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보현의 행동에 입원실 내부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설, 설마? 유진우가 강 신의를 안다고? 그게 가능해?”“미친... 유진우 이 새끼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강 신의가 사죄하다니.”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보이는 유진우를 보고 다시 그와 반대되는 강보현을 보았다.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못 하고 경악만 했다.게으름뱅이인 줄 알았던 사람이 강보현과 같은 인물과 관계가 있다니.“내, 내가 잘못 본거지?”장경화는 믿을 수 없었다.강보현은 명실상부한 의약계의 1인자였다. 그의 말 한마디면 죽을 시늉이라도 할 사람이 수두룩했다.그런 강보현이 유진우에게 사죄하다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설마... 유진우의 해독환이 진짜 강 신의가 선물한 거라고?”이청아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솔직히 이혼한 후부터 이청아는 유진우가 알 수 없는 사람 같았다.“걸림돌 같으니라고.”여호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어두운 표정을 띠었다.강보현의 등장으로 그의 계획이 흐트러졌다.“스, 스승님. 진짜 이 자식이랑 아는 사이입니까?”설 의사는 부은 얼굴을 안고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아는 사이일 뿐만이 아니라 유 선생은 나의 은인이다. 그런데 네가 감히 유 선생의 명성을 더럽혀? 얼른 꿇고 사죄하거라!”강보현은 말하며 또 뺨을 두 번 쳤다. 그러자 설 의사가 정신을 차렸다.“죄, 죄송합니다. 제가 유 선생님을 몰라보고... 용서해 주십쇼!”설 의사는 매를 맞고는 바로 바닥에 꿇어앉았다. 아까의 오만함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유 선생, 제자가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것이니 한 번만 용서해 주십쇼. 하지만 화가 풀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셔도 괜찮습니다. 때려죽여도 괜찮습니다!”강보현은 흐트러짐 없이 얘기하고 있었지만 옆의 설 의사는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스승님의 표정만 보면 알다시피 오늘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유진우가 그를 용서해 주지 않는다면 끝장이었다.“때려죽이는 건 되었고 그저 강 신의가 이후에 더 엄하게 교육했으면 합니다.
“유진우! 뭘 잘난 척이야! 그저 운이 좋아서 어르신을 살린 것뿐이잖아. 우쭐대기는!”장경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얘기했다.제 딸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뭐라도 된 줄 아나?“난 적어도 할아버지를 구했지만 당신들은요? 되려 사람을 죽일 뻔했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대답했다.“너... 그게 무슨 태도야!”장경화는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됐다. 한 가족이면서 매일 싸우기만 하니, 체통을 지켜라!”이때 이 어르신이 갑자기 호통을 쳤다.“경화, 너희도 다 나가라. 진우와 할 얘기가 있다.”“흥!”장경화는 불만이 가득했지만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밖으로 나온 사람들은 또 쑥덕거리기 시작했다.“어르신이 유진우한테 유산을 남겨주시려고 그러는 걸까?”“진짜 그럴지도 몰라. 유진우가 어르신 비위를 잘 맞춰주잖아. 하여튼 그 자식을 조심해야 해.”“진짜 이해가 안 되네. 이현이야말로 친손자인데 어르신은 그 손녀사위를 좋아하시니. 무슨 약이라도 드셨나?”다들 유진우에 대한 불만을 안고 소곤거렸다.“아, 이현이는요? 할아버지가 아프신데 아직도 안 왔어요?”이청아는 주변을 돌아보며 이현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친구랑 술집에 가서 술 마시는 것 같아. 폰도 연락이 안 되는 걸 보면 폰을 꺼둔 것 같아.”장경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흥! 매일 술만 마시고. 진짜 아무것도 못 하는 애군요.”이청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얘기했다.친손자가 이러고 있으니 손녀사위에게 마음이 가는 것도 당연했다.“이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이때 정장을 입은 장 비서가 급하게 달려들어왔다.“무슨 일이야?”이청아가 물었다.“방금 소식을 들었는데 동생분이 술집에서 다른 사람한테 시비를 걸었다가 싸우고 있답니다.”장 비서의 말에 이청아는 깜짝 놀랐다.“뭐? 감히 누가 내 아들을 괴롭혀?!”장경화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자기 아들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렸다.“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상대방이 사람이 더 많아서 이현 씨가 밀리고 있는 상황
