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그룹, 회장 사무실 안.이청아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일에 몰두했다.요즘 들어 박호철은 겉으론 움직이지 않았지만 사석에서는 온갖 트집을 잡았다.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모두 그녀에게 떠넘기니 이청아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매일 한밤중까지 야근을 해야 했다.“회장님...”그때 젊은 여비서가 갑자기 문을 두드렸다.“무슨 일이야?”이청아가 고개를 들어 보았다.단소홍이 일처리를 믿음직스럽게 하지 않아서, 그녀는 또 일을 더 잘할 수 있는 비서를 고용했다.“회장님, 방금 누군가가 회장님에게 소포를 보내왔습니다. 서프라이즈가 들어있으니 직접 건네주어야 한다면서요.”비서가 선물상자를 들고 있었다.“알겠어, 책상 위에 올려놔.”이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지민 씨, 날이 늦었으니 먼저 돌아가. 나를 기다릴 필요 없어.”“네.”여비서가 대답하고 돌아섰다.눈을 비비던 이청아는 결국 일을 손에서 내려놨다. 그리고 곧장 선물상자에 시선을 뒀다.하지만 선물상자를 열어본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왜냐하면 선물 상자 안에 피범벅이 된 손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잘린 손은 분명 방금 잘린 것 같았고, 피가 아직 완전히 응고되지 않아 보는 눈이 아찔했다.“딩링링...”이청아가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져 나오지 못했을 때 갑자기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전화를 받으니 도석현의 목소리가 빠르게 들려왔다.“아가씨, 내가 준 선물 받았지?”“당신 누구야?”이청아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내가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네 동생이 나한테 76억을 빚졌으니 네가 대신 갚아야 한다는 거야.”도석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당신을 어떻게 믿어?”이청아는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못 믿겠어? 그럼 직접 들어봐...”“누나, 살려줘! 빨리 살려줘! 이 사람들이 내 손목을 잘랐어!”이현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고, 목소리는 몹시 처절했다.“현아, 무슨 일이야? 네가 왜 남에게 빚을 져?”이청아가 얼른 캐물었다.“
“현금?”이청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짧은 시간 안에 내가 어디서 현금을 가져올 수 있어?”“그건 네 일이지, 어차피 여긴 현금만 받아.”도석현이 여유롭게 말했다.“이건 분명히 일부러 난처하게 하는 거잖아!”이청아는 얼굴을 찡그렸다.현금 76억은 아마도 화물차에 실어와야 할 것이다. “아가씨, 말조심해. 네 동생의 다른 손목도 필요 없는 거야?” 도석현이 흘겨보았다.“너...”이청아는 이를 꽉 깨물고 끝내 참아냈다.“이틀만 시간을 줘, 내가 빨리 현금을 가져올게.”“시간을 줄 수는 있어. 하지만 나랑 같이 술을 마셔야 해.”도석현은 천천히 일어나 술잔 두 개를 꺼내 각각 술을 가득 따랐다. 그리고 잔을 들어 이청아에게 건넸다.한 잔 가득한 양주를 들여다보며 이청아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상대방은 분명 나쁜 마음을 품고 있어. 이 술을 마시면 이곳을 떠날 수 없을지도 몰라.’“안 마셔? 그렇다면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거지.”도석현은 천천히 웃음을 거두었다. “빚을 지면 돈을 갚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돈을 갚지 못하면 손과 발을 자를 수밖에 없어. 여봐라, 이현의 다른 손도 잘라.”“네.”두 경호원은 사납게 웃으며 즉시 이현을 바닥에 눌렀다.“싫어, 내 손목을 베지 마.”이현은 혼비백산하여 연신 용서를 빌었다.“누나, 살려줘! 빨리, 난 누나 친동생이야. 난 장애인이 되고 싶지 않아. 빨리, 술을 마셔. 부탁이야!”“잘라!”도석현이 힘차게 외쳤다.“잠깐!”도끼가 떨어질 것 같자 이청아는 얼른 소리 내어 제지했다.“마실게.”“허허, 그래야지... 자, 마셔.”도석현이 사악하게 웃었다.이청아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결국 잔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이상한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마셨다. 동생의 목숨이 상대의 손에 달렸기 때문이다.지금 그녀는 단지 자신이 버틸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좋아, 역시 여중호걸답네. 자, 한 잔 더.”도석현이 또 술 한 잔을 가득 따랐다.이청아는 미간을 잔뜩 찌
