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전화에 놀란 나는 동철이를 바라보고는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전지훈이 갑자기 투자를 철회하려고 해요!” 서강훈이 전해준 소식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투자 철회라고요?”이건 정말 큰 일이었다. 그가 갑자기 왜 투자를 철회하려는 거지? 내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나는 서둘러 스피커폰을 켜고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전희의 의견이라고 합니다. 전혀 예고 없이 갑자기, 벌써 신호연에게 이야기를 꺼냈어요. 지금 신호연이 무척 화가 난 상태에요.” 서강훈이 조용히 말했다.“강훈 씨는 신호연 쪽 일을 마저 하고 있어요. 나는 여기서 상황을 파악할게요, 나중에 다시 연락해요!” 나는 서강훈에게 지시한 뒤 전화를 끊고 동철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동철 씨, 전희가 왜 갑자기 신호연에게 투자 철회를 제안했는지 조사해봐요.”동철이는 곧 회의실을 나갔다. 나는 좀처럼 안정을 찾을 수 없었다. 전희가 왜 갑자기 투자 철회를 생각했을까? 혹시 배에서 무슨 소식을 들었나?그럴 리가 없어! 그녀는 이미 한신 로얄을 거의 손에 넣었는데, 갑자기 철회한다니? 혹시 신호연을 농락하려는 건가?그건 안 돼. 그녀가 빠져나가면 우리 다음 계획은 어떻게 하지? 그녀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함정이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한신 로얄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나는 회의실을 불안하게 왔다 갔다 하며 갑자기 이청원을 떠올렸다. 전화를 걸었지만, 그쪽에서는 받지 않았다.안 돼, 절대로 전희를 놓쳐서는 안 돼.나는 가방을 들고 해월이에게 몇 마디 지시를 한 후, 방금 전 권석주가 앉아 있던 소파가 생각나며 메스꺼움을 느꼈다. “해월 씨, 나중에 소파 소독 좀 해요!”해월이가 당황하며 나를 바라보자 나는 덧붙여 설명했다. “방금 그 사람 너무 기름지잖아요.”해월이는 이해하더니 대답했다.“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나는 곧장 밖으로 나가 경공관으로 가기로 했다. 차를 끌고 나오자마자 이청원
방에 들어간 후 나는 기태희한태 조용히 말했다.“태희 언니 고마워요. 그나저나 저희가 위에 있는걸 어떻게 알았어요?”“이 대표님이 나한테 전화해 줘서 내가 나가 도울 수 있었어요.”기태희가 덤덤하게 웃었다.“전희, 이 여우 같은 계집애!”나는 처음 기태희가 남을 평가하는 것을 보았다. 이는 분명 전희가 선을 넘어서 일 것이다.“얼른 가요!”기태희는 나더러 가라고 귀띔해줬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이청원의 방으로 다급히 달려갔다.이청원은 단도직입적으로 나한테 물었다.“소식 받았어요?”“네. 전희는 왜 갑자기 투자를 취소한다고 하는 거예요?”나는 이청원을 바라보았다.“설마 한신로얄을 가져서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는 거 아니에요?”이청원은 고민에 빠졌다.“아닐 거예요. 설사 가졌다 해도 그녀는 그녀를 위해 일해줄 사람이 필요해요. 제가 알기론 그녀는 신호연보다 더 그녀랑 잘 맞는 파트너를 지금까지는 찾기 어려워요.”이청원은 다 생각이 있었다.“그둘은 서로의 득을 보며 합작하고 있어요. 신호연은 똑똑하지만, 그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능력과 인맥이 부족해 전희의 득을 보고 있어요. 이것 또한 현명한 선택이죠. 그리고 전희는 신호연의 전문적인 팀이 필요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그둘은 환상의 조합이에요.”이 부분에 관해서는 난 완전히 찬성한다. 그들은 진짜 서로 상호 잘 의존하고 있다.“그리고 전희도 잘 알고 있죠. 그녀가 이미 주위의 인맥들을 다 쓰고 있다는 것을. 어쨌든 모두 형원 그룹의 인맥이고 제가 전씨 집안을 형원 그룹에서 내쫓은 이후로 그녀 손에 있는 인맥들도 점점 내 쪽으로 등을 돌리고 있어요.”이청원은 나한테 차를 부어주며 말했다.“이번에 그녀도 분명 잘 알고 있어요. 한신로얄 2기를 가진 것도 기수를 다해 돈도 많이 날렸고 그녀를 이 일에 끌어들인 사람들도 모두 틀림없이 탐욕스러운 사람들이에요.”“내가 알아봤는데 이번에는 배유정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어요. 그럼 그녀가 투자를 취소하게 된 유일한 가능성은 아마 그녀가 신
