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듯이 고개 숙여 사과하는 사장의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하나둘씩 입을 다물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20억을 200억으로 카드를 긁었는데 성공했다니, 대체 카드에 얼마나 들어있는 거야?’순간 모두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유진우를 바라보는 눈빛은 충격과 부러움으로 가득했다.보통 사람이 열 평생을 노력해도 벌 수 없는 돈 200억을 아무렇지도 않게 긁다니?이야말로 진정한 부자다!“말... 말도 안 돼!”충격을 받은 구양호의 첫 반응은 불신이었다.“사장님!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이 자식이 어디를 봐서 그렇게 많은 돈이 있다는 거예요?”싸구려 옷차림을 한 사람이 200억이 있다니?“맞아요! 가짜일 거예요! 누가 200억을 그냥 들고 다녀요?”장경희도 의문을 품었다.나머지 사람들도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이상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흠! 우물 밑에 개구리들,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보세요!”식당 주인은 영수증을 곧바로 테이블 위에 놓았다.몇몇 사람들은 영수증에 눈을 고정하더니 충격을 받고 아무 말도 못 했다.“정... 정말이네?”구양호도 장경희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그동안 유진우를 얕잡아보고 의심했던 사람들 모두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눈앞에서 확인한 사실이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아저씨, 이 많은 돈은 어떻게 된 거예요?”황은아 역시 깜짝 놀라며 물었다.20억도 놀랄 일인데 200억이라니?“당연히 내 힘으로 벌었지, 뺏은 것일까 봐?”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정확히 무슨 일을 하세요?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벌 수 있어요?”황은아는 더욱 궁금해졌다.“나는 직업이 의사이고 부자와 유명 인사들을 치료해 줘.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유진우는 숨기지 않고 대답했다.“그런 거군요.”황은아는 마음속으로 무술을 포기하고 의사가 되는 건 어떨지 고민했다.“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바로 연락해서 환불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식당 주인은 계속 사과했다.200억의 거액을
강호에서 그의 실력은 선우희재와 경쟁할 수 있는 정도였다.“흥! 돈 있으면 뭐 해? 도씨 가문을 만났으니 굴복할 수밖에 없지?”이를 본 구양호는 흐뭇하게 웃었다.도씨 가문은 무술이 뛰어났고 매우 위압적이었다.그러한 가문의 도석현이 체면이 깎였으니 결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도씨 집안의 세력에 저 사람은 이제 큰일 났다.”장경희는 재미나 보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돈이 있는 것과 권력이 있는 것은 두 가지 개념이다.힘 있는 자의 눈에 졸부는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이봐, 이제 무섭지?”도석현은 유진우를 비웃었다.“내 정체를 알았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비록 20억은 없지만 형을 잘 둔 덕에 서울 어디를 가든 그를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다.“도규현이 뭐? 내기에서 졌으면 말한 대로 해야지.”유진우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뭐라고? 지금 네가 뭐라고 했는지 알고 있는 거야? 감히 우리 도씨 가문에 덤벼?”도석현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내기에서 졌으면 인정하고 말했던 대로 무릎을 꿇어야지. 어서!”유진우가 말했다.“정말 끝까지 이럴 거야?”도석현은 탁자를 치며 소리쳤다.“얘들아, 이 자식 좀 혼내줘!”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구석에서 키가 큰 경호원 두 명이 걸어 나왔다.“도씨 가문을 건드렸으니, 대가를 치러야지. 오늘은 한쪽 손을 잘라줄 거야!”두 경호원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유진우를 향해 걸어왔는데 이를 본 사람들은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꺼져!”두 경호원이 다가오자, 유진우는 무심한 듯 두 경호원의 뺨을 직접 때려 그 자리에서 날려 보냈다.그 순간 테이블과 의자가 부서지고 술병들도 날아다녔다.“젠장!”도석현이 깜짝 놀랐다.그가 데리고 온 경호원은 엘리트급인데 유진우한테 이토록 힘없이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무릎 꿇어!”유진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앞으로 다가서며 말했다.“이봐, 나 건드리지 마! 나를 털끝 하나 건드리면 우리 형이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야!”도석현이 비장한 표
