유라가 신은지의 부은 발목을 보더니 물었다. 그리곤 그녀를 부축하러 가다 쌓인 술병을 발견했다.가격도 종류도 다양했지만 그 수가 어마어마했다. 진유라는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그것들을 보게 되었다. 신은지는 평소 술을 즐기지 않았기에 누가 저런 짓을 했는지 뻔했다.술병에서 시선을 거두려던 진유라는 갑자기 익숙한 술병을 발견하곤 그 술병을 집어 들었다."너한테 이걸 줬단 말이야?"박태준이 어제 가지고 온 술은 종류가 다양했다. 신은지가 어느 것을 좋아할지 몰라 다 조금씩 가지고 왔던 것이다. 신은지는 술에 대해 잘 몰랐기에 도수가 낮은 칵테일만 골라 마셨지만 진유라의 진지한 얼굴을 보니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술에 문제가 있다는 거야?""술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데 이거 사람을 흥분하게 하는 게 있거든. 바텐더가 직접 현장에서 만드는 거라 밖에서는 파는 것도 없어. 거기 가서 포장해 와야지."진유라가 말을 하며 경멸하듯 박태준을 바라봤다.진유라도 전에 엔조이 클럽에서 다른 사람이 포장해 온 술병이 이런 모습인 걸 봤기에 알고 있었다."박 대표가 술자리를 얼마나 많이 다니는데 이런 것도 모르는 건 아니겠죠."진유라는 대놓고 박태준을 경멸했다.박태준의 안색도 진유라가 술의 효능을 말하는 것을 듣자마자 어두워졌다.그러니까 신은지가 어젯밤 그에게 반응을 보였던 이유는 술의 영향을 받았던 것이었다.박태준이 신은지를 바라봤지만 그녀의 표정은 담담했다, 하지만 그가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나는 몰랐어."박태준은 대답하자마자 자신이 뱉은 말에 신빙성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덧붙였다."술 주문한 사람
"당신…"신은지가 육지한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육지한은 담담하게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그 사이, 신은지는 휴대폰에 찍힌 전화번호를 보게 되었지만 그 번호는 신은지의 것이 아니었다."죄송합니다, 잠시 전화 좀 받겠습니다."육지한이 두어 걸음 떨어진 곳으로 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죠?"신은지는 여전히 연결음만 들려오는 휴대폰을 잡고 기다리다 결국 자동적으로 끊길 때까지 아무 대답도 얻지 못했다."어디 가요?"육지한이 통화를 끝내고 그녀에게 다가왔다."집에 갈 거예요."나연그룹에는 매일 갈 필요가 없었다. 방안도 결정 났고 이제 남은 건 세부적인 것뿐이었다. 이런 것은 집에서도 할 수 있었기에 마지막 결정을 하기 전, 가면 그만이었다.……신은지의 발은 반달이 지나고 나서야 나았다. 하지만 여전히 오랫동안 걸을 수 없었다. 근육을 다친 탓에 천천히 요양해야 했다.주말이 되어 진유라는 신은지와 함께 쇼핑을 하자고 했다. 쇼핑이라고 했지만 그저 카페에 앉아있으려던 것이었다."이따 뭐 먹어?"그 말을 들은 진유라가 고개를 짤랑짤랑 흔들었다."나 요즘 밥 너무 많이 먹어서 토할 것 같아. 나 좀 놔줘. 우리 엄마 하루에 남자 6명을 안배해서 선 보게 해.. 하루에 6끼를 먹어야 한다고, 요즘 남자랑 밥만 보면 토 나와."신은지는 선을 본 경험이 없었다. 일찍 결혼한 탓에 그 누구도 이런 걱정을 한 적도, 안내해 준 적도 없었다.하지만 하루에 6명은…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팠다."너희 어머니 너 배탈 날까 봐 걱정도 안 된다니.""그건 상관없어. 마지막으로 하나만 데리고 가면 돼. 저번에는 두 사람 동시에 만난 적도 있잖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지."상황이 조금 난감하긴 했지만 구체적인 건 신은지에게 알려주지 않기로 했다.진유라는 여자 바람둥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끼리끼리 모여 논다더니, 밥을 먹으면서도 남의 걸 탐내고 있네요."그때, 한 여자의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목소리를 들은 신은