그 시각 술집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일부는 구경꾼들이었고 일부는 술집의 싸움꾼들이었다.그중 가장 많은 시선을 받는 것은 이현을 중심으로 한 몇몇 젊은이들이었다.그들은 싸워서 얼굴이 부었고 머리에서 피가 흘렀다.게다가 바닥에 꿇은 채 심판을 기다리는 죄수 같았다.“이현아, 네 꼴이 왜 이래?”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이현을 본 이청아가 눈썹을 찌푸렸다.“누나! 드디어 왔구나!”이현은 구세주를 본 것처럼 겨우 일어섰다. “아이고, 내 아들! 누가 널 이렇게 때린 거야.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해결해줄게!”장경화는 가슴이 아팠다. 평소에 그가 잘못을 해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던 그녀였다.그런데 밖에서 이렇게 맞고 오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엄마, 저 사람이 날 때렸어!”이현이 노려보며 손가락으로 누군가를 짚었다.이현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섹시하게 차려입은 이쁘장한 여자가 여유롭게 라운지에 앉아 있었다. 그 뒤에는 건장한 남자들이 있었다.“너희는 이제 죽었어! 내 누나는 청성 그룹의 대표야! 너희가 감히 날 때려? 후회하게 될 거야!”이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아까 맞은 것의 두 배를 돌려주고 싶었다.붉은 옷을 입은 여자는 술잔을 들고 덤덤하게 물었다.“청성 그룹? 그게 대단한가?”“흥, 청성 그룹도 모르다니, 촌뜨기들이잖아! 얼른 내 아들한테 사과해! 그리고 의료비용도 청구할 거야!”장경화가 협박했다.“아줌마, 감히 홍 마담께 뭐 하는 짓이야. 입을 찢어버릴라.”곁의 남자가 칼을 꺼내 들었다.“왜? 겁먹을 거 같아? 내가?”장경화는 놀라서 뒷걸음질 치면서도 입으로는 계속 도발하고 있었다.“이게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그나마 이성적인 이청아는 일단 무슨 상황인지를 물었다.“무슨 일인지는 동생한테 물어보세요.”홍 마담은 몸을 일으키더니 이현을 가리키며 말했다.“감히 내 영역에서 일을 벌여서 내 사람까지 때렸으니 교훈을 줬어요. 과한 처사는 아니라고 보는데?”“물건을 부순 거라면 원가대로 배상하
“홍 마담이 우현 님의 여자라고? 어쩐지 누구도 이곳에서 일을 키운 적이 없다더니...”“없는게 아니라 일을 키운 사람들은 다 사라진 거야! 저번에 몇천 억짜리 부자가 여기서 홍 마담한테 손을 댔다가 바로 손발이 잘렸대. 그러고는 무서워서 복수도 못하고 직접 와서 사죄까지 했다잖아!”“미친, 그렇게 잔인하다고?!”“당연하지, 남쪽 구역의 왕인데. 누가 감히 우현 님을 건드리겠어.”다들 홍 마담의 신분을 알고는 가만있지를 못했다. 누군가는 경악하고 누군가는 무서워하며 누군가는 남의 불행을 즐기기도 했다.“귀찮아지겠어.”이현은 마른침을 삼키며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이 구역이 우현의 영역인 줄 알았다면 목숨이 열개라도 다시는 이러지 않을 것이었다.“어쩌다가 하필 그런 사람을 건드려서...”장경화도 두려움에 아까처럼 목을 빼들고 나대지 못했다.평범한 사장이면 몰라도 우현과 같은 사람은 피해서 다녀야 했다.“왜 말이 없어졌지? 아까는 미친 듯이 달려들더니? 다시 한번 달려들어봐?”남자가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우현에 대해서 모르는 서쪽 구역의 사람들이 없었다.우현에게 밉보이는 사람은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괜찮아요, 제가 있으니 그쪽도 선뜻 나서진 못할 거예요.”여호준이 나서자 장경화와 이현의 얼굴에 다시 꽃이 피었다.자기한테도 뒷배가 있다는 것을 까먹었다.여호준은 서울 여씨 가문의 사람이니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였다.우현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 바닥에서 서울 출신인 여씨 집안과 등을 질 수는 없을 것이다.그러자 두 사람은 갑자기 허리를 꼿꼿이 폈다.“호준 형, 여기는 우현 님이 관리하는 곳인데 진짜 괜찮을까요?”이현이 떠보면서 물었다.“괜찮아, 고작 우현 같은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여호준이 미소를 지었다. 어쩌다가 자기를 어필할 기회였다.“그럼 다행이네요.”이현이 웃음을 지었다. 운이 나쁜 것인 줄 알았는데 꽤 나쁘지 않았다.“도대체 거기서 뭐라고 지껄이는 거예요! 도대체 돈 배상을 할 거예요, 말 거예요?!
