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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늦은 고백

내가 뛰어 내려갔을 때 풀숲 앞은 텅텅 비어있었다.

나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방금 본 것이 내 착각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잠시 후, 장영식이 언제 왔는지 내 옆에 서 있었다.

“같이 산책할래?”

나는 고개를 들어 자상하게 웃는 얼굴을 봤다. 내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는 나란히 마당에서 걸었다. 그는 언제나 나를 무안하게 하지 않았다. 왜 갑자기 뛰어나왔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는 나랑 학창 시절 얘기를 했고 나는 갑자기 물었다.

“영식 오빠, 왜 난 어릴 때 기억이 안 날까?”

“언제 기억 말하는 거야? 나에 관한 기억이 있으면 꼭 기억해 낼 수 있게 도와줄게.”

말하곤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머리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더 어렸을 때 기억 말이야. 오빠에 관한 기억은 다 있어, 우리 아빠가 우 선생님께 내 물리 과외를 부탁해서 그때 우 선생님 사무실에서 처음 만났잖아. ”

“맞아, 우 선생님 사무실에서 처음 봤어. 네가 교복 입은 모습이 다른 사람이랑 달랐어. 까만 윤기 나는 머리에, 큰 눈, 그리고 속눈썹이 엄청나게 길었어. 그래서 누가 뒤에서 속눈썹 요괴라고 불렀어.”

“진짜? 난 왜 몰랐지?”

나는 웃었다. 속눈썹 요괴는 너무 과장됐다.

“그때가 고1 두 번째 학기였어.”

장영식이 흐뭇해하며 말했다.

“그니까! 중학교 이전의 기억이 없어. 고등학교 입학시험 이후의 일들만 기억나. 오빠는 이런 적 있어?”

나는 몸을 돌려 뒤로 걸으며 그를 보았다.

그런 나를 보더니 장영식이 다정하게 말했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

그러고는 머리를 저었다.

“난 없어, 기억력이 엄청 좋아.”

“안 좋은 건 아닌데...”

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이 걸렸다. 장영식은 재빨리 손을 뻗어 날 잡고 팔짱을 꼈다.

“제대로 걸어! 이젠 엄마인데 아직도 장난꾸러기야.”

장영식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나는 갑자기 흥미로운 얼굴로 물었다.

“해외에 오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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