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위의 일거수일투족이 다리 밑에 있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했고 김우연은 얼굴이 잔뜩 어두워진 채 주먹을 꽉 쥐었다. 내 옆에 있는 차 문을 벙커로 사용하고 있는 경찰들도 모두 놓칠세라 눈을 부릅뜨고 적절한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우리 쪽의 모든 사람의 마음이 아무리 타들어 가도 눈앞의 모든 것은 여전히 속수무책이었다.배현우가 두 발짝 더 나아가는 것을 보자 그 남자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거기 서! 너... 다가오지 마...”그의 목소리가 가끔 들리는 것을 보니 배현우가 열심히 설득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어쩐지 배현우가 눈앞에 있는 그 남자를 알고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그의 손에 잡힌 콩이는 아직도 목이 쉬도록 울고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고, 그러는 콩이를 보는 내 마음이 너무 아파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도 감히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 남자의 신경을 조금만 잘못 긁었다가는 콩이를 영영 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무서운 광경이 끝내 벌어졌다. 웬일인지 그 남자가 갑자기 화를 내더니 자꾸 총으로 배현우를 겨누며 뭐라고 노발대발했다.고함을 지르던 그는 갑자기 오른손을 들어 그의 손에 있는 콩이를 마치 낡은 인형처럼 공중으로 내던졌다...콩이의 마른 몸이 허공에 포물선을 그리며 다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이를 내던지는 순간 그 남자도 몸을 훌쩍 날렸다. 많은 사람의 눈앞에서 번개같이 빠른 속도로 고속도로를 뛰어내려 제비처럼 일직선으로 떨어졌다.곧 나는 몇 발의 총성을 들었다. 나는 입을 딱 벌린 채 비명을 질렀고,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안돼!”그러던 중 치타처럼 달려가 콩이에게 두 손을 내미는 배현우의 모습이 보였고, 아이가 땅에 떨어질 것 같은 순간 배현우가 껑충 뛰며 멀리 굴러갔고 곧이어 콩이의 울음소리가 뚝 그쳤다.정신을 차렸을 땐 김우연이 배현우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나는 울부짖으며 나를 가로막는 사람의 손을 뿌리치고 필사적으로 다리 위의 배
차는 바람처럼 병원을 향해 달려갔지만 콩이는 여전히 가슴이 찢어지는 듯 울고 있었다. 배현우의 옷깃을 두 손으로 꽉 움켜쥐고, 손을 떼면 눈앞에서 사라지기나 할 것처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배현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숨이 넘어갈 듯 훌쩍거렸다.내 마음은 갈가리 찢어지는 듯 아팠고 콩이가 울어서 숨이 막히는 모습에 속수무책이었다. 콩이는 줄곧 착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울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아무리 달래도 콩이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저으며 입에서 끊임없이 ‘싫어요!’만 뱉어냈다.배현우가 부드럽게 달래며 콩이를 품에 꼭 안았다.“아저씨 여기 있어,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콩이야, 봐봐, 아저씨야! 아저씨는 콩이를 놓지 않을 거야!”나는 차갑기 그지없고 세상에도 무관심한 배현우가 나의 콩이를 이렇게까지 사랑해주고 아껴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내가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콩이를 놓지 않고 자신의 품에 안고 끊임없이 달랬다. 늘 차갑고 잘생긴 얼굴에 자애로운 아버지의 사랑 같은 것이 깃들어 있어 감격스러움과 동시에 안정감을 느끼게 했다.콩이는 이미 부성애가 결여된 지 오래되어 나는 진심으로 죄책감을 느끼지만, 지금 이 순간 배현우는 아버지보다 더 아버지 같았다.나도 배현우의 어깨에 기댄 채 말없이 겁에 질린 듯 눈물을 흘리는 콩이를 바라보았다.병원에 도착했지만, 콩이의 상태가 좋지 않아 전신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다친 데는 없고 많이 놀랐다고 했다.그동안 내가 아이를 안았는데 콩이는 나를 꼭 안고 손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잠시 후 또 돌아서서 배현우에게 안아달라고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의사가 배현우의 상처를 간단히 치료해 주고 나자 그는 다시 콩이를 안았다. 우리가 겨우 콩이를 달래 울지 않게 했지만 콩이는 배현우의 목을 꼭 껴안고 멍하니 그의 어깨에 엎드려 있었다.의사는 가능한 한 아이를 즐겁게 하고, 마음에 상처가 남지 않도록 많이 다독여주라고 조언했다.우리가 함께 골드 빌리지로 돌아왔더니 사람들이 다 모여 있었다. 병원에 가는
