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뛰어 내려갔을 때 풀숲 앞은 텅텅 비어있었다. 나는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다. 아무것도 없었지만 방금 본 것이 내 착각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잠시 후, 장영식이 언제 왔는지 내 옆에 서 있었다. “같이 산책할래?”나는 고개를 들어 자상하게 웃는 얼굴을 봤다. 내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우리는 나란히 마당에서 걸었다. 그는 언제나 나를 무안하게 하지 않았다. 왜 갑자기 뛰어나왔는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는 나랑 학창 시절 얘기를 했고 나는 갑자기 물었다. “영식 오빠, 왜 난 어릴 때 기억이 안 날까?”“언제 기억 말하는 거야? 나에 관한 기억이 있으면 꼭 기억해 낼 수 있게 도와줄게.”말하곤 나를 보며 웃었다. 나는 머리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 더 어렸을 때 기억 말이야. 오빠에 관한 기억은 다 있어, 우리 아빠가 우 선생님께 내 물리 과외를 부탁해서 그때 우 선생님 사무실에서 처음 만났잖아. ”“맞아, 우 선생님 사무실에서 처음 봤어. 네가 교복 입은 모습이 다른 사람이랑 달랐어. 까만 윤기 나는 머리에, 큰 눈, 그리고 속눈썹이 엄청나게 길었어. 그래서 누가 뒤에서 속눈썹 요괴라고 불렀어.”“진짜? 난 왜 몰랐지?” 나는 웃었다. 속눈썹 요괴는 너무 과장됐다. “그때가 고1 두 번째 학기였어.”장영식이 흐뭇해하며 말했다. “그니까! 중학교 이전의 기억이 없어. 고등학교 입학시험 이후의 일들만 기억나. 오빠는 이런 적 있어?”나는 몸을 돌려 뒤로 걸으며 그를 보았다. 그런 나를 보더니 장영식이 다정하게 말했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그러고는 머리를 저었다. “난 없어, 기억력이 엄청 좋아.”“안 좋은 건 아닌데...”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발이 걸렸다. 장영식은 재빨리 손을 뻗어 날 잡고 팔짱을 꼈다. “제대로 걸어! 이젠 엄마인데 아직도 장난꾸러기야.”장영식이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나는 갑자기 흥미로운 얼굴로 물었다. “해외에 오래 있었
장영식의 말에 말문이 막힌 나는 서둘러 입을 열었다. “반어법이야?”“말하는 것 좀 봐.”날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 내가 뭐?” 장영식이 내 말을 유도하는 것을 느낀 나는 갑자기 긴장되었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일 때문에 그러는 거지?”나는 장영식이 일만 하느라 모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민감하고 감성적이었다. 실시간 검색어까지 알 줄이야.“난 괜찮아. 많은 일들은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예측할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몸부림칠 바에 포기하는 게 나아, 안정감 있고.” 나는 장영식의 말에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는 내 맘속에서 항상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오빠 같은 느낌이었다. “영식 오빠, 나도 오빠가 나한테 잘해주는 거 잘 알고 있어. 내 맘속에 누구도 대체할수 없는 좋은 오빠야. 고등학교부터 지금까지 오빠가 있으면 든든했어. 지금 나도 막막해, 며칠 동안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 정신 차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헤어 나오기 힘들어. 일단 회사 일부터 잘하고 보자.”‘알았어. 난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말을 마치고 손을 뻗어 친구에게 용기를 주듯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영식 오빠, 나한테 시간 낭비하지 마. 부모님 나이도 있으신데, 걱정이 많으셔. 내가 오빠한테 진 빚이 많다는 걸 나도 알아, 하지만 난 오빠랑 어울리지 않아. 난...”이번에는 진짜 나를 품에 안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다 내가 원해서 하는 거야, 널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어. 근데 내가 너무 용기가 없어서 너한테 말 못 했어. 그래서 널 놓쳤어. 이건 내가 내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거야.”날 꼭 끌어안은 장영식을 나는 뿌리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장영식에게 감정이 담긴 포옹을 빚졌는데 나는 그를 속이면서 줄 수 없었다.최소한 지금은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담고 있어서 줄 수 없었다. 비록 그 사람이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만 유령처럼 내 마음속을 가득 차지하고 있어 내쫓을 수 없었다.