우현이 이 정도로 잔인한 사람일 줄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걸핏하면 손찌검하고 게다가 때린 상대도 서울에서 온 귀족이었다.역시 악명이 괜히 자자한 게 아니었다!“감... 감히 날 때려?”여호준은 따끔거리는 볼을 부여잡고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자그마한 곳에서 날개 치던 양아치가 감히 그를 때리다니! 그는 여씨 가문의 도련님인데!“때리면 뭐? 내 구역에서 행패를 부리는데 그럼 가만히 있어?”우현이가 싸늘하게 웃었다.“내가 여씨 가문 사람인 거 몰라?”여호준이 얼굴을 굳혔다. 체면을 목숨보다도 중히 여기는 그가 많은 이들 앞에서 따귀를 맞았다는 건 평생의 치욕이었다.“여씨 가문? 그런데 뭐?”우현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아무리 대단한 외지인이라도 토박이 세력을 억누르지 못한다는 말 몰라? 내 구역에서 내가 벌벌 기라고 하면 기어야 해. 알아듣겠어?”예전에 여씨 가문이 잘 나간 건 사실이었다. 그땐 우현뿐만 아니라 그의 배후에 있는 보스도 여씨 가문의 눈치를 봐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겉으로는 강해 보이나 속은 텅 비어있다. 번지르르한 이름뿐인 그들은 사실 진작 삼류 가문으로 전락했다.“우현! 지금 공개적으로 우리 여씨 가문에 도전장을 내미는 거야?”여호준의 낯빛이 조금 어두웠다. 원래는 가문의 명성으로 상대를 제압하려 했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내 앞에서 그만 시건방을 떨어! 여씨 가문 이젠 망한 거나 다름없잖아? 솔직하게 얘기할게. 내 배후에 있는 조력자가 바로 안씨 가문의 안 어르신이야!”우현이는 두 눈을 부릅뜨고 호통쳤다.“안 어르신?”여호준의 두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가득 찼던 분노가 순식간에 확 사그라들었다.안 어르신은 재벌가인 안씨 가문 출신인데다가 진정한 사업 거물이다. 서울 전체에서도 아주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다.여씨 가문이 전성기였을 때도 안 어르신을 만나면 깍듯하게 예를 갖춰야 하니 얼마나 대단하겠는가!우현 같은 별 볼 일 없는 양아치에게 안씨 가문 같은 조력자가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우현의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날카로운 두 눈으로 주변을 경계했다. 그리고 대답 대신 날아온 건 맥주병이었다.“퍽, 퍽, 퍽, 퍽...”맥주병은 마치 폭탄처럼 끊임없이 날아왔고 게다가 어찌나 정확하게 조준했는지 한 무리의 건장한 사내들이 전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인당 맥주병 하나로 해결했는데 아주 깔끔 그 자체였다!“젠장, 대체 누가 숨어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재간 있으면 어디 한번 나와봐!”우현은 분노하며 고함을 질렀다. 단지 맥주병으로 십여 명의 사람을 쓰러뜨린 걸 보면 절대 만만한 자가 아니다.“우현, 관용을 베풀 수 있을 땐 관용을 베풀어야지, 모조리 없애 버릴 필요까진 없지 않나?”유진우가 인파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자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전부 그에게 쏠렸다.“저 사람은 누구야? 누군데 감히 우현 씨 부하들을 습격해?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얼굴은 잘생겼는데 머리가 좀 나쁘네. 감히 우현 씨를 건드리다니.”“나 같았으면 맥주병 던지고 바로 도망쳤어. 굳이 얼굴은 왜 내밀어? 아주 제 발로 불구덩이에 뛰어들었네!”구경꾼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어떤 이는 그를 존경하기도 했으며 또 어떤 이는 우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졌다.“네가 여긴 어떻게...”이청아가 잠깐 흠칫했다. 유진우가 이곳에 나타날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저 쓸모없는 놈이 여긴 왜 왔대?”장경화와 이현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넌 또 누구야? 감히 내 사람을 때려?”우현은 그를 잡아먹을 기세로 으르렁거렸다.“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아. 너의 안전을 위해서 오늘 일은 그냥 없던 걸로 하지.”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없던 걸로 한다고? 네까짓 게 뭔데 그런 소리를 지껄여? 난...”우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려던 그때 맥주병 하나가 갑자기 그의 머리에 떨어졌다.“퍽!”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시뻘건 피가 술과 함께 흘러내렸다.그 모습에 현장 전체가 경악을 금치
