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화원이 삽시에 조용해졌다.모두가 눈앞의 광경에 아연실색했다.아무도 유진우가 황보용명의 한 방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게다가 아무런 상처도 입지 않았다.황보용명은 무림 맹주이자 마스터 경지의 고수이다. 주먹이나 발 한 번에 산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무서운 존재를 황보 가문 전체에서 몇 명이 이에 대항할 수 있겠는가?“막... 막았다!”황보곰은 놀라서 눈꺼풀이 펄쩍 뛰었고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그들의 눈에는 황보용명이 서울의 최고 전력을 대표했고 눈 한번 깜빡거리면 선천무사도 죽일 수 있었다.그런데 한낱 이름 없는 의사가 어떻게 마스터 경지의 고수 한방을 막을 수 있는 거지?도대체 무슨 상황이지?“맙소사! 어르신의 주먹을 당해낼 수 있는 자가 있다니! 제가 잘못 본 건 아니죠?”동장로는 아래턱이 땅에 떨어질 듯이 입을 크게 벌렸다.그는 유진우가 단지 천재 의사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상대가 무도에서의 조예도 이렇게 깊을 줄은 몰랐다.“진우 씨가 이렇게 강하다니!”황보걸은 하마터면 심한 말을 뱉고 군자적인 태도가 사라질 뻔했다. “이놈... 도대체 정체가 뭐지?”황보춘은 놀랍고 의심스러워서 이마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유진우가 방금 앞에 나섰을 때, 스스로 죽음을 자초한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어르신을 막을 수 있다니. 황보 집안 수십 명의 엘리트 호위병들도 안 되는 걸 유진우가 해냈다. 그 실력의 일부분을 통해 전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아니... 그럴 리가 없어!”놀란 황보추는 고개를 마구 가로 저으며 부정했다.“이 녀석 이제 20대인데 어떻게 아버지의 주먹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분명 아버지가 사도에 빠졌을 때 힘이 많이 빠져서 저 녀석에게 틈탈 기회를 준 것입니다!”“맞습니다! 할아버지는 몸이 허약해지고 사도에 빠져 실력이 전과 같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 녀석이 어떻게 막아 낼 수 있겠습니까?”황보곰이 맞장구를 쳤다.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우 씨, 한 번만 더 수고해 주세요.”황보춘은 두 손을 맞잡아 가슴까지 올려 예를 표했다.“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하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황보 가문이 약속을 지키고 돈을 충분히 주셔야 하지 협박과 회유, 권세를 믿고 남을 업신여기지 말았으면 합니다.”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협박? 회유? 권세를 믿고 남을 업신여긴다고요?”황보춘은 어리둥절했다.“모르시겠다면 옆에 있는 두 분께 무슨 일을 벌였는지 물어보세요.”“황보추!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황보춘은 눈살을 찌푸렸다.“그게...”황보추가 우물쭈물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돈을 가로채는 일은 당연히 이야기할 수 없었다.“큰아버지, 제가 무슨 일인지 압니다. 셋째 큰아버지가 제멋대로 주장하여 진우 씨의 사례금 600억을 6억으로 바꾸고 심지어 협박까지 했습니다!”황보걸이 진지하게 말했다.“황보추! 너 약 잘못 먹었니?”황보춘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유진우 씨는 우리 아버지의 목숨을 구해주신 황보 가문의 은인인데 네가 이렇게 대하다니!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너 설마 아버지의 목숨이 고작 600억의 가치도 없다고 생각해?”“형님, 저는 그저 이놈이 이렇게 많은 돈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황보추가 중얼거렸다.“헛소리 하지 마!”황보춘은 눈을 크게 떴다.“유진우 씨가 제 능력으로 한 일인데 왜 자격이 없어?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르고,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다니. 지금 당장 조상의 사당에 가서 무릎을 꿇고 자아 반성을 하거라!”“형님...”“꺼져라!”황보추가 입을 열려고 했지만, 황보춘이 호통치는 바람에 중단되었고, 결국 사당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너!”황보춘은 또 황보곰을 노려보았다. 황보곰은 목을 움츠리고 감히 어기려 하지 못했다.다만 떠나기 전에, 매섭게 유진우를 노려보고 원망스러운 모습일 뿐이었다.“유진우 씨, 정말 죄송합니다. 다 제가 잘못 가르친 탓입니다. 양해해 주십시오.”황보춘은 부끄러운 기색이었