나는 위험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았지만, 심장이 여전히 쿵쾅대고 있었다. 아직 어린 콩이는 더 말할 것도 없었고 나 역시도 온밤 내내 악몽에서 깨고 다시 잠들기를 반복했다.언제 습격받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짙은 먹구름처럼 머릿속을 배회하며 좀처럼 흩어지질 않았다.결국, 울산에 가려던 계획은 잠시 무산되었고 대신 장영식이 민여진을 데리고 울산으로 떠났다.떠나기 전 영식은 나를 위로하며 회사의 일은 잠시 내려두고 콩이의 회복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당부했다. 그 뒤로 며칠간 나는 콩이의 옆에서 한 시도 떨어지지 않고 아이를 지켰지만 콩이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기만 하면 울며 칭얼대고 배현우가 보이지 않으면 목이 터져라 울어대며 달래기 쉽지 않았다.그 때문에 몇 번이고 배현우가 회사에서 돌아와야만 했다.콩이의 모습에 엄마는 줄곧 자책에 빠졌다. 콩이가 울면 따라서 몰래 눈물을 흘렸고 왠지 모르겠으나 엄마의 정신상태도 갑자기 나빠지기 시작했다.아빠도 엄마의 곁에서 끊임없이 위로를 해줬다. 심지어 배현우도 엄마에게 이 모든 건 의외의 사고였으니 아무리 주의를 했어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위로했다.하지만 엄마는 항상 근심걱정이 가득했고 우울해 보였다. 특히 콩이가 울며 칭얼댈 때마다 머리를 감싸 쥐며 고통에 시달리는 모습이었다.집안의 분위기는 유달리 우울했고 나도 덩달아 긴장이 되었다. 은연중에 엄마의 정신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배현우는 당장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우리 가족들을 데리고 제주도로 향했다.천혜의 자연환경에 녹음이 우거진 나무와 푸른 바다가 절경을 이뤘고 환경이 바뀌니 콩이의 상태도 조금은 호전됐다.아직도 배현우에게 붙어있었지만 먼저 능동적으로 주변의 색다른 경치를 관찰하는 등 변화가 있었고 배현우의 흠 잡을 곳 없는 노력으로 끊임없이 콩이에게 서프라이즈를 해주며 새로운 사물을 발견하도록 아이를 유도했다.나는 콩이의 예쁜 치마를 잔뜩 챙겨와 아기 천사처럼 콩이를 꾸며주고 이곳저곳을 데리고 다녔다. 매일 다른 경
웃고 나니 갑자기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은은하게 감돌았다.나는 배현우와 시선을 맞췄고 그도 내 마음속 생각을 알아챘음을 알 수 있었다. 그저 어른들과 아이 앞에서 말하기 불편했을 뿐이었다.사실 이 며칠 배현우의 전화를 받고 김우연이 콩이 납치 사건 뒷일들을 처리하고 있단 걸 알게 됐다. 묻진 않았지만, 그와의 대화 속에서 우연 일행의 최선을 다한 수사에도 그 남자를 찾지는 못했다는 요지를 들어낼 수 있었다.그렇게 높은 다리에서 뛰어내렸으니 정상인이라면 즉사하거나 치명상을 입을만한 일이었고 행운아라 해도 무사하진 않을 것이다.하지만 이렇게 며칠이나 지나도 흔적조차 찾지 못했으니 평범하지 않은 사람임이 틀림없었다. 경찰이든 배현우의 사람이든 샅샅이 수색을 진행했어도 찾지 못했다면 그가 이미 도망쳤다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도망쳤다는 것은 언제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며 잠재적인 위험 요인으로 언제 다시 협박을 가할지 모른다는 뜻이었다.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나는 절대 그와 일면식조차 없었으며 다시 말해 이 모든 일의 화근은 내가 아니라는 말이었다.콩이와 배현우가 사건의 경과를 설명해 줬고 나는 그 속에서 중요한 정보들을 캐치해냈다.콩이를 납치한 남자, 혹은 그에게 납치를 지시한 사람은 나와 배현우 사이의 일을 잘 아는 사람이었고 특히나 콩이와 배현우의 친밀함을 알고 있는 사람이어야 했다. 생각할수록 소름이 돋았다.이건 우리 사이의 일일 뿐인데 어떻게 누군가가 잘 알고 있을 수 있었을까, 더군다나 최근 배현우의 교통사고 이후 우리 사이에는 어떠한 밀접한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는데 왜 아이를 납치해 간 걸까?배현우는 콩이 마음속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주려 콩이와 놀이에 집중했고 그 인내심과 사랑이 담긴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마음이 움직였다.그때 그가 손으로 콩이의 코를 살짝 잡더니 물었다.“앞으로 무서워할 거야 안 할 거야?”“안 무서워할 거예요! 아저씨가 있으면 콩이는 무섭지 않아요. 아저씨가 절 구하고 나쁜 사람도 때려줄 거니까
