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나의 말을 들은 장영식은 바로 경계했다.“어떤 저녁 식사 자리인데?”“이위진의 아들 이안과의 식사 자리야. 만나서 프로젝트에 관해 이야기하자고 날 초대했어. 그래서 나도 뭔가를 준비해야 할 것 같아.”나는 쉽게 말했지만, 구 변호사와 장영식은 화들짝 놀랐다.“나랑 같이 가! 너 혼자서 그런 인간들이랑 만나는 건 무리야!”장영식은 나의 말을 듣자마자 곧 화를 냈다.“회사의 총책임자는 나고, 나도 미팅에 참가할 자격 있어. 나 무조건 너랑 같이 갈 거야. 낯선 땅에서 어떻게 너 혼자 그런 자리에 가?”구 변호사조차 장영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절대 혼자 가지 마세요. 여기 사람들은 전부 교활한 인간들이라 위험해요. 안전이 최고죠.”나는 가볍게 웃으며 하찮은 표정을 지었다.“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모두 간사한 인간이라 더 무섭지 않은 거예요. 저랑 계약 조건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고 하니 가서 들어보죠 뭐! 그 인간들을 너무 높게 평가한 거 아니에요? 아직 그럴 용기는 없어요. 하지만 저도 대비를 하고 싶어서요.”“한지아, 제멋대로 굴지 마!”장영식은 약간 분노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여기는 서울이 아니야. 만약 서울이었다면 우리가 더 안심할 수 있었겠지. 여기서는 반드시 네 안전이 최우선이야. 무조건 나랑 같이 가. 만약 그자들이 거절한다면 더 이상 협상의 여지는 없어!”그는 한 치의 물러섬도 없다는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엄숙하게 말했다.장영식이 나의 안위를 매우 신경 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최근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빈번히 사고를 당하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다. 긴장하는 것도 정상이고, 특히 이곳은 지방이었다.많은 통제 불가한 요소들이 존재했다.하지만 난 오히려 이곳이 안산이기 때문에, 그들이 나에게 허튼짓을 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누가 자기 집 앞에서 나쁜 일을 저지를까?“너는 이해 못 해. 그자들은 실질적인 문제를 의논하기 위해 날 부른 거야. 네가 따라가면 어떤 말
장영식은 구 변호사의 말을 듣자마자 두 손을 들어 찬성했다. 나는 장영식이 다급해서 하는 모습을 보고 한 걸음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이렇게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6시에 복향성 모란홀에서 만나자고 했어요."나는 주소를 알려주었다."그래요, 그럼 그 유 비서한테 우리도 복향성을 예약해 달라고 합시다. 음... 그들이 있는 룸과 가까운 룸으로.”구 변호사는 손뼉을 치며 말했다.저녁에 할 일을 계획하고 있는데 내 핸드폰이 울리길래 고개를 숙여서 핸드폰을 보니 양진모의 전화였다.저녁 식사에 대한 일로 전화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 시간에 그들이 저녁 식사에 대한 준비를 다 안 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과연 내 추측이 맞았다. 그래서 나는 양진모에게 상황을 설명했고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 이안의 초대를 받아들일 것이고 장소는 복향성이라고 말이다.양진모는 내 말을 듣고 잠시 침묵하더니 아주 단호하게 대답했다. "한 대표님, 그럼 이렇게 합시다. 복향성으로 가셔도 됩니다. 제가 복향성 주위에 사람을 보내겠습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려주세요. 우리는 반드시 대표님의 안전을 확보해야 합니다.”나는 이 상황이 좀 웃기다고 생각했다.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야? 그냥 얘기 좀 하는 건데. 왜 이렇게 긴장하지? 여자인 나도 무서워하지 않는데 도대체 뭐가 무서워서 그러는 건지...'구 변호사는 내 표정을 알아차리고는 내게 말했다. "한 대표님, 적을 너무 얕보지 마세요. 대표님이 겪은 일이 아직 많지 않아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가 맡은 사건 중에 이런 상황이 아주 많았어요. 무슨 일이든 발생할 수 있으니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다들 이렇게 조심하는 것을 보고 그들이 나의 안위에 대해 매우 걱정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도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희들의 말을 따를게. 