유진우는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이청아의 문자메시지를 봤을 때부터 심상치 않다는 걸 알고 쏜살같이 달려왔다.“너... 네가 왜 여기 있어?”도석현은 움츠러들면서 놀라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나한테 전화 건 이유가 바로 오라고 하는 거 아니야? 난 이미 왔어, 어떻게 할 건데?”유진우가 서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여봐라, 여봐라!”도석현이 계속 울부짖었다.이상하게도 밖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랫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 같았다.“젠장, 다들 어디 간 거야? 사람은?”도석현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아무리 소리쳐도 반응하지 않았다.“내가 전에 경고했을 텐데, 날 다시 건드리면 내 손에 죽는다고. 왜? 내 말이 말 같지 않아?”유진우가 점점 더 다가갔다.“유진우, 여긴 내 구역이야. 경고하는데 함부로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네가 살아서 이 문을 나설 수 없어.”도석현은 겉으로 강한 척 말했다.“말해... 어떻게 죽고 싶어?”유진우가 차갑게 물었다.“너 한 걸음만 더 오면 내가 너 죽일 거야.”그때 도석현이 서랍에서 총 한 자루를 더듬어 꺼내 총구를 유진우의 머리에 겨누었다.놈이 총을 믿고 배짱이 훨씬 커졌다.“그래? 어디 한번 해봐.”유진우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죽고 싶어?”도석현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과감하게 방아쇠를 당겼다.“탕!”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하지만 유진우는 꿈쩍도 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 있었다.위아래로,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안 됐나?”도석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또 ‘탕탕' 하고 두 발을 쏘았다.결과는 똑같았고 유진우는 똑같이 조금도 다치지 않았다.“시발, 내가 널 맞히지 못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아.” 도석현은 이를 악물고 사격을 시작해 곧바로 탄알을 모두 날렸다.“탕탕탕탕탕...”총성이 한바탕 울린 후에도 유진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고, 몸에 상처는커녕 옷도 파손되지 않았다.“귀신이 곡할 노릇
“네가 날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진실을 말해줄게.”도석현은 딜을 시도하려고 했다.“아니, 그냥 죽어.”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진우는 발을 푹 디뎠다.“아니...”도석현이 비명을 질렀고 그 자리에서 머리가 터졌다.완전히 목숨을 거두었다.“유진우 씨, 밖에 있는 사람들은 이미 다 해결했습니다.”그때 검은 옷으로 복면을 한 두 명의 무사가 불쑥 들어왔다. 그들은 바로 호위무사의 엘리트들이었다.“좋아, 현장을 깨끗이 처리해. 이 시체는 바로 도씨 가문으로 보내.”유진우가 명령했다.“네.”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유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의식을 잃은 이청아를 안고 재빨리 지하 카지노를 빠져나왔다. 그런데 대문을 나서자마자 그는 구석에 어떤 사람이 수상쩍게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바로 전에 탈출한 이현이었다.“나와!”유진우가 뒤를 돌아보았다.“너였구나? 깜짝 놀랐네.”이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질책했다.“유진우! 왜 일찍 오지 않았어? 우리 누나가 방금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기나 해? 그리고 네가 너무 늦게 오지만 않았더라면, 내 손목이 잘리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내 손실을 보상할 거야? 내가 말하는데, 36억 정도가 없이 이 일...”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진우는 손을 들어 이현의 뺨을 호되게 후려갈겼다.“퍽!”이현은 비틀거리도록 얻어맞았고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얼굴 반쪽이 금방 부어올랐다.“너, 너 미쳤어? 날 왜 때리는 거야?”이현은 화끈거리는 얼굴을 감싸쥐고 놀라 화를 냈다.“첫 번째 따귀는 네가 말버릇이 없어 때리는 거다!”유진우는 차가운 얼굴로 손을 들어 뺨을 때렸다.“퍽!”“두 번째 따귀는 네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아서 때리는 거다!”“퍽!”“세 번째 따귀는 네가 비겁하게 죽음을 무서워해서 때리는 거다!”“퍽!”“네 번째 따귀는 네가 청아 씨를 위험에 빠뜨려서 때리는 거다!”“...”유진우는 우렁찬 소리의 따귀를 한 대씩 때리며 이현의 얼굴을 호되
