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똘히 생각에 잠긴 유이준이 혀로 입천장을 쓱 쓸었다.괜찮네. 마침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진은영, 이건 반드시 진은영에게 직접 물어야 하는 일이다.진은영은 진안영에게 물건을 전해주러 특별히 방문한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진아현 어린이에게 물건을 전달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그녀를 맞이한 건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유이준이었다.검은 사냥복을 입고 정원에 서 있는 모습, 검은빛에 둘러싸여 저녁 햇살과 완벽하게 어우러진 모습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진은영은 고개를 젖히고 그의 표정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막상 눈에 보이는 건 입체적인 낯선 이목구비일 뿐이었다.그래, 낯선 사람은 멀리해야 하는 법이다.애초에 그들은 평화롭게 헤어진 사이가 아니다. 오랫동안 서로 사업장에서 만나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고 유이준도 예전처럼 그녀에게 왜 함께하면 안되는지 묻지 않았다.모든 것은 그녀의 선택이었고 원망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그런데 왜 의젓하게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까? 유이준이 곧 선을 보러 간다는 소식 때문인 걸까? 하지만 진은영은 유이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YS그룹을 계승하고 유씨 가문의 혈통을 이어가야 하는 사명을 지녔기 때문이다.픽하는 소리와 함께 은은한 불빛이 피어올랐다.유이준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어둠 속 유일한 유광 속에서 진은영의 얼굴을 유심히 훑어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유이준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지난번 성현준이 결혼할 때, 주차장에서 당신 차를 봤어요. 차 안에 어린아이가 타고 있던데... 누구 집 애입니까? 난 왜 본 적이 없죠?”진은영의 몸이 움찔하고 떨려 났다.진별이를 아는 걸까?지금 의심하고 있는 걸까?한참을 고민하던 진은영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친구 아이예요. 당시 일이 있어서 하루 정도 봐줬고요.”유이준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그녀의 머리를 관통하려는 듯 뚫어지라 바라보았고 진은영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소운은 호텔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차를 몰고 술집에 들어왔고 취기를 빌려서라도 사무치는 외로움을 달래고 싶었다. 소운은 강원영을 잊고 싶었다.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이 모진 남자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소운에게 있어 강원영은 너무나도 잔인한 남자였다.그렇다. 강원영은 잔인한 남자이다.소운은 가장 독한 술을 주문했고 아니나 다를까 한 모금만 마셨을 뿐인데도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알코올에 정신이 몽롱해지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쓰라리고 아파 났다. 심지어 몽롱한 의식을 파고들고 아직도 강원영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아니, 다시 보니 강원영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그는 강원영보다 더 젊고 예쁜 남자였다.흰 셔츠에 가는 금테 안경알이 참으로 점잖아 보였다.소운은 자리에 앉는 남자의 모습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도무지 자신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 세상에 이렇게까지 닮은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거지? 심지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질도 비슷했다.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엄청난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진자현은 원래 비즈니스계의 엘리트로서 술집에 자주 드나드는 편이었기에 소운을 발견하고는 자연스럽게 톤을 바꾸며 외국 와인 한잔을 쥐고 소운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고는 얼굴에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그녀와 명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매우 품위 있는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긴 머리카락을 어깨에 늘어뜨린 채 소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자에게 물었다.“내가 누군지 알아요?”“소 여사님이시잖아요. 작가님 마음껏 드세요.”남자의 말에 소운은 곧바로 교활한 목소리로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충분히 웃고 나니 소운은 곧바로 눈앞의 남자에게 도발적인 표정을 지으며 가늘고 긴 손가락을 들어 남자의 단단한 팔을 쓸어내렸다. 다부진 근육이 잘 잡혀 있는 것을 보니 평소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는 모양이었다.소운의 목소리가 평소보다도 더 고와졌다.“그럼 당신은 내 이름을 따라서 온 거예요, 아니면 내 사람을
