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이른 아침, 평안 의원 내.유진우는 일찍 일어나 간단한 세수를 마친 뒤,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여전히 본인이 제일 자신 있는 토마토 계란 국수였다.먼저 수프를 만들고 면을 익힌 다음 다진 파로 고명을 얹었다.간단하지만 향긋하다.“와우! 냄새 너무 좋네!”유진우의 토마토 계란 국수가 식탁에 오르기도 전에 한 사람이 현관에 들어섰다.다름 아닌 이청아였다.오늘은 반듯한 정장 차림에 검은색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긴 머리는 포니테일로 묶어 순백의 목을 드러냈다.한마디로 아름답고 늠름했다.“토마토 계란 국수?”이청아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진우 씨, 내가 아침 안 먹은 거는 어떻게 알았어? 나한테 해준 거니까 맛있게 먹을게!”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자리에 앉아 시작할 준비를 했다.“이 국수는...”유진우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할 때 갑자기 침실 문이 열리면서 아름다운 얼굴이 나타났다.“진우 씨! 나 배고픈데, 국수 아직 안 됐어요?”조선미는 커다란 셔츠를 입고 기지개를 켜며 자신의 라인을 드러냈다.“어?”거의 동시에 조선미와 이청아의 시선이 마주쳤다.두 여자는 깜짝 놀랐다.“당신이 여긴 웬일이에요?”“당신이 여긴 웬일이에요?”두 여자는 동시에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서로 마주 보는 두 사람은 누구도 지려고 하지 않았다.“진우 씨,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이청아의 눈빛은 약간 불친절했다.조선미가 입고 있는 옷이 유진우의 셔츠라는 것을 알아챘다.유진우의 옷을 입고 유진우의 침실에서 나왔다.바보가 아니라면 누구나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오해하지 마,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유진우가 해명을 하려 했지만 조선미가 가로챘다.“진우 씨! 들켜버렸네요. 그냥 솔직하게 얘기할까요? 감출 필요 없잖아요.”“그러니까 둘이 잤어?”이청아는 질투로 가득 찬 얼굴로 이를 악물었다.이청아는 줄곧 유진우가 결백을 지키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그런 걸 물어
조선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식탁에 앉아 토마토 계란 국수를 앞으로 당겨오면서 웃으며 말했다.“진우 씨, 국수 고마워요!”“오해하신 것 같은데, 이 국수는 제거예요.”이청아는 국수를 다시 자기 앞으로 당겨오며 말했다.“3년이 지났지만 진우 씨의 손맛에 질리지도 않아요. 진우 씨는 제가 토마토 계란 국수를 제일 좋아하는 걸 알고 있거든요.”“청아 씨, 착각하지 말아요. 지나간 일은 지나간 거예요. 이 국수는 이제 내 거예요.”조선미는 굴하지 않고 다시 국수를 빼앗았다.“선미 씨, 이렇게 남의 것을 가로채는 건 안 좋은 거예요. 이건 제가 좋아하는 맛이라 제거예요.”“제가 언제 토마토 계란 국수를 싫어한다고 했어요? 진우 씨가 만든 거라면 난 다 좋아해요!”“흠! 좋아한다고 다 어울리는 건 아니에요!”“어울리는지? 안 어울리는지는 내가 결정해요.”두 여자의 말다툼이 시작됐다.국수 한 그릇을 서로 빼앗고 움켜쥐며 어느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마치 한 발짝만 물러서도 중요한 보물을 잃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유진우는 질투심으로 싸우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머리가 아플 뿐이었다.이런 행운은 감당할 수가 없었다.“왕현 오빠, 조 대표님과 이청아 씨 뭐 하는 거예요? 국수 한 그릇 때문에 저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요?”객실 문 앞에서 임윤아가 자그마한 머리를 들고 호기심에 가득 찬 눈길로 보고 있었다.“윤아야, 너는 아직 어려서 남녀 사이의 일을 몰라서 그렇단다. 저 두 사람이 싸우는 건 국수 한 그릇 때문이 아니라 여자로서의 존엄이란다!”왕현은 턱을 문지르며 깊은 생각에 잠긴 척했다.“존엄?”임윤아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저 국수는 유 선생님이 직접 끓인 것이기에 먼저 먹는 사람이 이기는 거란다. 역시 유 선생님은 멋있어. 저 두 분이 싸우고 있는데도 아주 평온하잖아. 정말로 우리 세대들의 모범이야!”왕현은 존경하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귀가 밝은 유진우는 왕현의 말을 듣고 곧바로 왕현을 노려보았다.겁에 질린 두 사람은 순식간에