“너... 감히 날 쳤어?”갑작스러운 상황에 멍해진 우현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머리를 어루만졌다. 손에 시뻘건 피가 흥건했다.몇 년 만에 이런 상처를 입었는지 모르겠다. 남쪽 구역을 평정한 이후로 그에게 예의 없게 구는 사람도 없었는데 술병으로 그를 가격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다들 유진우가 죽고 싶어서 환장했다고 생각했다.“우현, 내가 충고하는데 그냥 넘어가는 게 좋을 거야.”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넘어가긴 개뿔. 너 오늘 내 손에 죽었어.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거다!”정신을 차린 우현은 연신 포효했다. 그런데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칼이 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날카로운 칼날이 피부를 찌르면서 시뻘건 피가 흘러나왔다. 조금만 더 깊게 찌른다면 경동맥을 찌르게 된다.술집 전체가 갑자기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우현의 포효 소리도 멈췄고 사람들도 더는 수군거리지 않았다.칼을 든 유진우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만약 술병으로 내리쳤다면 실수로 그랬다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지만 칼을 겨누는 건 그에게 대놓고 도발하는 뜻이었고 그야말로 치욕 그 자체였다.유진우의 겁 없는 행동은 다시 한번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었다.“야 이 자식아! 너 지금 뭐 하는지 알기나 알아?”우현이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흉악스럽게 말했다.“오늘 내 털끝 하나라도 건드렸다간 이 대문을 못 나갈 줄 알아!”“아이고 무서워라. 난 겁이 많은 사람이라 혹시라도 손이 떨려서 실수로 확 찌르면 어떡해? 그럼 내 탓은 아니겠네.”유진우가 칼을 앞으로 더 들이밀자 칼날이 살을 파고들면서 피가 더 세게 흘렀다. 그의 움직임에 혼비백산한 우현은 입꼬리를 파르르 떨었다.“그만해!”그때 빨간 옷차림의 한 여자가 호통쳤다.“당신이 누구든 우현 씨를 당장 풀어줘. 안 그러면 네 친구들도 다 죽어!”“유진우! 멍청한 짓 해선 안 돼! 당장 그 칼 내려놔!”이청아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유진우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우현을 죽일까 걱정되었
사람들은 안 어르신이 나타나면 유진우는 죽은 목숨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싸우기는커녕 진작 알고 지낸 사이처럼 이야기꽃을 피웠다.그 바람에 가장 놀란 건 우현 일행과 이청아 가족들이었다. 다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봤다.“말도 안 돼. 저 자식이 안 어르신과 아는 사이라고?”“세상에나, 저 자식 뭐야? 대체 뭔데 안 어르신이랑 웃으며 얘기를 나누는 건데?”뭇사람들은 수군거리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안 어르신, 저 사람을 알아요?”우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침을 꿀꺽 삼켰다.“유진우 씨는 선미 친구야. 너 간이 배 밖으로 나왔어? 감히 이분을 건드려?”안도균의 얼굴이 싸늘하기 그지없었다.“네? 조선미 씨 친구라고요?”우현이 혼비백산했다. 조선미는 강능의 3대 거물 중 한 명일 뿐만 아니라 배후에 서울의 재벌이 받쳐주고 있어 안 어르신과 같은 레벨인 거물이었다.자기 사람이라면 끔찍이도 아끼는 조선미인데 그런 그녀의 친구를 건드렸으니 앞으로 엄청난 보복을 당할 게 뻔했다.“안 어르신, 그... 그게... 저...”우현이 횡설수설했다.“됐어, 그만 버벅거리고 진우 씨한테 사과해. 오늘 일은 여기서 끝내도록 해.”안도균이 손을 내저었다.“네네...”우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유진우에게 웃으며 정중하게 사과했다.“유진우 씨, 정말 죄송합니다. 아까는 제가 멋도 모르고 나댔습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번 한 번만 용서해주시길 바랍니다.”“이럴 필요까진 없어요, 우현 씨. 우현 씨가 복수만 하지 않으면 됩니다.”유진우도 예의 바르게 말했다.“그럴 리가요...”우현은 줄줄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다.“앞으로 진우 씨와 진우 씨 친구분들은 저희 고객들입니다. 여기서 소비하시면 전부 공짜로 해드리겠습니다.”그의 비굴한 모습에 구경꾼들은 여간 놀란 게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흉악스럽기 짝이 없던 우현이가 갑자기 굽신거리며 사과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진우 씨, 우린 이만 본론이나 얘기
“이제 제가 사람을 넘겨야 할까요?”유진우는 엄기준을 내려다보며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콜록... 콜록...”엄기준은 피를 뱉으며 끙끙거리며 일어섰다. 그는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 대체 누구냐? 감히 우리 유룡종에 맞서다니!”“제가 누구인지 알 필요는 없어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제가 화나기 전에 얼른 멀리 도망치는 게 좋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피를 토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니까요.”“너는!”엄기준은 이를 악물고 움직이려고 했지만 참았다.상대의 실력이 분명히 더 강했기에 지금 싸움을 걸었다간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종문 장로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그와 맞서 싸우면 될 것이다.“기억해 둬! 오늘 일 잊지 않을 거야! 오늘의 수치는 반드시 열 배, 백 배로 되갚아줄 거야!”