조심해서 안 좋을 건 없으니까.”내 말을 듣고 장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자 권석주가 거들먹거리며 뛰어와서 말했다."아이고, 지아 아가씨. 시간을 정말 잘 지키시네요.”보아하니 오늘 그가 여기에서 손님을 접대하는 것 같았다. 그때 이요한이 주최한 파티에 초대받았을 때처럼 말이다..이번에는 권석주로 바뀐 걸 보고 나는 좀 우습게 느껴졌다. 이 상황에서, 사촌이라서 그런지 정말 뻔뻔했고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 보아하니 오늘은 권석주가 이요한과 같은 길을 갈 것 같았다.그들이 교훈을 받아들이지 않는데 내가 무슨 방법이 있겠는가. 방안을 눈여겨보니 테이블 옆에 네 사람이 앉아 있었다. 중앙에 앉은 사람이 이안이고 그 옆에 앉은 사람이 이요한이고 또 한 사람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지만 역시 그들과 한패인 것 같았다.권석주는 내가 시간을 잘 지키는 것을 보고 매우 만족해했다. 어쨌든 그가 나를 초대했기 때문에 자신이 일을 잘 처리한다고 뿌듯해하는 듯했다."아이고, 쉽지 않네요, 지아 아가씨가 저의 체면을 세워줬어요. 어찌 됐든 안산까지 오셨는데 만나야죠."권석주는 내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나는 그를 보지 않고 곧장 안쪽으로 걸어갔다. 테이블 쪽으로 가서 훑어보고는 이요한에게 말했다."오랜만입니다, 이 주임님."이요한도 일어나서 내게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래도 그의 체면을 살려 가볍게 악수를 했다."한 대표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영광이에요!”나는 여전히 담담하게 말했다. "안산에서 이 주임님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그건 한 대표님이 모르셨네요. 안산은 제 고향입니다. 지난번 일은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벌을 받았고요."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그래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청원 씨도 제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고 저도 서울에서 잘 지내기 어려워서 다시 안산으로 돌아왔어요. 그래도 고향 사람들은 너그러우니까요.”그는 정말 사실대로 말했다. 지청원에게 쫓겨나고 서울에서는 아무도 감히 그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보아하니 이 주임님은 그래도 매우 정통한 것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말했다."이 선생 정말 그런 속셈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하하...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 나는 조금도 악의가 없어요. 단지 지아 씨를 만나 지주로서의 우의를 지키고 싶을 뿐입니다. 전 예로부터 미인을 애지중지하는데 더구나 지아 씨는 제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에요.""과찬이십니다. 그나저나 무슨 얘기를 하려고 저를 찾아왔을까요?""권석주, 음식 내오라고 해! 먹으면서 얘기하도록 하죠. 식사 시간이 되었네요. 지아 씨도 한참 동안 이야기를 했으니 분명 배가 고플 거예요. 우선 배부르게 먹고 다시 이야기합시다. 급하지 않아요."이안의 온화한 얼굴은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 같았다. 권석주는 이안의 말을 듣고 쩔쩔매며 문으로 달려가 호출 벨을 누르고 웨이터에게 음식을 내오라고 했다. 나는 손을 뻗어 무심코 가방 안을 뒤적거리며 녹음 펜의 녹음 버튼을 눌렀다.이안은 줄곧 나의 모든 동작을 주시하고 있었고 나는 그가 의심할까 봐 가방에서 물티슈 한 봉지를 꺼내 책상 위에 무심코 올려놓고는 담담하게 뒤 의자에 가방을 올려놓았다. 나는 손을 뻗어 물티슈를 한 장 뽑아 자신의 손을 꼼꼼하게 닦았다. 그러나 나의 이 동작을 본 권석주는 그다지 기쁘지 않은 것 같았다."지아 씨, 무슨 뜻이죠?"나는 권석주의 뜻을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의아해하며 그를 쳐다보면서 눈살을 찌푸렸다."뭐가 무슨 뜻이라는 거죠?"권석주는 내가 이렇게 침착한 것을 보고 속수무책이라는 듯 이안을 훔쳐보고는 다급하게 내 손의 동작을 가리켰다."무슨 의미예요?" 방금 이안이 나와 악수를 했기 때문에 나는 권석주가 이 행동이 이인에 대해 존경스럽지 않다고 암시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이 주임님, 식사하는 것이 아닌가요?"나는 고개를 들어 이안에게 되물었다. "손을 닦는 데 문제가 있을까요?"이안은 입을 달싹이더니 호탕한 표정으로 말했다."괜찮아요, 전혀 괜찮죠."나는 손에 든 물티슈를 내려놓고 이안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주