신은지에게 다가간 진선호는 걷어 올린 그녀의 소매를 다시 내렸다.“에어컨을 온도를 너무 낮춘거 같은데 춥지 않아요?”오늘은 화창한 날씨이였지만 4월 말이어서 그늘진 곳은 공기가 찼다. 쇼핑몰은 사람들로 붐볐고 에어컨을 빵빵 틀고 있었다.신은지: “어떻게 온 거예요?”진선호는 진유라를 힐끔 보고 말했다.“누군가가 저에게 문자를 보냈고 마침 제가 이 동네에 있어서 왔죠.”사실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그의 가족들은 최유리와 한 쌍으로 묶으려 했고, 그는 어머니의 회유로 이곳에 왔다. 근처에 막 도착했을 때 진유라의 문자를 받은 것이다.최유리는 아직 바닥에 앉아 신은지의 소매를 내려주는 진선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그는 신은지에게 다가가면서 그녀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오빠!”진선호는 고개를 돌렸다.“바닥에 앉아 뭐 하는 거야? 안 차가워?”최유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눈치가 없는 것이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그는 상대의 소매를 내리는 사소한 일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사랑꾼 같은 모습이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그녀는 더욱 불만을 품었다.“조심하지 않아, 그만 넘어졌어.”다른 남자가 이런 말을 들었다면 다른 마음이 없더라도 손잡아 줄 테지만 항상 훈련받거나 다른 사람을 훈련시키고 있었던 진선호는 실수로 넘어졌어도, 심지어 허들에서 굴러떨어진다고 해도 이를 악물고 버텨야 한다는 태도였다.하여 그는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넘어지면 일어나. 별일도 아니잖아.”최유리: “...”“다른 사람들 방해하지 말고 빨리 움직여.”최유리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 모습은 가슴을 아리게 했지만, 이 남자의 얼굴에는 조금의 동정심도 없었다. 그저 귀찮아하는 모습이었다.신은지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치스러움에 더 이상 머물 수 없어 얼굴을 가리고 카페를 뛰쳐나갔다.진유라는 ‘쯧쯧’ 혀를 차며 말했다.“그러다 평생 혼자 살 수도 있어요.”진선호는 신은지의 옆자리에 앉으며 휴대
박태준: “내 번호를 차단한 거야?”회사에서 신은지에게 여러 번 연속 전화를 건 박태준은 그제야 자신이 차단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신은지는 지문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박태준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는 요즘 그녀를 돌봐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그녀의 공간에 입주했다.비록 소파에서만 잘 수 있었지만 적어도 집안으로는 들어갈 수 있었으니 꽤 성공적이었다.거실을 점령했으니 언젠가 침실에도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오늘, 그가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신은지가 말했다.“내 발은 이미 괜찮아져서 더 이상 돌봐 주지 않아도 돼.”“발을 다쳤을 때는 그림자도 안 보이던 자식이 다 나으니 나타나서 얼마 되지도 않는 식사로 그렇게 기뻤던 거야? 이렇게 오랜 시간 옆에서 돌 본 나한텐 왜 미소 한번 지어주지 않아?”방금 미소를 머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던 신은지가 그를 발견하고 웃음기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마치 그녀가 그를 만나기 싫어하는 것을 남들이 모를까 두려운 사람처럼 말이다.“얼마 되지 않은 식사지만 기분이 좋아. 당신은 이렇게 하찮은 것도 해주지 않잖아?”과거의 일이 떠오른 탓인지, 신은지의 말투는 공격적이었다. 아주 강렬한 감정이 실려있었다.“옷장에 있는 옷과 장신구, 여기저기 쌓여있는 가방들까지 모두 내가 사준 거잖아. 돈으로 따지면 그딴 생선, 평생 먹을 수 있을 정도야.”참아왔던 화가 폭발했다.마주 서고 있어 그녀의 붉은 입술이 시야에 들어왔다.분명 생선을 싫어하는 그녀가 그 자식을 위해 억지로 행한 행동이 떠오르자, 분노가 일었다.“아줌마가 당신이 생선을 싫어한다고 했어. 그런데 그 자식이 발라주는 건 기꺼이 먹더군. 입맛이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상대가 누구냐가 중요한 거였지?”“그런 말은 잘도 기억하면서 왜 내가 열이 39.5까지 올라 전화했을 때에는 오지 않은 건데?”“그땐 해외 출장 중이었어.”그는 언제 열이 났는지 묻지 않았다. 그것은 그가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때 그는 진영웅에게 비
