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자현은 소운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우리 혹시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나요?”소운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답했다.“우리 며칠 전 술집에서 만난 적 있어요.”“아, 기억났어요.”진자현은 웨이터로부터 샴페인 한 잔을 받아들고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다시금 소운을 바라보았다.“죄송해요. 이제 기억났어요. 우리 며칠 전에 만난 적 있었죠. 심지어 매우 즐거웠던 걸로 기억하는데.”남자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소운 씨 연기가 훌륭하네요.”이건 TV 속 죽은 남편에 대해 추모하던 그녀의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소운도 곧바로 알아차렸지만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현재 소운은 진자현의 투자 수단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마침 수중에 어느 정도의 자금이 있었고 시간도 많으니 만약 진자현이 정말 능력이 있는 남자라면 절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우리 따로 얘기해볼까요?”진자현은 흔쾌히 동의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미리 회장을 떠나 아래층 카페에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진자현은 그래도 매너 좋게 미리 커피를 주문해주었고 자세한 이야기를 할 때도 매우 전문적이었기에 특별히 당돌한 부분도 없었다.30분 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진자현은 확실히 괜찮은 인재였다. 하여 소운은 시기를 살피다 진자현에게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그러자 진자현은 입술에 담배를 물었다. 물론 불을 붙이지는 않았다.그때, 웨이터가 다가와 그들을 일깨워주었다.“손님, 여기는 금연입니다.”진자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답했다.“알고 있습니다.”그는 입에 물었던 담배를 다시 빼어내며 소운에게 물었다.“지금 수중에 얼마 정도 갖고 있죠? 제가 대신 봐 드릴게요.”“20억, 30억 정도요.”그러자 진자현은 커피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더니 손에 든 잔을 내려놓고 무심히 웃어 보였다.“지금 주식시장은 상승추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적지 않은 금액을 손해 보고 있지요... 그런 말도 있잖아요. 당신이
그 말에 소운은 내심 기뻐하며 몸을 돌려 남자의 품에 기대더니 진자현의 얼굴을 들고 입을 맞추었다.“그럼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제가 정말 혀를 내두를 수 있게...”그러자 진자현은 몸을 기울여 불을 끄고는 다시 여자와 함께 끝없는 쾌락 속으로 빠져들었다.그는 확실히 능력이 있는 인재였다. 소운이 맡겼던 30억 원금은 보름 만에 두 배로 늘었고 계좌의 숫자도 80억으로 늘어났다. 확실히 대단한 능력이었다. 매일 밤, 남자의 비위만 적당히 맞춰주면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다니.연말이라 그런지 주식시장은 확실히 평소보다 더 순조로웠다.소운의 계좌에 박힌 숫자는 구르고 굴러 어느덧 150억을 넘어섰고 그녀의 목표와도 점점 가까워졌다. 진자현의 능력을 확인하자 그에 대한 소운의 믿음도 점점 더 깊어져 갔다. 게다가 두 사람은 각자 처음과 끝을 맡고 있어 매번 첫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다.그날 밤, 두 사람은 전처럼 남녀 사이의 관계를 끝마치고 침대에 몸을 기댔다.소운은 진자현의 품에 기대어 가볍게 숨을 헐떡였다. 지금 소운은 이미 진자현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진자현이 강원영과 똑 닮았기 때문이었다. 최근 진자현과 거래를 시작하며 강원영에게 향했던 소운의 마음도 점점 진자현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물론 진자현도 소운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전혀 인색하지 않았다. 그동안 받은 한정판 가방을 세어보면 손에 꼽을 수도 없을 것이다.소운이 막 진자현에게 자신의 마음을 밝히려 하자 남자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금융 내부의 소식인듯했다.전화를 받은 후, 진자현은 곧바로 여러 고객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통화내용을 들어보니 대충 기술 주식이 급등할 것이니 사람들에게 추가 레버리지를 요청하는 말이었다. 게다가 말을 들어보니 최소 3일 동안은 상한가를 치리라는 것이었다.통화를 마치니 시간은 어느새 30분이나 지나 있었다.소운은 직접 진자현을 위해 야식을 만들어주고 일부러 말을 빙빙 돌리며 입을 열었지만 진자현