“감히 도씨 가문 사람을 때려요? 제정신이에요?!”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는 도석현을 바라보던 장경희 일행은 두려움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들은 유진우가 도씨 가문 사람을 이 정도로 만들어 놓을 줄을 몰랐다.“때렸는데 뭐?”유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흥! 죽음이 코앞인데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봐요?”장경희는 바보를 보는 표정으로 말했다.“도씨 가문은 서울 5대 가문 중 하나인데, 그런 도씨 가문을 건드렸으니 내일 아침이면 당신 원강에서 시체로 발견지도 몰라요!”“그래? 난 그렇게 생각을 안 하는데.”유진우는 어깨를 으쓱했다.“이봐, 돈이 몇 푼 있다고 해서 서울에서 날뛰면 안 돼. 도씨 가문의 세력은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야.”구양호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게다가 도규현이 얼마나 자기 사람을 챙기는데요, 그의 성격에 자기 사람이 다쳤다고 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아요. 내가 당신이라면 주동적으로 가서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배상할 거예요. 그러면 목숨이라도 건질 수는 있을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유진우는 웃었다.“불행하게도 난 당신이 아니야.”“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은 여기까지예요. 이제 알아서 해요. 얘들아, 우리 그만 가자!”구양호는 차가운 웃음을 터뜨린 뒤, 앞장서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도씨 가문의 사람들이 오면 이 일에 휘말릴까 봐 두려웠다.“흥! 이런 사람하고는 얘기해 봐야 소용없어요. 당해봐야 정신차리죠.”장경희도 한마디 하고는 급히 떠났다.“충고하는데 지금 당장 서울을 떠나는 게 좋을 거예요. 멀면 멀수록 좋고요.”몇 명의 젊은 남녀도 서로 한 마디씩 남기고는 부랴부랴 떠났다.“아저씨, 어떻게 해요? 정말 큰 사고를 치셨나 봐요. 이럴 줄 알았더라면 같이 나오자고 안 하는 건데.”황은아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녀도 도씨 가문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녀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거물이었다.“괜찮아, 별거 아니야.”유진우가 웃으
다음 날 아침.유진우가 의학 서적을 읽고 있을 때, 은색 벤틀리 한 대가 갑자기 마당 앞에 멈춰 서더니 조아영이 차에서 내렸다.“유진우 씨! 큰일 났어요! 아빠한테 일이 생겼어요!”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조아영은 불안한 표정으로 연신 외쳤다.“진정해요. 당분간 아무 일 없을 거예요.”유진우는 조금도 놀라지 않고 천천히 책을 내려놓았다.“네? 어떻게 알아요?”조아영은 깜짝 놀랐다.“내가 어제 말했잖아요. 무독에 걸렸다고요. 3일 살 수 있었는데 오늘 둘째 날이니까 이제 하루 남았네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어떡해요? 치료할 수 있어요?”조아영이 물었다.“치료할 수 있지만 조건이 있어요.”“무슨 조건요?”“조씨 집안에서 언니의 뜻에 따라 선우 가문과 파혼하는 거요.”“파혼이요?”조아영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건 작은 일 아니에요. 아빠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두 집안의 결혼은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결혼이 깨지면 두 집안의 관계는 필연적으로 틀어지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조씨 가문 전체가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그게 아버지의 목숨보다 더 중요해요?”유진우가 되물었다.“우리 아빠를 몰라서 그래요. 아빠는 가문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내놓으시는 분이에요.”조아영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정도예요?”유진우는 조금 놀랐다.“휴... 아니면 언니가 그냥 지금처럼 당하고만 있겠어요? 나도 유진우 씨가 형부가 되기를 바라긴 하지만 이 결혼은 아빠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조아영은 한숨을 쉬었다.“참 고집 센 분이네요!”유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원래 그는 이번 무독 건으로 그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했었는데 상황을 봐선 안 될 것 같았다.“유진우 씨,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조아영이 갑자기 말했다.“뭔데요?”유진우가 물었다.“저의 아빠는 설득이 안 되니까, 바꿔서 선우 가문을 설득해 보는 건 어떨까요?”조아영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내일 조씨 가문의 연회에 선우
