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294화

겨우 모든 분부를 끝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주 비서는 성현준이 결혼반지를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 비서는 그가 보고 있는 반지가 유이안이 착용하고 있던 것임을 눈치챘다. 그녀가 감개무량하며 그를 불렀다.

“대표님.”

성현준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다이아몬드 반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자초한 거지? 그렇게 좋은 사람을 버렸으니까.”

주 비서는 대답하지 못하고 한숨만 내쉬었다.

...

밤이 되고 성현준의 접대가 끝났다.

그러나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유이안과의 추억이 있는 곳이기에, 그리고 그곳에 권하윤이 살고 있으니까. 그는 권하윤을 털끝만치도 보고 싶지 않았다.

성현준은 차를 운전하지 않고 밤거리를 걸었다. 아까부터 물고 있던 담배만이 그와 함께했지만 이마저도 괜찮은 듯했다. 무엇이든 권하윤을 보는 것보다는 나았다.

거리 옆에는 한 개인 병원이 있었는데, 밤늦게 퇴근하여 옷을 갈아입지 못한 젊은 간호사들이 삼삼오오 걸어 나왔다.

그중 한 여자아이는 유이안처럼 까만 긴 머리를 가지고 있다. 작고 정교한 얼굴, 그리지 않았음에도 선명한 눈썹. 여자아이는 옷깃으로 얼굴을 감싼 채 빠른 걸음으로 흰색 BMW로 향했고,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남성은 한발 빠르게 차에서 내려 조수석의 차 문을 열어주었다. 여자아이가 조금이라도 추위를 탈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여자아이가 올라탄 후에도 차는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

차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성현준은 차에 앉아 있는 젊은 남녀를 바라보았다. 여자아이는 밀크티 한 잔을 손에 들고 행복한 표정으로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남자는 이따금 여자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정말 사이좋은 아름다운 한 쌍이다.

저도 모르게 이렇게 생각한 성현준은 유이안을 떠올렸다. 신혼 때 그 역시 밤에 퇴근 후 유이안을 데리러 왔고,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차 안에서 따뜻한 밀크티 한 잔을 나눠마셨다. 유이안이 병원에서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재잘대는 모습들, 업무상의 문제로 고민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