그리고 전화기 건너편에는 다름 아닌 강원영이 있었다.늦은 밤, 호텔 주차장에는 귀한 검은색 스포츠카 한 대가 고요히 세워져 있었다. 휴대폰을 손에 쥔 채 호텔 객실 쪽을 바라보고 있는 강원영의 검은 눈동자 속에는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이 담담한 기색이 역력했다.소운이 걸려들었다.앞으로 진자현은 계속하여 그녀의 눈앞에 나타나 미끼를 던질 것이고 소운은 점차 그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들 것이다. 애초에 강원영이 원하는 것은 소운의 그깟 재산이 아니었다. 정녕 강원영이 원하는 것은 소운의 목숨이었다. 하늘에 있는 형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작전은 성공해야만 한다.그때, 진자현이 강원영의 차체를 지나쳤다. 진자현 역시 강원영을 발견했지만 그는 차에 타지 않았고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일 뿐이었다... 두 사람의 의미심장한 시선이 한 공간에서 마주치게 되었다.진자현이 떠난 후, 강원영은 차 안에 앉아 묵묵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옅은 색의 푸른 연기가 찬바람에 빨려 들어가며 남자의 늠름한 얼굴에 남다른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남자의 눈에 담긴 악감정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그때 사물함 안에 놓인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확인해보니 유이안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통화가 연결되자 전화 건너편에서 유이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방금 윤이가 당신 언제 돌아오냐고 묻더라고.”유이안의 목소리에 매섭게 굳어있던 강원영의 표정도 어느새 사르르 풀려 있었다.“일단 당신이 먼저 달래줘요. 조금 있으면 금방 갈게요.”그렇게 몇 마디의 대화가 오가고 통화는 끝이 났다....호텔 스위트룸 안, 소운은 나른해진 몸을 애써 일으키며 옷가지를 차려입었다.샤워도 하지 않고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고치고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했는데 그때, 뜻밖에도 소운은 그곳에서 진자현이 실수로 떨어뜨린 물건을 발견하게 되었다. 게다가 그건 금박스로 단장한 그의 명함이었다.[영디 파이낸셜 진자현 연락처 : 010123xxxxxx]소운은 명함을 주워 잠시 바라보다가 휴
진자현은 소운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우리 혹시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나요?”소운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답했다.“우리 며칠 전 술집에서 만난 적 있어요.”“아, 기억났어요.”진자현은 웨이터로부터 샴페인 한 잔을 받아들고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다시금 소운을 바라보았다.“죄송해요. 이제 기억났어요. 우리 며칠 전에 만난 적 있었죠. 심지어 매우 즐거웠던 걸로 기억하는데.”남자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소운 씨 연기가 훌륭하네요.”이건 TV 속 죽은 남편에 대해 추모하던 그녀의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소운도 곧바로 알아차렸지만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현재 소운은 진자현의 투자 수단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마침 수중에 어느 정도의 자금이 있었고 시간도 많으니 만약 진자현이 정말 능력이 있는 남자라면 절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우리 따로 얘기해볼까요?”진자현은 흔쾌히 동의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미리 회장을 떠나 아래층 카페에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진자현은 그래도 매너 좋게 미리 커피를 주문해주었고 자세한 이야기를 할 때도 매우 전문적이었기에 특별히 당돌한 부분도 없었다.30분 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진자현은 확실히 괜찮은 인재였다. 하여 소운은 시기를 살피다 진자현에게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그러자 진자현은 입술에 담배를 물었다. 물론 불을 붙이지는 않았다.그때, 웨이터가 다가와 그들을 일깨워주었다.“손님, 여기는 금연입니다.”진자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답했다.“알고 있습니다.”그는 입에 물었던 담배를 다시 빼어내며 소운에게 물었다.“지금 수중에 얼마 정도 갖고 있죠? 제가 대신 봐 드릴게요.”“20억, 30억 정도요.”그러자 진자현은 커피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더니 손에 든 잔을 내려놓고 무심히 웃어 보였다.“지금 주식시장은 상승추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적지 않은 금액을 손해 보고 있지요... 그런 말도 있잖아요. 당신이
