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우! 뭘 잘난 척이야! 그저 운이 좋아서 어르신을 살린 것뿐이잖아. 우쭐대기는!”장경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얘기했다.제 딸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뭐라도 된 줄 아나?“난 적어도 할아버지를 구했지만 당신들은요? 되려 사람을 죽일 뻔했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대답했다.“너... 그게 무슨 태도야!”장경화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됐다. 한 가족이면서 매일 싸우기만 하니, 체통을 지켜라!”이때 이 어르신이 갑자기 호통을 쳤다.“경화, 너희도 다 나가라. 진우와 할 얘기가 있다.”“흥!”장경화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또 쑥덕거리기 시작했다.“어르신이 유진우한테 유산을 남겨주시려고 그러는 걸까?”“진짜 그럴지도 몰라. 유진우가 어르신 비위를 잘 맞춰주잖아. 하여튼 그 자식을 조심해야 해.”“진짜 이해가 안 되네. 이현이야말로 친손자인데 어르신은 그 손녀사위를 좋아하시니. 무슨 약이라도 드셨나?”다들 유진우에 대한 불만을 안고 소곤거렸다.“아, 이현이는요? 할아버지가 아프신데 아직도 안 왔어요?”이청아는 주변을 돌아보며 이현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친구랑 술집에 가서 술 마시는 것 같아. 폰도 연락이 안 되는 걸 보면 폰을 꺼둔 것 같아.”장경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흥! 매일 술만 마시고. 진짜 아무것도 못 하는 애군요.”이청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얘기했다.친손자가 이러고 있으니 손녀사위에게 마음이 가는 것도 당연했다.“이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이때 정장을 입은 장 비서가 급하게 달려들어왔다.“무슨 일이야?”이청아가 물었다.“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동생분이 술집에서 다른 사람한테 시비를 걸었다가 싸우고 있답니다.”장 비서의 말에 이청아는 깜짝 놀랐다.“뭐? 감히 누가 내 아들을 괴롭혀?!”장경화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자기 아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상대방이 사람이 더 많아서 이현 씨가 밀리고 있는 상황
그 시각 술집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일부는 구경꾼들이었고 일부는 술집의 싸움꾼들이었다.그중 가장 많은 시선을 받는 것은 이현을 중심으로 한 몇몇 젊은이들이었다.그들은 싸워서 얼굴이 부었고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게다가 바닥에 꿇은 채 심판을 기다리는 죄수 같았다.“이현아, 네 꼴이 왜 이래?”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이현을 본 이청아가 눈썹을 찌푸렸다.“누나! 드디어 왔구나!”이현은 구세주를 본 것처럼 겨우 일어섰다. “아이고, 내 아들! 누가 널 이렇게 때린 거야.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해결해줄게!”장경화는 가슴이 아팠다. 평소에 그가 잘못을 해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던 그녀였다.그런데 밖에서 이렇게 맞고 오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엄마, 저 사람이 날 때렸어!”이현이 노려보며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짚었다.이현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섹시하게 차려입은 이쁘장한 여자가 여유롭게 라운지에 앉아 있었다. 그 뒤에는 건장한 남자들이 있었다.“너희는 이제 죽었어! 내 누나는 청성 그룹의 대표야! 너희가 감히 날 때려? 후회하게 될 거야!”이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아까 맞은 것의 두 배를 돌려주고 싶었다.붉은 옷을 입은 여자는 술잔을 들고 덤덤하게 물었다.“청성 그룹? 그게 대단한가?”“흥, 청성 그룹도 모르다니, 촌뜨기들이잖아! 얼른 내 아들한테 사과해! 그리고 의료비용도 청구할 거야!”장경화가 협박했다.“아줌마, 감히 홍 마담께 뭐 하는 짓이야. 입을 찢어버릴라.”곁의 남자가 칼을 꺼내 들었다.“왜? 겁먹을 거 같아? 내가?”장경화는 놀라서 뒷걸음질 치면서도 입으로는 계속 도발하고 있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그나마 이성적인 이청아는 일단 무슨 상황인지를 물었다.“무슨 일인지는 동생한테 물어보세요.”홍 마담은 몸을 일으키더니 이현을 가리키며 말했다.“감히 내 영역에서 일을 벌여서 내 사람까지 때렸으니 교훈을 줬어요. 과한 처사는 아니라고 보는데?”“물건을 부순 거라면 원가대로 배상하