“용건이 없으면 오면 안 돼?”이청아는 배신자를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런 뜻이 아니잖아.”유진우가 말했다.“그래 얘기할게. 진우 씨, 강 명의를 알잖아. 연계해 줘. 병 보일 사람이 있어서 부탁하려고 그래.”이청아가 드디어 목적을 얘기했다.“병을 보인다고?”유진우는 이청아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맥을 짚어보며 말했다.“생리가 불규칙한 것 말고는 다른 이상 없어. 평소에 스트레스 받지 말고 차가운 음식을 먹지 않으면 돼.”“생리가 불규칙한 건 당신이야!”이청아는 얼굴을 붉히며 노려보았다.“내가 아니고, 우리 집 친척이 갑자기 쓰러지더니 계속 머리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가봤는데 아무 문제가 없어. 그래서 강 명의한테 진찰받아보려고 그래.”“그런 거였구나.”유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냥 진찰만 받을 거면 강 명의가 아니라도 돼. 내가 가볼게.”“진우 씨가? 정말?”이청아는 조금 의아했다.“내가 이 의원을 개원한 지 몇 년 됐는데, 실력이 없었다면 벌써 오래전에 망했겠지.”유진우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청아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하루 종일 환자 한 명도 안 보이는 이 형편없는 의원이 망한 거랑 다를 게 뭐지?'“못 믿겠으면 말고.”유진우는 어깨를 으쓱했다.“누가 안 믿는대? 알았어. 진우 씨가 봐줘.”이청아가 단호하게 말했다.“사실 이 친척은 일반 사람이 아니야. 진우 씨가 그 사람 병만 치료해 준다면 큰 보답을 할 거야. 그러면 여자 덕을 본다는 소리 듣지 않아도 돼.”그렇게 말하면서 일부러 조선미를 힐끗 쳐다보았다.“여자 덕을 보면 어때서요?”조선미는 가슴을 치며 말했다.“우리 진우 씨가 내 덕을 보면 어때서요? 그것도 능력이에요. 다른 사람은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거든요.”“흠! 덩치 큰 남자가 하루 종일 여자를 쫓아다닌다는 게 말이 돼요?”이청아가 말했다.“남자가 여자를 쫓아다니지 않으면 뭐 혼자서 놀겠어요?”조선미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당신...”이청
“너?!”유진우를 보자마자 이서우는 자신도 모르게 어리둥절해하며 온 얼굴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유진우 역시 매우 놀란 듯 묘한 표정을 지었다.이청아가 말하는 친척이 이 두 사람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뭐야, 서로 아는 사이야?”이청아는 이상한 표정으로 그들을 둘러보았다.“알기만 하겠어?”이서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어제 우릴 때린 놈이야!”“뭐?”이서우의 말에 모두 깜짝 놀랐다.“서우야, 너 잘못 본 거 아니야?”장경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떻게 잘못 볼 수 있어요? 이 사람 얼굴은 재가 되어도 알아볼 수 있어요! 그리고 엄마 두통도 이 사람이 뺨을 때려서 생긴 거예요!”이서우의 표정은 매우 사나웠다.“맞아! 지금 두통도 저놈이 나를 때려서 생긴 병이 틀림없어. 저놈 빨리 붙잡아!”병상에 누워 있던 조국화도 포효했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어제 일 때문에 계속 화가 났었는데 오늘 이렇게 만나다니?“진우 씨, 어떻게 된 거야? 왜 때렸어?”이청아는 깜짝 놀랐다.원래는 유진우를 한번 보여주려고 했는데, 서로 원한이 있을 줄은 몰랐다.“맞을 짓을 해서 때린 거야!”유진우는 아주 솔직하게 말했다.“어제 저 사람들은 역주행을 하다가 사람을 죽일 뻔했어. 