소운은 진자현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진자현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그가 준 명함에 적힌 주소에서도 진자현이라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소운이 아무리 멍청하대도 자신이 속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자현은 고의로 그녀에게 접근했고 그의 남자다운 매력을 이용해 그녀의 신뢰를 얻은 후 달콤한 유혹들로 그녀를 끌어들였다. 웃기게도 그녀는 그를 믿었고, 그 사기꾼과 수없이 많은 관계를 맺었으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어버렸다. 심지어 진자현과 평생을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녀는 얼마나 어리석었던 것일까! 연말이 다가오자 은행에서는 그녀에게 돈을 갚으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소운은 모든 인맥을 총동원했지만 그녀의 명성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새로 부임한 은행장님은 정직하고 재물과 여자, 술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소운은 어쩔 수 없이 강원영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강원영의 본사는 국내에 없었고 B 시에는 고정적으로 일하는 곳도 거의 없었다. 소운은 강원영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강 씨 가문의 노부부를 찾아가 그들이 돈을 마련해 주도록 압박하려 했다. 그녀는 그들의 며느리였고 강윤을 낳은 것도 그녀의 공로가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강윤을 그들에게 팔아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돈을 마련하고 강윤이와는 인연을 끊어버릴 생각이었다. 소운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강원영에게 접근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녀는 너무 불안해서 매일 담배를 피우며 걱정에 시달렸다. 곧 그녀의 얼굴도 더 이상 생기 있는 모습이 아니라 누렇게 변해버렸고 두꺼운 파운데이션으로도 그녀의 초췌함을 가릴 수 없었다... 설날 전날, 소운의 집은 은행에 압류 당했고 결국 경매에 넘어가게 되었다. 소운은 길거리로 나앉게 되었다. 그녀의 은행 계좌에 있는 돈으로는 괜찮은 호텔에 머무를 수 없었다. 결국 5만 6천원짜리 익스프레스 호텔에 머물기로 했고 보름 치 방세를 냈다. 좁은 방 안에서 소운은 창문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자살도 생각해 봤지만 아픈 게 두려웠다. 그녀는 진자현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전화번호를 열댓 번이나 걸어봤지만 여전히 꺼져 있었다... “진자현 이 개자식.” “남자는 하나도 좋은 게 없어.” 소운은 술에 취해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 보증서 복사본을 태웠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진자현에게 말했다. “내가 너를 잘못 봤네. 이건 네 조의금이라고 생각해.” 그녀는 얼굴을 감싸며 소리 내어 울었고 눈물은 손가락 사이로 쏟아졌다. 그녀는 다시 강원영을 찾으려 했다. 가장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고 남아 있는 돈으로 강원영의 집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그러나 경비원과 하인이 그녀를 막았다. 그들은 둘째 도련님이 그녀를 환영하지 않는다며, 강 씨 가문에는 그녀 같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소운은 그 충격을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검은 대문을 움켜잡고 강원영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울부짖었다. 그녀는 그에게 잘 살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고 자신이 잘못했다고 이제 다 깨달았다고 말했다... “원영, 네 형의 유서를 가져왔어.” “원빈 씨가 너에게 나와 윤이를 잘 돌보라고 부탁했어. 원영, 네 형이 내가 잘못된 길로 가는 걸 알면 너에게도 실망할 거야... 네 형이 남긴 유서를 한 번 더 봐줄래?” 소운은 눈물을 흘리며 주머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내 떨리는 손으로 펼쳤다. [원영아, 편지를 보니 너와 마주하고 있는 것 같구나.] [미안해, 너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 같네. 나는 살아갈 용기를 잃었어. 제발 소운을 탓하지 마. 우리 사이의 관계는 너무 복잡해서 단순히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없으니까.] [게다가, 소운의 뱃속에는 내 아이가 있어.] [원영아, 내가 떠나면 소운과 아이를 잘 돌봐줘. 내가 없으면 소운은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야! 제발, 원영아!-강원빈]소운은 강원빈의 유서를 반복해서 읽으며, 자신이 뉘우쳤다며 강원영에게 한 번