나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남진성과 기태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기태희가 천천히 손을 들어 남진성의 손등에 살짝 올려놓더니 등을 두드리며 무슨 말을 했는데 뭐라 했는지 모르겠다.잠시 후 남진성은 갑자기 비통하게 울었는데 그 울음소리에는 한 남자의 모든 한이 담겨 있었다.“이 늙은이가 젊은 사람을 먼저 떠나보내야 한단 말인가? 내 평생 살면서 이 아이 하나뿐인데... 그런데... ”그의 표정은 마치 어린아이 같았고 그는 지팡이를 들고 끊임없이 땅을 두드리었다.이 모습을 지켜본 내 마음도 너무 아팠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이런 생사의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다. 특히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라면 더더욱.기태희는 부드럽게 마치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달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멀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모습은 온화하고 덤덤한게, 마치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았다.나는 남진성의 정서가 조금씩 평온해지는 것을 보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기태희는 그를 붙잡아 일으켜 세우고 덤덤하게 문기태한테 한마디 했다.“너무 늦었었어요. 얼른 사람을 시켜 어르신을 돌려보내야 할 것 같아요. ”나는 남진성이 수행원의 보호 속에 비틀거리며 걸어가는 그 뒷모습이 뜻밖에도 나를 좀 슬프게 했다.기태희를 데려다줄 때 나는 그녀한테 물었다.“아까 어르신한테 뭐라 했어요?”“별거 없어요. 단지 누구든지 불상사가 있고 만약 그녀가 자기 절로 가려고 한다면 누구도 붙잡을 수 없지만, 남미주는 매우 강하니까 쉽게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죠!”기태희는 매우 이성적이었다.“지아 씨, 너무 걱정 말아요. 이것도 다 그녀가 겪어야 할 곤란이에요.”“그녀가 나서지 않아도 되었었는데 하필 나서서 저를 구해주는 바람에!”나는 한숨을 내쉬었다.“제가 목숨을 크게 빚졌어요.”“기회만 있다면 이어지지 않는 우정은 없어요!”기태희가 나의 손을 두드리며 말했다.“남미주는 전희와 달라요. 비록 겉으로는 세 보이지만 그것 또한
나는 문기태가 이미 남미주 곁에 가 그녀의 이마를 쓰다듬는 것을 보았다.나는 어벙벙해서 무균복을 얼른 갈아입고 급히 뛰어 들어갔다.“미주 씨, 절대 포기하면 안 돼요! 버텨요! 만약 당신이 이렇게 가버리면 난 당신 남씨 집안일은 관여도 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말했죠, 저도 제가 하고 싶은 알이 따로 있다고. 저는 당신네 남씨 집안일을 맡을 의무와 책임도 없어요!”나는 들어가자마자 남기태가 울부짖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의 목소리에는 애원이 가득 찼다.“미주 씨...”나도 달려가 그녀의 남은 손을 잡으며 말했다.“미주 씨, 저는 당신과 얼마나 친구를 하고 싶은지 몰라요. 그런 유일한 단짝 친구 말이에요. 당신과 유일한 친구가 될 기회를 준다면 전 반드시 당신에게 친구가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 줄게요.”이때의 남미주는 너무 말라 숨이 간들간들하여 얼굴도 이미 청흑색을 띠고 있어 매우 섬뜩하였다. 분명히 독소가 그녀의 모든 세포를 침투한 것이다.“미주 씨, 당신이 내 말을 듣고 있다는 걸 알아요. 내 곁에 남고 싶다면 얼른 일어나요.”문기태는 소리를 치며 그녀의 이마에 손을 얹고 엄지손가락을 위로 밀며 그녀의 눈을 뜨게 하려고 했다.의료 기기가 다시 울리자 의료진이 우리를 뒤로하게 하고 응급처치를 했다.나는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와 문기태는 어정쩡하게 의사들의 뒤에 서 있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누군가가 중환자실 유리창을 두드렸는데 소리가 매우 컸다.‘쿵쿵쿵'!사람들이 갑자기 모두 고개를 돌렸다. 나도 고개를 돌려 보았는데 배현우가 손에 작은 약병을 들고 온 것이었다.“빨리...약...해독약!”나는 소리를 질렀다.안에 있는 의사들은 최선을 다해 응급처치하고 있었고 그중 한 간호사가 약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의사는 문기태를 보며 매우 신중한 어조로 물었다. “문기태 씨, 이 약은......임상 검증을 거치지 않았어요. 원칙적으로 우리는...”“어서... 그녀에게 주사해요!”문기태는 눈이 빨개져서 소리를 질렀다.“난