다음날.신은지는 한산 별장으로 갔고 육지한이 그녀와 동행했다.그들은 많이 익숙해졌지만, 몇마디 주고받는 사이에 불과했다. 얼굴 없는 그 남자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입을 다무는 육지한때문에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없었다.2층으로 갈 수 없는 육지한은 엘리베이터 문 앞까지만 동행했다.예전에는 곧장 올라갔지만, 오늘은 난간을 잡고 그녀가 물었다.“그분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지 않아요?”그림은 이미 복구되어서 오늘 그분과 만나기로 했다.육지한: “호기심은 종종 나쁜 결과를 불러오죠.”웃고 있던 신은지는 그를 흘겼다.“너무 재미없네요.”그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그녀는 요즘 그림을 복구하고 있어서 서재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밝고 통풍이 잘되는 곳을 선호했기에 그녀를 싫어하는 이안나지만 그녀를 위해 커튼과 창문을 열어주었다.하지만 오늘밤은 달랐다.그분이 있었기 때문이다.노크하고 응답을 기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안은 어두웠다.그녀가 눈을 가늘게 뜨자 거튼 옆에 서 있는 사람을 겨우 볼 수 있었다.“오늘 밤에 조금만 더 복구하면 완성될 것 같아요. 나가실 건가요? 제가 불을 켜드릴까요?”어둠 속에 괴물이 숨어있을 거 같은 느낌에 견딜 수가 없었다.“나가도 돼요.”남자는 모자를 쓰고 선글라스와 마스크도 하고 있었다. 손에 장갑까지 낀 채 온몸을 단단히 가렸고 피부가 조금도 드러나지 않았다.신은지는 그가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고 확신했다.그녀는 작업 책상을 가리켰다. 그녀는 아직 물건을 챙기지 않아 모두 그대로 남아있었다.“이렇게 많아서 옮기는 시간이면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과장된 말이었다.그녀의 손짓을 따라 그곳을 바라보던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발걸음을 옮겨 문 쪽으로 향했다.“속도를 올려요. 그림을 너무 오래 끌었어요.”신은지: “알았어요. 제가 더 급해요.”그녀는 책상 쪽으로 달려가다 발을 삐끗해 그만 남자와 부딪히려 했다.상대는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그녀를 부축했다.신은지는 그의
진짜 신분으로 돌아간 육지한은 그녀의 경호원을 볼때보다 더 차가웠다.그녀를 하찮게 보면서 말했다.“우리는 그저 파트너일 뿐이에요. 남포시에서 당신을 구해준 것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죠. 당신에게 투자한 금액이 한두 푼이 아닌데 이대로 날려버릴 수는 없죠.”그는 모자를 벗고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했다.“3층에는 신경 꺼요. 누군가가 있다고 했고 그건 내 사람이고 돈 받고 일하는 부하직원인 당신에게 그럴 자격이 없어요.”신은지는 눈살을 찌푸렸다.“전 어머니에 대해 알고 싶어요. 내가 그 계약에 동의한 이유이기도 하죠.”만약 그들이 그 사진들을 가져가지 않았다면 그리고 내막을 알고 있는 듯한 표현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육지한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알아내기 전에 남포시에 목숨을 바칠 뻔했어요. 당신의 어머니가 살아계신다면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걸 원치 않을 거예요. 배후의 그 분은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신은지: “내가 꼭 확인 해야 한다면요?”“...”육지한은 조금 화가 난듯했다.“만약...”그는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한참 후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한번은 구할 수 있어도 매번 구할 수는 없어요. 기어코 멈추지 않겠다면 저도 방법이 없네요. 그저 죽기 전에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만나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미리 준비하세요.”신은지: “네.”육지한: “...”이 여자는 사람의 말을 못 알아듣는건가?지금 설득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건가?그림을 마친 신은지는 그것을 윤지한에게 건넸다.“보시고 문제가 없으면 당신에게 넘길게요.”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상급에서 지시한 일을 아직 완성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그였다.그러니 그림 따위가 들어올 리 없다.그림도 그저 신은지에게 접근하려는 핑계여서 이미 목적을 달성한 그는 그림이 쓸모가 없어졌다.그는 무심히 훑어보고 한켠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쓰레기처럼 버려지는 그림에 마음이 아팠지만, 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