나는 다들 언짢아하는 것을 보았지만 여전히 담담하게 이안을 바라보았다."무슨 일이죠? 제가 뭔가를 잘못 말했어요?”이안이 정말 화과산의 원숭이처럼 태도가 너무 빨리 변한다고 생각했다.권석주는 이안이 얼굴을 붉히는 것을 보고 나설 수밖에 없었고 그는 곧 표정을 바꾸었다. "한지아 씨, 너무해요. 여기는 안산이지 당신의 서울이 아니에요. 하지 마세요.”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안이 탁자를 툭 치며 말했다."네가 뭔데? 네가 끼어들 자격이 있어? 파렴치하게 굴지 마!”나는 그의 행동에 놀라 벌벌 떨며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말이 빌려 나를 욕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안이 얼마나 화를 냈는지 알 수 있었다.방안이 잠시 조용해지자 다른 세 사람은 숨조차 쉴 수 없었고 내 가슴도 두근거렸다.잠시 후, 내가 '피식' 웃으며 어색한 상황을 넘기려고 했다. 나는 등 뒤의 의자에 기대어 얕은 눈으로 이안을 바라보며 무심코 입을 열었다."보아하니 이안 씨는 성격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네요.”그는 미간을 찌푸리고 나를 바라보았다."죄송합니다. 한 대표님을 놀라게 했네요. 전 늘 이렇게 신중하지 못해요.”"보아하니 이안 씨와의 식사는 정말 맛이 없네요."나는 억지로 웃는다.그 소개받지 않은 남자는 즉시 손을 뻗어 내리누르는 동작을 취했다."이안아, 그렇게 화를 내지 마. 지아 씨는 여자니까 당신은 그렇게 하면 그녀를 놀라게 할 거야. 석주야, 가서 음식을 재촉해봐.”말을 마치고 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지아 씨, 당신도 개의치 마세요. 이안 씨의 성격은 확실히 좋지 않아요. 특히 오늘 말이죠. 어르신은 화를 참지 못하고 쓰러지셔서 그가 화를 많이 내는 것도 피할 수 없어요. 이만 넘어가 주세요. 한 대표님은 큰 도시에 오셨으니 관대하실 거라고 믿습니다.”그 남자는 싱긋 웃으며 계속 말했다. "제 소개를 할게요. 제 성은 사이고 이름은 사영준이라고 해요. 이안의 외삼촌이자 이안 회사의 부사장이기도 해요.”보아하니, 이 사람은 이
사영준은 그제야 말했다."우리와 협력 계약을 체결한 후 안산 신도시의 계약은 한 대표님께서 만들어 주시면 돼요."나는 깜짝 놀랐다. 그는 마침내 이 말을 꺼냈다. 나는 일부러 주저하며 말했다. "그러면 이 프로젝트의 계약은 저랑 이안 씨가 체결하는 건가요?"사영준은 웃음을 터뜨리면서 말했다."이안아, 봐. 지아 씨는 똑똑한 사람이야."이안도 웃음을 터뜨리면서 나한테 동문서답을 했다."저는 지아 씨가 이후에 안산에서 아무런 장애도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거라고 보장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 협력도 순풍에 돛 단 듯이 할 수 있습니다.""그럼 이안 씨와 계약하지 않으면 저 혼자서 한 발짝도 못 나간다는 얘기군요?"나는 피식 웃었다."이안 씨, 저를 놀래키는 거죠?"사영준은 입을 한번 삐죽거렸다. "절대 놀래키는 게 아니에요."나는 그를 보면서 속으로 간이 정말 크다고 생각했다. 이 이 프로젝트는 그들 것이고 나를 꼭두각시로 여기는 것이었다."그럼 전 중고 계약을 따낸 거나 다름없지 않나요?"이번에는 나는 이안을 쳐다봤다."말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되죠. 이것은 지안 씨가 안산에 온다는 보장이에요. 게다가..."이안은 잠시 멈추었다가 불쾌한 기세로 눈살을 찌푸렸다."지아 씨가 알아야 할 것은 이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면 이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겁니다.""그럼 전 양건모 씨와 하겠습니다."나는 여기서 말을 멈추고 그의 말을 기다렸다."누구랑 얘기한다고 해도 결국 그 결과에요."그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듯이 단호하게 말했다.'내가 원하는 게 바로 이 말이었어. 누구에게 말해도 모두 같은 결과라는 말. 들어봐, 얼마나 오만한지.'이것은 이안이 안산의 하늘이라고 대놓고 나에게 말한 것과 같았다."오..."나는 소리를 길게 내면서 사색한 다음 눈을 들어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그럼 제 이익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죠?"그는 내가 이 말을 묻자 곧 안색이 좀 부드러워졌다."합작할 건가요? 그렇다면 얘기가 쉬워지죠."이안
