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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나한테 기댈 생각은 해봤어?

신은지에게 화를 내고 싶었다. 어젯밤, 자신에게 유인 작전을 한다고 했을 때 분명히 거절 의사를 밝혔었다.

하지만 상의가 아니라 이미 모든 결정을 끝내고 한 말이다. 그녀는 그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그에게 알려 주었을 뿐이다.

자신이 생각해 보겠다고 했지만 그새를 못 참고 혼자 움직인 것이다. 긴급 회의 때문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사고가 일어날 줄은 누가 알았을까.

하지만 그녀의 허약한 모습과 벌겋게 달아오른 눈에 화를 낼 수 없었다. 박태준은 입술을 깨물고 침을 꼴깍 삼켰다.

한참 동안 자신의 분노를 억누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원래 이렇게 고집이 쎄?”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장모님 죽음에 의문점이 들면 내가 대신 찾아 줄 수 있어. 네가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움직일 필요 없다는 뜻이야. 그리고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그는 격해지는 감정에 잠시 말을 멈추고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자연스러운 ‘장모님’ 이라는 말에 신은지는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위험을 감수해야만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어.”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을 의심 해왔다.

더 이상 쓸모 있는 증거가 남아 나질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새로운 길을 열어야만 한다, 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 줄곧 겸손했던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신분을 노출시킬 생각까지 했을까.

신은지의 모친도 살아생전에는 항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던 사람이었다.

그녀의 방식이 위험 하긴 했어도 방향은 옳았다. 한산 별장 사람, 아주머니 그리고 두 명의 수상한 남자까지 한꺼번에 몰려들지 않았는 가.

박태준이 허리를 숙여 차 안에 있는 신은지와 눈을 맞췄다.

“나한테 기댈 생각은 해보긴 했어?”

신은지가 고개를 저었다가 다시 끄덕였다.

“응, 있어. 이렇게 도와주러 왔잖아.”

계획은 그녀의 생각 이상으로 위험천만했다. 하마터면 부딪혀서 죽을 뻔했다.

“...”

박태준은 언젠간 신은지 때문에 화병 나서 쓰러지고 말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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