소리에 깜짝 놀란 우리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그림자 몇 개가 신속히 마당으로 뛰어갔다. 우리는 서로 마주 보고 웃었고 장영식이 말했다. “큰일 났어, 누가 봤나 봐. 우리 들킨 거 아니야?”나는 깔깔 웃으며 터프하게 팔짱을 꼈다. “집에 가자!”문을 들어서니 다들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지만, 우리 둘에게 추궁당했다. 순간, 온 집안에 또다시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역시 연휴는 아름답고 짧았다. 어느새 연휴가 끝났고 우리는 다시 출근해야 한다. 이번엔 진짜 바빴다. 영식 오빠의 부모님도 다음 설에도 같이 보내기로 약속하고 집으로 내려가셨다.나와 장영식의 궁합도 더욱 좋아졌다. 그가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나는 협력업체를 담당했다. 이동철은 장영식의 프로젝트와 시장 업무를 도왔다. 나는 오랫동안 배현우의 소식을 듣지 못한 것 같다. 그가 서울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그를 생각하지 않고 그와 관련된 소식을 얻을 수 있는 일에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그가 없는 곳이 없다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 펜은 내가 사무실에 있을 때면 늘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연휴가 끝난 후 신호연을 처음 만난 곳은 결석 초음파를 찍으러 간 병원이었다. 연휴에 기름진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가끔 통증이 있었다.초음파실이 한곳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그는 신연아와 함께 태아 초음파를 하러 왔다. 신연아의 배가 꽤 불러 있었고 신호연의 옆에서 힘겹게 걸어왔다. 나를 본 순간, 신연아는 재빨리 신호연의 팔을 잡았다. 설령 누가 뺏어갈까 봐 몸에 매미처럼 착 달라붙었다. 신호연은 역시나 정장 차림에 훤칠한 외모로 많은 사람들을 뒤돌아보게 하였다. 그는 코너를 돌아 날 확인한 순간부터 호시탐탐 나와 눈 맞출 기회를 찾아 말을 걸려고 했지만 나는 바라보지 않았다. 지금 신연아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여 내 눈을 의심했다. 못 본 척하고 앉아 내가 임신했을 때도 저런 모습이었는지 생각했다. 내가 얻은 결론은 아니었다. 절대 안
신연아는 미친년처럼 날 향해 덮쳐왔고 신호연은 불쾌한 얼굴을 하고 뒤따라왔다. “뭐 하는 거야? 발밑 조심해!”“한지아, 방금 뭘 웃은 거야?”신연아는 나에게 삿대질하며 물었다. 나는 일부러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진지하게 말했다.“나한테 묻는 거야? 우리 그냥 얘기하고 있었지. 지금 개 키우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그런데 목줄 안 해서 자꾸 사람 물어서 광견병 주사가 부족하다고 얘기하고 있었어. 왜? 넌 몰랐어?” 옆의 여자는 웃음을 참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맞아! 지금 물린 사람이 너무 많아요! 막을 수가 없어요.”주근깨로 가득한 신연아의 얼굴이 더욱 안 좋아졌다. 이때, 간호조무사가 외쳤다. “지아 씨, 들어오세요!”나는 얼른 일어나 차트를 들고 우아하게 걸어가 간호사 선생님에게 차트를 건넨 후 진료실에 들어갔다. 들어갈 때 만면에 화색을 띠고 있어 초음파 선생님도 덩달아 신나셨다. “아이고! 예쁜 아가씨가 마음가짐도 좋네. 여기에서 매일 울상을 한 사람들만 봤어요.아가씨처럼 밝게 웃으며 들어오는 사람은 처음이에요.”나는 진료실 침대에 누워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기쁨은 행운의 원천이죠!”내 말 한마디에 의사 선생님과 간호조무사의 기분도 좋아져 검사를 더 자세하게 해줬다. “괜찮아요, 작은 결석 두 개가 담낭안에 있는데 담낭벽은 모두 정상이에요. 식습관만 조심하면 돼요.”의사 선생님이 담관이 쓸개보다 통증을 더 쉽게 유발한다고 했었는데 원래 담관에 있던 결석이 쓸개로 돌아왔단 소식에 나도 기뻤다. 하늘도 날 도운 것 같다. “이거 보세요, 이게 바로 기쁨의 원천 아니겠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감사 인사를 하고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나왔다. 나가자마자 홀로 복도에 있는 신호연을 보았다. 내가 나오는 것을 보더니 얼른 다가왔다. “어때? 결석 검사하러 온 거지? 의사가 뭐라고 했어?”관심 어린 얼굴에 나는 이 사람이 같이 검사하러 오던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아야, 설에..