정오, 조씨 저택.유진우와 조아영이 조씨 가문에 도착했다.5대 가문으로서 조씨 가문의 저택은 매우 호화로웠다.내부에는 인공 호수, 암석정원, 농장, 와이너리가 있었고 금빛 찬란한 별장들이 줄지어 있었다.내부와 외부에는 수백 명의 경비원이 있었고 가정 도우미도 수십 명에 달했다.대 가문이라는 것이 어떤 건지 충분히 보여주었다.유진우는 정원의 풍경을 즐기며 내일 있을 조씨 가문의 연회에 대해 생각했다.“도착했어요.”그때 차가 별장 입구에 천천히 멈춰 섰다.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두 명의 하인과 함께 문 앞에 서서 기다리는 진서현을 보았다.“왔어요?”진서현은 유진우를 위아래로 살피더니 차갑게 말했다.“어제 남편이 무독에 걸렸다고 했는데 사실이에요?”“거짓말이었다면 저를 데려오시지 않았겠죠.”유진우가 대답했다.그 말에 진서현은 어쩔 수 없이 눈을 질끈 감았다.유진우의 말대로 조군수가 갑자기 이상한 병증으로 앓아누웠는데 가문의 의료진은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따라서 하는 수 없이 유진우를 데려오게 되었다.“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이 무독을 정말로 치료할 수 있어요?”진서현이 다시 물었다.“그건 환자의 상황을 정확히 봐야 얘기 드릴 수 있습니다만, 아직 초기라면 쉽게 치료가 되는데 심하면 힘들 수도 있습니다.”유진우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따라와요.”진서현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돌아서서 앞장섰다.유진우와 조아영은 뒤를 따라 각종 의료기구가 가득한 병실로 들어갔다.병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몇몇 의학 전문가들이 치료 방안을 연구하고 있었고 조군수는 침대에 의식을 잃은 채 누워 있었다.얼굴은 새까맣고 입술은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는데 중독된 것이 분명했다.유진우는 병상으로 걸어가 조군수의 맥박을 짚어보고 눈과 입의 상황을 보더니 한 가지를 확신했다. 그건 바로 조군수의 무독이 아주 강하다는 것이다.“유진우 씨, 우리 아빠 어때요? 나을 수 있어요?”조아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쉽지는 않겠
“그럼 동의하는 건가요?”피터가 팔짱을 끼고 물었다.“물론이죠.”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게 자신감이 넘치시니,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보고 싶네요. 후회하지 않길 바랍니다.”“좋아요, 오늘 한의학과 우리 서양의학의 차이를 확실하게 보여주죠.”피터는 자신 있게 미소를 지으며 상자를 열어 초록색 물약 한 병을 꺼내 보이며 설명했다.“보셨죠? 이건 우리 의료진이 개발한 최신 해독제인데, 이걸 먹으면 30분 안에 깨어날 수 있어요.”“행운을 빕니다.”유진우는 한마디만 했다.“눈을 크게 뜨고 과학의 힘이 무엇인지 지켜봐요!”피터는 초록색 물약을 주사기로 조군수의 몸에 조금씩 밀어 넣었다.10분 후.의식을 잃고 있던 조군수가 갑자기 반응을 보였다.이마에서 먼저 땀이 나기 시작하더니 팔다리에도 서서히 온기가 돌기 시작했고 어두웠던 얼굴도 조금씩 정상을 되찾아 가고 있었다.확실히 좋아지는 것 같았다.“효과가 있어요.”이 모습을 본 진서현과 조아영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최고의 외국 의대 교수에 걸맞게 간단한 주사 한 방으로 기적 같은 효과가 발생했다.“유진우, 봤어? 이게 바로 피터 선생님의 실력이야! 주사 한 방으로 모든 희귀병을 치료하시지!”조준서가 웃었다.“그냥 표면적인 것뿐이에요.”유진우가 무표정으로 한마디 했다.“흥! 아직도 그렇게 버티고 싶어?”조준서는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서양의학은 과학입니다. 당신들 한의학은 귀신 놀음에 불과한데 어찌 우리 서양의학과 비교할 수 있겠어요?”피터는 잘난 체하며 웃었다.“피터 선생님 정말 대단하십니다!”진서현이 고마움을 표했다.“제수씨, 어때요? 제가 잘 모셔 왔죠?”조군해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큰아주버님, 고마워요. 때마침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진서현은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가족인데 당연히 해야죠.”조군해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내일이면 가족 대 모임인데 군수가 족장으로서 모임에 참석해야지 않겠어요.”“알겠습니다.”진서현은 연신 고
진서현의 얼굴은 극도로 흉측해졌다.“정말 이상하네요! 저희가 개발한 해독제는 여러 가지로 충분히 검증되어서 실패할 리가 없는데요?”피터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럼, 이제 어떡해요?”진서현이 얼굴을 찡그렸다.“여긴 환경이 열악해서 저도 더 좋은 해결책이 없습니다.”피터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니까 지금까지 아무 소용도 없었다는 거네요?”진서현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구세주인 줄 알았는데 결국에는 돌팔이였다.“피터 선생님, 다른 방법 생각해 보세요.”조준서는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소용없어요, 이 나라의 의료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안 돼요. 