밤, 성중마을의 양옥.유진우가 거실에 앉아 책을 읽고 있을 때 황은아가 갑자기 2층에서 뛰어 내려왔다.“아저씨! 급한 일이에요, 저랑 같이 나가요!”황은아가 귓속말로 다가와 나직이 말했다.“어디 가는데?”유진우가 궁금해했다.“일단 비밀이에요. 도착하면 알게 될 거예요.”황은아는 소심하게 말했다.“네가 말하지 않는다면 난 가지 않을 거야.”유진우는 한마디로 거절했다.“그럼 내가 말하면 같이 가 줄 거예요?”황은아가 눈썹을 치켜세웠다.“상황 봐서.”유진우가 어깨를 으쓱했다.“좋아요, 오늘 밤 친구 생일인데 같이 놀기로 했어요.”황은아가 말했다.“네 친구 생일인데 나랑 무슨 상관이지? 안 가.”유진우가 눈을 희번덕거렸다.“아, 아저씨 왜 약속 안 지켜요? 방금 분명히 약속했잖아요!”황은아가 좀 급해져서 말했다.“난 상황을 본다고 했지. 꼭 가겠다고는 하지 않았는데?”“아... 아저씨!”황은아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너희 젊은 애들 모임에 날 부르지 마. 그러니 난 조용히 책이나 읽을게.”유진우가 손을 내저었다.“내가 지금 아저씨한테 기회를 주는 거예요. 제 친구 인기 좀 있는 연예인이에요, 또 엄청 예쁘게 생겼다고요!”황은아는 유진우를 유혹했다.“예쁜 애 많이 봤어서 관심 없어.”유진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저씨, 남자 맞아요? 어떻게 여자한테 관심도 없어요?”황은아는 이를 깨물고 유진우의 손에 들고 있던 책을 가로챘다.“아저씨, 제발 부탁이에요. 아저씨가 가지 않으면 나도 못 가요!”“아니, 내가 안 가는 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유진우는 어이가 없었다.“못 믿겠다는 거죠? 따라오세요!”황은아는 다짜고짜 유진우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대문 앞에 도착하자 황백이 갑자기 나타나 앞을 가로막았다. 몹시 호시탐탐하게 노리는 모습이었다.“보셨죠?”황은아의 시선이 유진우한테로 향했다.“이게 바로 제가 갈 수 없는 이유예요. 매번 밤에 외출하려고 하면, 아버지가 귀신같이 갑자기 나타나
‘어차피 별일 없으니 기분 전환이나 할 겸 나가자.’20분 후, 유진우와 황은아는 한 음악식당 입구에서 내렸다.노래방의 떠들썩함에 비해 음악식당은 더 조용하고, 여러 친구들끼리 함께 앉아 술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들으며 편안함을 느낀다.“은아야, 여기!”두 사람이 음악식당에 들어서자, 단발머리 소녀가 일어나 황은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유진우는 소리를 따라가다가 낯익은 얼굴들을 발견했다.한 명은 단발머리 소녀, 장경희.다른 한 명은 학교 풍운인물, 구양호.나머지 몇 명의 젊은 남녀는 낯은 익지만 이름을 모른다.유일한 낯선 얼굴은 JK 유니폼을 입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애였다.여자애는 갸름한 얼굴에 이목구비가 정교하고 아름다우며, 생김새가 청순하고 기질이 남달라 신선 언니의 젊었을 때의 모습과 비슷했다. 보기만 해도 눈에 띄는 존재였다.“늦어서 미안해.”황은아는 웃으며 다가가는 김에 소개했다.“아저씨, 나머지 애들은 다 봤으니 더 소개하지 않을게요. 이 사람은 바로 오늘 우리의 주인공, 하지원이에요. 이건 비밀인데요, 지원이는 백만 명의 팔로워이자 우리 학교의 인기스타이기도 해요.”“은아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아직 연습생일 뿐인데 무슨 스타야 스타는.”하지원은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네가 노래를 하도 잘 부르니까 그러지. 데뷔는 시간문제야, 난 네가 반드시 히트칠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황은아가 웃으며 말했다.“네가 다 말해 버려서 할 말이 없네!”하지원은 눈을 희번덕거렸다.“아저씨, 제가 거짓말한 거 아니죠? 여기 예쁜 애가 있다고 말했었는데. 어때요, 반했죠?”황은아는 돌아보며 살짝 웃었다.유진우는 상대하기 귀찮아 대충 곁눈질했다.“은아야, 우리 애들끼리 술 마시고 노래하려는데 다른 사람 한 명을 데려와서 뭐 하려고?”구양호가 좀 불쾌해했다.“그래 은아야, 오늘 지원이 생일인데 낯선 사람을 데리고 오는 건 좀 좋지 않아.”단발머리 소녀 장경희가 맞장구를 쳤다.“괜찮아. 사람이 많으