“홍 마담이 우현 님의 여자라고? 어쩐지 누구도 이곳에서 일을 키운 적이 없다더니...”“없는게 아니라 일을 키운 사람들은 다 사라진 거야! 저번에 몇천 억짜리 부자가 여기서 홍 마담한테 손을 댔다가 바로 손발이 잘렸대. 그러고는 무서워서 복수도 못하고 직접 와서 사죄까지 했다잖아!”“미친, 그렇게 잔인하다고?!”“당연하지, 남쪽 구역의 왕인데. 누가 감히 우현 님을 건드리겠어.”다들 홍 마담의 신분을 알고는 가만있지를 못했다. 누군가는 경악하고 누군가는 무서워하며 누군가는 남의 불행을 즐기기도 했다.“귀찮아지겠어.”이현은 마른침을 삼키며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이 구역이 우현의 영역인 줄 알았다면 목숨이 열개라도 다시는 이러지 않을 것이었다.“어쩌다가 하필 그런 사람을 건드려서...”장경화도 두려움에 아까처럼 목을 빼들고 나대지 못했다.평범한 사장이면 몰라도 우현과 같은 사람은 피해서 다녀야 했다.“왜 말이 없어졌지? 아까는 미친 듯이 달려들더니? 다시 한번 달려들어봐?”남자가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우현에 대해서 모르는 서쪽 구역의 사람들이 없었다.우현에게 밉보이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괜찮아요, 제가 있으니 그쪽도 선뜻 나서진 못할 거예요.”여호준이 나서자 장경화와 이현의 얼굴에 다시 꽃이 피었다.자기한테도 뒷배가 있다는 것을 까먹었다.여호준은 서울 여씨 가문의 사람이니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우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 바닥에서 서울 출신인 여씨 집안과 등을 질 수는 없을 것이다.그러자 두 사람은 갑자기 허리를 꼿꼿이 폈다.“호준 형, 여기는 우현 님이 관리하는 곳인데 진짜 괜찮을까요?”이현이 떠보면서 물었다.“괜찮아, 고작 우현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여호준이 미소를 지었다. 어쩌다가 자기를 어필할 기회였다.“그럼 다행이네요.”이현이 웃음을 지었다. 운이 나쁜 것인 줄 알았는데 꽤 나쁘지 않았다.“도대체 거기서 뭐라고 지껄이는 거예요! 도대체 돈 배상을 할 거예요, 말 거예요?!
우현이 이 정도로 잔인한 사람일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걸핏하면 손찌검하고 게다가 때린 상대도 서울에서 온 귀족이었다.역시 악명이 괜히 자자한 게 아니었다!“감... 감히 날 때려?”여호준은 따끔거리는 볼을 부여잡고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자그마한 곳에서 날개 치던 양아치가 감히 그를 때리다니! 그는 여씨 가문의 도련님인데!“때리면 뭐? 내 구역에서 행패를 부리는데 그럼 가만히 있어?”우현이가 싸늘하게 웃었다.“내가 여씨 가문 사람인 거 몰라?”여호준이 얼굴을 굳혔다. 체면을 목숨보다도 중히 여기는 그가 많은 이들 앞에서 따귀를 맞았다는 건 평생의 치욕이었다.“여씨 가문? 그런데 뭐?”우현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아무리 대단한 외지인이라도 토박이 세력을 억누르지 못한다는 말 몰라? 내 구역에서 내가 벌벌 기라고 하면 기어야 해. 알아듣겠어?”예전에 여씨 가문이 잘 나간 건 사실이었다. 그땐 우현뿐만 아니라 그의 배후에 있는 보스도 여씨 가문의 눈치를 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겉으로는 강해 보이나 속은 텅 비어있다. 번지르르한 이름뿐인 그들은 사실 진작 삼류 가문으로 전락했다.“우현! 지금 공개적으로 우리 여씨 가문에 도전장을 내미는 거야?”여호준의 낯빛이 조금 어두웠다. 원래는 가문의 명성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내 앞에서 그만 시건방을 떨어! 여씨 가문 이젠 망한 거나 다름없잖아? 솔직하게 얘기할게. 내 배후에 있는 조력자가 바로 안씨 가문의 안 어르신이야!”우현이는 두 눈을 부릅뜨고 호통쳤다.“안 어르신?”여호준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가득 찼던 분노가 순식간에 확 사그라들었다.안 어르신은 재벌가인 안씨 가문 출신인데다가 진정한 사업 거물이다. 서울 전체에서도 아주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다.여씨 가문이 전성기였을 때도 안 어르신을 만나면 깍듯하게 예를 갖춰야 하니 얼마나 대단하겠는가!우현 같은 별 볼 일 없는 양아치에게 안씨 가문 같은 조력자가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우현의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날카로운 두 눈으로 주변을 경계했다. 그리고 대답 대신 날아온 건 맥주병이었다.“퍽, 퍽, 퍽, 퍽...”