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안도균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자신만만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뭔가 심상치 않음을 바로 깨달았다. 유진우의 힘이 그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했던 것이었다.엄청난 힘이 마치 파도가 밀려오듯 무섭게 전해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심지어 그의 손바닥 전체가 뚜두둑 하고 소리 나기 시작했다. 이대로 더 버텼다간 뼈가 다 부러질 것 같았다.안도균의 낯빛이 어두워지더니 결국 참지 못하고 유진우를 물리치려고 주먹을 뻗었다. 그런데 유진우는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주먹을 그대로 받아쳤다.“쾅!”두 주먹이 부딪치면서 안도균이 앉아있던 의자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안도균도 그 힘을 이기지 못하고 뒷걸음질 치다가 벽에 기대고서야 멈춰 섰다. 그런 그와 달리 유진우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가만히 앉아있었다.양측의 실력이 한순간에 판가름 났다.“너 아주 실력을 숨기고 살았구나. 내가 널 과소평가했어!”안도균은 실눈을 뜨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 애를 썼다. 나이도 어린 유진우에게 이런 엄청난 힘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고작 주먹 한 방을 당해내지 못하다니.비록 힘으로 전력을 완전히 파악할 순 없지만 적어도 상대의 몸이 아주 강하다는 건 증명되었다.“도균 삼촌, 그럼 이 인삼은 제가 가져가도록 할게요.”유진우는 주저하지 않고 나무 상자를 들고 자리를 뜨려 했다. 안도균같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자는 이미 그의 블랙리스트에 들어갔다. 앞으로 다시는 그와 거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안 어르신, 제가 사람을 보내서 물건을 빼앗아올까요?”우현은 떠보듯 물었다. 그는 안도균과 유진우가 친한 친구는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아챘다. 그렇다면 그도 더는 무서울 게 없다.“쟤 꽤 실력 있는 놈이야. 네 밑의 애들은 아예 상대가 안 돼.”안도균이 저릿저릿한 팔을 움직였다.“그럼... 그냥 이대로 보낼 건가요?”우현은 내키지 않아 하며 말했다. 조금 전 잃은 체면을 다시 찾고 싶었다.“보내다니? 하하... 절대 그럴 수 없지!”안도균이 싸
“난 그냥 무슨 일이든 생각 좀 하고 움직이라고 충고하는 거야. 든든한 배후가 있다고 해서 제멋대로 굴어선 안 돼.”이청아가 진지하게 말했다.“남자는 그래도 스스로의 능력으로 높은 자리에 앉아야지. 권력 있는 사람한테 빌붙으면 한때는 잘나가겠지만 오래 가지 못해. 네가 이 도리를 제때 깨달았으면 좋겠어.”그녀의 말에 유진우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내가 권력 있는 사람한테 빌붙었다고 누가 그래?”“아니야? 조선미 씨의 명성이 아니었더라면 아까 우현 씨가 널 놔줬겠어?”이청아가 솔직하게 얘기했다.“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뭐. 아무튼 난 당신들 눈에 한낱 무능력자니까.”유진우가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한번 뇌리에 박힌 인상은 바꾸기 어렵다. 어느 날 갑자기 사실이 눈 앞에 펼쳐진다고 해도 어떤 이들은 믿지 않고 다른 핑계로 자신을 설득하려 한다.“유진우, 아니꼬워하지 마. 정말 자존심이 있으면 자신의 능력으로 성과를 이뤄봐. 여자한테 빌붙는 기생오라비로 살지 말고!”이청아가 얼굴을 굳혔다.“기생오라비가 어때서? 그것도 능력이야.”유진우가 어깨를 들먹였다.“너...”화가 난 이청아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그녀가 좋은 마음으로 얘기했지만 상대는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영광스럽게 생각했다.‘정말 답이 없네!’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순찰차 몇 대가 갑자기 달려오더니 길목을 봉쇄했다. 곧이어 차 문이 열리자 제복 차림의 경찰들이 드높은 기세로 걸어왔다.“누가 유진우야?”그중 한 소대장이 물었다.“접니다.”유진우가 대답했다.“무슨 일인가요, 경찰관님?”“방금 당신이 귀중 물품을 훔쳤다는 신고가 들어왔어. 우리랑 함께 경찰서로 가.”소대장이 호통쳤다.“훔치다니요? 경찰관님, 무슨 오해가 있는 거 아닙니까?”유진우가 실눈을 뜨며 물었다.“지금 그 상자 안에 든 게 뭐야?”“인삼입니다.”“그럼 맞네! 지금 당장 경찰서로 가서 조사받아!”소대장은 더는 얘기하지 않고 유진우에게 수갑을 채웠다.“경찰관님, 대
