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영의 부모는 두 분 모두 지식인이었고 놀란 아이를 마주하자 아이에게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 아닌 소리 없는 포옹을 선택했다. 강원영의 어머니인 이다빈은 손녀를 안아 들어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겨주었다. 아이를 달래주기 위함인 것인지 비누도 오리 모양의 귀여운 비누였다.할머니의 다독임에 다시 기분이 좋아진 강윤이 까르륵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강윤은 원래도 성격이 매우 좋은 아이였고 뒤끝 없이 명쾌한 성격을 지니고 태어났다.화장실에서 나온 이다빈은 어린 손녀를 안고 식탁 앞에 앉았지만 강원영은 어디 간 건지 보이지 않았다.한편, 유이안은 강윤에게 따끈따끈한 프랑스식 꼬리곰탕을 한 그릇 떠주며 이다빈에게 말을 건넸다.“원영이는 서재에 볼일이 있다고 해서 잠깐 자리를 비웠어요.”자식의 생각은 부모가 가장 잘 안다고, 단번에 아들의 마음을 눈치챈 이다빈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그럼 우리 먼저 먹자.”...같은 시각, 별장 2층의 서재에는 히터가 켜져 있지 않아 싸늘한 기운이 맴돌았다.강원영은 책상 앞에 앉아 휴대폰을 손에 쥐고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앞에는 노트북이 켜져 있었고 그 안에는 일반인들이 쉽사리 알아볼 수 없는 은행 데이터가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다름 아닌 소운에 대한 비밀정보였다.푸른빛이 얼굴에 비쳐 음침하고 사나운 분위기를 조성했다.전화 건너편에서는 웬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강 사장님, 안심하세요. 저에게 40억을 보내주신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소 여사의 전 재산을 주식에 탕진시켜 백수로 만들어 버릴 겁니다. 돈을 따는 건 두렵지 않아요. 속지 않을까 봐 두려울 뿐이죠.”강원영이 긴 손가락에 담배를 끼고 깊게 한 모급 빨았다.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섹시하지만 그의 몸은 온기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다. 담배를 다 피운 후, 강원영은 재떨이에 담배를 꽂으며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상황에 맞게 행동하고 무슨 일 있으면 메시지 주세요.”전화를 끊고 노트북의 사진 폴더를 뒤져보
유이안이 멈칫 그 자리에 멈춰 섰다.이윽고 강원영이 힘을 주어 당기자 유이안은 그대로 강원영의 품속으로 넘어지고 말았다.서재는 창문이 열려 있어 온도가 높지 않았다. 강원영의 몸도 특별히 따뜻하지는 않았지만 유이안을 껴안고 있던 곳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점차 온기를 되찾기 시작했다.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유이안의 뒷목에 얼굴을 묻고는 다정하게 포옹을 이어갔다. 한참 뒤 강원영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왔다.“오늘 당신이 아니었다면 강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소운이 강윤을 데려갔을지도 모르겠네요.”유이안은 곧바로 남자의 마음속에 숨겨진 그 연약함을 느꼈다.강원영과 같은 남자는 자신의 연약함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그 말은 즉 강윤은 강원영에게 있어 매우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물론 유이안은 그러한 강원영을 이해할 수 있었다.한때 그녀의 외삼촌과 조민희도 서로에게 이런 감정을 품고 있었고 그녀와 그녀의 엄마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이런 감정을 품은 적이 있었다. 이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본능적인 의지였다.유이안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강원영의 머리를 천천히 껴안고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이러면 어때? 모성애가 느껴져?”유이안의 물음에 차가운 마음을 녹여주던 따뜻한 감정도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그래도 덕분에 온기를 되찾은 강원영은 그녀의 허리를 껴안고는 장난스럽게 엉덩이를 찰싹 내리쳤다.“모성애는 모르겠고 장난스러운 건 잘 알겠네요.”유이안이 피식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안 되겠다. 그냥 밥 먹으러 내려갈게요. 당신은 윤이와 함께 좀 있어 줘요.”...유이안은 강윤을 씻겨주고 있었고 강원영은 아래층에서 식사하고 있었다.그의 부모님 역시 모두 부엌에 앉아 강원영의 입장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걱정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평생 단아한 지식인으로 살아오며 소운과 같이 미친 여자를 만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이다빈은 직접 아들에게 소면 한 그릇을 끓여주었고 강
