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53화 위 층에서 내려온 사람

배유정은 이대로 끝낼 수가 없어 천우 그룹의 모든 경영권을 내놓는 대신 배현우더러 이른 시일 내에 이세림과 결혼식을 올리라고 요구했다. 결혼 후 기존 배 씨 세력과 천우 그룹을 합병시키고 은퇴하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이렇게 큰 유혹을 배현우는 모든 주주 앞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해버렸다. 그는 배유정이 내놓은 협상안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고 이세림과 정략결혼을 하지도 않을 것이며 배씨 가문과 합병할 생각도 없다고 했다. 배 씨의 낡은 잔재는 배유정에게 영원히 남겨둔 채 천우 그룹과의 모든 연결을 끊어낸다는 뜻이었고, 앞으로의 비즈니스도 자연스럽게 끊기게 된 것이었다.

배유정은 말문이 턱 막혔다. 배현우가 이토록 단호하게 거절할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천우 그룹은 철저히 배 씨라는 짐 덩어리를 벗어던지고 새로 태어나 독립된 천우 그룹으로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이었다.

이제야 나는 왜 배현우가 천우 그룹의 본부를 호주에 세우지 않고 J국에 세웠는지를 깨달았다.

배유정은 천우 그룹과 앞으로 어떠한 관계도 이어지지 못하고 심지어 파트너 관계도 유지할 수 없음을 알게 되고는 화를 못 이겨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또 어떤 뉴스에서는 이것마저 회의장을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 고의로 쓰러졌다는 소문도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반 달이 지났고 뜨거운 감자였던 천우 그룹 사건도 조금씩 매듭이 지어졌다.

나는 천우 그룹의 프로젝트 부서에 불려가 계약 문제를 논의했다.

배유정의 임명으로 기 대표가 아시아 본부 CEO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20여 일 만에 배유정의 실패와 함께 사라짐에 따라 그가 처리했던 모든 사항이 백지화가 된 것이었다.

이전의 계약은 회복됐고 천우 그룹과 체결한 계약서도 효력을 회복했지만 다시 서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 순간 나는 긴장감에 몸을 떨었다. 반 달이나 기다린 끝에 드디어 처음으로 만나는 자리인데 어떻게 그를 마주하고 뭐라 말하면 좋을지 몰랐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해월이와 법무팀과 함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