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났네요!”귓가에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뜨려고 애썼다. 그리고 내 눈앞의 신이 빚은 듯한 끔찍하리만치 잘생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따뜻한 눈길로 나를 주시하며 이마를 어루만졌다.“지금 좀 어때요? 아직도 머리가 아파요?”나는 배현우를 멍하니 바라보며 전의 일을 되짚어보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는 한 병실에 있었다.내가 병실에 누워있었다는 사실에 당황한 나는 배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저 아파요? 뇌에 문제가 생긴 거예요?”그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대답하지 않고 되물었다.“지아 씨 아픈 것 같아요?”“그럼 저 왜 여기 있어요? 저 얼마나 잔 건데요?”배현우가 웃으며 말을 피했다.“어쨌든 지금은 점심 먹을 시간이에요!”나는 믿을 수 없게 그를 바라보았다.“맙소사, 이렇게 오래 잔 거예요? 누가 절 데려다준 거예요? 동철 씨는요? 동철 씨랑 저랑 사무실이었는데. 아! 아직 처리해야 할 일도 많은데!”말을 마친 나는 허우적거리며 일어났다. 머리는 여전히 희미하게 아팠다.“네. 아직 기억하나 보네요.”배현우가 조심스럽게 내 뺨을 어루만졌다.“동철 씨가 데려온 거예요. 전 연락 받고 왔고요. 배 안 고파요? 의사한테 보이고 얼른 밥 먹으러 가요!”말을 마친 그가 호출 벨을 누르자 복도에 이곳으로 오는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그에게 물을 것이 많았지만 의사가 들어오니 나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닫았다.오히려 의사가 나에게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정신이 맑다는 것을 확인한 의사가 배현우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큰 문제는 없습니다. 지아 씨의 기억이 조금씩 회복 중입니다. 현재 뇌세포가 활발하기 때문에 이후에도 외부의 자극이 있으면 이러한 일이 또 생길 수 있습니다.”외부의 자극? 이동철의 말은 전혀 자극적이지 않았는데?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나는 멍하니 의사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여전히 배현우에게 말했다.“기억이 조금씩
그가 돌아오자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저 정말 기억 잃은 거예요?”그가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하는 듯했다.나는 다급하게 배현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얼버무리지 말고 사실대로 알려줘요. 이미 두통이 생긴 지 오래되었어요. 특히 이세림 얘기를 할 때마다 머리가 깨질 것 같다고요. 도대체 제가 그 여자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확실히 알려줘요.”나의 조급한 모습에 그가 침대 곁으로 와 앉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나를 품에 안고는 감동한 듯 울먹이며 말했다.“알려줄 테니까, 조급해 하지 마.”“항상 이렇게 얼버무려 대답하잖아요. 당신이 이럴수록 난 고통스러워진다고요. 확실히 알려주세요. 저랑 이세림이랑 무슨 관계인지!”나는 어린애처럼 떼를 쓰며 고집을 부렸다.그는 가볍게 웃더니 가슴 아파하며 나를 더 세게 안았다. 큰 손으로 뒤통수를 어루만지고는 나를 감쌌다.“당신...”그러나 한참 동안 기다려도 말이 없었다. 나는 그의 손에서 벗어나 배현우의 조각 같은 얼굴을 바라보았다.“말해요...”내가 애타게 말했다.그가 사연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꿀 바른 듯 달콤했다.“지아 씨가 바로 제가 찾던 이세림이에요.”분위기가 갑자기 얼음처럼 굳었다. 나는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잠시 후에야 나는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물었다.“방금... 뭐라고 한 거예요?”그의 표정은 차분하고 침착했다. 그는 확실하게 대답했다.“지아 씨가 바로 저랑 어릴 적부터 붙어 다니던 이세림이에요. 진짜 이세림!”마음속으로 희미하게 무언가 알 듯했지만, 그의 말에 나는 굳어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벼락에 맞은 것 같았다.나는 눈앞의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치 꿈 같았다. 이번은 두통이 아니라 뇌가 마비되는 것 같았다. 아프지도,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았다.배현우가 나의 모습에 걱정이 되었는지 품에 완전히 안았다.“세림아,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 알아. 우리에게 너무 가혹한