...차 문이 열리고 조진범이 조은혁을 대신하여 손님을 맞이했다.강원영과 조진범은 공식 석상에서 처음으로 만난 셈이다. 양측 모두 비즈니스계에서의 베테랑이라 인사말이 무색할 정도 자연스럽게 악수를 주고받았다.잠깐의 소란이 지나가고 강원영은 물건을 들고, 조진범은 강윤을 번쩍 안아 올려 별장 내부로 향했다.강윤은 예쁜 얼굴로 조진범의 목을 끌어안고는 이리저리 살펴보며 사랑스럽게 말을 꺼냈다.“삼촌 우리 아빠만큼 잘생겼어요.”마침 그때, 진안영이 진아현을 안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조진범은 얼른 진안영에게 자랑하듯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방금 애가 한 말 들었지? 나 강원영 씨랑 똑같이 잘생겼다잖아.”말을 이어가며 강윤을 건네주어 8개월 된 작은 아현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초롱초롱하고 까만 두 눈이 반짝거리니 말로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강윤은 진아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애지중지해주었다.물론 진안영도 강윤을 좋아했다. 그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다가도 남편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그렇게 잘생겨서 뭐해요? 이제 시장 가치도 없는데.”“결국, 네 손에 잡혔지 뭐.”진안영을 향한 조진범의 눈길은 꿀이 뚝뚝 떨어지며 한없이 부드러웠다.이윽고 진안영은 강원영과 유이안에게로 시선을 옮겼다.손님도 있는데 저 방정맞은 입을 어떡하지...그러나 강원영은 그저 싱긋 미소를 지을 뿐,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두 사람의 관계성을 보아서는 아마 결혼 후 진정으로 서로를 사랑하게 된 모양이다. 그러니 아이가 생긴 후에도 여전히 달콤하고 유별난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거겠지.그때 조은혁과 박연희가 2층에서 걸어 내려오고 있었고 그들의 뒤에는 조우현도 있었다.곧이어 홀 안이 본격적으로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모두가 강윤을 좋아했지만 강원영과는 오히려 쇼핑몰에서 한두 번 정도 만난 적이 있기에 그다지 신선감이 있지는 않았다. 아무튼, 현장은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강원영은 부러운 눈길로 화목하게 이
골똘히 생각에 잠긴 유이준이 혀로 입천장을 쓱 쓸었다.괜찮네. 마침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진은영, 이건 반드시 진은영에게 직접 물어야 하는 일이다.진은영은 진안영에게 물건을 전해주러 특별히 방문한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진아현 어린이에게 물건을 전달하러 온 것이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그녀를 맞이한 건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유이준이었다.검은 사냥복을 입고 정원에 서 있는 모습, 검은빛에 둘러싸여 저녁 햇살과 완벽하게 어우러진 모습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진은영은 고개를 젖히고 그의 표정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막상 눈에 보이는 건 입체적인 낯선 이목구비일 뿐이었다.그래, 낯선 사람은 멀리해야 하는 법이다.애초에 그들은 평화롭게 헤어진 사이가 아니다. 오랫동안 서로 사업장에서 만나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고 유이준도 예전처럼 그녀에게 왜 함께하면 안되는지 묻지 않았다.모든 것은 그녀의 선택이었고 원망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그런데 왜 의젓하게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노라면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까? 유이준이 곧 선을 보러 간다는 소식 때문인 걸까? 하지만 진은영은 유이준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YS그룹을 계승하고 유씨 가문의 혈통을 이어가야 하는 사명을 지녔기 때문이다.픽하는 소리와 함께 은은한 불빛이 피어올랐다.유이준이 담배에 불을 붙였다. 어둠 속 유일한 유광 속에서 진은영의 얼굴을 유심히 훑어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유이준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귓가를 자극했다.“지난번 성현준이 결혼할 때, 주차장에서 당신 차를 봤어요. 차 안에 어린아이가 타고 있던데... 누구 집 애입니까? 난 왜 본 적이 없죠?”진은영의 몸이 움찔하고 떨려 났다.진별이를 아는 걸까?지금 의심하고 있는 걸까?한참을 고민하던 진은영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친구 아이예요. 당시 일이 있어서 하루 정도 봐줬고요.”