우리나라에서만 치료가 가능해요.”피터는 고개를 저었다.그의 말 속에는 자기들 대국에 대한 우월감이 담겨 있었다.“능력이 안 되면 그냥 인정하시죠? 장비가 열악하고 조건이 안 좋다고 탓하지 마시고요.”유진우가 냉정하게 말했다.“흥! 나도 고칠 수 없는 것을 그쪽이 할 수 있다고요?”피터의 얼굴이 차가워졌다.“이게 바로 서양의학과 한의학의 차이예요. 당신들은 여러 가지 장비가 필요하겠지만 우리 한의학은 두 손과 은침이면 되거든요.”유진우는 담담하게 말했다.“말도 안 돼요! 당신이 무슨 신이라도 돼요?”피터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의학 최고성지에서 온 그는 유진우를 사기꾼으로 생각했다.“당신네 신이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할 수 있어요.”유진우가 말했다.“좋아요! 어디 한번 해봐요.”피터는 약간 짜증이 났다.“큰소리만 치지 말고 우리 삼촌부터 살려봐!”조준서도 한마디 했다.“좋아요, 오늘 한의학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줄게요.”유진우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조군수의 옷을 벗기고 침착하게 은침을 꺼냈다.조군수를 관찰하더니 순식간에 은침을 십여 개의 혈점에 찔렀는데 모두 허리와 복부 사이에 집중되어 있었다.그는 손가락으로 은침을 튕겼다.“띵!”은침 수십 개가 갑자기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은침이 찔린 부위를 따라 검은 피가 천천히 흘러나왔다.검은
조군수가 깨어났다.검은 피를 뱉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신을 차렸다.비록 몸은 아직 허약했지만, 목숨은 건진 셈이었다.피터는 조군수가 깨어난 것을 보고 단호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유진우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그는 자신이 한의학의 힘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했다.그리고 돌아가서 교수직을 바로 사임하고 한의학 공부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했다.이에 대해 유진우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피터 같은 사람은 거만하긴 하지만 진정으로 강한 사람을 만나면 마음속으로부터 상대방을 존경하는 스타일이었다.조군해 일행은 조군수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후 오래 머물지 않고 몇 마디 인사를 주고받은 후 자리를 떠났다.떠나기 직전 조준서의 눈빛은 조금 불친절했다.“아빠, 몸은 좀 어떠세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조아영은 따뜻한 물 한 컵을 들고 병상 옆으로 걸어갔다.“괜찮아, 배가 좀 더부룩할 뿐이야.”조군수는 물을 두 모금 들이켰다.“당연히 더부룩하시겠죠? 토해낸 피를 봐요, 벌레가 가득해요!”조아영이 말했다.“어?”조군수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얼굴을 찡그렸다.“어떻게 된 거야?”“유진우 씨가 그러는데 무독이래요. 방금 유진우 씨가 아니었으면 아빠 깨어나지 못했을 거예요.”조아영이 설명했다.“유진우?”조군수는 그제야 옆에 서 있는 유진우를 발견하고는 복잡한 표정으로 말했다.“자네가 나를 구해줬다고요?”“아직은 기뻐할 때가 아닙니다. 몸속에 독충은 제거했지만, 아직 다 나으신 건 아닙니다.”유진우가 찬물을 끼얹었다.“무슨 뜻이에요?”조군수가 눈썹을 치켜올렸다.“무독은 무술과 독충의 결합으로서 독충은 제거됐지만, 무술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습니다.”유진우가 설명했다.“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조군수가 물었다.“간단해요, 앞으로 하루에 한 번씩 침을 놓아드릴 건데, 5일 정도 지나면 완치될 겁니다.”유진우가 말했다.“그렇군요. 침을 놓는 비용은 어떻게 되나요?”조군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돈은 필요
그의 옷자락은 바람에 나부끼며 속세를 벗어난 듯 초탈한 기운을 뿜어냈다.보통 사람이 이 광경을 봤다면 곧바로 무릎을 꿇고 선인을 외쳤을 것이다.슉!흰옷의 검객이 열심히 목적지를 향해 가던 중 갑자기 하얀 보검 하나가 땅에서 솟구쳐 오르며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그 검은 마치 도전장을 내미는 듯했다.“누가 내 길을 막는 것이냐!”흰옷의 검객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검선 선배님의 검술이 뛰어나다는 소문은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하여 후배가 가르침을 청하러 왔습니다.”이때 웃통을 벗은 준수한 청년이 천천히 허공으로 떠올라 하얀 보검 위에 가볍게 발을 디뎠다.허공에 떠오른 청년과 검이 검선 백준과 마주 섰다.“네 놈은 누구냐?”백준이 청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후배 검종, 홍군림이라 합니다. 천 리 길을 달려와 검선 선배님께 몇 수 가르침을 청하고자 합니다.”준수한 청년 홍군림이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했다. 그의 태도는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았다.“홍군림? 검종에서 천하를 누비며 다니는 자?”