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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5화

유이안은 성현준을 사랑했다. 아니, 사랑했었다. 그러나 현재는 아니다.

검은 벤틀리가 어두운 밤을 뚫고 노란 가로등을 가르며 유이안의 곁을 천천히 떠나간다. 이 짧은 시간은 유이안에게 있어 마치 그들이 함께했던 7년의 결혼생활을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 된 것만 같았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 시간 동안 두 사람은 행복하지만 악랄한... 악랄하지만 행복했던 시간을 보내왔다.

성현준이 쫓아오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차를 멈춰 세운다고 해서 뭐가 달라진단 말인가?

몇 마디 인사치레나 나누고 헤어질까?

하지만 그런 재회 방식은 그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아마 지금과 같은 이런 협력관계야말로 최고의 결말일 것이다. 적어도 영원히 씻겨지지 않는 원한은 남기지 않았으니까. 성현준이 고통스럽거나 말거나 하는 문제는 이제 정말 그녀와 관계가 없었다. 모든 것은 그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답답해 나는 마음은 차마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자동차가 아파트로 들어서고 현관문의 조명이 환히 빛나고 나서야 유이안은 천천히 몸에 걸치고 있던 외투를 벗었다. 막 옆에 있는 옷장에 걸어두려는데 주머니 속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확인해보니 강원영이 보낸 카톡 메시지였다.

[어머니께서 수제 소고기 만두를 만드셔서 몇 개 가져왔어요. 이미 다 요리된 거니까 조금만 데우면 먹을 수 있어요.]

[냉장고에 신선한 우유도 있으니 똑같이 데워 마시고 편히 주무세요.]

[--강원영]

...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다 보니 찌푸려져 있던 미간이 자연히 펴져 있었다. 애인은 꽃과 같다고 강원영처럼 자상한 애인을 옆에 둔다면 지난날의 불쾌함 정도는 쉽사리 잊을 수 있다.

강원영의 당부대로 소고기 만두와 우유를 데워놓고 음반 한 장을 틀어놓은 뒤, 부엌에 앉아 혼자 식사를 시작했다. 식탁에는 강원영이 저녁 무렵 왔을 때 함께 가져다준 꽃다발도 놓여있었다. 강원영은 많은 꽃 중에서도 유독 꽃 생강을 좋아했다. 시간이 흐르며 유이안도 점차 강원영이 가져다주는 꽃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하여 가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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