이 음산한 철도 위에는 피가 가득했다. 소운의 몸은 아직 따뜻하지만 그녀의 눈은 서서히 흐려져 가고 있었다. 몇 개의 가벼운 눈송이가 그녀의 긴 속눈썹 위에 떨어졌고, 그녀는 너무 차갑고 추웠다. 소운은 강원영이 가까이에 있어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평생 강원영만을 쫓았고 심지어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기 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녀에게 한 줄기 희망조차 남기지 않았다. 진자현, 강원영... 그녀는 어떻게 이렇게 바보 같았을까? 바보같이 진자현을 찾아갔고 강원영이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녀가 죽기를 바랐다. 멀리서 사람들 소리와 구급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소운은 생명이 다해 가는 마지막 순간, 환영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녀는 결혼할 때 입었던 하얀 정장을 입은 강원빈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온화하고 세련된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운아, 나와 함께 가자.” “고통도, 집착도 없는 곳으로.” 소운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 여기에는 강원영이 있으니까. 하지만 강원빈의 미소는 너무 따뜻했다. 그는 그녀의 모든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결코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그녀에게 온화하고 친절했으며 여전히 부드럽게 그녀를 부르며 말했다. “소운아, 너는 내 아내야.” 소운의 얼어붙은 얼굴에는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맞다, 그녀는 강원빈의 아내였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강원빈의 손을 잡고 함께 환상의 세계로 들어갔다. 백마와 금빛 마차, 그들은 서쪽으로 나아갔고 뒤에는 소리 없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드디어 집착을 내려놓았다. 강원영은 소운의 장례를 준비했고 그녀와 강 씨 가문의 원한은 그 유언장이 불타면서 모두 사라졌다. 이제 세상에 소운이라는 이름의 여인은 없고 강윤은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강원영은 자신이 독하다는 걸 인정했지만, 소운도 결코 착하지 않았다. 구름이 걷히고 달이 떠오르며
설날 저녁, 강 씨 저택은 시끌벅적했다. 강원영의 부모님도 B 시에 머물며 새해를 보내고 있었고 그들은 강원영과 유이안의 결혼식 후에 고향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강 씨 집안은 예쁜 강윤과 함께 따뜻한 설날을 보내고 있었다. 강 씨 아버지와 강 씨 어머니는 뉴스에서 소운이 떠났다는 사실을 봤다. 강 씨 어머니는 향을 하나 태웠고 강원영이 돌아오자 두 사람은 그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들은 그냥 하늘이 소운을 거두어갔다고 생각했다. 가족이 함께하는 저녁식사에서도 소운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강윤이 알까 봐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던 때, 강윤이 소운이 어떻게 설을 보내고 있을지에 대해 물었다. 강 씨 어머니는 말없이 손녀를 바라보았다. 그때 유이안이 다가와 강윤을 안아주며 말했다.“소운 씨는 해외로 갔어! 거기서는 설을 보내지 않고 서양 명절로 보내.” 강윤은 고개를 끄덕였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유이안은 생각했다. 강윤이 자라면 강원영이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지만 순수한 어린 시절에 그런 일들이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밤이 깊어지자 강윤은 지쳐서 잠이 들었고 유이안은 침실로 돌아갔다. 문을 열자 강원영이 테라스에 서 있었다. 차가운 날씨 속에서 그는 외투를 입지 않고 한 줄의 희미한 빛 속에서 그의 손가락 사이에는 짙은 붉은빛이 보였고, 팔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분명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유이안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의사로서 생과 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그녀가 본 생과 사는 오직 육체적인 통증뿐이었다. 하지만 소운의 죽음은 강원영에게 큰 충격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복잡한 감정은 유이안도 이해할 수 있었다. 유이안은 그를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샤워 가운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고 씻고 나온 뒤에도 강원영은 여전히 발코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유이안은 침대를 정리하며 먼저 자리에 눕기로 했다. 강원영의 감정은 그가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충분한 공간을 주었다. 침대를 다