엄기준은 협박을 던지고 나서 제자들과 함께 풀이 죽은 채로 떠났다.“여러분은 왜 아직도 여기 서 있어요? 제가 음식 대접이라도 할 줄 아셨나요?”유진우는 눈을 돌려 비설파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너무 거만하지 마.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니 곧 큰 화를 입을 거야!”연우혁은 유진우를 노려보며 제자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엄기준조차 도망쳤으니 더는 그가 여기에 남아 있을 이유도 없었다.유룡종과 비설파가 떠나자, 나머지 세력들도 차례로 흩어졌다.마음속으로 탐탁지 않았지만 그들은 유진우로부터 사람을 빼앗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엄기준조차 패배했는데 누가 유진우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이제 그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남았다. 음모를 꾸미거나 더 강력한 고수를 불러들이는 것이다.“진우 씨, 실력이 이렇게 강하실 줄 몰랐어요. 정말 놀랍네요!”서지석은 웃으며 유진우에게 다가와 손을 흔들었다.그는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유진우를 존경하는 마음이 더 컸다.“사소한 기술일 뿐이에요. 별것 아니에요.”유진우는 웃으며 말했다.“진우 씨는 너무 겸손하세요. 진우 씨의 재능과 실력이라면 어떤 문파에
“웅!”엄기준의 손에 들린 검이 미세하게 떨리며 가냘픈 울림을 냈다.날카로운 검날이 유진우의 손가락 사이에 끼어 있었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밀리지 않았다.“뭐야? 막았어?”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아무도 유진우가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는 맨손으로 엄기준의 치명적인 공격을 막아냈다.대체 저 녀석은 얼마나 강한 거지?“어... 어떻게?”엄기준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방금 전의 공격은 비록 전력을 다하지는 않았지만 7할의 힘을 실었다.보통의 선천 무사라면 절대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유진우처럼 두 손가락만으로 공격을 막아내는 모습은 난생처음 보게 되었다.“저 녀석... 설마 저것밖에 못 하는 건가?”비설파 제자 중 한 명인 올림머리 여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전에 호텔 식당에서도 유진우는 두 손가락으로 그녀의 검날을 잡아 그녀에게 큰 충격을 주었었다.지금도 같은 수법을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강력한 엄기준에게 적용되었고 정말 무시무시한 장면이었다.“강한 줄 알았는데, 고작 이 정도 실력이었네요.”유진우는 고개를 저으며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건방진 놈! 너를 죽일 거야!”엄기준은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는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유진우의 심장을 향해 찔렀다.단검은 검은빛을 내뿜고 있었고 분명 독이 묻어 있었다.선천 고수에게는 피부만 긁히더라도 치명적일 수 있었다.“어리석은 짓이에요!”유진우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그는 번개처럼 움직이며 검지로 엄기준의 가슴을 찔렀다.“쾅!”폭발음과 함께 엄기준의 단검은 유진우의 옷자락에도 닿지 못하고 마치 포탄처럼 10미터 이상 날아가 벽에 부딪혔다.그는 코피를 흘리며 비참한 모습으로 쓰러졌다.“형님!”그 광경을 본 유룡종 제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강력한 엄기준이 한 방에 쓰러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심지어 유룡종 최강의 천재인 대선배도 이런 능력이 없을 것이다.“저 녀석 대체 어디 출
“서지석, 상대는 나다.”연우혁은 동시에 검을 뽑아 서지석의 앞길을 막았다.두 사람의 실력은 막상막하였고 싸움은 팽팽하게 이어졌다.서지석은 온 마음을 다해 도우려 했지만 두 대문파의 합동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는 유룡종 제자들이 유진우에게 달려드는 것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유진우가 폐인이 될 거라고 생각하던 순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퍽퍽”두 번의 쩌렁쩌렁한 소리가 울렸고 유룡종 제자 두 명이 유진우에게 다가가려던 순간, 유진우는 한 손으로 한 명씩, 총 두 명을 날려 버렸다. 그들은 땅에 나뒹굴며 정신을 잃고 일어설 수 없었다.모든 일은 너무나도 빨리 일어났고 거의 반응할 틈도 없이 벌어졌다.“어?”서지석은 잠시 얼이 빠진 듯 놀란 표정을 지었다.유룡종 제자들은 백 명 중 한 명을 뽑는 엘리트 무사들이었고 보통 사람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유진우는 단 두 번의 공격으로 유룡종 엘리트 제자 두 명을 제압했다. 그의 실력은 이미 본투비 레벨에 도달한 것으로 추측되었고 대문파에서도 손꼽히는 제자 수준이었다.“뭐야? 어떻게 된 거지?”서지석뿐만 아니라 연우혁, 엄기준도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들은 유진우가 무문무파의 평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 다른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첫 대면에서 유룡종의 엘리트 제자 두 명을 해치운 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흥! 