그의 무의식적인 행동은 나의 관심을 끌었고, 나는 의아하게 그를 쳐다보았다.“현우 씨...”“전 괜찮아요.”그러나 그가 말을 끝내자마자 그의 우뚝 솟은 큰 몸은 나를 향해 쓰러졌다. 그리고 어디서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았다...나는 놀라 큰 소리로 소리쳤다.“의사 선생님!”의사들이 달려올 때쯤 그는 이미 의식을 잃었다.의사들이 조심스럽게 검사를 했는데 그의 팔이 다친 것을 발견했다. 보아하니 총상인 것 같았다. 상처는 간단하게 처치되어 거즈에 피가 약간 응고되어 있었다. 의사들은 다시 거즈를 잘라 상처를 처리했다. 그리고 또 그에게 소염할 수 있게 링거도 맞혔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는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져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의사는 검사를 끝내고 나한테 말했다.“안심하세요! 이 환자는 혼수상태가 아니라 너무 피곤해서 깊은 잠자리에 든 것이에요! 다행히도 상처에 염증이 생기지 않았고 저 상처도 총알이 스쳐 지나간 거라서 상처가 그렇게까지 깊지 않아 곧 회복될 것입니다!”내 마음 그제야 놓였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인 것은 그는 분명 치료제를 찾으러 갔는데 어떻게 총상이 났을까? 누가 그를 다치게 했을까? 김우연은? 그는 왜 그의 곁에 있지 않지? 왜 그를 잘 보호하지 못해서 그를 다치게 했는지?나는 그가 떠난 36시간 동안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문기태는 안에서 위험에서 벗어난 남미주를 보살핀 후 배현우의 병실에 왔는데 그는 여전히 깨어날 낌새가 보이지 않았다.문기태는 배현우 팔에 있던 상처를 잠잠히 보더니 그의 눈동자는 매우 고요하고 마치 깊은 못의 깊은 물처럼 깊어 보였다. 나는 확신한다. 그는 잠잠해 보여도 폭풍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잠시 후 그는 나를 한 번 보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당신도 얼른 좀 쉬어요! 수고했어요!”그가 말하지 않으면 나도 내가 24시간 자지 못한 사실을 잊어버리고 있었다.그를 보내고 나는 한참 동안 깊이 잠든 배현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이런 상황은 나는 전에도 한 번
가는 길에 우리는 한 줄을 지어 질주하여 안산으로 질주하여 마침 약속한 시각 안에 안산 연합대 사무실에 도착했다.양진모는 이미 관계자를 대기시켜 놓고 우리를 대회의실로 데리고 들어갔다.우리 쪽은 프로젝트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했고 프로젝트의 각 단계의 인원을 모두 함께 데려왔다. 이는 장영식이 매우 꼼꼼하게 안배한 것이며 이는 우리 협의 효율을 크게 높여주었다.그리하여 계약을 순조롭게 체결한 후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는 뜻밖에도 모든 것이 아주 순조로웠다.하지만 내 마음속에 제일 걱정되는 것은 남미주였다. 비록 생사의 위험에서 벗어났지만 내가 급하게 나오느라 그녀의 얼굴도 보지 못한 게 마음에서 내려가지 않았다.또 배현우의 상처도 걱정되었다. 특히 어떻게 해서 총상을 입었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이런 큰일을 만약 제대로 묻지도 않고 넘어간다면 나는 계속 불안할 것 같았다.내가 기뻐하며 계약을 하려던 그때 에피소드가 생겼다.양진모 전에 부임했던 사람이 회의실에 쳐들어왔다.이 사람은 나이가 비교적 많은데 직무에서 물러난 후에 바로 퇴직한 것이다. 그는 회의실로 달려가 책상을 두드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안산의 신도시는 안산 사람이 건설해야 가장 합당하다고 말했다.그녀는 양진모를 짚으며 말했다.“너 임명하자마자 나한테 유세를 부리려고 그러는 거야? 니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이 풋내기야!”“내가 이 위치에서 반평생을 일해서 비로소 안산이 오늘날 있는 거야. 너 같은 낙하산 따위가 이렇게 큰일을 진행하면서 감히 내 의사도 묻지 않고 사사로이 결정하다니, 지금 그 자리에서 내려가고 싶은 거야? 너 정말 나 이위진이 퇴직했다고 물로 보이는 거야?”그의 말은 패기가 넘쳤지만 말을 들어보면 도리가 없었다. 퇴직했으면 퇴직하고 쉴 것이지 마땅히 그는 여전히 자신이 꼭대기 위치에 처해있다고 생각한다.그의 말을 들으면 마치 안산이 자기 혼자만의 것인 것처럼 말했다.나는 매우 놀랐다, 요즘 시대에 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양진모는 처음에 예