로비로 내려오자마자 사람들 속에 있는 이세림이 단번에 눈에 들어왔고 옆에 같이있는 사람은 전희였다. 두 사람은 가까워 보였고 웃음꽃을 피우며 복도를 지나 입원 병동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입원 병동 쪽으로 간 이유가 궁금했다. 누가 입원한 건가?하지만 나는 두 사람이 함께 알고 있는 친구 혹은 가족이 떠오르지 않았다. 두 사람이 친밀한 모습으로 보아 최근 가까이 지내는 것 같다.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따라가는 건 불편한 것 같아 이동철에게 연락해 사람을 시켜 누가 입원했는지 알아보도록 했다. 차에서도 나는 이 문제를 고민했다. 설마 배유정인가?그런데 배유정이 입원했다면 전희가 보러 올 이유가 없었다. 설마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가? 만약 두 사람이 아는 사이라면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낱낱이 알아내야겠다. 어쩐지 중요한 순간에 배유정이 평택의 땅을 내놓더라니.설마 배유정과 이청원 사이에 뭔가 있는 건가?회사에 돌아오니 이해월이 상우 도자기에서 대표가 왔는데 우리가 그들의 대리를 해주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얼마 전 이미 대리업체를 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왜 또 왔는지 의아했다. 이 브랜드는 오랫동안 신흥이랑 협업을 하고 있어 줄곧 추진을 안 하고 있었다. 내가 신흥을 맡게 되었을 때 협력 업체에서 반박이 있었는데 상우에서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래된 브랜드이다 보니 많은 고객들이 인정하고 평판도 좋았다. 그때 일로 정신없이 바빴는데 대리업체를 정했단 소식에 한동안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나는 이해월에게 약속을 잡도록 했고 이해월이 바로 상우 대표에게 연락했다.상우에서 멋지게 저녁에 밥을 사겠다고 했고 나는 트라우마가 남은 것처럼 바로 상대방의 성별을 물었다. 이해월은 단번에 내 말뜻을 알아차리고 호탕하게 웃었다. “지아 아가씨, 연후 끝나고 변하신 것 같아요. 재밌고 밝아지셨어요, 너무 좋아요. 보너스를 받은 것보다 더 기뻐요!”“설에 준 보너스가 적었나 봐요, 아니면 이렇게 아부를 떨지
나는 이동철을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는데 웃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진짜 배유정이라고 말하지 마세요.”내 말에 이동철이 손가락을 튕겼다.“배유정 그 노인네가 맞아요. 급성 충수염이래요.”나는 뒤로 기대며 재빨리 생각했다. 보아하니 전희와 배유정 사이에 결탁한 것 같다. “배유정이 결탁한 게 이청원인지 전희인지 더 조사해 봐요.”이동철이 나를 보는 눈이 반짝이더니 바로 내 뜻을 이해했다. 전희와 배유정이 연락한 것과 이청원과 배유정이 연락한 것은 천지 차이이다.이동철이 나간 후 나는 다시 그 펜을 들었다. 그 사람의 모습이 또다시 눈앞에 떠올랐고 가슴이 저릿했다. 머릿속에서 그날 풀숲에 세워져 있던 차를 떠올리며 혹시 그가 아니었을지 생각했다.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머리를 저었다. 그 사람일 리가 없어. 나는 억지로 내 머릿속에서 그를 지우려 했다. 상우에 대해 더 알아보기 위해 나는 몸을 일으켜 건이를 찾아갔다. 나는 펜을 만지작거리며 저녁에 대리업체 계약 건을 따내 계약서를 체결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시간에 맞춰 이해월을 데리고 예약한 식당으로 갔다. 아무리 내가 갑이라고 해도 먼저 도착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한발 늦었다, 도착하니 민여진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놀란 그녀는 입을 벌리고 바라보았고 나는 자연스럽게 웃었다. “어떻게 당신이에요?”민여진이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예상 못 했죠?”나는 얼른 다가가 그녀와 악수했다.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것 같아요.”“그러게요! 진짜 예상 못 했어요, 돌고 돌아 이렇게 된다니.”민여진도 호탕하게 웃었다.“저는 결석...”“어머! 병도 똑같네요!”나는 얼른 그녀를 당겨 자리에 앉았다. “저도 결석이에요.”우리 모두 웃었고 민여진은 조수를 소개했다. 조수가 있는 걸 보니 그녀가 상우에서 직급이 꽤 높은 것 같았다. 민여진이 두 손으로 명함을 건넸고 받아보니 마케팅팀 매니저였다. 나도 이해월을 소개했다.