그 말에 소운은 내심 기뻐하며 몸을 돌려 남자의 품에 기대더니 진자현의 얼굴을 들고 입을 맞추었다.“그럼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제가 정말 혀를 내두를 수 있게...”그러자 진자현은 몸을 기울여 불을 끄고는 다시 여자와 함께 끝없는 쾌락 속으로 빠져들었다.그는 확실히 능력이 있는 인재였다. 소운이 맡겼던 30억 원금은 보름 만에 두 배로 늘었고 계좌의 숫자도 80억으로 늘어났다. 확실히 대단한 능력이었다. 매일 밤, 남자의 비위만 적당히 맞춰주면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다니.연말이라 그런지 주식시장은 확실히 평소보다 더 순조로웠다.소운의 계좌에 박힌 숫자는 구르고 굴러 어느덧 150억을 넘어섰고 그녀의 목표와도 점점 가까워졌다. 진자현의 능력을 확인하자 그에 대한 소운의 믿음도 점점 더 깊어져 갔다. 게다가 두 사람은 각자 처음과 끝을 맡고 있어 매번 첫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다.그날 밤, 두 사람은 전처럼 남녀 사이의 관계를 끝마치고 침대에 몸을 기댔다.소운은 진자현의 품에 기대어 가볍게 숨을 헐떡였다. 지금 소운은 이미 진자현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진자현이 강원영과 똑 닮았기 때문이었다. 최근 진자현과 거래를 시작하며 강원영에게 향했던 소운의 마음도 점점 진자현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물론 진자현도 소운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전혀 인색하지 않았다. 그동안 받은 한정판 가방을 세어보면 손에 꼽을 수도 없을 것이다.소운이 막 진자현에게 자신의 마음을 밝히려 하자 남자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금융 내부의 소식인듯했다.전화를 받은 후, 진자현은 곧바로 여러 고객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통화내용을 들어보니 대충 기술 주식이 급등할 것이니 사람들에게 추가 레버리지를 요청하는 말이었다. 게다가 말을 들어보니 최소 3일 동안은 상한가를 치리라는 것이었다.통화를 마치니 시간은 어느새 30분이나 지나 있었다.소운은 직접 진자현을 위해 야식을 만들어주고 일부러 말을 빙빙 돌리며 입을 열었지만 진자현
소운은 진자현을 찾을 수 없었다. 마치 진자현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그가 준 명함에 적힌 주소에서도 진자현이라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소운이 아무리 멍청하대도 자신이 속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자현은 고의로 그녀에게 접근했고 그의 남자다운 매력을 이용해 그녀의 신뢰를 얻은 후 달콤한 유혹들로 그녀를 끌어들였다. 웃기게도 그녀는 그를 믿었고, 그 사기꾼과 수없이 많은 관계를 맺었으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걸어버렸다. 심지어 진자현과 평생을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녀는 얼마나 어리석었던 것일까! 연말이 다가오자 은행에서는 그녀에게 돈을 갚으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소운은 모든 인맥을 총동원했지만 그녀의 명성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새로 부임한 은행장님은 정직하고 재물과 여자, 술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소운은 어쩔 수 없이 강원영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강원영의 본사는 국내에 없었고 B 시에는 고정적으로 일하는 곳도 거의 없었다. 소운은 강원영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강 씨 가문의 노부부를 찾아가 그들이 돈을 마련해 주도록 압박하려 했다. 그녀는 그들의 며느리였고 강윤을 낳은 것도 그녀의 공로가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강윤을 그들에게 팔아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돈을 마련하고 강윤이와는 인연을 끊어버릴 생각이었다. 소운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강원영에게 접근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녀는 너무 불안해서 매일 담배를 피우며 걱정에 시달렸다. 곧 그녀의 얼굴도 더 이상 생기 있는 모습이 아니라 누렇게 변해버렸고 두꺼운 파운데이션으로도 그녀의 초췌함을 가릴 수 없었다... 