장영식이 일어나서 날아오는 찻잔을 막아주었다. 찻잔이 “달그락” 소리와 함께 장영식의 등에 부딪히며 안에 있던 찻물이며 모두 흘러내렸다. 장영식은 끙끙 소리를 내었다.회의실은 정적이 흘렀다.나는 재빨리 그의 등을 만져 보았는데 다행히도 차가 뜨겁지는 않았다.그 행동을 보고 나는 화가 나 상을 내리치며 밀어냈다.나의 돌발적인 행동을 보고 회의실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모두 놀랐고 이위진도 놀라 몸을 떨며 나를 쳐다보았다.“정말 말도 안 되네요! 안산이라는 곳에 이런 몰상식한 사람들만 있나 보죠. 안산의 관리자조차도 이러니 당신네 안산이 줄곧 낡고 혼란스러운 거겠군요! 바로 당신 같은 오래된 “꼰대” 가 서울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을 저는 지금 알았어요!”내 말이 나오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서로 쳐다보았고 특히 안산 쪽 사람들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렇게 보니 이위진이 안산에서 정말 유세를 부리는 게 장난이 아니었다.이위진이 내 말을 듣더니 화가 나 소리치며 말했다.“너 어린 계집애 따위가 나한테 이런 태도로 말을 해? 허... 어이가 없어서 참... 이봐, 당장 이 계집애를 끌고 나가. 말도 안 돼. 넌 위아래도 없니? 교양도 없어!”그의 고함이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그들 쪽 사람들은 감히 숨도 내 쉬지 못했다. 그들이 나를 보는 눈빛도 다소 침착하지 않았고 어떤 사람은 심지어 몰래 나에게 그와 맞서지 말라고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나는 코웃음을 쳤다. 나는 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그의 이런 방법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나는 기어코 그가 어떻게 막 나가려는지 좀 보고 싶었다.“당신 같은 사람이야말로 교양이 없는 전형적인 예제야!”나는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생각하지도 않고 그의 말을 반박했다. 이 늙은 꼰대는 달랠수록 답이 없다. 양보할수록 그는 더 두려워하지 않고 날뛴다...그는 정말 그가 다 옳다고 생각했다고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줄 안다...“잘 들어, 양진모는 너를 양보해
아마도 양진모가 내가 감히 이 늙은 꼰대와 이렇게 상대하는 것을 보고 갑자기 용기가 생겼는지 엄숙한 얼굴을 하고 이위진한테 말했다.“선배님, 지금 이러시는 건 제 일을 방해하고 있는거에요. 저는 위에서 지시를 받고 여기 와서 일하는 거예요, 선배님의 지시를 들으러 온 거예요. 선배님은 이미 퇴직했으니 결정권이 없어요.”양진모는 드디어 제자리를 찾아간 듯 정색하고 그의 얼굴에 웃음기도 사라졌다.“만약 선배님이 합리한 건의를 주시러 오신 거라면 저는 두 손 벌려 환영인데, 선배님은 지금 그러려 온게 아니라 제 일을 방해하고 있잖아요.”나는 사람이 자신의 발전 여지를 찾은 순간 발전 공간이 매우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진모는 말을 아주 조리 있게 잘하였다.“선배라면 어떻게 일을 해야 하고,어떻게 아랫사람을 대해 일을 하게 할지 알아야 선배죠. 하지만 선배의 행동은 분명 법을 어기는 것을 알면서도 법을 어기며 지금 경제 발전을 막고 있잖아요!”양진모는 나의 영향 하에 이위진한테 훈수를 뒀다.“전 반드시 윗선에 전화를 쳐야겠어요. 제가 안산을 도맡은 이상 전 책임을 져야 해요. 선배님이 방해를 한다면 전 윗선에 의견을 물어 정상 참작할 수 있게 해야겠어요. 윗선에서 선배님이랑 제 말, 누구의 말을 들어주겠어요? 윗선에서 선배 말을 들으라면 전 이 자리에서 관두겠어요.”그의 말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말을 끝내고 그는 전화를 걸었다.난 알고 있었다. 그가 유상현한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을.그렇다면 양진모가 이곳에서 발생한 일을 설명하기만 하면 유상현은 틀림없이 명확한 답을 줄 것이다.나는 윤상현의 칼같은 판단력을 절대적으로 믿는다. 그는 최고 권위자이다.나는 거기에 앉아서 이위진을 보고 있었는데 그의 표정은 분노로 가득 찼다. 마치 이때 일어난 모든 일을 전혀 믿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그가 한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 습관이 되어 누군가가 대놓고 일어서서 그를 반박하는 것을 보니 그는 좀 멍해졌다.그러나 눈은 조금도 침착하지 않은 낌새를 보였