유이준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그녀의 머리를 관통하려는 듯 뚫어지라 바라보았고 진은영은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소운은 호텔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결국, 그녀는 차를 몰고 술집에 들어왔고 취기를 빌려서라도 사무치는 외로움을 달래고 싶었다. 소운은 강원영을 잊고 싶었다.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이 모진 남자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소운에게 있어 강원영은 너무나도 잔인한 남자였다.그렇다. 강원영은 잔인한 남자이다.소운은 가장 독한 술을 주문했고 아니나 다를까 한 모금만 마셨을 뿐인데도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알코올에 정신이 몽롱해지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쓰라리고 아파 났다. 심지어 몽롱한 의식을 파고들고 아직도 강원영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아니, 다시 보니 강원영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그는 강원영보다 더 젊고 예쁜 남자였다.흰 셔츠에 가는 금테 안경알이 참으로 점잖아 보였다.소운은 자리에 앉는 남자의 모습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도무지 자신의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 세상에 이렇게까지 닮은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거지? 심지어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질도 비슷했다.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엄청난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진자현은 원래 비즈니스계의 엘리트로서 술집에 자주 드나드는 편이었기에 소운을 발견하고는 자연스럽게 톤을 바꾸며 외국 와인 한잔을 쥐고 소운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고는 얼굴에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그녀와 명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매우 품위 있는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긴 머리카락을 어깨에 늘어뜨린 채 소운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자에게 물었다.“내가 누군지 알아요?”“소 여사님이시잖아요. 작가님 마음껏 드세요.”남자의 말에 소운은 곧바로 교활한 목소리로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충분히 웃고 나니 소운은 곧바로 눈앞의 남자에게 도발적인 표정을 지으며 가늘고 긴 손가락을 들어 남자의 단단한 팔을 쓸어내렸다. 다부진 근육이 잘 잡혀 있는 것을 보니 평소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는 모양이었다.소운의 목소리가 평소보다도 더 고와졌다.“그럼 당신은 내 이름을 따라서 온 거예요, 아니면 내 사람을
그리고 전화기 건너편에는 다름 아닌 강원영이 있었다.늦은 밤, 호텔 주차장에는 귀한 검은색 스포츠카 한 대가 고요히 세워져 있었다. 휴대폰을 손에 쥔 채 호텔 객실 쪽을 바라보고 있는 강원영의 검은 눈동자 속에는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이 담담한 기색이 역력했다.소운이 걸려들었다.앞으로 진자현은 계속하여 그녀의 눈앞에 나타나 미끼를 던질 것이고 소운은 점차 그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져들 것이다. 애초에 강원영이 원하는 것은 소운의 그깟 재산이 아니었다. 정녕 강원영이 원하는 것은 소운의 목숨이었다. 하늘에 있는 형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작전은 성공해야만 한다.그때, 진자현이 강원영의 차체를 지나쳤다. 진자현 역시 강원영을 발견했지만 그는 차에 타지 않았고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일 뿐이었다... 두 사람의 의미심장한 시선이 한 공간에서 마주치게 되었다.진자현이 떠난 후, 강원영은 차 안에 앉아 묵묵히 담배에 불을 붙였다. 옅은 색의 푸른 연기가 찬바람에 빨려 들어가며 남자의 늠름한 얼굴에 남다른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남자의 눈에 담긴 악감정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그때 사물함 안에 놓인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확인해보니 유이안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통화가 연결되자 전화 건너편에서 유이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방금 윤이가 당신 언제 돌아오냐고 묻더라고.”유이안의 목소리에 매섭게 굳어있던 강원영의 표정도 어느새 사르르 풀려 있었다.“일단 당신이 먼저 달래줘요. 조금 있으면 금방 갈게요.”그렇게 몇 마디의 대화가 오가고 통화는 끝이 났다....호텔 스위트룸 안, 소운은 나른해진 몸을 애써 일으키며 옷가지를 차려입었다.샤워도 하지 않고 화장대 앞에 앉아 화장을 고치고 립스틱을 바르기 시작했는데 그때, 뜻밖에도 소운은 그곳에서 진자현이 실수로 떨어뜨린 물건을 발견하게 되었다. 게다가 그건 금박스로 단장한 그의 명함이었다.[영디 파이낸셜 진자현 연락처 : 010123xxxxxx]소운은 명함을 주워 잠시 바라보다가 휴