인정할 수밖에 없군. 너 실력이 꽤 있구나. 어쩐지 그렇게 거만하다 했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너는 오늘 사람을 잘못 건드렸어!”엄기준은 천천히 재킷을 벗으며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원래는 너에게 약간의 교훈을 주려고 했는데 네가 기회를 놓쳤어. 내 두 제자를 다치게 했으니, 오늘 피의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손대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왜? 무서워? 이미 늦었어!”엄기준은 비웃으며 말했다.“지금 너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스스로
이기적인 조강진에게 양측 모두의 미움을 살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화살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건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결과가 어떻든 간에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응?”조강진의 말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약간 인상을 썼다.이 늙은 여우는 공을 뺏을 때는 누구보다 빠르더니 책임을 떠넘길 때도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이봐요. 저 안에 있는 사람을 내게 내어주면 난 당신에게 혜택을 줄 수 있소.”엄기준은 유진우를 바라며 지시하는 투로 말했다.“누구시죠? 저 아세요?”유진우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난 유룡종의 서열 2위 엄기준이요.”엄기준은 오만하게 말했다.“그쪽이 고분고분 저 안에 있는 사람을 내어준다면 앞으로 우리 유룡종은 당신의 든든한 뒷배가 될 거요.”“내가 내놓지 않겠다면요?”“내놓지 않겠다고? 흥!”“그렇다면 그건 우리 유룡종에게 맞서는 것인데,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겠어?”이름 없는 작은 인물이 유룡종과 맞서는 건 죽는 길밖에 없었다.“그 말을 들으니 정말 사람을 내놓고 싶지 않네요.”유진우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지금 환자의 상태가 매우 불안정해요. 난 의사로서 환자의 안전을 보호할 책임이 있으니 유룡종이든 다른 세력이든 오늘 내 손에서 사람을 데려갈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이놈!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엄기준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협박했다.“우리 유룡종에게 맞서는 건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마찬가지야. 서남부에서 아무도 너를 지킬 수 없다고.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사람을 내놔!”“싫어요.”유진우가 차갑게 내뱉었다.“네 놈이 죽고 환장했어!”엄기준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라 손을 휘두르며 소리쳤다.“얘들아! 이 새끼를 당장 박살 내버려!”두 명의 유룡종 제자가 듣자마자 칼을 뽑았다.“그만!”이때 서지석은 갑자기 외쳤다.“이 사람은 내 친구요.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요.”“서지석!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마. 감히 유룡종과 맞서는 사람은 모두 대가를
유룡종은 서남부 3대 종파의 우두머리이며 실력은 금도문과 비설파보다 훨씬 강했다.마을은 이런 대문파의 미움을 살 수 없었다.어쨌든 사막의 마을이 살아남으려면 유룡종의 비호에 의존해야 했다.“이장님.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죠. 이장님이 구한 그 사람을 우리 유룡종이 데려가야겠어요.”엄기준은 고개를 들고 기세등등하게 말했다.“만약 우리 유룡종의 체면을 세워준다면 앞으로 이장님과 우리 유룡종은 친구가 되는 겁니다.”“그게...”그 말을 들은 조강진은 저도 모르게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그의 처음 의도는 바람을 통해 횡재하려는 것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세력을 끌어들일 줄은 몰랐다.특히 유룡종이 이런 조건을 내걸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물론 거절할 자신도 없었다.“모두 같은 목표를 가지고 왔는데 유룡종이 독식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그때 비설파의 연우혁이 마침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왜요? 불만 있어요?”엄기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불쾌하게 물었다.“저만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계신 모든 분이 불만을 가질 것 같은데요.”연우혁은 두 손을 번쩍 들고 재치 있게 주변 사람들을 모두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였다.유룡종은 아주 강했으니 비설파가 혼자 힘으로는 상대하는 건 무리수였다.