그날 밤, 어두운 감방.유진우와 이청아가 서로 등진 채 의자에 묶여있었다. 방 안이 어찌나 습하고 어두운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고 왠지 모를 위압감이 느껴졌다.“미안해. 너도 끌어들일 줄은 몰랐어.”유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네가 귀중 물품을 훔쳤다던데 그게 정말이야?”이청아가 갑자기 물었다.“네 생각은?”“넌 그럴만한 용기가 있는 사람이 아니야. 누군가 뒤에서 널 모함했겠지. 우현 씨랑 연관이 있어?”“우현은 그저 시키는 일이나 하는 부하고 진짜 주모자는 안도균이야.”유진우가 대답했다.“안도균? 안 어르신 말이야?”이청아가 화들짝 놀랐다.“아까 웃으면서 얘기도 나눴잖아? 그새 안 어르신을 건드린 거야?”“내가 한 대 때렸어.”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뭐?”이청아의 낯빛이 확 바뀌었다.“안 어르신을 때렸다고? 너 미쳤어?”안 어르신이 누구인가? 안 회장의 친척이자 서울 재벌가인 안씨 가문 사람이다.흉악하기 그지없는 우현마저도 그의 앞에서는 쩔쩔매는데 유진우가 그를 때렸다니. 이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거나 다름없었다.“안도균이 먼저 때리려고 했으니까 난 정당방위야.”유진우의 낯빛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넌 매사에 너무 충동적이야!”이청아가 분노를 터뜨렸다.“안 어르신이 어떤 분인지 몰라서 그래?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안 어르신 한마디면 널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앨 수 있다고!”“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대책을 세우면 되지, 뭐.”유진우는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말은 참 쉽게 하네. 너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이청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이따가 기회 봐서 조선미 씨한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해. 지금 널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조선미 씨밖에 없어.”이 말을 내뱉는 그녀의 마음이 왠지 모르게 쓰라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조선미의 집안 배경은 확실히 그녀가 넘어설 수 없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철컥!”두 사람이 한창 얘기하던 그때 감방 철
밤이 점점 깊어갔다.그 시각 장경화와 이현 일행이 감방문 앞에서 조급하게 기다리고 있었다.이청아는 이씨 가문의 기둥이라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이씨 가문이 망하게 된다. 하여 이청아를 구하기 위해 이씨 가문에서는 동원할 수 있는 관계를 몽땅 동원했다.뭇사람들이 소식이 나타나기만을 고대하던 그때 한 경찰이 갑자기 걸어 나왔다.이현이 경찰에게 바로 달려갔다.“혁재 형, 상황이 어때? 우리 누나 풀어줄 수 있겠어?”“이현아, 내가 방금 알아봤는데 이 일은 서 경장님께서 직접 담당한 일이라 나 같은 경찰은 아예 끼어들 자격도 없어.”장혁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럼 어떡해? 다른 방법은 없어?”이현이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그래그래! 장 경관이 우릴 도와준다면 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어.”장경화가 간곡하게 부탁했다.“최선은 다하겠지만 확실한 답변을 드릴 순 없어요. 그리고 사람을 빼내려면 자금이 필요하니까 미리 준비하시고요.”“형, 방금 4억을 준비했는데 먼저 갖고 있어. 부족하면 내가 더 마련해 보도록 할게. 형이 도와주면 일이 끝난 후에 사례는 제대로 할게.”이현이 은행 카드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알았어. 다시 알아볼게.”장혁재는 남몰래 돈을 챙긴 후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이현아, 4억이 적은 돈도 아니고 네 친구 믿을만해?”장경화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어찌 됐든 시도는 해봐야 할 거 아니야.”이현이 이를 꽉 깨물었다.“아 참, 호준 도련님은 어디 갔어요?”그때 누군가가 갑자기 물었다.“호준이 친구 만나러 간댔어. 친구 분이 청아를 빼낼 수 있는 능력이 있나 봐.”장경화가 대답했다.“그렇군요. 호준 도련님까지 도와준다면 이중 보험을 든 거나 마찬가지니까 아무 문제 없을 거예요.”뭇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 시각, 어느 한 화려한 별장.여호준은 한 장발 미녀와 함께 욕조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데 뒤엉킨 채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가며 즐기는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