백준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약간 놀란 기색을 보였다.“검종에서 절세의 천재가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오늘 보니 과연 소문대로네. 어린 나이에 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니... 유장혁 그 자식보다 낫구나.”“선배님, 과찬입니다.”홍군림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홍군림, 오늘 중요한 일이 있으니 정말 가르침을 청하려 한다면 다음 기회로 미뤄라.”백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다음을 기약하기보다 어렵게 만났으니 이번 기회에 부디 선배님께서 가르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홍군림은 물러서지 않았다.“네 말은 일부러 날 막고 있다는 거냐? 설마 검종이 호룡각이 부리는 개가 된 것은 아니겠지?”백준의 얼굴이 서서히 차가워졌다.“제 행동은 검종과도, 호룡각과도 무관합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흥미일 뿐입니다.”홍군림은 담담히 대답했다.“저는 세 살 때부터 검을 익혀 검도의 극한에 이르렀습니다. 선배님의 검이 빠를지 제 검이 빠를지
“뭐라고?”부규환의 말에 유진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유진우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유만수는 서경에 머물면서 막대한 병력을 쥐고 있을 뿐 아니라 주변에는 실력 있는 고수들이 많이 있다. 그런 사람을 상대로 너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호룡각의 세력이 아무리 막강하다 해도 서경왕부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그렇지 않았다면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호룡각이 눈엣가시 같은 서경왕부의 존재를 참을 리가 없었다.호룡각이 움직이지 않았던 것은 서경왕부를 상대하기에 껄끄러웠기 때문이었다.다시 말해 유만수가 건재한 서경왕부의 세력은 절대 약화하지 않을 것이며 호룡각또한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세력이라는 뜻이었다.그러나 부규환의 말투를 보니 지금은 상황이 이미 많이 바뀐 듯했다.“도련님,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부규환이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호룡각은 10년간 치밀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언젠가 서경왕부를 제거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제 그날이 머지않았습니다.”“대체 뭘 하려고 하는 거야!”유진우가 외쳤다.“도련님, 너무 신경 쓰지 마십시오. 어차피 오늘 살아서 나갈 수 없을 테니까요.”부규환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흥! 나를 죽이려고?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유진우가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아무리 숨겨둔 병력이 많다고 해도 나도 혼자 온 게 아니다! 지원군이 오고 있으니 누가 이길지는 두고 봐야겠지.”“도련님의 계획은 이미 호룡각에 간파되었습니다. 말씀하신 지원군은 아마 오늘 도착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의 도련님은 저희 수중에 들어온 먹잇감에 불과합니다.”부규환이 담담하게 말했다.“하하하, 유장혁! 설마 이런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겠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고 실력이 강하더라도 죽음은 피할 수 없겠구나!”문관옥이 참지 못하고 조소를 터트렸다.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강자가 직접 나섬과 더불어 10만 외성 군의 정예병을 내세웠으니 유장혁이 아무리 숨겨둔 비장의 수가 있다고 해도 마지막 발버둥
왜 무림에는 고수들이 넘쳐나고 강자가 끊임없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공무원과 정면으로 맞서지 못했는지를 사람들은 이제야 알았다.그 이유는 실력의 차이가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수십만 대군이 밀고 들어오면 설령 하늘을 찌르는 능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다.어떤 문파라도 관군의 정예 병력과 대적하게 되면 결국 멸망의 길을 걷게 될 뿐이다.“포위하라!”명령과 함께 10만 대군이 안팎으로 유진우와 일행을 완전히 둘러쌌다.병사들은 각자 창과 칼을 들고 눈빛은 날카롭게 빛났으며 살기 가득한 기운이 사방을 압도했다.“나는 옥면 군신 무관옥이에요. 팔방제후는 어디 있어요?”그 순간 무관옥이 앞으로 나와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초품 군신의 위엄을 지닌 그는 이품 고급 장교에게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존재처럼 느껴졌다.팔방제후로 불리는 실권자들도 무관옥의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그의 질문은 대답 없이 공허하게 메아리쳤고 병사들은 오직 무표정하게 대형을 유지하며 무관옥을 무시했다.