“야! 너 무슨 뜻이야?”변태남이 치근덕거리자, 구양호는 정의감이 폭발해 벌떡 일어나 말했다.“내 친구가 부를 줄 모른다는데 왜 자꾸 그렇게 치근덕거려?”“그러니까! 부를 줄 모르는 노래를 부르라고 강요하는 것은 일부러 사람을 난감하게 하는 것 아닌가?”장경희가 덩달아 떠들어댔다.나머지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다 가슴에 화가 쌓인 모습이었다.“어이쿠! 앞장서는 사람이 있네?”뚱뚱한 남자는 냉소적으로 말했다. “무대에 올랐으면 규칙대로 해야지. 난 어차피 선물을 줬으니까, 오늘은 꼭 노래를 불러줘야 해!”“흥! 당신이 선물한 그까짓 돈이 뭐라고. 내가 차 한 잔 마시기에도 부족해!”구양호는 시큰둥하게 입을 삐죽거렸다“좋아, 규칙대로 하라고? 내가 규칙 하나는 잘 지키지. 여기요, 누가 나한테 장미 100송이 가져다 줘요. 지원이는 첫 번째 노래 마음대로 불러!”얘기하다가 그냥 200만 원을 긁었다.“엄마야, 큰손이다! 아무렇게나 200만 원이라니.”“재벌 2세인가 봐. 재밌는 구경거리가 있네.”두 사람이 다투기 시작하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잇달아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것은 노래 듣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효과이다.“허... 엄청 대단한 줄 알았는데 고작 200만 원만 긁다니.”뚱뚱한 남자는 웃음을 터뜨리며 카드를 꺼내 카드단말기에 대고 긁으며 소리쳤다.“사장님, 와인 열 병, 이 여자애에게 선물로 주세요!”와인은 한 병에 200만 원이고, 열 병이면 2000만 원이었다.단숨에 2000만 원을 긁는 것은 실로 대단했다.“와우! 노래 한 곡에 2000만 원을 써버리다니, 정말 부자야!”“부자가 사는 세상은 참 이해하기 힘드네. 2000만 원, 내 1년 치 월급이네.”“아무것도 안 하고 이 돈만 거저 얻는 게 바로 미녀의 영향력인가.”무대 아래에서 놀라움, 선망과 질투로 떠들썩했다. 사장님은 진작부터 싱글벙글해졌다. 평소에 가수가 20만 원 좌우 선물을 받는 것도 이미 많은 축에 속하
“20억?”이 말이 나오자, 모두 놀랍다는 눈길을 보냈다.20억, 그건 보통 사람이 평생 벌 수 없는 돈이다.누가 이렇게 호방한가? 입만 열면 메가톤급 폭탄이다.“아, 아저씨! 돈이 그렇게 많아요?”황은아는 깜짝 놀라며 의아해했다.“돈 없으면 잘난 체하지 마요. 안 그러면 괜히 체면만 깎여요.”구양호는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약간 경멸하는 눈빛을 띠었다.뚱뚱한 남자에 눌려 감히 입을 열지 못했지만, 유진우를 무시하는 데는 방해가 되지 않았다.초라한 옷차림을 한 촌놈이 무슨 근거로 감히 부자에게 도전하는 거지?“흥! 나서려고 아무 말이나 해? 이따가 어떻게 수습하는지 보자!”장경희는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유진우 같은 사람이 20억을 낼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누구? 누가 말을 하는 거지?”뚱뚱한 남자는 먼저 어리둥절해져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날카로운 눈빛을 보였다.“저예요.”유진우는 천천히 일어섰고 눈빛은 냉랭했다. “너 이 자식! 감히 나한테 도전을 해?”뚱뚱한 남자가 냉소하듯 말했다. “이 궁상맞은 꼴을 봐, 20억을 낼 수나 있겠어?”“내가 낸다면 어떻게 할 거죠?”유진우가 되물었다.“흥! 만약 네가 정말 그런 능력이 있다면, 오늘 밤, 나는 너에게 저 계집애를 양보하지. 만약 없다면, 너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개처럼 짖어야 할 거야!”말이 나오자, 구경꾼들은 잇달아 소란을 피웠다.이는 이미 돈벼락에서 인신공격으로까지 확대됐다.“아저씨, 그만 해요. 이런 사람과 엮일 필요는 없어요.”황은아가 옆에서 말렸다.솔직히 말하면 황은아도 유진우가 그런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다.정말 20억이 있다면, 어떻게 그녀의 집에서 하숙할 수 있겠는가?“남들이 다 도발했으니 자연히 이대로 물러설 수 없지. 그렇지 않으면 쓸모없는 놈과 무슨 차이가 있어?”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아저씨, 그건 20억이지, 1원이 아니에요!”황은아가 다급하게 말했다. 황은아는 유진우가 무릎 꿇고 짖는 걸 원하지 않았다.