바깥이 발칵 뒤집힌 그때 감방의 경장 사무실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서 경장, 어떻게 됐어? 그 자식 그렇게 하겠대?”우현이 자리에 앉자마자 다급하게 물었다.“걔 선택은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내 손에 들어온 범인은 결국에는 굴복하게 돼 있으니까.”뚱보가 시가를 입에 물고 여유 있게 말했다.“서 경장이 직접 나서는데 당연히 문제없겠지. 하지만 길게 끌어봤자 좋을 건 없으니까 최대한 빨리 해결해 줘.”우현이 말했다.“뭐야? 지금 날 가르치려 드는 거야?”뚱보가 싸늘하게 째려보았다.“그럴 리가. 그 자식 배후에 든든한 조력자가 있어서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일이 복잡하게 될까 봐 그래.”우현은 재빨리 미안한 얼굴로 해명했다.“복잡할 게 뭐가 있어? 난 그저 원칙적으로 일을 처리할 뿐이야. 그리고 여긴 내 구역인데 누가 감히 날 건드려?”뚱보는 한껏 여유를 부렸다.“그럼 그럼. 서 경장은 황상수 님의 사위인데 다들 서 경장 앞에서는 굽신거리기 바쁘지.”우현이 그를 치켜올렸다.“하하! 그래도 넌 머리가 좋네.”뚱보가 큰 소리로 웃었다. 그가 가장 의기양양 해하는 건 자신의 경장 자리가 아니라 황상수가 그의 장인어른이라는 것이었다. 황상수는 강능의 최고 권력자였다.“서 경장, 이건 안 어르신께서 준비하신 선물이니까 받아줘.”우현은 그에게 선물 상자를 건넸다. 선물 상자를 열자 금빛이 반짝이는 걸 본 뚱보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하하, 안 어르신도 참, 뭘 이런 걸 다 준비하셨대? 돌아가서 어르신한테 감사하다고 전해줘. 그리고 이 일은 내가 실수 없이 제대로 처리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그럼 서 경장만 믿을게!”우현과 서 경장이 한창 얘기를 나누던 그때 아까 그 소대장이 갑자기 들어왔다.“무슨 일이야?”뚱보가 재빨리 선물 상자 뚜껑을 닫았다.“경장님, 이씨 가문 사람들이 지금 밖에서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까 이청아라는 여자를 풀어달라고 사정하고 있습니다.”소대장이 사실대로 고했다.“흥! 그 여자는 풀어줄 수
블랙 하우스 안.유진우와 이청아는 등을 맞대고 서로의 온기를 느꼈다.결혼부터 이혼까지 두 사람은 간만에 이런 조용한 시간을 갖게 됐다.하여 미처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우리 오늘 여기서 죽는 건 아니겠지?”드디어 이청아가 먼저 고요한 정적을 깨트렸다.주변의 음침하고 칠흑같이 어두운 환경이 그녀에게 무언의 압박감을 주었다.게다가 생각만 해도 섬뜩한 서태영을 떠올리니 가슴이 움찔거릴 수밖에 없었다.“허튼 생각 하지 마. 우린 무조건 안전하게 여길 벗어날 거야.”유진우가 위로했다.“만에 하나 못 나간다면 넌 유언 같은 거 있어?”이청아가 그윽한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만약은 없어. 무슨 일 있으면 나가서 다시 얘기해.”유진우가 답했다.“우린 무려 안도균을 건드렸어. 그 인간 인맥과 능력으로 우릴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거야.”이청아가 한숨을 내쉬었다.리얼 빅 보스 앞에서 그녀의 하찮은 실력은 언급할 가치도 없다.“청아야, 너답지 않게 왜 이래? 아무리 어려운 일도 용감하게 맞섰잖아. 왜 우는소리부터 하는 건데?”유진우가 불쑥 정색하며 말했다.이청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석연하게 웃었다.“그러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야. 어쩌면 또 다른 반전이 있을지도 몰라...”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철컥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블랙 하우스의 철문이 다시 한번 열렸다.쏟아지는 햇살과 함께 서태영이 덩치 좋은 몇몇 사내를 데리고 기세등등하게 안으로 걸어왔다.“야 이 자식아! 시간이 다 됐어. 어떻게 선택할지 다 정했어?”서태영이 그를 호시탐탐 노려보았다.“그래. 난 거래 안 해.”유진우가 답했다.“뭐라고?”서태영은 미간을 확 찌푸렸다.“이 자식이,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이 누군지 알아? 솔직히 말할게. 이 사람들은 전부 교도소에서 가장 흉악한 범죄자들이야! 게다가 이미 수년 동안 여자를 만져보지 못했지! 네가 감히 거절한다면 장담하건대 이 사람들이 네 앞에서 미친 듯이 네 여자친구를 괴롭힐 거야! 그때 가서 후