살짝 갈라진 마성의 목소리가 귓가에 낮게 울려 퍼졌다.“언제까지 날 피할 생각이에요?”“그런 적 없어요...”나는 서둘려 변명했지만, 말이 떨어지자마자 자신이 잘못 얘기했음을 깨달았다. 이미 익숙한 우리 둘 사이에 이런 단둘만의 공간은 나에게는 신체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둘 사이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미묘해졌다.“내 딸 콩이를 구해줘서 고마워요!” 나는 진심으로 얘기하며 둘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기류를 전환하려 했다.“당신 딸 콩이 만이 아니죠!” 말을 하는 그의 눈빛은 사랑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콩이는 당신보다는 양심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을 따르니. 당신은 진짜 양심 없는 꼬마 여인이고.”“내가 다섯 살짜리 애도 아니고, 당신 삶을 방해할 수는 없잖아요!”나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아직도 그와 한소연이 만나고 있다는 껄끄러운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니 말이다.“바보 같은 소리!”배현우는 몸을 일으키더니 화난 척하며 나를 옆으로 내려놓았다. 곧이어 나를 품에 껴안더니 비치체어에 반쯤 걸터앉았다.그와 이렇게 친밀하게 몸을 붙이고 있은 지 오래됐기에 나는 불안하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하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심장 속에 작은 토끼를 품은 듯 심장이 쿵쾅쿵쾅 요동쳤다.배현우가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지아 씨, 그동안 속상하게 해서 미안해요.”나는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졌다.“특히 콩이 일은, 지아 씨와 콩이에게 소홀했던 내 탓이란 거 잘 알고 있어요.”배현우가 가볍게 내 어깨를 토닥였고 그의 큰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난류마냥 내 몸을 타고 퍼져나갔다.우리 둘 다 말은 않았지만 마음은 통하고 있었다. 콩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콩이가 배현우를 지나치게 따르고 있어 차를 쫓아갔고, 그것 때문에 악당들이 기회를 잡아 집 앞에서 아이를 납치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일이 발생한 지 며칠이나 지났지만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가슴이 떨려왔다.“아이의 감정을 간과했어요. 당신들과 거리를 두면 두 모녀에
배현우는 내 반응이 이토록 격할 줄 몰랐는지 눈을 내리깔고 나를 쳐다봤다.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대답을 했다.“맞아요, 내 부모님이랑 같이 조난당한 이월구도 같은 뱀 문신이 있어요!”새로운 정보에 나는 등골이 서늘해졌고 중얼거리며 물었다.“그럼, 비행 사고로 죽은 게 이월구가 아니란 말이에요? 그럼 진짜 이월구는요?”나는 왠지 모르게 이월구에 대해 특별한 호기심이 생겼다. 이 사람의 이름만 들어도 왠지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마치 동철이 처음으로 내게 제경선이라는 이름을 들려줬을 때처럼, 그때도 왠지 모르게 깜짝 놀랐었고 어디서 본 적 있는 사람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그게 바로 내가 지금껏 단정 지을 수 없는 점이에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월구 아저씨는 절대로 그런 문신이 없어요!”배현우가 엄숙하게 얘기했다. “나중에 수소문 끝에 찾은 사고 조사 보고서에서 사진을 보게 됐고 그제야 이 증거를 손에 넣은 거죠.”“그럼 그 말은 당신 엄마 아빠의 비행 사고가 절대 단순하지만은 않다고 의심하는 거네요?”나는 배현우를 쳐다봤다. 우리 사이에 흐르던 어색한 기류는 안개가 걷히듯 사라져버렸고 나는 자세를 바로잡은 채 더 큰 관심을 표했다.배현우는 손을 들어 바람에 나부끼는 잔머리를 훑어내더니 깊은 눈망울을 하고는 낮은 소리로 답했다.“자그마치 10년이라는 시간을 드려 증거를 찾았어요. 그래서 더 경거망동하면 안 돼요. 알겠어요?”나는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네 쌍의 눈동자가 서로 얽히고설켰고 그의 따뜻한 눈길에 나는 살짝 멍해졌다. 모든 냉랭함을 벗어던진 온전히 우리 둘만의 표정이었다.“지아 씨, 이곳의 내부 사정은 상상한 것보다 심각해요. 내 의도는 소중한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것이었어요. 전에도 말했었죠, 당신한테는 날 믿어달라는 거, 그 하나의 요구밖에 없다고요. 당연히 돌발 변수들이 생겨 날 오해하는 것도 정상이라고 생각해요.”나는 배현우의 말 속뜻을 알아채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붉혔다. 배현우는 지금 내 제