설날 전날, 소운의 집은 은행에 압류 당했고 결국 경매에 넘어가게 되었다. 소운은 길거리로 나앉게 되었다. 그녀의 은행 계좌에 있는 돈으로는 괜찮은 호텔에 머무를 수 없었다. 결국 5만 6천원짜리 익스프레스 호텔에 머물기로 했고 보름 치 방세를 냈다. 좁은 방 안에서 소운은 창문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자살도 생각해 봤지만 아픈 게 두려웠다. 그녀는 진자현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전화번호를 열댓 번이나 걸어봤지만 여전히 꺼져 있었다... “진자현 이 개자식.” “남자는 하나도 좋은 게 없어.” 소운은 술에 취해 눈물이 그렁그렁 한 채 보증서 복사본을 태웠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진자현에게 말했다. “내가 너를 잘못 봤네. 이건 네 조의금이라고 생각해.” 그녀는 얼굴을 감싸며 소리 내어 울었고 눈물은 손가락 사이로 쏟아졌다. 그녀는 다시 강원영을 찾으려 했다. 가장 단정한 옷으로 갈아입고 남아 있는 돈으로 강원영의 집으로 택시를 타고 갔다. 그러나 경비원과 하인이 그녀를 막았다. 그들은 둘째 도련님이 그녀를 환영하지 않는다며, 강 씨 가문에는 그녀 같은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소운은 그 충격을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검은 대문을 움켜잡고 강원영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울부짖었다. 그녀는 그에게 잘 살 기회를 달라고 애원했고 자신이 잘못했다고 이제 다 깨달았다고 말했다... “원영, 네 형의 유서를 가져왔어.” “원빈 씨가 너에게 나와 윤이를 잘 돌보라고 부탁했어. 원영, 네 형이 내가 잘못된 길로 가는 걸 알면 너에게도 실망할 거야... 네 형이 남긴 유서를 한 번 더 봐줄래?” 소운은 눈물을 흘리며 주머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내 떨리는 손으로 펼쳤다. [원영아, 편지를 보니 너와 마주하고 있는 것 같구나.] [미안해, 너와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 같네. 나는 살아갈 용기를 잃었어. 제발 소운을 탓하지 마. 우리 사이의 관계는 너무 복잡해서 단순히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없으니까.] [게다가, 소운의 뱃속에는 내 아이가 있어.] [원영아, 내가 떠나면 소운과 아이를 잘 돌봐줘. 내가 없으면 소운은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거야! 제발, 원영아!-강원빈]소운은 강원빈의 유서를 반복해서 읽으며, 자신이 뉘우쳤다며 강원영에게 한 번
이 음산한 철도 위에는 피가 가득했다. 소운의 몸은 아직 따뜻하지만 그녀의 눈은 서서히 흐려져 가고 있었다. 몇 개의 가벼운 눈송이가 그녀의 긴 속눈썹 위에 떨어졌고, 그녀는 너무 차갑고 추웠다. 소운은 강원영이 가까이에 있어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평생 강원영만을 쫓았고 심지어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기 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녀에게 한 줄기 희망조차 남기지 않았다. 진자현, 강원영... 그녀는 어떻게 이렇게 바보 같았을까? 바보같이 진자현을 찾아갔고 강원영이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그녀가 죽기를 바랐다. 멀리서 사람들 소리와 구급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소운은 생명이 다해 가는 마지막 순간, 환영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녀는 결혼할 때 입었던 하얀 정장을 입은 강원빈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온화하고 세련된 미소가 가득했다. 그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운아, 나와 함께 가자.” “고통도, 집착도 없는 곳으로.” 소운은 떠나고 싶지 않았다. 여기에는 강원영이 있으니까. 하지만 강원빈의 미소는 너무 따뜻했다. 그는 그녀의 모든 마음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결코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그는 항상 그녀에게 온화하고 친절했으며 여전히 부드럽게 그녀를 부르며 말했다. “소운아, 너는 내 아내야.” 소운의 얼어붙은 얼굴에는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맞다, 그녀는 강원빈의 아내였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강원빈의 손을 잡고 함께 환상의 세계로 들어갔다. 백마와 금빛 마차, 그들은 서쪽으로 나아갔고 뒤에는 소리 없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드디어 집착을 내려놓았다. 강원영은 소운의 장례를 준비했고 그녀와 강 씨 가문의 원한은 그 유언장이 불타면서 모두 사라졌다. 이제 세상에 소운이라는 이름의 여인은 없고 강윤은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강원영은 자신이 독하다는 걸 인정했지만, 소운도 결코 착하지 않았다. 구름이 걷히고 달이 떠오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