그러나 동맹을 맺는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그래서 자네들이 우리 유룡종에 맞서겠다는 건가?”엄기준은 위협하는 기세로 사방을 훑어보았다.모두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떠날 의향도 없었다.분명 유룡종이 독식하는 걸 달가워하지 않고 있었다.“서지석,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엄기준은 서지석을 바라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는 안중에도 없지만 금도문의 서지석은 예외였다.만약 상대방이 연우혁과 동맹을 맺는다면 일이 확실히 좀 번거로워질 것이다.“당신들 사이 원한은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니지만 바람은 절대 당신이 데려갈 수 없어요.”서지석이 덤덤하게 말했다.“내가
“바람 씨, 진정하세요. 이제는 안전해요. 아무도 당신을 해치지 않으니 두려워하지 마세요.”바람의 감정이 격해진 것을 보고 이청성은 급히 위로했다.그렇지 않으면 상대방의 이런 상태로는 유용한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다.다만 지금의 바람은 이미 공포에 휩싸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고 여전히 머리를 감싸 안고 벌벌 떨며 중얼거리고 있었다.“이 사람... 정말 미친 건 아니겠죠? 이제 어떻게 하면 좋아요?”조강진은 좀 초조해졌다.겨우 돈줄을 찾았는데 그의 정신이 혼미하니 정말 골치가 아팠다.“진우 씨, 이 사람을 진정시킬 방법 있어요?”이청성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물었다.“그거야 쉽죠.”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은침 하나를 꺼내 바람의 뒷덜미를 찔렀다.바람은 몸을 움찔하더니 곧바로 침대에 쓰러졌다. 곧 조용하고 평화로워졌다. “이게 진우 씨 방법이에요?”이청성은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침 하나로 바람이 진정하긴 했지만 이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이 사람은 크게 놀라서 지금으로선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어요. 이 침으로 바람을 진정시키고 먼저 한 시간 동안 재우고 깨어나면 정상으로 돌아올 거예요.”“그럼 다행이네요.”이청성은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용원의 기는 그녀에게 정말 중요했으니 반드시 상황을 알아내야 했다.만약 용원의 기가 정말 오아시스에 숨겨져 있다면 그녀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손에 넣을 것이다.“이장님! 큰일 났어요. 밖에서 누가 소란을 피워요!”그때 정문을 지키고 있던 중년 남자가 갑자기 당황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왔다.얼굴이 약간 붉게 부어오른 것을 보아 뺨을 맞은 것이 분명했다.“소란을 피워? 누가 감히 사막의 마을 이장 댁에 와서 소란을 피워?”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한 마을을 질서 있게 관리할 수 있다는 건 그에게 남다른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그는 강호의 고수들을 많이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호위대도 갖고 있었다.예전에는 세상 물정을 모르고 마을에서 행패를 부리던
“이봐요 젊은이, 환자 병세도 보지 않고 치료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건 너무 자만하는 것 아닌가요?”마을 의사는 못마땅한 듯 말했다.그는 비록 마을 의사지만 어쨌든 십여 년의 의료 경험이 있어 많은 사람들을 치료했다.그도 속수무책인 병을 어떻게 햇병아리가 고칠 수 있을까?“환자의 외상은 13곳이며, 가장 심각한 것은 가슴과 등 관통상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신체 조건이 강해서 치명적이지 않죠. 가장 골치 아픈 점은 환자가 독극물에 중독되어 오장육부가 다양한 정도의 손상을 입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제때 해독하지 않는다면 환자는 내일까지 살 수 없었을 것입니다.”유진우는 마치 집안의 보물을 세듯 바람의 병세를 자세히 말했다.“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마을 의사는 화들짝 놀랐다.그는 맥을 짚고 자세히 검사한 후에야 비로소 상응하는 결론을 얻었다. 근데 눈앞의 이 녀석은 어떻게 알았을까?“병을 많이 보면 한눈에 알 수 있죠.”유진우가 덤덤하게 답했다.“뭐? 한눈에 알았다고?”“무슨 불치병도 아니고 한 번만 봐도 충분합니다.”유진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답하자 마을 의사는 입가를 실룩거리더니 한동안 대답하지 못 했다.그의 침착하고 여유로운 기색으로 보아 정말 능력이 있을지도 몰랐다.“정말 고칠 자신이 있어요?”조강진이 떠보듯 물었다.“시도해보면 알지 않겠어요?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잖아요?”“좋아요. 그럼 수고하세요.”조강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자리를 비켜 유진우를 앞으로 모셨다.바람의 상태를 보면 내일까지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병원으로 이송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고 이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유진우는 병상으로 가서 먼저 해독약을 꺼내 바람의 입에 먹였다.그리고 손을 내밀어 흔들었다.“슈우...”일렬로 늘어선 은침이 튕겨 나와 바람의 몸 곳곳의 주요 혈 자리를 정확히 찔렀다.은침이 몸에 들어가자 유진우는 다시 손을 흔들었다.“윙...”모든 은침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