유진우는 비록 수수한 옷차림을 했지만, 자신감과 침착함은 사람들이 그를 높게 볼 수밖에 없었다.사람들은 그를 상습범이거나 정말로 20억이 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모두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때 식당 주인이 다가와서 말했다.“죄송하지만, 비밀번호가 오류라고 나옵니다.”“오류요?”유진우는 약간 당황했다.‘비밀번호가 6이 여섯 개가 아니었나? 잘못 기억했나?’“하하하... 이봐, 20억은 어디 갔지?”뚱뚱한 남자는 마치 광대를 보는 것처럼 크게 웃었다.“돈이 없으면 없는 거지, 왜 금방 들킬 거짓말을 하고 그래? 정말 웃겨.”“흥! 얼마나 대단한가 했더니 뻥이었어? 깜빡 속을 뻔했네.”“그러게 말이야. 있는 척은 다 하더니, 속을 뻔했어. 부끄럽지도 않나 봐!”이 순간 유진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경멸과 멸시로 가득 차 있었다.그들의 눈에는 비밀번호를 잘못 알려준 것은 유진우가 일부러 한 짓으로 보였기 때문이다.‘주목을 받고 돈을 쓰지 않으려고? 세상 어디에 그런 좋은 일이 있을까?’“이봐, 너무 멍청한 거 아니야? 비밀번호를 핑계로 대다니? 대단해!”구양호는 대놓고 비웃었다.“은아야, 대체 어떻게 알게 된 친구야? 가난한 것도 모자라서 이런 수작을 쓰다니 정말 역겨워!”장경희는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그래! 생긴 건 멀쩡한데 이런 짓까지 할 줄은 몰랐네.”한 무리의 젊은 남녀가 비웃었다.“아저씨, 잘난 척하지 말랬잖아요.”황은아는 얼굴을 찡그리며 창피해서 뺨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하지만 유진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식당 주인을 쳐다보며 말했다.“6이 여섯 개가 아니면 8이 여섯 개일 거예요. 다시 해봐요.”“정말 다시 해요?”식당 주인은 약간 불쾌한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는 자신이 바보로 놀아나고 있다고 느꼈다.“네, 해봐요.”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이번엔 오류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주인은 경멸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 한번 프런트 데스크 쪽으로 카드를 긁으러 갔다.“하하.
미친 듯이 고개 숙여 사과하는 사장의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하나둘씩 입을 다물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20억을 200억으로 카드를 긁었는데 성공했다니, 대체 카드에 얼마나 들어있는 거야?’순간 모두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유진우를 바라보는 눈빛은 충격과 부러움으로 가득했다.보통 사람이 열 평생을 노력해도 벌 수 없는 돈 200억을 아무렇지도 않게 긁다니?이야말로 진정한 부자다!“말... 말도 안 돼!”충격을 받은 구양호의 첫 반응은 불신이었다.“사장님!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이 자식이 어디를 봐서 그렇게 많은 돈이 있다는 거예요?”싸구려 옷차림을 한 사람이 200억이 있다니?“맞아요! 가짜일 거예요! 누가 200억을 그냥 들고 다녀요?”장경희도 의문을 품었다.나머지 사람들도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흠! 우물 밑에 개구리들,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보세요!”식당 주인은 영수증을 곧바로 테이블 위에 놓았다.몇몇 사람들은 영수증에 눈을 고정하더니 충격을 받고 아무 말도 못 했다.“정... 정말이네?”구양호도 장경희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동안 유진우를 얕잡아보고 의심했던 사람들 모두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눈앞에서 확인한 사실이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아저씨, 이 많은 돈은 어떻게 된 거예요?”황은아 역시 깜짝 놀라며 물었다.20억도 놀랄 일인데 200억이라니?“당연히 내 힘으로 벌었지, 뺏은 것일까 봐?”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정확히 무슨 일을 하세요?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요?”황은아는 더욱 궁금해졌다.“나는 직업이 의사이고 부자와 유명 인사들을 치료해 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유진우는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그런 거군요.”황은아는 마음속으로 무술을 포기하고 의사가 되는 건 어떨지 고민했다.“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바로 연락해서 환불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식당 주인은 계속 사과했다.200억의 거액을