나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 마지못해 고개를 들어 서강민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말했다.“서강민 씨, 먼저 들어가시죠. 언니가 깨서 서강민 씨를 보면 또 흥분할 것 같은데... 지금 같은 상황에 언니가 회복하는 게 제일 중요하잖아요.”그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지만, 나는 한마디 더 보탰다.“어떤 일들은 천천히 해야 해요. 언니한테 시간을 좀 주세요. 서로 생각을 정리해 봐요.”서강민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깊은 잠에 빠진 도혜선을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발길을 돌리기 전에도 아쉬움에 한 번 더 뒤돌아보며 나한테 말했다.“고생해 줘요.”나도 담담히 답했다.“제가 해야 할 일인걸요. 언니에게 시간을 좀 줘요. 언니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할 수 있잖아요.”내가 말하는 회복이 뭔지는 서강민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그건 도혜선이 마음에 입은 상처였다. 오늘 도혜선의 행동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그녀의 상처는 아물 수 없을 것이다. 언급만 해도 피가 흘러내릴 만한 상처였다.잠시 후, 서강민은 한발 물러섰지만, 눈길은 여전히 도혜선에게 머물러 있었다. 평온해 보이는 모습 아래에서 어떠한 파도가 휘몰아치는지 나는 몰랐다.한참 전 도혜선이 했던 말들은 마디마디가 주옥이었다. 모두 그녀가 마음속으로만 담아두었던 것들이었고 또한 서강민의 약점이었다. 얼마나 아플지는 서강민 본인만 알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쓰디쓴 독주도 그는 혼자 삼켜내야만 했다.도혜선의 눈가가 파르르 떨려와 깨어나려는 낌새가 보이고 나서야 서강민은 조용히 병실을 나갔다.나는 마음이 아파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뻗어 도혜선의 손을 맞잡았다.인제야 하루 종일 배현우에게서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쪽에는 어떤 상황인지, 김우연에게서는 소식이 없는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도혜선을 보니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것 같아 살며시 그녀의 손을 놓고 일어서려 했을때, 그녀는 다시 나를 잡으며 미약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지 마...”나는 너무 놀라 얼른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서강민은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나 하는 걸까?’“당시의 사고는 내가 저지른 거야. 그녀도 나 때문에 다쳐서 지금처럼 된 거고… 나는 좋은 남편이 아니야. 아내가 식물인간이 되었는데 나는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말이야...”서강민은 여기까지 말하며 후회하는 기색을 내비쳤다.“그녀를 마주할 때마다 너무 죄책감이 들고 고민스러워. 나 또한 발버둥 쳐봤지.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나의 일탈을 받아들일 수 있어 해. 그녀한테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내가 널 사랑하고 있다는 거야...”“강민 씨!”도혜선은 꾸짖는 듯한 말투로 그의 말을 잘랐다.“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당신 아내가 듣고 있을 거예요. 저를 끌어들여서 같이 속죄할 생각하지 마세요. 저는 당신의 구세주가 아니에요. 저는 그냥 사람답게 살고 싶은 평범한 여자라고요. 저 좀 그냥 내버려둘 순 없어요?”도혜선은 말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하얗게 질린 얼굴이 일그러지며 그녀는 한 손으로 본능적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나는 깜짝 놀라 그녀 앞으로 갔다.“혜선 언니, 움직이지 마! 위험해...”늑골 골절과 뇌진탕이 있는 환자다 보니 이러한 행동은 그녀에게 너무나도 위험했다.도혜선은 손을 들어 그녀를 안으려고 하는 한지아를 제지했다.“제가 오늘 한 말이 아직도 이해가 안 되나요? 서강민 씨, 저의 인생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당신한테 묶여 당신의 부속품이 되었었는데 저도 자존심이 있어요. 더 이상 당신처럼 지난날의 죄책감을 짊어지며 답답하게 살아가지 않을 거예요.”도혜선은 여전히 분노에 차 외치고 있었다.“매일 제 앞으로 와 지난날의 행동에 대해 속죄하라고 일깨워 주실 필요 없어요! 당신을 보면 저는 지난날 모든 서울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었던 치욕적인 과거가 떠올라요. 당신은 마음 가는 대로 해요. 당신은 아내와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해요.”말을 마친 도혜선은 숨이 차올랐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보였다.