유진우가 발을 걷어차자 바닥에 있던 건장한 사내 한 명이 순식간에 튕겨 나가 인간 폭탄처럼 서태영의 몸에 부딪혔다.서태영은 비명을 지르고는 바닥에 쓰러져버렸다.“경고하는데 이 여자 건드리지 마.”유진우가 바짝 다가오며 서늘한 눈빛으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X발! 여긴 감방이야. 너 함부로 나오지 마!”서태영은 그에게 협박하며 뒷걸음질을 쳤다.“함부로 하면 어쩔 건데?”유진우가 싸늘하게 웃으며 서태영의 손을 짓밟았다.“으악!”서태영은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극심한 고통에 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유진우! 당장 멈춰!”이청아는 놀라서 사색이 되었다.두 사람이 무고하다 해도 손을 댄 이상 입이 열 개라도 해명할 길이 없다!“X발!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기는 해? 지금이라도 이 손 놓으면 살 희망은 있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아작내버리겠어!”서태영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에게 협박했다.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그의 배를 꽉 짓밟았다.“풉!”서태영은 전날 먹은 저녁밥까지 토하며 바지에 똥오줌을 지렸다.바닥이 노랗고 흰 물체로 어지럽혀졌고 악취가 번지기 시작했다.“너, 네가 감히...”서태영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토사물에 사레들려 기침을 마구 해댔다.“유진우! 너 미쳤어?! 서 경장이 다치면 우리 모두 여기서 죽어야 해!”이청아가 겁에 질려 그에게 말했다.“내가 손을 안 써도 이 인간은 절대 우릴 안 놔줄 거야. 그럴 바엔 차라리 이놈을 죽이는 게 낫지.”유진우가 차갑게 쏘아붙였다.“아직은 되돌릴 여지가 있어. 만약 네가 진짜 서 경장을 죽이면 그땐 우리도 죽음뿐이야!”이청아는 살짝 초조해졌다.유진우가 충동적으로 어리석은 짓을 꾸밀까 봐 너무 두려웠다.“들었어? 감히 날 건드리면 너뿐만 아니라 너의 온 가족이 죽게 될 거야!”서태영이 정색하며 으름장을 놓았다.“서 경장, 무슨 일이야?”이때 인기척 소리를 들은 우현이 한 무리 사람들을 거느리고 이쪽으로 달려왔다.한편 그는 중상을 입고 바닥에
“멈춰!”분노에 찬 고함과 함께 한 무리 정장 차림의 엘리트 경호원들이 손에 방망이를 들고 호탕하게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다들 뭐 하는 사람들이야? 감히 제멋대로 감방에 쳐들어와? 반란이라도 일으키겠다는 거야?!”서태영이 으름장을 놓았다.그는 지금 울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유진우를 빨리 아작내야 했으니 감히 막아서는 자는 그의 원수나 다름없다!“서 경장, 카리스마가 넘치네요!”한 무리 사람들이 흩어지자 화끈한 몸매의 절세미인이 당찬 표정으로 기세등등하게 걸어들어왔다.“조선미 씨?”서태영은 그녀를 보더니 분노가 살짝 사그라들며 굳은 표정으로 변했다.“유진우, 너 운 좋은 줄 알아. 네 여자친구가 지금 널 구해주러 왔네?!”위풍당당한 조선미를 보자 이청아가 살짝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기쁘면서도 왠지 모르게 위화감이 들었다.같은 여자로서 자랑스럽지만 그녀는 조선미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다.다만 문제는 지금 조선미만이 유진우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선미 씨, 이 늦은 시간에 뭣 하러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데려왔어요? 이거 대체 무슨 뜻이죠?”서태영은 조선미 일행이 더는 다가오지 못하게 앞을 가로막았다.“흥! 무슨 낯짝으로 그걸 내게 물어요? 이유 불문하고 사람을 마구 체포하는 게 당신들 감방에서 할 수 있는 일이에요?”조선미가 코웃음 치며 쏘아붙였다.“지금 무슨 말씀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네요.”서태영이 모른 척하며 시치미를 떼기 시작했다.“그래요? 좋아요,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당장 유진우 씨 풀어요. 난 오늘 진우 씨 데리러 왔어요. 얼른 안 풀면 나 무슨 짓 할지 몰라요!”조선미가 날카롭게 말했다.“풀다니요? 이 사람은 죄질이 엄중하고 명백한 증거까지 있는데 선미 씨가 풀라고 하면 풀어줘야 하나요? 이 세상이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예요? 법이 있긴 있어요?”서태영이 당당하게 말했다.좀 전에 유진우에게 얻어맞아 바지에 똥오줌을 지렸기에 그 원한을 삼킬 수 없었다.하여 조선미의 심기를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