그래야만 지금 앉아 있는 이 자리라도 지킬 수 있다.지금 왕위를 이어받을 자격과 능력을 갖춘 사람은 표기 대장군 유태범밖에 없었다.첫째로 유태범은 유씨 가문 사람이라 왕족에 속했기에 명분이 정당했다. 둘째로 표기 대장군으로서 서경의 절반에 달하는 군대를 거느리고 있어 권력이 하늘을 찔렀다. 셋째로 유태범은 오랜 시간 동안 힘을 키워왔다. 인맥, 위신, 공로 모두 왕위에 오르기에 충분했다.현재 유태범이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적지 않은 관원들은 애도를 표한 후 바로 대장군 저택으로 가서 유태범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었다.이러한 움직임은 당연히 서경왕부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의진은 그들을 제압할 힘이 없었다.“어머니, 벌써 종일 여기 계셨어요. 들어가서 쉬세요. 이러다가 몸이 상하실까 걱정됩니다.”수심과 피곤이 가득한 어머니의 얼굴을 본 유천우가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는데 내가 어찌 편히 쉴 수 있겠어.”이의진이 고개를 내저었다.“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까 더 조심해야죠. 서경왕부가 흔들리고 있는 지금 왕비인 어머니가 버티셔야 합니다. 절대 쓰러져선 안 돼요.”유천우가 진지하게 말했다.“하지만...”이의진은 뭐라 더 얘기하고 싶었지만 유천우가 가로챘다.“어머니, 이번에는 제 말을 들어주세요. 먼저 들어가서 쉬고 내일 아침에 다시 아버지 곁을 지켜도 괜찮아요.”이의진이 대답하기도 전에 유천우는 도우미 두 명을 불러 명령을 내렸다.“너희 둘, 어머니를 방으로 모시고 잘 보살펴드려.”“알겠습니다.”두 도우미는 대답한 후 이의진을 부축했다. 무릎을 하도 오랜 시간 꿇고 있어 다리가 저린 나머지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천우야, 너도 몸 잘 챙겨. 절대 방심해선 안 돼.”이의진이 당부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유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가 나가는 걸 본 후에야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렸다.“다들 돌아가. 여긴 나 혼자 지키면
그 시각 서경왕부 문 앞.유태범 등 3인은 한 무리의 근위병들을 이끌고 서둘러 걸어 나왔다.서경왕부를 떠난 후 조군영이 참다못해 물었다.“대장군님, 이의진 모자가 주제도 모르고 저렇게 날뛰는데 계속 가만히 내버려 둬야 합니까?”“당연히 내버려 둘 순 없지. 하지만 너무 대놓고 움직여서도 안 돼. 흑용군의 대부분 고급 장교들이 서경왕부에 충성해서 정말 싸우기라도 한다면 우리한테 좋을 게 없어.”유태범이 실눈을 뜨고 말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조군영이 또 물었다.“대놓고 움직일 수 없다면 몰래 압력을 가해야지.”유태범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서경에 내란이 일어서 서경왕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진정한 리더가 누구인지 알게 될 거야.”“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보내서 이간질시킬게요. 백성들의 원한이 커져서 서경왕부도 감당이 안 될 때 대장군님이 구세주처럼 등장하는 겁니다. 그때가 되면 서경의 백성들은 대장군님께 고마워할 것이고 새로운 서경왕으로 모시겠죠.”눈치가 참 빠른 조군영이었다.“맞아. 아주 영특하구나, 너. 나중에 내가 서경왕 자리에 앉으면 표기 대장군 자리는 네 것이 될 거야.”유태범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 대장군님.”조군영은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얼른 움직여. 빠를수록 좋아. 절대 그 어떤 흔적도 남겨선 안 된다는 거 명심해.”유태범이 신신당부했다.“알겠습니다. 제가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조군영은 인사를 올린 후 자리를 떠났다.“대장군님, 일반적인 내란이라면 서경왕부의 뿌리를 흔드는 건 불가능할 거예요. 반드시 강력한 무언가가 있어야 해요.”고원이 귀띔했다.“그건 나도 알고 있어.”유태범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동안 난 내 사람을 몰래 키워왔어. 8대 제후 중에 절반이 내 사람이야. 내 명령 한마디면 주저하지 않고 날 도와줄 거야.”“진작 준비하고 계셨군요. 제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고원이 웃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서경왕이 되면 절대 섭섭지 않게 해줄게.”