그녀를 보면서 나는 정말 말문이 막혔다. 지금까지 이런 사람과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원래 인상 깊었던 남미주가 이런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눈앞의 이 여자와 비길수 없었다. 이연이야말로 진정한 표준적인 불량소녀였다.이연은 내가 멍 때리는 것을 보고 갑자기 젓가락을 들고 내 앞의 접시를 세게 두드렸다. "너 말이야! 새침한 척하지 마.”"연아!"이안이 호통을 쳤다. 이연은 입을 한번 삐죽거리더니 눈을 희번덕거리며 계속 먹기 시작했다.사영준은 긴장하며 말했다."자자, 드디어 요리가 나왔어요. 지아 씨도 젓가락을 드세요.”이안도 허세를 부리며 나에게 말했다."지아 씨, 먹으면서 얘기해요.”나는 이안을 보고 이 밥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이 밥에 선을 대고 싶지 않았다. 이건 남이 남긴 음식을 먹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괜찮아요. 전 입맛이 없어서요."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이연은 내 말에 기분이 언짢았는데 고개를 돌려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무슨 뜻이야? 음식이 급에 맞지 않아서 그런 거야 아니면 같이 있는 사람이 급에 맞지 않아서 그런 거야? 입맛이 없다니?”나는 빙그레 웃으며 자세히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매우 앳된 얼굴이었지만 그녀는 나이에 맞지 않게 제멋대로라 아쉬웠다.그녀는 내가 웃는 것을 보고는 물었다."웃겨? 웃긴 뭘 웃어?”"이연 씨, 어쨌든 당신의 오빠가 절 초대한 건데 그렇게 말하는 것은 손님을 대하는 도리가 아니지 않나요? 집에서는 응석을 부리고 제멋대로 굴어도 되지만 밖에서는 안 돼요. 제가 언니니까 잘 가르쳐줄게요."나는 계속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이씨 가족들 앞에서 자기를 가르치는 사람을 처음 보는 듯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젓가락에 해삼 한 조각을 끼고 반쯤 입을 벌린 채 조금 의아하다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사영준은 반응이 정말 빨랐다."연아, 가르침을 받았지? 지아 씨는 서울을 주름잡는 여장부야. 앞으로 대표님한테 많이 배워야 해.”그가 이렇게 말하자 이연은
나는 입구를 바라보았다.그 목소리는 매우 관통력이 있었고 말투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익숙해서 더 익숙할 수 없는 목소리였다.이 타이밍에 그가 이 방에 나타날 줄은 예상치도 못했다.배현우가 훤칠한 정장 차림으로 늘씬한 몸매를 감싼 채 위아래로 영롱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걸어들어왔다. 또렷한 이목구비가 화려한 조명을 받아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그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자, 뒤따라오는 얼굴은 싸늘한 얼굴을 하고 있는 김우연이었다.그의 '내가'라는 말에 나에 대한 모든 총애가 담겨 있었다.조금 전까지도 제멋대로 날뛰며 그 말을 하던 이연이 멍한 얼굴로 군침을 삼킨 채 입을 반쯤 벌린 채로 서 있었다. 배현우에게 반해서 영혼이 날아간 지 오래였고 모든 존재를 잊은 듯 얼음같이 차가운 얼굴을 한 배현우를 보며 넋을 잃었다.배현우가 내 앞으로 다가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도 본능적으로 내 손을 내밀었고 그는 내 손을 꼭 쥐었다.섬세하게 조각된 것 같은 이목구비는 얼음처럼 차가웠다.그는 얇은 입술을 벌리며 말했다."기분 나쁘게 의논 할 거면 말하지 마. 나 배현우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아무도 막을 수 없어.”이안은 처음에 배현우가 갑자기 들어오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그는 배현우가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내 손을 잡고 나를 품에 안으면서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얼굴은 순식간에 음흉해졌고 또한 살기가 가득 차서 일촉즉발이었다."저기요, 말씀이 좀 심하신 것 같네요."이안은 배현우를 모르는 모양이었다."이안 앞에서 감히 그런 말을 할 사람은 없어요.”"그럼 이제부터는 언제든지 이런 말을 들어야겠네."배현우의 말에는 천 년 동안 변치 않는 얼음과도 같은 싸늘함이 배어 있었다. 곁에서 줄곧 배웅하던 이요한이 곧 이안의 귓가에 엎드려 뭐라고 몇 마디 했다.그의 얼굴은 금방 굳어졌고, 눈은 마치 오래 켠듯한 헤드라이트처럼 일직선이 되어 믿을 수 없다는 듯 배현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이연은 내가 배현우의 팔에 끌려가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