“이게 무슨 일이죠? 당신들의 고급 장교 어디 있는 거예요?”무관옥은 불만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무관옥은 30만의 백호랑을 연경으로 보낼 수 없지만, 군신으로서 어떠한 고급 장교도 그를 보고 정중하게 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군신님, 오늘 외성군의 지휘는 제가 맡고 있습니다.”그때 중앙 대열에서 하얀 옷을 입은 얼굴 창백하고 수염이 없는 노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노인의 키는 훤칠하고 체격은 마른 편이며 날카로운 음성이 다소 섬뜩하게 들렸다.“부 내관님?”부 내관을 본 순간 무관옥의 눈동자가 급격히 수축하였다. 좀 전까지 드러냈던 거만한 태도는 순식간에 사라졌다.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비록 관직은 높지 않지만, 그 지위는 매우 특별한 존재였다.그는 천자의 측근이자 대내 제1고수로 꼽히는 인물이고 경천 랭킹 10위에 오른 절정 고수 부규환이었다.“군신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 문제는 이제 제가 처리하겠습니다.”부규환은 고개를 살
문관옥이 어찌 할 바를 몰라 할 때 발밑의 땅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그와 함께 약간의 ‘쿵쿵’ 소리가 들려왔다.“뭐야? 지진이 난 건가?”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무관옥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자 후방의 산림 속에서 언제부터인가 수천, 수만의 병마들이 나타나 있었다.눈길이 닿는 곳마다 빽빽하게 가득 찬 병마들로 산과 들이 전부 뒤덮여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 거대한 병력은 하나로 합쳐진 단일 부대가 아니었다.오히려 여덟 개의 정예 부대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몰려들고 있었다.땅의 진동은 바로 이 여덟 부대가 달려오며 만들어낸 소리였다.“저거 봐요! 저게 뭐예요?”“맙소사! 엄청난 규모잖아요! 산 전체가 덮일 것 같아요!”“저기 깃발을 봐요. 우리 지원군인 것 같아요!”“뭐라고요? 지원군이 왔다고요? 정말 잘됐어요!”사람들은 상황을 자세히 살핀 뒤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너무나 강력한 힘을 지닌 유장혁을 그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더 많은 병력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했으며 그들이 바라던 대로 엄청난 지원군이 도착한 것이다.사람을 압도하는 수적 우위로 유장혁을 포위하거나 아니면 절대 강자가 나서서 그를 제압해야만 했다.현재 이곳에 도착한 방대한 군력은 무려 10만에 달했다. 사람마다 한 개 기술을 써도 유장혁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팔방제후에요! 팔방제후의 병력이 도착했어요!”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무관옥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연경에는 세 개의 주요 군사력이 존재한다. 첫째는 치안을 유지하는 성위군 둘째는 자금성 안에서 황족을 보호하는 금위군이다.그리고 셋째가 바로 외성에서 제8대 총수가 지휘하는 특수 군대인데 이는 연경의 안전을 지키고 반란이나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존재하는 부대이다.팔방 제후라고 불리는 이 총수는 높은 관직이 아니지만, 실제 권력은 거의 제1제후와 맞먹는다.그래서 이들은 종종 ‘팔방제후’라는 존칭으로 불리며 고위 관료들도 이들에게 함부로
“으윽!”전신 법상이 산산조각 난 순간 한비영은 마치 심각한 타격을 입은 듯 입에서 피를 쏟아냈다.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몸은 힘이 빠진 듯 휘청거렸다. 마치 기운을 전부 뺏긴 것 같은 모습이었다.“어떻게 이럴 수 있지? 내가...내가 졌다고?”한비영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는 늘 다른 사람들보다 앞서 있었고 어떤 천재가 나타나더라도 그 앞에서는 빛을 잃었다.자신이 무적이라 믿었고 누구도 자신의 적수가 될 수 없으리라 자부했다.그러나 오늘 한비영은 아주 처참하게 패배했다.천신사상결의 모든 기술을 남김없이 펼쳤지만, 결국 상대를 넘지 못했다.반면 유장혁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매 순간 정면으로 맞섰다.이번 싸움은 오직 절대적인 힘과 기술의 대결이었고 속임수 같은 건 없었다.결과적으로 한비영이 졌고 유장혁은 강력한 실력으로 천신사상결을 완전히 깨부수며 자신의 불패 신화를 끝장냈다.한비영은 자신이 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맙소사! 유장혁이 이겼다고요? 유장혁이 한비영을 이겼다고?”“천신사상결을 막아낸 사람이 있다니 이건 기적이에요!”“이게 바로 전설 속의 천재인가? 정말 두렵군요!”“...”유장혁이 당당히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휩싸였다.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유장혁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경악했다.