배현우가 핸드폰을 꺼내 갤러리에 들어갔다. 핸드폰을 손에 올려놓고는 잔인했던 옛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봐요. 이 사람이 진짜 임윤아에요.”나는 사진 속의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아름다웠고 흑색의 두 눈동자는 생기 넘쳤고 웃는 모습은 찬란했다.“어머니가 떠난 그날 밤, 저와 지아 씨는 그 텅 빈 방에 기대어 있었어요. 저는 아직도 똑똑히 기억해요. 그때의 외로움, 무력감, 그리고 두려움을.”그가 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고통스러운 눈빛이었다.“나도 무서웠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어요. 어머니는 나에게 내가 사내니까 당신을 꼭 돌봐줘야 한다고 당부했었거든요. 그곳은 시끌벅적하고 화목했었는데 어느 순간 우리 둘만 적막 속에 남겨지게 되었어요. 그 정적이 너무 조용해서 특히 소름 끼쳤었어요.”배현우의 입꼬리가 떨려왔다. 표정에 처연함과 쓸쓸함이 가득했다.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다시 생각해도 무력함을 느낄 수 있었다.“그때의 당신은 그저 제 품에서 울기만 했죠. 저도 그러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수 없었어요. 잠을 잘 수는 더더욱 없었죠. 어머니가 임종할 때의 모습이 계속 눈앞에서 맴돌았어요. 그때 저는 날이 밝으면 당신을 데리고 외할머니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그런데 날이 밝으면 우리가 갈라지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죠. 배유정이 왔을 때, 그녀는 집을 보러 온 것이었어요. 배유정은 집에 들어온 이후 우리를 보고는 하인들에게 호통을 쳤어요. ‘우리가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냐고.’ 그는 하인에게 보내버리라고 지시했어요.”“저는 그 말이 당신을 보내라는 말인 줄은 몰랐어요. 저는 한사코 당신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죠. 데리고 외할머니집에 갈 것이라고 애원했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어요. 저는 두 눈 뜨고 당신이 그 차에 태워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어요. 당신은 손을 뻗으며 나를 간절하게 불렀죠. ‘가고 싶지 않아. 현우 오빠... 살려줘! 갈라지고 싶지 않아!’”이야기를 하던 배현우가 나를 꼭 껴안았다. 뚜렷한 이목구비가 창백했고 검
나는 배현우의 마음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배유정의 악랄한 사람이 어떻게 자신에게 원한으로 가득 찬 아이를 용납할 수 있겠는가. 배천석까지도 건드리는 사람이 어떻게 자그마한 아이의 협박을 두려워하고 참을 수 있겠는가.“정말 어렸네요. 그런걸 어떻게 말해요?”나는 그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눈을 내리깔고 나를 바라보았다. 짙은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고 얼굴에는 담담하지만 쓴웃음을 짓고 있다.“그때 나는 당신을 찾지 못해서 마음이 급했어요. 그 어떤 법도 규칙도 상관할 바가 아니었어요. 저는 당신만 찾으면 됐으니까요.”배현우의 말투는 따뜻했다.나는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그때 그와 갈라진 이후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머리를 쿵쿵 치며 슬픔에 잠겨 말했다.“저는 왜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을까요? 조금이라도 났으면 얼마나 좋을까.”나의 돌발행동에 그가 깜짝 놀라며 내 손을 잡아주었다.“세림아. 네 잘못 아니야. 내가 널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서 다치게 한 거야. 그래서 기억을 잃고 이렇게 오랫동안 잃은 거야. 이건 다 하늘이 나에 대한 벌이야...”나는 여전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다.“그럼 얼른 알려줘요. 내가 왜 이세림이 된 건지! 아니, 전 한지아지 이세림이 아니에요!”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는 이세림이 나에게 남긴 나쁜 기억들에 화가 났다.“그 가짜 이세림이 이미 이세림이라는 이름을 먹칠했다고요! 전 이세림이 싫다고요!”“좋아요. 그럼 앞으로 한지아인 거예요!... 지아 씨, 절대 자신 탓을 하지 말아요. 탓할 거면 저를 탓해요. 제가 잘 돌보지 못한 거예요.”배현우 역시 감정이 북받쳐 가슴 아픈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계속해 줘요. 다 알고 싶으니까.”내가 기대하며 그를 바라보았다.“무엇이 더 궁금한데요? 물어봐요. 최대한 머리는 적게 쓰고. 지아 씨, 제가 지아 씨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은 원인도 이것 때문이에요. 가끔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는 것이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그가 의미심장하