도혜선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계속하여 들려왔다.“당신은 아무런 부담 가질 필요 없어요. 저 같은 여자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아도 돼요.”그녀는 자기비하적인 말을 내뱉었다.”선아...”“설사 강민 씨가 와이프와의 약속을 안 지킨다 해도 당신의 신분과 지위로 당신에게 더 어울릴만한 사람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저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에요. 하물며 당신네 부부 눈에는 저는 그냥 염치없고 미천한 사람일 뿐이죠. 저 같은 사람은 본처가 되기에 적합하지 않아요. 사모님이라는 호칭도 어울리지 않죠.”“나는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오해하지 마.”서강민은 조급함에 한 발 앞으로 나서며 해명하려 했다.하지만 도혜선은 손을 들어 그를 막아섰다.“강민 씨... 해명하지 않아도 돼요. 당신의 행동이 모든 걸 설명해 주고 있어요! 장담하건대 아직 당신들이 어떤 의도로 얘기하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바보가 된 건 아니에요. 그녀는 정말 대단하네요. 죽을 때까지도 제가 이길 수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녀는 아무리 병상에 누워있어도 고상한 사람이고 저는 그냥 미천한 사람일 뿐이니 말이에요.”도혜선은 말을 내뱉으며 입가에 처량한 미소를 비췄다. 누가 봐도 가슴 아픈 미소였다.“이전의 저는 확실히 허례허식에 차 있는 사람이었지만 저도 성장했어요. 정신 차렸어요. 당신 앞에 있는 저의 진정한 가치가 어떤 것인지 깨달았어요. 저는 하나의 도구, 들러리뿐이었지만 원망하지 않았어요.”그녀는 여기까지 말하고 한숨 돌렸다. 얼굴빛은 아까보다 더 창백해져 있었다.“하지만 이제 저는 자존감을 챙기며 살고 싶어요. 누군가에게 의탁하지 않고 쓰레기같은 취급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며 살고 싶어졌어요.”점점 더 차가워지는 도혜선을 바라보며 서강민은 답했다.“혜선아, 나는 널 한 번도 무시한 적 없어. 나는 그냥 내가 뭘 하든지 네가 다 이해해 줄 줄 알았어.”도혜선의 서강민의 말을 듣고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안색은 더 창백해져 있었다.“이해? 당신이 어떤 말을
방금 허투루 한 말이 어머니의 진실인가 싶다. 보아하니 어머니가 나를 속이는 일이 있는 것 같았다. 마음속의 의문점이 점점 많아졌다. 나는 아무렇지 않게 식사를 마치고 차씨 가문의 할머니께 말씀을 드린 후, 위층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도혜선을 보러 가려고 준비했다.그리고 팔도 겸사겸사 검사하려고 했다. 차에 앉고 나서 배현우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았다. 이 이른 아침에 뭐 하러 갔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김우연 쪽에 무슨 소식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생각해 보니 이렇게 빠르진 않겠지? 몇 시간밖에 안 됐는데.'병실에 도착하자마자 도혜선이 노발대발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병실에는 도혜선과 서강민 두 사람만 보이고 이미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내가 들어서자 분위기가 좀 이상하고 심상치 않는 것을 느꼈다.침대 옆 머릿장에는 보온병이 놓여있다. 서강민은 오늘도 도혜선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러 온 것 같다.서강민은 침대 앞에 떡 하니 서있었고 침대에 있던 도혜선은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도혜선은 내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상황을 정리하려고 다가가서 서강민에게 인사를 하고 도혜선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좀 어때?""별로야."도혜선은 차갑게 대답하더니 또 말을 건넸다. "지아야, 손님 좀 배웅해 줄래?"난감했다, 도혜선은 서강민을 내쫓으라고 하는 거였다. 난 당연히 그 뜻을 알고 있다. 조심스럽게 서강민을 쳐다보았다. "혜선아, 꼭 이래야 하니?"서강민은 씁쓸한 표정으로 도혜선을 바라보며 물었다."네! 서강민씨, 저는 이미 분명히 말했고 두 번 다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도혜선은 내가 그 자리에 있다고 해서 서강민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참지 못하고 웃어 버렸다. "언니, 화 그만 내고 진정 좀 해. 초조해하는 거 알아, 점차 좋아질 거야. 강민씨랑 얘기 좀 하고 있어. 나는 팔 검사해야 돼서, 금방 돌아올 거야!"나는 핑계를 대고 떠나서 그들에게 자리를 비워주었다.