한비영마저 이길 수 없다면 이들 중 유장혁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젠장! 천하회의 도련님이라는 사람인데 이런 망신을 당하다니!”문관옥은 얼굴이 어두워지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문관옥은 한비영과 유장혁이 서로 치명적인 상처 입기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다.한비영은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유장혁은 멀쩡한 상태였다.유장혁이 얼마나 숨겨온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천신사상결은 정말 대단한 기술이에요. 도련님께서 대 마스터 경지에 도달했다면 나는 이 기술을 막지 못했을지도 몰라요.”유장혁은 담담히 말
“왔다! 드디어 천신사상결의 최강 필살기가 나왔어요!”“전설에 따르면 전신의 분노를 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죠. 오늘 우리가 그것을 직접 볼 줄은 몰랐어요!”“천신사상결에 의해 죽는다면 그 또한 유장혁의 명성에 어울리는 최후가 될 것 같아요.”“...”공중에 떠올라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한비영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두려움과 경외심에 휩싸였다.천신사상결은 천하회의 종주가 세상에 이름을 알린 필살기로 무림의 5대 필살기 중 하나로 꼽힌다.사람들은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왔을 뿐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조금 전 보여준 세 가지 기술만으로도 이미 천지개벽할 정도였는데 이제 마지막 기술이 펼쳐질 순간이었다.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가늠할 수 없었다.“전신의 분노!”공중에 떠 있는 한비영이 갑자기 포효했다.순간 한비영의 몸에서 전신 법상이 폭발적으로 나타났고 순식간에 키가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거인으로 변했다.유진우는 그 발끝에서 마치 개미처럼 보잘것없어 보였다.마치 발을 한 번 내디디기만 해도 간단히 짓밟힐 것처럼 보였다.“검법 파장술!”한비영은 천천히 손을 들어 던지는 자세를 취하더니 거칠게 손을 아래로 내리눌렀다.그의 머리 위 거대한 법상 역시 똑같은 동작을 취했지만, 그 손에는 푸른 번개로 뒤덮인 거대한 창이 들려 있었다!“쿵!”번개 창은 마치 미사일처럼 유진우를 향해 내리꽂혔다.순식간에 천지가 뒤바뀌고 공간이 뒤틀렸다.극에 달한 공포스러운 위압감이 순식간에 온 사방을 덮쳤다.마치 하늘에서 신이 벌을 내려주듯 사람들을 공포와 전율로 몰아넣었다.번개 창이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그 강력한 힘은 이미 대지를 붕괴시키고 바위를 산산조각 냈다. 백 미터 이내에 있던 풀과 나무는 모두 먼지로 변했다.멀리서 지켜보던 무사들은 겁에 질려 연신 뒤로 물러나며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강린!”번개 창이 내려오는 순간 유진우의 몸에 새겨진 강린 문신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검은 불빛이 그의 몸에서 터져 나와 거대한
허공에 드리운 거대한 형상은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 있었고 뜨거운 열기는 대지를 녹일 듯 위협적이었다.“화신의 분노!”기운이 최고조에 달하자 한비영은 양손을 앞으로 세차게 밀어내었다.그의 등 뒤에 나타난 화신 또한 똑같이 손바닥을 내지르는 동작을 취했다.곧이어 새빨간 불꽃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화염 용이 하늘로 솟구치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고 유진우를 향해 맹렬히 돌진했다.“주작!”유진우는 기운을 전환하며 몸에서 뿜어져 나온 현청진기를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그의 머리 위에는 거대한 불꽃의 신조 주작이 모습을 드러냈다.“끼오!”주작은 커다란 날개를 힘차게 펼치며 수많은 불빛을 흩뿌렸다. 화살처럼 치솟아 오른 주작은 한비영의 용과 정면으로 충돌했다.“쾅!”굉음과 함께 두 거대한 존재는 격렬히 부딪혔다.주작은 폭발하여 수많은 불꽃 조각으로 흩어졌고 용 또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두 사람의 대결은 다시 한번 무승부로 끝났다.이 결과를 본 한비영의 표정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세 번째 기술을 준비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한비영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배는 바다를 삼키는 고래처럼 부풀어 오르며 천지의 영기를 거칠게 빨아들였다.그 순간 그의 등 뒤에 검은 구름 같은 형상을 띤 신상이 나타났다.이 신상은 흉측한 얼굴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발산하고 있었다.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무사들은 공포에 질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 기세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로 짓눌러왔다.“천둥의 분노!”한비영이 긴 함성을 내지르며 허공을 향해 강렬한 주먹을 내질렀다.그의 등 뒤의 천둥의 형상 또한 거대한 주먹을 휘둘러 유진우를 향해 내리쳤다.그 주먹은 마치 태산이 내려앉는 듯한 기세로 막강한 압박감을 뿜어냈다.“청룡!”유진우는 다시 한번 몸속의 현청진기를 뿜어내 머리 위에 푸른 청룡을 소환했다.푸른 용은 생동감이 넘쳤으며 비늘 하나하나가 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다.용의 신비롭