큰소리로 아우성치며 사실을 왜곡하는 이현의 모습에 유진우의 낯빛이 확 어두워졌다. 이현이 그의 뒤통수를 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잘못을 저지르고 뉘우치기는커녕 되레 유진우에게 전부 뒤집어씌우려 했다. 이현의 이런 행동에 유진우는 치가 떨리도록 화가 났다.“유진우, 너 이렇게 비겁한 놈이었어? 내 딸이 거절하니까 이런 파렴치한 수단을 써? 정말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 따로 없구나.”장경화는 냅다 욕설을 퍼부었다.“난 진작 네가 겉만 번지르르한 위선자일 줄 알았어. 우리 돈을 사기 친 것도 모자라 언니까지 해쳐? 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단소홍이 두 눈을 부릅떴다.“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잘못을 뉘우치지 않겠다는 거야?”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렸다.“잘못이라니? 분명 네 잘못이잖아. 네가 우리 누나를 해쳤잖아.”이현은 여전히 당당했다. 엄마가 편을 들어주고 있으니 두려울 게 없었다.“빌어먹을 짐승 놈아! 내 딸에게서 손 떼.”장경화는 유진우를 확 밀쳐내고 정신을 잃은 이청아를 빼앗아왔다.“엄마, 저놈은 진짜 나쁜 놈이야. 누나에게 몹쓸 짓을 한 것도 모자라 사람을 시켜 내 손까지 잘랐어. 이번에 꼭 내 복수를 해줘야 해.”이현은 피해자 코스프레를 이어갔다.“넌 한대 처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더는 참을 수 없었던 유진우는 손을 덥석 들어 이현의 따귀를 세게 후려갈겼다.“짝!”따귀를 맞은 이현은 그대로 튕겨 나갔고 코와 입이 삐뚤어진 채 벽에 부딪치면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이 짐승 같은 놈아, 지금 내 아들을 때렸어?”장경화는 어두운 안색으로 버럭 화를 냈다.“유진우, 힘 좀 있다고 사람을 이렇게 괴롭혀?”단소홍 모녀도 나서서 소리를 질렀다. 유진우의 상대가 되었더라면 그녀들도 진작 달려들었을 것이다.“난 당신들과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요. 이따가 청아 씨가 깨어나면 모든 진실을 알게 되겠죠. 지금 당장 저 빌어먹을 자식을 데리고 꺼져요!”유진우가 호통쳤다. 이번에는 정말로 이현 때문에 여간 화난 게 아니었
기억을 자세히 더듬던 이청아는 드디어 모든 게 떠올랐다.어제 카지노에서 술 두 잔을 마시고 바로 정신을 잃은 탓에 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다행히 누군가 구해준 모양이다.“흥, 이게 다 빌어먹을 유진우 때문이야. 걔가 못된 생각만 하지 않았어도 너희 두 남매가 이런 일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장경화가 씩씩거리며 말했다.“진우 씨? 진우 씨랑 무슨 상관이라고 그래요?”이청아가 화들짝 놀랐다.“너 아직 모르지? 유진우가 카지노 사장과 결탁해서 너에게 약을 먹이고 못된 짓을 하려 했대. 다행히 이현이 목숨 걸고 널 구했기에 아무 일이 없었던 거야.”장경화가 대답했다.“엄마, 뭔가 잘못 안 거 아니에요?”그녀의 말에 이청아는 실소를 터트렸다.“진우 씨는 절 해칠 사람이 아니고 그런 파렴치한 수단을 쓸 사람은 더더욱 아니에요. 엄마가 진우 씨를 오해했어요.”“청아야, 네가 이렇게 순진하니까 쉽게 속는 거야.”장경화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댔어. 유진우가 얼굴은 멀쩡하게 생겨도 속으로 무슨 엉큼한 생각을 하고 있을지 누가 알아?”“엄마, 진우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이청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유진우의 인품이 어떠한지 그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절대 장경화가 말한 파렴치한 인간은 아니다.“청아야, 너 어젯밤에 그 자식의 추악한 모습을 보지 못해서 그래. 너에게 몹쓸 짓을 한 것도 모자라 이현까지 때렸다니까? 이현이 아직도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장경화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진우 씨가 이현을 때렸다고요? 설마요...”이청아는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어젯밤에 엄마가 직접 봤는데 너에게 거짓말을 하겠어? 그때 네 이모와 소홍이도 그 자리에 있었어. 못 믿겠으면 이따가 물어봐.”장경화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전 진우 씨의 됨됨이를 잘 알고 있어요. 정말로 이현을 때렸다면 이현이 용납할 수 없는 잘못을