나의 갑작스러운 모습에 배현우는 걱정스러운 듯 나를 끌어안고 꽉 껴안았다.“화내지 마요. 지아 씨... 봐요. 결국 제가 그 많은 사람 중에서 당신을 찾아냈잖아요!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서 우리를 지켜주고 있는 것이 분명해요.”“그리고 배유정은 제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그가 나와 손깍지를 끼며 약속했다.“배유정이 했던 일들, 다 천백 배로 갚아줄 거예요. 그래서 그 사람에게 당했던 피해자들 모두 하늘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할 거예요.”그제야 나는 조금씩 진정할 수 있었다. 나는 그의 힘찬 심장박동 소리를 들으며 전에 없던 안정감을 느꼈다.배현우는 끊임없이 나에게 입을 맞추며 등을 토닥여주었다.“이제 다 지나간 일이에요. 그렇죠?”“현우 씨는 보육원 어떻게 찾아낸 거예요?”나는 마음이 차분해진 뒤에 그에게 물었다.그는 진지하게 나를 응시했다. 차분해진 나의 모습을 보고서야 그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그날 밤 진백이 배유정의 나를 처리하라는 말을 엿들었어요. 그래서 진백은 위험을 무릅쓰고 17살 난 아들을 시켜 저를 데리고 도망가도록 했어요. 그리고 당신이 금서주의 보육원에 보내졌다고 알려주었죠. 그래서 진씨 가문의 형이 절 데리고 집을 나온 거예요.”그의 말에 나는 숨이 막힐 것 같은 통증을 느꼈고 손은 저도 모르게 그의 앞섶을 꽉 움켜쥐었다.“우리는 줄곧 금서주를 향해 도망갔어요. 형은 저보다 고작 네 살 위였어요. 우리는 며칠 밤낮을 눈도 붙이지 못하고 걸음을 재촉했어요. 왜냐하면 저는 그 사람들이 쫓아오기 전에 금서주에 도착해서 이세림을 찾아야만 했거든요.”“금서주는 황량하고 면적이 매우 컸어요. 우리는 길가에서 사람들에게 물으며 보육원을 찾아다녔어요. 그리고 그때 뜻밖에 가족을 잃은 한 여자아이를 발견했어요.”배현우는 이미 기억 속에 빠져든 표정이었다.“가족을 잃었다고요?”나는 의아하게 배현우를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배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처음에는 보육원을 찾아다녔어요. 그런데 몇
배현우가 나의 눈에서 의심을 읽어내고 담담히 말했다.“그건 지아 씨가 들은 버전이죠.”그가 나를 바라보며 문제점을 짚어냈다.“그건 그쪽에서 고의로 당신한테 틀린 정보를 알려준 거예요. 그래서 제가 계속 저만 믿으라고 상기시켰던 거예요.”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배현우의 말이 맞았다. 당시 처음 임윤아에 대한 정보를 들은 것도 가짜 이세림으로부터였다.“사실은, 진짜 이세림은 보육원에 보내졌을 때부터 이세림이 아니라 ‘임윤아’로 불렸어요.”배현우가 확신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나에게 말했다.나는 문득 무언가 깨달았다.“그 말은 배유정이 이세림을 보낼 때 이세림의 이름을 아예 바꾸었다는 거네요.”“맞아요. 그래서 당시에 저와 진씨 가문의 형이 금서주의 보육원을 모두 뒤져보아도 세림이를 찾지 못했던 거예요.”“그럼 언제 세림이를 찾은 거예요?”나는 이 속의 내막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하늘의 뜻인지도 모르죠. 그 가족을 잃은 아이를 찾았을 때 우리는 보육원도 찾아갔었어요. 형이 보육원에 물으러 갔을 때 이세림이라고 불리는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저는 신이 나서 한걸음에 보육원으로 달려갔죠. 그러나 이세림을 보겠다고 해도 보여주지 않았죠. 오히려 저를 계속 붙잡고 상황을 캐물었어요. 뭔가 이상함을 느낀 저는 당장 도망쳤어요.”“보육원에서 지령받았던 거예요?”내가 배현우의 말을 들으며 짐작했다.“그때 저는 그런 것들을 생각할 겨를 없이 이세림을 보아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어요. 우리는 보육원을 한바퀴 돌며 들어갈 방법을 생각했어요. 후에 산비탈의 나무를 타고 창문으로 들어가기로 했고 형은 밖에서 저를 기다리도록 했어요.”“들어간 뒤에 아니나 다를까 당신을 발견했죠. 당신은 무기력하게 아이들 속에 앉아있었어요. 이때 저는 2년 만에 처음으로 당신을 본 것이었어요. 당신은 마르고 연약했고 우울해 보였어요. 하지만 저는 무턱대고 들어가 당신을 찾을 수 없었어요.”“왜냐하면 보육원에 직원들이 지키고 있었거든요. 저는 안달이 나 줄곧