진자현은 소운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우리 혹시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나요?”소운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답했다.“우리 며칠 전 술집에서 만난 적 있어요.”“아, 기억났어요.”진자현은 웨이터로부터 샴페인 한 잔을 받아들고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다시금 소운을 바라보았다.“죄송해요. 이제 기억났어요. 우리 며칠 전에 만난 적 있었죠. 심지어 매우 즐거웠던 걸로 기억하는데.”남자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소운 씨 연기가 훌륭하네요.”이건 TV 속 죽은 남편에 대해 추모하던 그녀의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소운도 곧바로 알아차렸지만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았다. 현재 소운은 진자현의 투자 수단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마침 수중에 어느 정도의 자금이 있었고 시간도 많으니 만약 진자현이 정말 능력이 있는 남자라면 절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우리 따로 얘기해볼까요?”진자현은 흔쾌히 동의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미리 회장을 떠나 아래층 카페에 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진자현은 그래도 매너 좋게 미리 커피를 주문해주었고 자세한 이야기를 할 때도 매우 전문적이었기에 특별히 당돌한 부분도 없었다.30분 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진자현은 확실히 괜찮은 인재였다. 하여 소운은 시기를 살피다 진자현에게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그러자 진자현은 입술에 담배를 물었다. 물론 불을 붙이지는 않았다.그때, 웨이터가 다가와 그들을 일깨워주었다.“손님, 여기는 금연입니다.”진자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답했다.“알고 있습니다.”그는 입에 물었던 담배를 다시 빼어내며 소운에게 물었다.“지금 수중에 얼마 정도 갖고 있죠? 제가 대신 봐 드릴게요.”“20억, 30억 정도요.”그러자 진자현은 커피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더니 손에 든 잔을 내려놓고 무심히 웃어 보였다.“지금 주식시장은 상승추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적지 않은 금액을 손해 보고 있지요... 그런 말도 있잖아요. 당신이
그 말에 소운은 내심 기뻐하며 몸을 돌려 남자의 품에 기대더니 진자현의 얼굴을 들고 입을 맞추었다.“그럼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제가 정말 혀를 내두를 수 있게...”그러자 진자현은 몸을 기울여 불을 끄고는 다시 여자와 함께 끝없는 쾌락 속으로 빠져들었다.그는 확실히 능력이 있는 인재였다. 소운이 맡겼던 30억 원금은 보름 만에 두 배로 늘었고 계좌의 숫자도 80억으로 늘어났다. 확실히 대단한 능력이었다. 매일 밤, 남자의 비위만 적당히 맞춰주면서 하루아침에 부자가 된다니.연말이라 그런지 주식시장은 확실히 평소보다 더 순조로웠다.소운의 계좌에 박힌 숫자는 구르고 굴러 어느덧 150억을 넘어섰고 그녀의 목표와도 점점 가까워졌다. 진자현의 능력을 확인하자 그에 대한 소운의 믿음도 점점 더 깊어져 갔다. 게다가 두 사람은 각자 처음과 끝을 맡고 있어 매번 첫 배당금을 받을 수 있었다.그날 밤, 두 사람은 전처럼 남녀 사이의 관계를 끝마치고 침대에 몸을 기댔다.소운은 진자현의 품에 기대어 가볍게 숨을 헐떡였다. 지금 소운은 이미 진자현을 가슴 속에 품고 있었다. 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는 진자현이 강원영과 똑 닮았기 때문이었다. 최근 진자현과 거래를 시작하며 강원영에게 향했던 소운의 마음도 점점 진자현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물론 진자현도 소운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전혀 인색하지 않았다. 그동안 받은 한정판 가방을 세어보면 손에 꼽을 수도 없을 것이다.소운이 막 진자현에게 자신의 마음을 밝히려 하자 남자의 휴대폰이 시끄럽게 울려대기 시작했다. 금융 내부의 소식인듯했다.전화를 받은 후, 진자현은 곧바로 여러 고객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통화내용을 들어보니 대충 기술 주식이 급등할 것이니 사람들에게 추가 레버리지를 요청하는 말이었다. 게다가 말을 들어보니 최소 3일 동안은 상한가를 치리라는 것이었다.통화를 마치니 시간은 어느새 30분이나 지나 있었다.소운은 직접 진자현을 위해 야식을 만들어주고 일부러 말을 빙빙 돌리며 입을 열었지만 진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