다음날.나는 일찍이 회사에 도착했다, 오늘 상우 그룹이랑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건우 씨도 엄청 기뻐했다, 그는 상우의 모든 것에 대해 줄곧 관심이 있었다. 그들과 합작하는 것은 특별히 걱정할 일도 없고, 이윤도 좋은 데다 안정적이며 관건은 우리 서울의 시장은 모두 상우의 브랜드라고 말했다.이것은 내가 어젯밤에 상우의 민여진과 이야기한 주요 요구사항이기도 하였다.가격이 조금씩 인상되는 것은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필경 원자재도 가격이 올라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주는 가격은 거의 원가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희망했던 믿을 만한 판매가격이었다.신흥을 인수할 때, 신호 연이 대부분의 협력 상들을 데려갔지만, 그건 필경 내가 처음부터 다져놓은 기초였다, 그래서 많은 거래처가 새해 전부터 인사를 해왔다, 새해에는 우리와 계약을 하겠다고 말이다.그때 데려갔던 80%의 거래처 중, 지금 60%의 거래처들이 다시 돌아왔다. 이것은 나에 대한 큰 지지였다, 그리고 아직 돌아오지 않았던 40%의 거래처들도 내가 새로 계약한 브랜드를 모두 함께하겠다고 의사표시를 해왔다. 이럼으로써 거래처들이 100% 모두 돌아왔다.나는 신호연 같은 소인배는 하지 않을 거니까, 그의 모든 것을 빼앗지는 않을 것이다. 장사나 상업을 할 때, 원하는 것은 서로 우호 관계이다. 우리 두 사람의 원한이 다른 사람들이랑은 상관이 없으므로 내가 동업자들을 괴롭히고 시장을 독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너 죽고 나 살자를 하지 않는 게 내 주장이었다.내 쪽은 모든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10시가 넘어도 민여진과 그쪽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지 나는 이해월에게 전화를 해보라고 시켰다.그러나 민여진은 전화도 받지 않았다.나는 문제가 생겼음을 예감했다.곧 민여진이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다.민여진의 목소리는 매우 부자연스러웠다, 그녀는 다른 거래처랑 위에서 이미 계약을 했다고 우물우물 한참 동안 말했다.진짜 내 생각이 맞을 줄이야, 변고가 생겼
이동철은 재빨리 나의 사무실로 왔다, 나는 그에게 알아보라고 시켰다.이십 분 뒤, 이동철은 나에게 확실한 소식을 들려줬다. 상우랑 신예가 계약했다고 말이다, 신호연이 있는 쪽이었다.과연 내 예상대로였다, 이런 일을 꾸밀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중 첫 번째가 신호연이다.“그런데, 계약은 신호연이 따낸 게 아니에요, 전희가 나타나서 계약을 따갔어요.”저만치에서 이동철이 말했다.“전희?”‘이거 좀 놀라운데? 그녀가 왜 이 일에 참여했지?’이동철이 말했다.“원래 상우는 신예랑 계약을 맺고 싶어 하지 않았어요, 신호연도 전혀 상우의 고려 범위에 있지 않았고요. 한때 그들이 합작하고 있을 때 불쾌한 일이 있었어요, 신호연이 공사할 때 상우의 정품을 가져다가 작은 공장에 넘겨서 작게 변화를 주어 상우 그룹의 정품을 대신한 거죠. 그 사건 때문에 상우 그룹이 전혀 출세하지 못했죠, 그래서 이번에 다시 거래처를 찾을 때 신예는 아예 그들의 고려 범위 안에 없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전희가 나섰어요!”이동철이 이렇게 자세히 조사할 줄은 몰랐다.“전희가 상우 그룹이랑 어떤 관계가 있죠?”나는 궁금한 게 많았다, 상우 그룹의 기지가 서울에 없었기 때문이다.“한패에요, 전희랑 상우 그룹의 사모님이 친분이 있어요, 반면… 공교롭게도 민여진은 상우 그룹 사장의 여사친이죠.”“여… 여사친이요?”나는 깜짝 놀랐다. 민여진이 여사친이라니, 생각지도 못했다.“이러면 어느 정도 알 것 같아요, 전희가 사모님 손을 빌려 계약을 바로 따갔고, 그리고 사모님의 화도 풀어준 셈이네요.”이동철이 해맑게 웃었다.“들으니까 좀 복잡하죠?”“좀 꼬여있긴 하네요, 전희는 왜 계약을 신호연의 손에 넘겨줬나요?”나는 곰곰이 생각하다 이동철에게 물었다.“그러게 누가 전희의 미움을 사래요!”“진짜, 나에게 이럴 거예요?”나는 어이가 없었다, 보아하니 전희는 하찮은 원한이라도 꼭 복수하는 그런 사람이었다.“이것뿐만이 아니에요, 전에 나한테 신호연이 입원해 있을 때 누구를 만났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