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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나는 또 마음이 약해졌다

경원으로 이사 한 후 아이들과 노인들은 눈에 띄게 즐거워했다.

배현우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동화에서나 나올 수 있는 널찍한 공주 방을 두 개 꾸며놨다. 나도 이런 방에서 자고 싶게 만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내 어린 시절의 기억은 자욱한 안개가 내린 것처럼 흐릿하고 창백해 혼란스럽기만 하고 세부적인 부분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내 눈앞의 방은 달콤한 꿈속 나라만 같았다. 콩이의 행복지수가 폭발할 정도로 높을 게 불 보듯 뻔했다. 콩이는 우리에게 참새처럼 재잘거리며 흥분된 마음을 분출했고 좀처럼 자려고 하지 않았다.

힘들게 콩이와 제인을 재우고 나서 나는 부모님 방을 확인하러 갔다.

도중에 엄마는 몰래 나를 잡아당기며 귓가에 소곤댔다.

“현우 씨가 이렇게 큰 집을 마련하는 데 얼마나 썼대? 저택이 너무 커. 우리가 살기에는 너무 낭비하는 게 아니야? 우리 고향에서 이만한 크기의 집이면 교원 연수원의 모든 선생님이 들어와 살아도 넉넉할 것 같아.”

엄마의 걱정에 찬 귓속말을 듣자 나는 배를 끌어안고 깔깔 웃었다. 엄마의 개념 이해가 아직 잘 된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웃으면서도 한편 우리 부모님이 이 저택을 무척 만족스러워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반면에 아빠는 저택 뒷마당 큰 면적을 차지하는 꽃밭을 개발하면 꽤 많은 품종을 재배할 수 있을 거라며 잔소리를 늘어놨다. 나는 웃으며 아빠에게 뒷마당에 대대적으로 재배하면 꽃밭이 농장으로 되니까 그냥 적당한 규모로 재미 삼아 재배하라고 권유했다.

내 권유를 듣자 아빠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렇게 즐거워하는 아빠를 내 기억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아빠는 내 기억 속에서 항상 엄숙하고 진지한 사람이었다. 특히 신호연의 일로 화병에 걸려 입원하고 나서부터 오랫동안 내 일로 침울해하셨다.

그런 아빠가 지금 눈썹이 보름달처럼 휠 정도로 웃고 있으니 나도 진심으로 즐거웠다.

가족 내부의 여러 일들은 이렇게 잘 마무리되었는데 가족 외부에서는 골칫거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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