맥주병은 마치 폭탄처럼 끊임없이 날아왔고 게다가 어찌나 정확하게 조준했는지 한 무리의 건장한 사내들이 전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인당 맥주병 하나로 해결했는데 아주 깔끔 그 자체였다!“젠장, 대체 누가 숨어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재간 있으면 어디 한번 나와봐!”우현은 분노하며 고함을 질렀다. 단지 맥주병으로 십여 명의 사람을 쓰러뜨린 걸 보면 절대 만만한 자가 아니다.“우현, 관용을 베풀 수 있을 땐 관용을 베풀어야지, 모조리 없애 버릴 필요까진 없지 않나?”유진우가 인파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전부 그에게 쏠렸다.“저 사람은 누구야? 누군데 감히 우현 씨 부하들을 습격해?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얼굴은 잘생겼는데 머리가 좀 나쁘네. 감히 우현 씨를 건드리다니.”“나 같았으면 맥주병 던지고 바로 도망쳤어. 굳이 얼굴은 왜 내밀어? 아주 제 발로 불구덩이에 뛰어들었네!”구경꾼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어떤 이는 그를 존경하기도 했으며 또 어떤 이는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졌다.“네가 여긴 어떻게...”이청아가 잠깐 흠칫했다. 유진우가 이곳에 나타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저 쓸모없는 놈이 여긴 왜 왔대?”장경화와 이현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넌 또 누구야? 감히 내 사람을 때려?”우현은 그를 잡아먹을 기세로 으르렁거렸다.“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너의 안전을 위해서 오늘 일은 그냥 없던 걸로 하지.”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없던 걸로 한다고? 네까짓 게 뭔데 그런 소리를 지껄여? 난...”우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려던 그때 맥주병 하나가 갑자기 그의 머리에 떨어졌다.“퍽!”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시뻘건 피가 술과 함께 흘러내렸다.그 모습에 현장 전체가 경악을 금치
“너... 감히 날 쳤어?”갑작스러운 상황에 멍해진 우현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머리를 어루만졌다. 손에 시뻘건 피가 흥건했다.몇 년 만에 이런 상처를 입었는지 모르겠다. 남쪽 구역을 평정한 이후로 그에게 예의 없게 구는 사람도 없었는데 술병으로 그를 가격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다들 유진우가 죽고 싶어서 환장했다고 생각했다.“우현, 내가 충고하는데 그냥 넘어가는 게 좋을 거야.”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넘어가긴 개뿔. 너 오늘 내 손에 죽었어.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다!”정신을 차린 우현은 연신 포효했다. 그런데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칼이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날카로운 칼날이 피부를 찌르면서 시뻘건 피가 흘러나왔다. 조금만 더 깊게 찌른다면 경동맥을 찌르게 된다.술집 전체가 갑자기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우현의 포효 소리도 멈췄고 사람들도 더는 수군거리지 않았다.칼을 든 유진우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만약 술병으로 내리쳤다면 실수로 그랬다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지만 칼을 겨누는 건 그에게 대놓고 도발하는 뜻이었고 그야말로 치욕 그 자체였다.유진우의 겁 없는 행동은 다시 한번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었다.“야 이 자식아! 너 지금 뭐 하는지 알기나 알아?”우현이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흉악스럽게 말했다.“오늘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이 대문을 못 나갈 줄 알아!”“아이고 무서워라. 난 겁이 많은 사람이라 혹시라도 손이 떨려서 실수로 확 찌르면 어떡해? 그럼 내 탓은 아니겠네.”유진우가 칼을 앞으로 더 들이밀자 칼날이 살을 파고들면서 피가 더 세게 흘렀다. 그의 움직임에 혼비백산한 우현은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그만해!”그때 빨간 옷차림의 한 여자가 호통쳤다.“당신이 누구든 우현 씨를 당장 풀어줘. 안 그러면 네 친구들도 다 죽어!”“유진우! 멍청한 짓 해선 안 돼! 당장 그 칼 내려놔!”이청아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유진우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우현을 죽일까 걱정되었