희미한 가운데 성현준은 유이안이 그를 부르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현준 씨, 일어나요.] [화장실 가서 따뜻한 수건을 가져올게요. 닦고 나면 좀 나아질 거예요.] [왜 이렇게 기뻐해요? 회사가 잘 됐을 때도 이렇게 기뻐하지 않았잖아요... 현준 씨, 저랑 결혼하는 게 그렇게 기뻐요?] 성현준은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로 기억을 떠올렸다. 그날은 그들의 신혼 첫날밤이었다. 그날 밤 유이안은 그렇게도 다정하고 자상하게 그를 돌봐주었다. 그러나 이제 그녀의 그 다정함과 자상함은 다른 남자, 강원영에게로 가버렸다. “이안아, 이안아...” 밤바람이 매섭게 불고 성현준은 가장 고통스러운 술을 들이켰다. 그의 몸은 쓰러지듯 차에 기대었다. 몸을 버텨내려면 더 많은 힘이 필요했고 그래야만 불쌍하게 땅바닥에 주저앉지 않았다. 외투 주머니 속의 전화는 계속 울리고 있었다. 전화는 권하윤이 걸어온 것이었다. 그러나 성현준은 받지 않았다. 오늘은 섣달 그믐밤이었다. 아마 권하윤은 그와 화해하고 싶었겠지만 성현준은 거부했다! 예전에는 권하윤을 그의 첫사랑이라 여겼지만 이제 그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독약이었다. 이 독약 때문에 그는 유이안을 잃었다. 유이안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을 때 그는 그들의 결혼을 쉽게 포기해 버렸다... ‘성현준, 넌 참 바보 같아. 그때 네 머릿속엔 도대체 뭐가 들어 있었던 거야?’ 성현준은 스포츠카에 기대며 멍한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는 자신에 대한 비웃음과 후회가 담겨 있었다. 결국 그는 광대였던 것이다! 한밤중의 폭죽 소리가 울렸다. 자정이 지나 새해가 왔다. 성현준은 고개를 들어 어둠 속의 저택을 바라보았다. 그는 유이안이 강원영과 함께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어둠을 바라보며 자신의 마음의 고통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이안아, 새해 복 많이 받아.” 그들은 함께 일곱 번의 새해를 맞이했었다. 올해는 그들이 헤어진 첫 번째 새해였고 앞으로 남은 그의 인생은 유이안 없이 보내야 할
유신은 성현준이 권하윤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 물론 그도 마찬가지로 권하윤을 증오했다. 옅은 청색 담배 연기가 밤바람에 흩날렸다. 유신의 눈은 깊이 꺼져 있었고 그는 눈앞의 고귀한 남자를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부탁했다. “한 시간 전에 권하윤이 차를 몰고 나갔어요! 연우가 아직 저택에 남아 있어요. 오늘은 섣달 그믐밤, 새해 첫날이에요... 성 선생님, 아이를 한 번만 보고 싶습니다. 오래 머물지 않을게요. 그냥 한 번만요.” 그 말을 하며 유신의 눈가가 붉어졌다. 그는 조심스럽게 옷깃에서 곰인형 하나를 꺼냈다. 성현준은 그 브랜드를 알아보았다. 예전에 유이안이 샀던 것이었다. 20 센치미터 정도 되는 인형 하나에 4만 원이 넘었다. 경제적으로 빠듯한 유신에게는 그 인형이 온 마음을 담은 아버지의 사랑이었다. 성현준은 권하윤이 다른 남자와 불륜을 저지르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사실 그는 전혀 상관없었다. 지금 그의 마음속에는 그저 권하윤을 감옥에 보내고 싶은 생각뿐이었고 그 일을 위해서는 유신이 필요했다. 성현준은 담배를 끝까지 피우고 나서 무심하게 말했다. “차에 타요.” 몇 분 후, 성현준은 유신을 2층으로 데려갔다. 복도는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고 유신의 눈에는 그 모습이 너무 낯설고 부러웠다. 그는 권하윤이 권력과 돈에 기대려 했던 것이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부귀영화는 원래 이렇게 눈을 멀게 하는 것이니까. 성현준은 조용히 말했다. “전처가 좋아하던 스타일이에요.” 이 말에 유신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성현준은 그 말을 하며 자신도 약간은 마음이 아팠지만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어린이 방의 문을 열었다. 방 안에는 침대 옆에 조명이 켜져 있었고 그 빛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성현준은 유신을 옆으로 돌아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연우가 수술을 받은 지 이제 겨우 보름이 지났어요. 몸이 조금 나아졌지만 너무 큰 감정 기복은 피하는 게 좋고, 가능하면 깨우지 않는 게 좋아요.” 유신은 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