“너희들 생각엔 한비영이랑 유진우 둘 중에 누가 더 셀 것 같아?”“만약 두 사람 모두 전성기 시절의 실력대로라면 아마 비등비등하지 않을까 싶은데. 결국은 누가 더 전략을 잘 짜느냐가 관건이겠지만.”“말도 안 돼! 당연히 한비영 도련님께서 훨씬 월등하시지! 유진우는 이미 한물갔어. 이제는 한비영 도련님께서 진정한 천하제일 천재란 말이야!”“나도 도련님께서 이기실 것 같아. 어쨌든 유진우는 방금까지 싸워서 체력을 다 써버렸으니 꽤 지쳤을 거야.”“...”대치 중인 한비영과 유진우를 바라보며 무인들은 귓속말로 여러 추측들을 주고받았다.두 사람 모두 알아주는 천재로서 결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이런 두 사람이 공개적으로 맞붙는다고 하니 그 누가 기대를 품지 않을 수 있으랴.물론 대다수는 한비영의 승리를 예상했다.한비영은 최근 몇 년간 천하에 이름을 떨치며 대단한 기세를 뽐냈고 자질로 봤을 때는 이미 무적이었다.그 반면, 유진우도 과거엔 알아주는 무인이었지만 지금의 한비영과 비교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그래, 싸워라, 싸워. 얼른 너희 둘이 싸우다가 둘 다 죽거나 크게 다쳐야 내가 얻는 게 있지.”문관옥은 두 사람을 조롱하는 듯한 냉소를 지었다.생사가 걸렸는데 아직까지 무슨 무림인들의 규칙을 지킨다고 설쳐대는 모습이 너무 우스웠다.전략으로 상대의 빈틈을 노려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결투의 기본 상식이거늘.“유진우, 난 지금부터 천신사상결을 사용할 거다. 잘 사리는 게 좋을 거야.”“받아라!”한비영은 경고 한 마디를 마친 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공격을 시작했다.그의 몸에서는 강렬한 기운이 폭발하더니 푸른빛의 잔상이 등 뒤에서 뿜어져 나왔다.그 잔상은 여섯에서 일곱 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로 마치 신마와 같은 위풍당당하고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주었다.“세상에, 시작부터 천신사상결이라니. 아무래도 도련님께서 싸움을 한 번에 끝내실 생각인가 보구나!”“천신사상결이라니, 저건 천하에 위세를 떨친 기술이야. 신이 앞을
백발의 노인은 구세주를 본 듯한 표정을 지으며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경원종이 유명하다고는 해도 천하회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말도 안 될 정도였다.이미 2년 전부터 한비영이 대 마스터에 접어들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이런 절세의 천재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존재였다.“한비영 도련님이 나서주셨으니 이제 유진우도 도망치지는 못할 거야!”미모의 부인은 기쁨으로 두 눈을 반짝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도망쳐야 하나 싶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한비영이 와주었으니 이제는 마음 놓고 전투를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한비영 도련님을 뵙습니다!”한비영이 땅으로 착지하자 사람들은 일제히 공손한 인사를 건네며 존경을 표했다.“다들 물러나 계십시오. 이제 전투는 제가 맡습니다.”한비영이 큰 소리로 말했다.“네!”사람들 역시 큰 소리로 대답하며 양옆으로 물러서 자리를 내어주었다.위험을 피하면서도 공로를 나눌 수 있는 이 상황에 사람들은 기꺼이 옆으로 물러나 한비영의 실력을 구경할 준비를 마쳤다.“도련님, 유진우는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닙니다. 혼자서 상대하시기엔 무리일 수도 있으니 같이 힘을 합치는 건 어떨까요?”“관옥 도련님,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혼자 싸우는 걸 좋아해서요. 그러니 도련님께선 잠시 쉬시는 게 좋을 겁니다.”“하지만 비영 도련님, 이번 일은 중대한 사안입니다. 만일의 사태를 위해 함께 싸우시는 편이 어떠신지요.”문관옥이 다시 입을 열었다.“왜 그러십니까, 도련님께선 이 한비영을 못 믿으신다는 겁니까? 설마 제가 유진우 하나 상대 못 할 것 같나요?”한비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도련님의 실력을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은 자존심을 내세우실 때가 아니라 임무가 우선입니다. 만에 하나 문제라도 생긴다면 도련님 혼자 책임을 지시기 버거울 겁니다.”문관옥이 경고하듯 말했다.“저는 무림인으로서 무림인들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 도련님께서 책임에 대해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이봐요!”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