사람들은 안 어르신이 나타나면 유진우는 죽은 목숨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싸우기는커녕 진작 알고 지낸 사이처럼 이야기꽃을 피웠다.그 바람에 가장 놀란 건 우현 일행과 이청아 가족들이었다. 다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말도 안 돼. 저 자식이 안 어르신과 아는 사이라고?”“세상에나, 저 자식 뭐야? 대체 뭔데 안 어르신이랑 웃으며 얘기를 나누는 건데?”뭇사람들은 수군거리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안 어르신, 저 사람을 알아요?”우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유진우 씨는 선미 친구야. 너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 감히 이분을 건드려?”안도균의 얼굴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네? 조선미 씨 친구라고요?”우현이 혼비백산했다. 조선미는 강능의 3대 거물 중 한 명일 뿐만 아니라 배후에 서울의 재벌이 받쳐주고 있어 안 어르신과 같은 레벨인 거물이었다.자기 사람이라면 끔찍이도 아끼는 조선미인데 그런 그녀의 친구를 건드렸으니 앞으로 엄청난 보복을 당할 게 뻔했다.“안 어르신, 그... 그게... 저...”우현이 횡설수설했다.“됐어, 그만 버벅거리고 진우 씨한테 사과해. 오늘 일은 여기서 끝내도록 해.”안도균이 손을 내저었다.“네네...”우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유진우에게 웃으며 정중하게 사과했다.“유진우 씨, 정말 죄송합니다. 아까는 제가 멋도 모르고 나댔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이럴 필요까진 없어요, 우현 씨. 우현 씨가 복수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유진우도 예의 바르게 말했다.“그럴 리가요...”우현은 줄줄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앞으로 진우 씨와 진우 씨 친구분들은 저희 고객들입니다. 여기서 소비하시면 전부 공짜로 해드리겠습니다.”그의 비굴한 모습에 구경꾼들은 여간 놀란 게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흉악스럽기 짝이 없던 우현이가 갑자기 굽신거리며 사과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진우 씨, 우린 이만 본론이나 얘기
“도균 삼촌,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게요.”유진우는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덤덤하게 말했다.“인삼을 이미 구했다면서요? 물건은요?”“진우 씨가 조급해하는 것 같으니 나도 더는 숨기지 않을게요.”안도균이 웃으며 손뼉을 치자 한 경호원이 나무 상자를 들고 걸어왔다. 안도균은 경호원에게서 나무 상자를 건네받고 테이블에 내려놓은 후 바로 열었다.손바닥만 한 크기에 겉은 누런색이었고 뿌리가 이상하리만큼 풍성한 인삼이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역시 좋은 물건이네요!”인삼을 확인한 유진우의 얼굴에 기쁜 기색이 역력했다. 오백 년 된 인삼은 아주 희귀한 보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영약 한 알을 만들기 위한 목표까지 또 한 걸음 가까워졌다.“진우 씨,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안도균이 웃을 듯 말 듯 한 얼굴로 물었다.“당연하죠. 고마워요, 도균 삼촌.”유진우가 활짝 웃으며 가져가려고 손을 내밀자 나무 상자가 갑자기 턱하고 닫혔다.“진우 씨, 급할 거 없잖아요. 얘기 좀 더 나눠요.”안도균이 한 손으로 나무 상자를 잡고 있었는데 딱 봐도 지금 당장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도균 삼촌, 이건 또 무슨 뜻이죠?”유진우가 두 눈을 가늘게 떴다.“진우 씨, 난 우금환의 제조 비법에 대해 아주 관심이 많아요. 그 제조 비법을 나한테 팔 수 있나요?”안도균이 진지하게 물었다.“도균 삼촌, 이건 약속이랑 다르잖아요. 내가 병을 치료해 주면 오백 년 된 인삼을 구해주겠다고 했잖아요.”유진우가 말했다.“진우 씨가 잘못 기억한 거 아니에요? 내 병을 치료해 준 건 맞아요. 그래서 그 보수로 클라우드 호텔을 주었잖아요. 그리고 이 인삼은 당연히 우금환의 제조 비법이랑 바꿔야죠.”안도균이 씩 웃었다.“지금 한 입으로 두말하겠다는 뜻인가요?”유진우의 낯빛이 점점 더 차가워졌다. 원래는 안도균이 인삼을 가져다주러 온 것인 줄 알았는데 우금환의 제조 비법에 눈독을 들였을 줄은 생각지 못했다.“말을 그렇게 해서는 안 되죠, 진우 씨. 우린 그저 서로 필요한 것만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