배현우는 나의 우울한 모습을 보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없는 동안에 회사 일도, 한심로얄의 마지막 한방도 둘 다 포기할 수 없잖아요. 신예 쪽 일도 있고, 전희가 다시 살아날 기회를 얻지 않도록 조심해야 돼요. 지금 모든 게 중요한 시기이니까요.""지금 그 누구도 아버지보다 중요하지 않아요! 수십년간 도망치면서만 살았는데 죄책감도 가지고 있었을 거예요, 분명 아주 괴로워하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무도 모르고 있는데, 내가... 내가 딸로서, 난..."배현우는 내 말을 듣고 나서 침대에 누워 나를 꼭 껴안고 말했다. "일단 내일 소식을 기다려 봅시다. 김우연 쪽에서 어떤 정보를 얻었는지 보고 결정합시다."배현우는 나의 어깨를 툭툭 쳤다. "제 말 듣고 일단 자세요, 내일 일어나서 먼저 할 일들을 처리하고 준비하고 있으세요, 만약에 상황이 좋으면 내일 같이 데리고 갈게요, 당신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배현우가 지금 나를 위로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다. 내가 기분 나빠하는 모습을 보지를 못한다. 그 말을 들으니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았다. 배현우의 따뜻한 품에 안기며 눈을 감고 내일 먼저 무엇을 처리해야 할지 생각했다.근데... 눈을 떠서 배현우를 쳐다보는데 배현우도 잠에 들지 않았다. "현우씨... 할머니가 보존하고 있는 CCTV를 보여주시겠어요?"'그 영상을 꼭 보고 싶었다, 알고 싶었다. 어머니가 어떻게...'"알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자세요, 나중에 보여 드릴게요. " 팔짱을 끼더니 분명히 나를 얼버무리고 있는 것이다. 배현우가 그 장면을 내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밤이 깊었고, 비까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배현우의품에 안겨 점점 잠이 들었다. 아침이 밝았다. 날씨는 여전히 흐렸다. 배현우는 이미 곁에 없었고, 손을 뻗어 그가 누워 있던 곳을 만졌다. 이미 차가운 걸 보니 배현우는 일찍 침대에서 일어났나 보다.'무슨 소식이라도 왔나?'이
"할머니가 이번 사건을 피할 수 있었던 건 당시 큰 병을 앓은 것에 대해 감사해야 했어요. 제 생각에는 반은 꽤병인것 같아요. 직접 사표를 쓰고 나서도 서둘러 호주를 떠나지 않았다는 게 참 슬기로운 선택이었어요.""네?"너무 놀라서 몸 둘바를 몰랐다.배현우는 인정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는 호주를 떠나지 않으셨어요. 그곳에 머물면서 배씨 저택의 인기척을 살피다가 배씨 저택의 요상한 소문들이 완전히 자취를 감춘 뒤에야 조용히 호주를 떠나셨어요."나도 모르게 할머니의 메커니즘에 감탄했다."저도 그때 상황을 잘 몰라서, 할머니도 몸이 허약했고 내 행방을 알아 볼 길이 없어 그 비밀을 계속 지켜왔었나봐요. 부하들이 할머니를 찾고 나서도 여전히 어리석은 척을 하고 있었지 뭐에요."배현우는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할머니께서 저를 두눈으로 직접 보고서야 그걸 꺼냈어요."배현우의 말을 듣고 나니 할머니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던 중 배현우가 나를 쳐다보더니 나의 지친 모습을 보고서야 손을 들어 대문을 열어 장벽들이 천천히 열리는 걸 볼 수 있었다.차는 왔던 길을 따라 경원으로 다시 돌아갔다. 벌써 자정이 되어 우리 둘은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 방에 돌아왔다.'우리를 배신한 소인이 두 집안을 풍비박산 시켰다니. 오늘 밤 일어난 모든 일들은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간단히 씻고 걱정 가득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태어나서 얼굴도 한번 못 본 아버지가 어디 있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를 걱정해 발 뻗고 자지 못했다. '한강인이랑 한걸은 이미 잡혔는데, 우리 아버지는? 그의 처지는 어떤지.''한씨 부자가 그저 아버지를 인질로 삼아 그들의 안전을 확보하려 했다면 왜 배현우는 그곳의 환경이 복잡하다고 했을가.''이유는 간단하다. 누군가 아버지를 미끼로 삼으려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보고 싶으려는 걸가?''배현우? 아니면 배유정?'생각할수록 더욱 걱정이 됬다.아버지의 이번생은 이미 충분히 힘들다.어머니랑 서로
나는 걱정스레 배현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배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계속 말했다.“후에 목격자 어르신을 찾고서 한강인을 자세히 조사하니 한강인은 이 모든 것이 일어난 뒤에야 천우 그룹을 떠난 거였어요. 지아 씨도 알잖아요. 그때 당시 천우 그룹은 아직 배유정 손에 있었어요.”“현우 씨의 말은 한강인은 배유정 과도 사이가 틀어졌단 말인가요?”나는 추측하며 물었다.“우리가 조사할 때 이상한 단서 하나가 나왔어요. 한동안 배유정도 한강인을 찾았고 심지어 한강인에 대한 추살령도 내렸어요! 참 이상해요. 배유정은 왜 한강인을 죽이라고 지령을 내린 걸까요?”“이유는 하나뿐이죠. 즉 한강인이 분명 무엇을 알아냈거나? 아니면 어떤 일에 참여하였거나?”나는 대답했다.배현우는 고개를 끄덕이었다.“진백이 죽임을 당했듯이 이 안에는 분명 남들한테 들키면 안 되는 비밀이 있는 거겠죠. 우리는 이 단서를 따라 계속 추적해 보니 한강인의 혐의가 점점 더 드러나더군요. 그리고 그의 아들 한결도 같이 도망쳤어요.”“그러고 보니 이 안에는 분명히 또 다른 요소가 있겠네요!”나는 사색에 잠겼다.“그래서 우리는 추측했죠. 한강인은 확실히 이 사건이랑 연관이 있고 둘이 도주하는 과정에 서로 연락하는 빈도를 보아서 부자 둘은 서로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어요.”“그리고 한강인이 도망 다니는 그 시기에 그의 모친이랑 누나 모두 영문도 모른 채 실종되었어요. 지금 보니 그분들은 아마 이미 이 세상을 떠난 것 같네요. 이 때문에 한강인은 고두리에 놀란 새가 돼서 끊임없이 도망치며, 이 또한 한강인이 지금의 상태로 되게 한 원인인 것 같아요. 사실 한강인은 원래 지금의 모양이 아니거든요.”배현우의 말을 듣자 나는 저도 모르게 아까 보았던 한강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강인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엄청 정신적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면 다른 기타 방식으로 정신을 잃지 않게 버티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사람이 저렇게 말라죽을 정도일 리가 없다.“그리고 한 가