“당연하죠! 이건 유리종 제왕녹이에요. 게다가 골동품이라 천금 같은 값어치예요!”진이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천금이라고요? 역시 좋은 아이였어요!”중년 남자는 기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옥 팔찌를 조심스럽게 챙겼다.“급하게 나오느라 다른 건 준비하지 못했어요. 이 옥 팔찌는 꽤 가치가 있으니 맘에 들었으면 합니다.”이청성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아가씨가 이렇게 성의를 보이니 나도 어쩔 수 없죠. 이장님께 말씀드리겠지만 이장님이 여러분을 만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할 수 없어요.”중년 남자는 감히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없었다.“그럼 수고해 주세요.”이청성이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그래요. 잠시만 기다리세요.”중년 남자는 더 말하지 않고 마당으로 돌아섰다.3분 후, 중년 남자는 다시 집을 나서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우리 이장님이 아가씨를 만나겠대요. 하지만 안전을 위해 한 명만 데리고 들어오라고 하세요.”“진 대장님은 여기서 지켜주세요. 저와 유진우가 먼저 들어가 볼게요.”이청성은 당부 한마디 하고 유진우를 데리고 들어왔다.한편, 침실 안.바람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이미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이장 조강진이 옆에서 마을 의사와 상태를 이야기하고 있었다.“양 선생, 이 젊은이 정말 가망이 없는 건가?”조강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오아시스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으로서 바람의 가치는 매우 높았다.잘만 활용하면 마을도 충분히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이장님, 이 사람은 중상을 입었고 게다가 체내에 맹독이 있어서 제 의술로는 전혀 치료할 수 없습니다.”마을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는 작은 병을 치료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난치병을 만나면 완전히 속수무책이었다.“보아하니, 병원에 데려갈 수밖에 없겠군.”조강진은 미간을 찌푸렸다.“이장님 저희 마을에서 도시 대형 병원까지 거리가 있어서 적어도 하루는 필요해요. 이 사람 현재 건강 상태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마을 의사는 한숨을 쉬었다.“어쨌든
“네? 누군가 나왔다고요?”그러자 이청성은 정신이 번쩍 들어 캐물었다.“그 사람이 누구죠? 지금 어딨죠?”그 기괴한 오아시스는 미지로 가득 차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무사히 탈출했다면 분명 직접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누구든지 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손실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물을 찾는 성공률도 대폭 증가할 것이다.“바람이라는 자인데, 오행문의 제자로 둔술에 능하다고 합니다. 사흘 전 오아시스에 들어가 소식이 끊겼는데 방금 중상을 입은 몸을 이끌고 사막의 마을로 돌아왔고 이장의 집에서 요양 중이라고 합니다.”진이수가 답했다.“오행문의 바람?”서지석은 미간을 찌푸렸다.“그 사람은 강호에서 꽤 유명해 이름을 들어본 적 있어요. 실력은 이미 본투비 레벨의 후반에 접어들어 천재라고 할 수 있죠.”오행문은 서남 세력에 속하지 않지만 그 잠재력은 결코 금도문에 뒤지지 않았다.“아가씨, 이 사람들은 누구죠?”진이수는 서지석 일행을 보며 좀 이상하게 생각했다.“모두 금도문의 고수들이세요. 이제 막 알게 된 친구들이에요.”이청성이 답했다.“금도문이라고요?”진이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꽤 놀랐다.서남부 3대 문파의 금도문은 그들에게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청성이 금도문의 제자와 친구가 될 줄은 몰랐다.금도문의 보호가 있다면 이번 일정은 훨씬 안전할 것이다.“자, 우선 이런 얘기는 그만하고 나를 마을 이장님 댁에 데려가 주세요. 바람에게 직접 물어볼 말이 있어요.”이청성은 지체하지 않고 즉시 진이수에게 길을 안내하라고 하고 이장 댁으로 향했다.지금 바람은 핵심 인물이며 각 세력이 경쟁하는 인기 있는 인물이니 반드시 일찍 나서야 했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면 곤란했다.5분 후, 몇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이장 댁에 도착했다.마을 이장은 2층짜리 작은 양옥에 살고 있으며 둘레가 100m인 마당이 있었다. 마당에는 꽃과 풀도 심겨 있었다.마당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