요 며칠간 우리는 처음으로 이런 둘만의 시간을 가졌고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얘기를 나눴던지라 잊고 있던 연애의 감정이 다시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파도가 해안선을 따라 부서지는 소리에 맞춰 그의 뜨거운 키스까지 들어오니 나는 이 분위기에 도취한 채 모든 불쾌함을 잊어버렸다.그때 도혜선의 전화가 걸려왔고, 미연에게 큰일이 생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다.나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일은 항상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했던가, 미연이에게서 가장 걱정하고 있던 일이 결국 터져버렸다.나는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 허겁지겁 배현우를 찾으러 뛰어갔고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해달라고 부탁했다.배현우는 사고에 대해 듣더니 나를 위로하고는 아빠와 의논하러 들어갔다. 결국, 콩이가 납치당한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도록 엄마 아빠는 콩이를 데리고 잠시 제주도에 머물기로 했고 배현우가 사람을 시켜 그들의 생활을 돌보도록 부탁했다.나와 배현우는 그 길로 서울로 돌아가기로 결정 났다.비행기에 오르기 전 나는 동철에게 연락해 미연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조사하도록 부탁했다. 도혜선도 통화에서 그냥 빨리 돌아오라고 재촉했을 뿐 사건의 경과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았다. 나는 사건이 그리 간단하지 않을 것임을 짐작했다.비행기에서도 배현우는 다시 나를 위로해주며 우연에게도 조사를 맡겼다고 알려줬다.서울에 도착하자 이미 밤 7시가 된 시각이었고 나는 서둘러 도혜선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혜선은 경공관에서 우리를 기다리겠다고 했다.배현우의 기사가 우리를 데리러 나왔고 최대한 외부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차량은 바로 활주로에 서 있었다. 올 때와 똑같이 모든 것은 비밀리에 진행되었다.차에 오르자 배현우는 우연에게 연락했고 우연은 이미 사람을 시켜 자세한 조사를 진행했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소식이 있을 거라고 전해줬다.경공관에 도착하니 도혜선은 일찍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를 보자마자 큰 짐을 내려놓은 듯 내 손을 덥석 잡더니 말했다.“지아야, 드디어 돌아왔구나!”“도
나는 배현우더러 이곳에서 우연이나 동철의 전화를 기다리라고 하고는 도혜선과 경공관을 떠나 골드 빌리지로 직행했다.가는 길에 도혜선이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드디어 돌아왔네. 아니면 나 혼자 진짜 방법이 없을뻔했어. 아, 맞다. 콩이는 어때?”“콩이는 이제 괜찮아졌어. 배현우가 콩이의 트라우마가 걱정된다 해서 엄마 아빠랑 그곳에서 좀 더 머물도록 마련해줬어.”“나도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너희들한테 연락한 거야. 괜히 방해받았겠다.”도혜선이 운전하며 나를 힐끔 쳐다봤다.“한번 나가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어휴...”“그렇게 생각하지 마. 미연이가 이렇게 큰 사고가 났는데 내가 어떻게 안 돌아와. 사실 진즉 돌아왔어야 했어. 현우 씨도 바빠죽겠는데 계속 있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콩이는 현우 씨를 지나치게 따라서 떠날 때도 언제 돌아오냐고 계속 묻더라.”도혜선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기특하다는 말투로 말을 이었다.“나도 보이더라, 현우 씨가 콩이를 정말 아낀다는 걸. 제 친애비보다 백배는 나아!”“허! 신호연 마음속에서 이미 딸이라는 존재는 잊은 지 오랠걸! 오히려 콩이 할머니가 사고 당일 날 아침에 콩이를 보러 왔었지.”“맞다, 콩이 사건은 도대체 무슨 일이야? 너무 다급하게 떠나버려서 자세히 묻지도 못했잖아! 그렇게 큰일이 있었는데도 뉴스가 싹 다 막혀버렸더라고. 배현우 작품이겠거니 했어.”“짧게 말하긴 힘들어. 하나의 사건만이 아니거든. 미연이부터 찾고 나면 그때 자세히 말해줄게.”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어!”내 머릿속은 남미주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마음만 불안해졌다.“미연이 남미주 손에 들어간 거라면 쉽지 않을 텐데.”“사실 나도 쭉 그런 예감이 들었었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시간 문제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연락이 안 되자마자 안 좋은 쪽으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도혜선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덧붙였다.골드 빌리지에 도착하고 나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