“유태범은 오랫동안 야심을 숨겨왔어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으니 이 기회에 무조건 권력을 빼앗으려고 할 겁니다. 이 일 아직 끝나려면 멀었어요.”유천우가 수심에 찬 얼굴로 말했다.“맞아. 대놓고 움직이진 못해도 뒤에서 온갖 수단을 동원할 거야. 앞으로 적지 않은 문제가 생길 게 분명해.”이의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위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절대 함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형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유천우가 한탄하듯 말했다.“천우야, 네 능력도 네 형 못지않아. 네 형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도 할 수 있을 거라 믿어.”이의진이 그를 격려했다.“어머니, 제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어요. 형님에 비하면 한참 부족합니다.”유천우가 고개를 내저었다.“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지 마.”이의진이 엄격한 얼굴로 말했다.“네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어. 장례식이 끝난 후에 폐하께 말씀드려서 너한테 왕위를 물려주게 할 거야. 앞으로 서경왕은 너고 그 중책을 맡아야 해.”“어머니, 왕위는 형 거예요. 전 그 자리를 물려받을 생각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서경왕은 형만이 물려받을 자격이 있다고요.”유천우가 진지하게 말했다.“천우야, 다른 일은 남한테 양보해도 이건 절대 안 돼!”이의진이 어두운 목소리로 호통쳤다.“그 자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꿈에 그리는 자리인지 알아? 놓치면 평생을 후회할 거라고!”“전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저한테 있어서 권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아버지처럼 매일 애쓰고 힘들게 사는 것보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유천우가 고개를 내저었다.‘왕이 되면 좋을 게 뭐가 있다고. 걱정거리만 태산일 텐데. 그럴 바엔 맨날 먹고 놀면서 편히 살겠어. 그게 더 좋은 거 아닌가?’“이 녀석아, 일이 네 생각처럼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 전에 자유롭게 살 수 있었던 건 다 네 아버지가 있어서야.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금 아무 권력도 손에 쥐지 않는다면 나중에 아주 처참한 결말을 맞이할 거란
“유장혁?”그 소리에 주변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한때 유씨 가문의 천재는 이름을 널리 떨쳤었다. 그런데 10년 전 자금성의 난이 터진 후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고 현재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그런 그의 이름을 갑자기 들으니 놀랄 만도 했다.“도련님, 지금 농담하시는 거죠? 세자 전하의 생사도 불투명한 데다가 어디 있는지도 아무도 몰라요. 그런 분한테 서경왕의 자리를 맡긴다는 건 너무 터무니없는 소리 아닌가요?”조군영은 어이가 없다는 듯 두 손까지 펼쳐 보였다.“그러게요, 도련님. 제발 현실을 잘 알고 말씀하세요. 세자 전하께 기댈 바엔 차라리 대장군님께 기대는 게 더 낫죠.”고원도 나서서 맞장구를 쳤다.유천우가 자기 자신을 얘기할 줄 알았는데 실종된 지 10년이나 된 사람을 얘기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 이보다 더 터무니없는 얘기는 없었다.“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형도 꼭 돌아올 겁니다. 그때 가서 형이 왕위를 이어받아도 문제없죠.”유천우가 싸늘하게 말했다.“도련님, 제가 하는 말이 거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만약 세자 전하께서 이미 돌아가셨으면 어떡해요? 서경왕의 자리를 계속 비워둘 작정인가요?”조군영이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형님 죽지 않았고 멀쩡하게 살아있어요. 그러니까 조 장군님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유천우가 말했다.“살아있다면 지금 어디 계시는 거죠? 왜 나타나지 않는 겁니까?”조군영은 일부러 주변을 두리번거렸다.“형님한테 소식을 전했으니 꼭 올 겁니다.”유천우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설마 지금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는 건 아니죠?”조군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위왕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퍼지면 서경 전체가 크게 흔들릴 거예요. 기다릴 시간이 많지 않다고요. 지금 당장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맞아요, 도련님. 대국을 생각하셔야죠!”고원도 나서서 유천우를 설득했다.“형한테 자리를 물려주는 건 아버지의 유언이에요. 지금 명령을 거역하겠단 겁니까?”