그들은 이현의 죽음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어제까지 멀쩡하게 뛰어다니던 아들이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죽었다고?“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제 동생이 왜 갑자기 죽어요?”이청아도 믿을 수 없어서 미친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선생님, 제발 제 동생 좀 살려주세요. 돈이 얼마나 들든 다 낼게요.”“죄송합니다. 지금으로선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의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말도 안 돼!”이청아는 순식간에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고 비틀거리며 제대로 서 있지조차 못했다. 남동생이 갑자기 떠났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아들, 우리 아들!”아들의 시체를 본 순간 장경화는 목이 터져라 울부짖었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하나밖에 없는 아들이라 평소에도 끔찍이 아꼈다. 아들이 무슨 잘못을 저지르든 혼내지 않고 감싸주었다.그런데 그런 귀한 아들이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떠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의 마음이 다 이렇겠지...“선생님, 우리 조카가 어젯밤까지 멀쩡했었는데 오늘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예요? 혹시 선생님들이 무슨 실수라도 한 거 아니에요?”장홍매가 의문을 던졌다.“환자분이 머리를 심하게 부딪쳐서 뇌 안에 출혈이 생겼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써봤지만 살려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의사가 다급하게 설명했다.“머리를 부딪쳤다고요?”그 말에 장경화는 펄쩍 뛰며 욕설을 마구 퍼부었다.“유진우야! 유진우 짓이 틀림없어. 걔가 내 아들을 죽였어.”“맞아요, 맞아요. 어제 유진우가 이현 오빠를 때리면서 머리도 부딪쳤잖아요. 그것 때문에 오빠가 죽은 게 확실해요.”단소홍은 그제야 깨달은 듯했다.“갈기갈기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새X! 내 아들을 죽였으니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장경화는 연신 고함을 질렀다.“그... 그럴 리가 없어요. 진우 씨일 리가 없어요.”이청아는 다급하게 부정했다.“이청아, 네
이청아는 홀로 병실 침대에 누워있었다. 눈빛이 흐리멍덩했고 안색도 매우 초췌했다.온종일 울었더니 남아있는 힘이라곤 없었고 머리도 윙한 게 걸어 다니는 산송장이 따로 없었다. 오늘의 충격이 그녀에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청아 씨...”그때 유진우가 갑자기 병실로 들어와 걱정스럽게 물었다.“입원했다고 해서 보러 왔어. 대체 어디가 아픈 거야? 내가 한번 봐줄까?”이청아는 마치 자신을 가둔 것처럼 멍하니 앉아있기만 할 뿐 아무 반응이 없었다.“청아 씨, 왜 그래?”유진우가 그녀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지만 눈동자가 풀려있었고 표정도 무뚝뚝했다. 얼핏 보면 살아있지 않은 인형 같았다.보통 엄청난 충격을 받거나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종종 이런 표정을 짓곤 한다.유진우는 일그러진 얼굴로 이청아의 맥을 짚어보았다. 그런데 맥이 완전히 흐트러졌고 생명력도 아주 약했다.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촛불처럼 언제든지 꺼질 것만 같았다.“왜 갑자기 이렇게 됐지?”화들짝 놀란 유진우는 한시라도 지체할세라 재빨리 은침을 꺼내 이청아에게 응급조치를 취했다. 은침이 하나둘씩 꽂히면서 진기를 그녀의 체내에 끊임없이 불어넣었다.“청아 씨, 얼른 일어나.”유진우는 침을 놓으면서 계속 그녀를 불렀다.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청아가 이 지경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뒀다간 죽지는 않아도 정신이 미쳐버릴 거라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일어나라고!”마지막 침을 꽂을 때까지도 미친 듯이 진기를 불어넣었다.잠시 후, 이청아의 몸이 드디어 생기가 조금 생겼다. 그녀의 풀렸던 눈동자도 빛을 되찾았다.“너무 다행이야.”그 모습을 보고서야 유진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재빨리 그녀에게 물었다.“청아 씨, 대체 무슨 일이야? 방금...”“짝!”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청아는 갑자기 유진우의 뺨을 세게 후려갈겼다. 그 바람에 유진우는 어안이 벙벙했다.“왜 그래?”유진우가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이청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고 눈가에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