배현우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저는 이것이 배유정이 던진 미끼라고 생각해요.”“무슨 말이에요?”나는 눈을 비비고는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나중에 허씨 가문에서 저를 구한 이후에야 저는 배유정이 내가 도망갔음을 알아챈 후 빠르게 진백의 아들도 사라졌음을 발견했다는 것을 들었어요. 그러니 진백이 어떻게 됐을지는 불 보듯 뻔하죠. 그렇다면 배유정도 쉽게 저의 행방은 이세림을 찾으러 간 것임을 알았을 거예요. 그러나 배유정이 이세림을 어느 보육원으로 데려갈지는 계획해 놓았던 거니까, 결국 당시 그녀의 방법이 옳았다는 것을 설명하죠.”배현우의 분석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었다.“이후에 일이 터지자 배유정은 더욱 미친 듯이 저를 찾았어요. 비록 ‘임윤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지만, 제가 보육원에 갔었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고 있었으니까요.”배현우의 말투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나는 자문자답하듯 중얼거렸다.“어쩐지 이세림과 ‘임윤아’가 함께 찍힌 사진이 있더라니. 이동철이 처음이것을 조사할 때부터 나는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이세림도 보육원에 있었던 건지.”“지아 씨가 이동철에게 조사하라던 그 사진이 바로 이때 찍은 거예요. 저도 그 사진을 통해 가짜 이세림은 유래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배현우가 나를 바라보며 확신했다. 눈동자에는 독기가 서려 있다.“현우 씨도 이 사진을 조사했었던 거예요?”내가 배현우를 보며 물었다.“이동철의 그 사진이 바로 제가 찾은 거예요. 제가 이동철에게 조금씩 유출하라고 한 거예요.”배현우가 용의주도한 계획을 읊는 듯 장엄하게 말했다.그러나 나는 그를 탓 할 이유가 없다. 배현우 역시도 많이 노력한 것이었다.이때의 나는 배현우가 이 몇 년간 왜 그토록 얼음처럼 차가운 모습으로 된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에 타고난 냉담함은 없으니까.“이 사진 때문에 제가 이세림에 대해 샅샅이 파헤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배현우가 나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이것이 바로 나중에 이세
배현우는 마음이 아프고 초조해하는 나를 보며 내 이마에 키스를 했다. “그 자리는 절벽 바로 옆이었는데, 그가 나를 힘껏 밀어내자 그의 차는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져서 폭발했어요. 당신이 내동댕이쳐진 곳은 바다가 아닌 가파른 커브 길이었어요.”“나는 떨어진 후 완전히 정신을 잃어서 어디로 떠내려갔는지도 몰랐는데 깨어났을 때 한 어촌이었어요.”“그들이 나를 구해주었는데 내 다리가 부러져서 움직일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들에게 내 여동생을 찾아달라고 간청해서 사고 난 곳을 샅샅이 뒤졌지만 당신이 없었어요. 나는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어요. 죽더라도 시체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배현우는 씁쓸하게 말했다. “나는 그들이 대충 찾았을까 봐 다친 다리를 끌고 직접 찾으러 갔다가 기절했어요. 다시 구조되었을 때 내 다리는 이미 염증이 생겨서 현지인들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했어요.”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배현우를 보며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배현우는 손을 내밀어 가볍게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지 마요.”나는 손을 뻗어 배현우의 다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울먹이며 물었다.“그 후에는요?”“그 후, 허씨 집안 사람이 제때 병원에 찾아왔어요. 왜냐하면 내가 당신을 찾은 후 바로 허씨 가문에 연락했어요. 그런데 흐지부지 이틀이 지날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들이 날 보호하고 또한 사람을 보내 당신의 행방을 찾았어요. 온갖 노력 끝에 어린 여자아이가 머리와 쇄골이 다친 채 병원에 왔는데 금방 누군가 데려가 행방불명이라는 사실을 발견했어요. 누가 데려갔는지 찾을 수 없었어요.”“어떻게 못 찾을 수 있죠?”나는 의아해서 물었다. “일부 이민자들은 막 호주에 도착해서 불안정했어요. 그들이 당신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퇴원시킨 것을 볼 때 부유한 집이 아닐 것 같았어요. 그래서 남겨진 자료가 매우 모호하고 찾아보니 그들이 남긴 주소는 아예 존재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새 이민자, 혹은 임시로 온 여행자로 추정했어요. 우리는 수많은 추측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