사람들이 뒤돌아보니 거친 삼베옷을 입고 상복 모자를 쓴 젊은 남자가 차가운 얼굴로 걸어오고 있었다.남자는 위엄이 넘쳤고 온몸에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오랜 시간 전장을 누빈 조군영과 고원마저도 그를 보자마자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표정이 진지해졌다.그 남자는 다름 아닌 유만수의 작은 아들 유천우였다.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유천우는 온 집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하여 예전에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도 많이 저질렀었고 서경의 사고뭉치라 불리기도 했다.그런데 최근 2년 동안 유천우는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한 듯 더는 빈둥빈둥 놀지 않고 군에 들어가 열심히 살기 시작했다.처음에 사람들은 유천우가 군대에서 3일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어릴 적부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산 도련님이 군대의 혹독한 훈련을 버틴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그런데 뜻밖에도 유천우는 군대에서 자리를 잡았고 공까지 세웠다.짧은 2년 사이에 병사에서 흑용군의 부장으로 성장했다. 든든한 배경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놀라운 성과였다.사람들은 그제야 유천우가 응석받이로 자란 도련님이 아니라 군사 천재라는 걸 알게 되었다.“천우야, 드디어 온 거야?”아들을 보자마자 이의진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겨우 가라앉았던 슬픔이 다시 저도 모르게 밀려왔다.“어머니, 소식 다 들었어요. 제가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유천우는 어머니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군영과 고원에게 시선을 옮겼다.“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이렇게 몰아붙이는 겁니까?”“그게...”조군영은 고원의 눈치를 슬쩍 봤다가 어쩔 수 없이 말했다.“도련님,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도 대국을 위해서 이러는 겁니다. 현재 서경왕부에 리더가 없어서 누군가 나서서 이끌어가야 합니다. 안 그러면 많은 문제가 생길 거예요.”“맞아요, 도련님. 대국을 생각하셔야죠.”고원은 충성을 다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대국?”유천우는 코웃음을 치고는 더는 두 사람을 거들떠보지 않
“서경 대원수의 직위는 매우 중요합니다. 내부 투표를 거칠 뿐만 아니라 폐하께 보고하여 최종적으로는 폐하의 결정을 받아야 해요. 우리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는 없어요.” 이의진의 눈빛이 경계로 가득했다.유태범이 왔을 때 그녀는 처음에는 형제 간의 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조군영과 고원의 몇 마디 말에 그녀는 갑자기 깨달았다. 일이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유태범은 흑용군에서 유만수 다음가는 위망을 가지고 있었다.표기대장군으로서 그는 많은 심복 장수들을 거느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절반의 병권도 장악하고 있었다.왕이 세상을 떠난 후 가장 큰 이득을 보는 사람은 유태범이 분명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유태범이 지금 이미 자신의 야심을 드러냈다는 점이다.왕이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권력을 탈취하려 하다니, 그녀는 그의 불순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심지어 유만수의 죽음이 이 자들과 호룡각 잔당들이 암묵적으로 결탁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만약 유태범이 병권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무시무시할 것이다.“마마, 급할 때는 권력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습니까. 지금 이런 상황에서 어찌 폐하의 결정을 기다릴 시간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반드시 빨리 국면을 안정시켜야 합니다.” 조군영이 계속해서 말했다.“맞습니다!”고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장수가 밖에 있으면 군령도 받지 않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폐하는 상황을 전혀 모르니 결정을 내릴 수 없습니다. 반드시 우리가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그래야만 소인배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폐하에게 보고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내부 투표를 거쳐야 합니다. 그래야만 모두가 승복할 수 있어요.” 이의진이 다시 말했다.“투표라니요? 이게 투표할 일입니까? 전 서경을 둘러봐도 대장군님보다 원수 자리에 더 적합한 분이 누가 있습니까?” 조군영이 말했다.“그렇습니다, 왕비마마! 공적으로 보나, 위망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무공으로 보나 어르신을 제외하고는
고원이 갑자기 큰 소리로 외치며 바로 땅에 무릎을 꿇고 세 번 크게 머리를 조아렸다.그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고 가까운 사람을 잃은 듯한 모습이었다.비록 똑같이 연기였지만 조군영보다는 훨씬 진실되어 보였다.“표기대장군 도착하셨습니다!”이때 문밖에서 우렁찬 외침이 울렸다.곧이어 금빛 갑옷을 입고 기상이 비범한 중년 남자가 급하게 걸어 들어왔다.이 사람이 바로 일품 표기대장군 유태범이었다!유태범은 표기대장군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유만수의 사촌 동생이기도 했다.유태범은 어릴 때부터 문무를 겸비하고 천부적 재능이 있어 모든 면에서 매우 뛰어났다.만약 유만수가 없었다면 분명 유씨 가문의 가장 빛나는 천재였을 것이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만수라는 세상에 둘도 없는 영웅 앞에서는 아무리 대단한 천재라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대장군께 인사드립니다!”