배현우는 나를 한눈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었다.“맞아요. 제 씨 어머니가 얼마나 총명한지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어요. 제 씨 어머니는 책 속에 카메라를 숨겨두고 만약 사고가 난다면 여기에 있는 이 물건을 숨겨두었다가 훗날 믿음직스러운 사람에게 주라고 할머니한테만 똑똑히 당부해 두셨어요!”나는 코가 찡긋거리더니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보아하니 제 씨 어머니는 분명 위험이 닥칠 거라는 것을 미리 예감했던 거네요!”배현우는 안색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갑자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제 씨 어머니는 만약 자신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할머니더러 애들을 데리고 허씨 가문으로 가라고 할머니한테 당부하셨어요.”나는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고 코를 훌쩍이었다.배현우는 자기 손을 꽉 움켜쥐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참 생각지도 못한 게 모든 것이 제 씨 어머니의 예상대로 일어났고 감춰둔 카메라에 모든 것이 담겼어요! 근데 할머니는 제 씨 어머니의 뜻대로 우리 둘을 순리롭게 허씨 가문으로 데려가지 못했어요.”“급한 나머지 할머니는 고씨 가문에만 소식을 전했고 그마저도 나쁜 놈들보다 동작이 빠르지 못해 그들이 지아 씨를 데려간 후였어요. 그래서 저만 고씨 가문에서 데려갔어요.”나는 눈물을 닦아내면서 그때 당시의 내가 얼마나 힘없고 무력했을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돌아가신 데다가 배현우와 억지로 갈라지게 되었다.배현우는 내 손을 꽉 잡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나도 배현우 지금의 심정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날 배현우는 눈앞에서 억지로 끌려 나가는 나를 보기만 하고 반항할 수도 없는 그런 무능력함은 아마 배현우한테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이 되었을 것이다.차 안은 갑자기 조용해졌고 자동차가 앞으로 가는 소리밖에 안 들렸다.한참 뒤에야, 배현우의 잠긴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이런 것들을 찾은 후에야 비행기 추락 사고가 떠올랐고 이로써 모든 것들이 비로소 한강인을 추측하게 했으며 그 이후에 우리는 한강인
이 소식은 그야말로 나를 입이 떡 벌어지게 했다. ‘나를 데려간 게 어떻게 그 사람이지?’“맞아요. 우리는 유일한 목격자를 찾았어요. 그 당시 그쪽 산에서 약재를 캐는 어르신이신데 그때는 중년인이셨어요. 하늘의 뜻인지, 우리가 수년을 찾아 헤맨 끝에야 비로소 이 참극의 전부를 직접 목격한 증인을 찾아냈어요.”“그 어르신 정말로 전체 과정을 모두 목격하셨나요?”나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배현우 얘네가 얼마나 큰 공을 들여야 바다에서 바늘 건지는 것 같은 일을, 그것도 몇 년이 지났는데도 당시의 목격자를 찾아낸 걸까.“어르신의 말로는, 당시 자기는 산 위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잠시 계단에서 쉬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아래 도로에서 일어나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해요. 알다시피 외국에서는 약재를 캐는 일은 엄청 드물어요.”배현우는 엄청 뿌듯한 말투로 말했다.“우리 형제들이 엄청나게 고생 많았어요. 십수 년을 하루같이 귀찮음을 마다하고 사건 지역을 탐방하러 다니면서 일말의 흔적도 소홀히 하지 않았어요.”나도 믿어지지 않아 입을 열었다.“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참 노고가 많았어요.”“어르신이 말씀하기를 당시의 장면은 엄청 아슬아슬했대요. 부딪힌 차는 거의 굴러떨어지기에 일보 직전이었는데 후에 폭발했대요. 어르신은 우리의 차가 폭발한 뒤 키 크고 마른 한 남자가 차에서 내리는 걸 똑똑히 봤다고 해요. 그리고 그 남자는 길 왼쪽의 언덕 아래로 달려가 무언가를 찾았대요.”배현우는 그때 당시의 장면을 묘사하였다. 나는 머릿속으로 그때 당시의 상황을 필사적으로 상상해 내려고 하니 머리가 또 아파 났지만, 배현우가 말을 멈출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당시에 일어난 이 모든 것, 전부 나한테는 엄청난 매력이었다. 나는 지금 내가 찾아낸 산산조각 난 퍼즐들을 하루빨리 제 위치에 맞춰서 하나의 완전한 그림을 만들어 내고 싶었으며 그때 당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되찾고 싶었다.그 뒤로 난 어떻게 Z 국의 만덕동에서 떠돌게 되었고 또 어떻게 지금의 한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