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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1화

골똘히 생각에 잠긴 유이준이 혀로 입천장을 쓱 쓸었다.

괜찮네. 마침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진은영, 이건 반드시 진은영에게 직접 물어야 하는 일이다.

진은영은 진안영에게 물건을 전해주러 특별히 방문한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진아현 어린이에게 물건을 전달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그녀를 맞이한 건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유이준이었다.

검은 사냥복을 입고 정원에 서 있는 모습, 검은빛에 둘러싸여 저녁 햇살과 완벽하게 어우러진 모습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진은영은 고개를 젖히고 그의 표정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막상 눈에 보이는 건 입체적인 낯선 이목구비일 뿐이었다.

그래, 낯선 사람은 멀리해야 하는 법이다.

애초에 그들은 평화롭게 헤어진 사이가 아니다. 오랫동안 서로 사업장에서 만나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고 유이준도 예전처럼 그녀에게 왜 함께하면 안되는지 묻지 않았다.

모든 것은 그녀의 선택이었고 원망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그런데 왜 의젓하게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까? 유이준이 곧 선을 보러 간다는 소식 때문인 걸까? 하지만 진은영은 유이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YS그룹을 계승하고 유씨 가문의 혈통을 이어가야 하는 사명을 지녔기 때문이다.

픽하는 소리와 함께 은은한 불빛이 피어올랐다.

유이준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어둠 속 유일한 유광 속에서 진은영의 얼굴을 유심히 훑어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유이준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

“지난번 성현준이 결혼할 때, 주차장에서 당신 차를 봤어요. 차 안에 어린아이가 타고 있던데... 누구 집 애입니까? 난 왜 본 적이 없죠?”

진은영의 몸이 움찔하고 떨려 났다.

진별이를 아는 걸까?

지금 의심하고 있는 걸까?

한참을 고민하던 진은영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친구 아이예요. 당시 일이 있어서 하루 정도 봐줬고요.”

유이준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그녀의 머리를 관통하려는 듯 뚫어지라 바라보았고 진은영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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