유태범을 보자 조군영과 고원은 즉시 가식적인 표정을 거두고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그들 둘은 모두 유태범을 지지하는 사람들로 진정한 측근 장수들이었다.마치 유만수와 석태혁의 관계처럼 영광도 함께 하고 손실도 함께했다.“형님!”유태범은 두 심복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영당에 들어서자마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땅에 무릎을 꿇었다.그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었고 입술은 떨리며 얼굴에는 비통함과 분노의 빛이 어려 있었다.“어찌 이럴 수가? 우리 형님이 어찌 돌아가실 수가 있단 말입니까? 도대체 누가 한 짓입니까?!”유태범이 붉은 눈으로 연달아 분노의 외침을 터뜨렸다.“호룡각의 잔당들입니다. 그들이 자객을 부내에 잠입시켜 어젯밤 어르신을 암살했습니다.” 이의진의 얼굴이 흐리멍덩했다.“호룡각?”유태범이 이를 갈며 분노에 차 있다가 즉시 고함쳤다. “누구 없느냐! 즉시 군대를 집결시켜 전 성을 수색하라. 반드시 범인을 체포해야 한다!”“잠깐만요!”이의진이 갑자기 나서서 제지했다.“태범 씨, 매우 비통한 것을 알지만 지금은 아직 일을 크게 만들 수 없습니다.”“형님이 이미 돌아가셨는데 무
이 말이 나오자 조군영과 고원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두 사람이 오늘 온 것은 본래 기세를 과시하려는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이의진이 이렇게 강경한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다.입을 열자마자 반역이라는 죄명을 들이대다니.이런 죄가 뒤집어씌워진다면 그들은 아마 왕부의 대문을 살아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마마, 농담 마십시오. 반역은 사형감입니다. 저희가 아무리 대범하다 해도 그런 일은 감히 못 하지요!” 고원이 연달아 해명했다.“맞습니다. 저희는 왕께 항상 충성을 다해왔는데 어찌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겠습니까?” 조군영도 따라서 부인했다.비록 두 사람 모두 그런 야심이 조금은 있었지만 명백히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적어도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반역할 생각이 없다면 어째서 갑옷을 입고 부내에 들어오시는 것입니까? 규칙도 모르십니까?” 이의진이 조금도 봐주지 않고 꾸짖었다.그저 이품 장군일 뿐인데 군권이 조금 있다고 감히 왕부 안에서 눈깔을 찌푸리고 있다니.유만수가 살아있을 때 이 둘은 감히 이러지 못했다.“아이고! 제 정신 좀 보세요, 왕부의 규칙을 잊었네요. 마마께서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조군영이 헛웃음을 지었다.이어서 갑옷을 벗고 차고 있던 칼을 내려 왕부의 경비에게 건넸다.“저희가 급히 오느라 깊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의도치 않은 행동이었으니 개의치마시지요.” 고원이 웃으며 말했고 즉시 갑옷과 칼을 벗었다.이 광경을 보고 이의진의 안색이 비로소 조금 누그러졌지만 어조는 여전히 차가웠다. “갑자기 찾아오신 이유가 무엇입니까?”“왕께서 자객의 습격을 받아 위험한 상황이라는 소식을 듣고 저희 둘이 특별히 문안드리러 왔습니다.”고원이 가식적으로 말했다.“소식통이 꽤나 빠르군요.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이의진이 차갑게 말했다.“늦었다니요? 무슨 뜻입니까?” 두 사람이 의아한 척했다.이의진은 설명할 가치도 느끼지 못하고 몸을 돌려 영당으로 향했다.왕부 밖은 비록 동정이 없었지만 왕부 안에는 이미 흰 만장이 가득
“알겠습니다. 제가 경비병 신분을 마련해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들어가시기 전에 먼저 변장을 하셔야 합니다.” 손도운이 결국 타협했다.비록 위험이 있긴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았다....정오 무렵, 서경 왕부 안.비록 유만수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봉쇄되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관리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어떤 이들은 비통한 마음으로 조문을 왔고 또 어떤 이들은 다른 목적을 품고 있었다.“보국대장군 도착!”“운미대장군 도착!”왕부 문 앞에서 두 번의 외침이 들렸다.곧이어 갑옷을 입은 체격이 우람한 중년 남자 둘이 각각 친병들을 대동하고 걸어 들어왔다.이 친병들은 모두 허리에 장도를 차고 있었고 보기에도 험상궂었다.온 이들은 바로 이품 관직인 보국대장군 조군영과 운미대장군 고원이었다.“두 분, 왕부에 들어오시기 전에는 반드시 갑옷과 무기를 해제하셔야 합니다.”한 왕부 친위가 조군영과 고원을 막아서며 동시에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흥! 난 밖에 나올 때 갑옷을 벗지 않아. 꺼져!” 조군영이 노하여 꾸짖었다.“조 장군, 이건 왕부의 규칙입니다. 따라주시기 바랍니다.”왕부 친위가 말했다.“규칙? 나한테 감히 규칙을 운운한 건가?”조군영이 왕부 친위의 얼굴을 때리며 소리쳤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감히 규칙을 들먹이며 나를 압박하느냐? 죽고 싶나?”“조 장군, 소인도 명령을 받들어 행하는 것뿐입니다.” 왕부 친위는 동요하지 않았다.“헛소리 작작 하고 비켜. 그렇지 않으면 네 목을 벨 것이다!”조군영이 갑자기 칼을 뽑아 왕부 친위의 목에 겨누었고 그의 모습은 매우 포악하고 극도로 횡포했다.“제 머리를 베신다 해도 규칙은 지켜야 합니다.” 왕부 친위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이 개자식! 관짝을 보기 전에는 정신을 못 차리겠구나!”조군영은 마침내 화를 내며 칼을 거세게 들어 왕부 친위의 팔을 향해 내리쳤다.“멈추세요!”이때 한 소리의 여성의 호통이 울렸다.삼베 흰옷을 입은 이의진이 석태혁 일행을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