그러고도 사과는 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오만하게 굴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한 대씩 때렸어.”“이 빌어먹을 것! 이 두 사람이 누군지 알아? 무슨 배짱으로 두 사람한테 손을 대?”장경화는 순식간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장경화의 부귀신을 때렸다는 것은 그녀의 얼굴을 때린 것과 같았다.“다 필요 없어요, 당장 신고해요!”이서우가 소리쳤다.“잠깐만!”이청아는 즉시 말리며 말했다.“오해가 있었을 거예요. 그러니 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오늘 진우 씨가 숙모님 병을 고쳐드려서 어제 일은 만회할 거예요.”“흠! 누가 저놈한테 병을 고쳐 달래? 치료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네가 책임질 수 있어?”조국화가 분노하며 말했다.“잘 됐네요. 나도
순간 세 사람의 얼굴은 모두 기쁨으로 가득 찼다.이름만 들어도 비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런 명의야말로 그들의 신분에 걸맞은 존재라고 생각했다.“현아, 허 명의님은 중주의 대단한 분이신데 어떻게 모셔온 거야?”장경화가 호기심에 물었다.“저는 그런 능력이 없고요. 허 명의님을 모신 건 용씨 가문 도련님이에요.”이현이 웃으며 말했다.“용씨 가문 도련님이?”장경화의 눈이 번쩍 뜨였다.용씨 가문 도련님의 이름은 용호걸이고 용씨 가문은 중주의 귀족이었다.중주의 군부와 정계 모두에 인맥이 매우 두터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용씨 가문과 강북 이씨 가문의 관계가 아주 밀접하다는 것이다.게다가 강북에서는 용호걸과 그의 딸을 혼인시키려고 한다.그의 딸만 동의하면 빠른 시일 내에 중주 대 가문에 시집갈 수 있다는 것이다.그렇게 되면 하루아침에 구름 위를 걷게 되는 것이다.“호걸 씨 정말 멋있다. 엄마가 아프다니까 바로 명의도 보내주다니.”“허 명의님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이서우는 황급히 두루마기 영감을 어머니 침대 옆으로 모셨다.“어디가 불편하세요?”두루마기 영감이 물었다.“두통이 심해요! 너무 아파서 머리가 깨질 것 같아요!”조국화는 이제 온몸이 나른해졌다.“제가 볼게요.”두루마기 영감이 침대 옆에 앉더니 맥을 보기 시작했다.한참 후에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맥박을 보니 큰 문제는 없는 것 같고,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가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두루마기 영감은 약병을 꺼내더니 흰 알약 세 알을 건네며 말했다.“하루에 한 알씩 사흘 동안 복용하면 괜찮을 겁니다.”“허 명의님 감사합니다!”조국화의 얼굴은 기쁨에 넘쳤다.“역시 명의님이십니다. 많은 의사들이 치료하지 못한 것을 명의님 덕분에 쉽게 고칠 수 있게 되였어요.”장경화는 아부를 시작했다.“흠! 그 자식은 엄마가 피를 토할 거라고 하더니! 그런 사기꾼은 총살해야 돼.”이서우가 분개하며 말했다.“맞아! 병만 나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조국화는 말하며
의원 문 앞.“진우 씨, 잠깐만!”이청아는 종종걸음으로 유진우를 쫓아가 덥석 잡았다.“왜 그렇게 빨리 가? 하마터면 못 쫓아올 뻔했잖아!”“미안. 당신네 저 두 친척분 수발을 난 못 드니까 다른 사람 알아봐.”유진우가 덤덤하게 말했다. 저런 진상들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진우 씨더러 꼭 치료하라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예민할 필요 있어?”이청아가 두 눈을 부릅떴다.“난 또...”“또 뭐? 당신한테 웃으라고 강요하면서 억지 부릴 줄 알았어?”이청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콜록콜록. 그건 아니지만.”유진우가 멋쩍게 웃었다. 사리에 밝은 그녀의 모습이 오히려 더 어색했다.“됐어. 이 일은 저 사람들의 잘못이라는 거 알아. 앞으로는 최대한 멀리 피하는 게 좋을 거야.”이청아가 선의의 충고를 했다.“저들은 강북 사람들이야. 게다가 재벌이라서 가진 권력이 어마어마해. 진짜 저 사람들이랑 등을 돌리면 조선미 씨도 당신을 지켜주지 못할 수 있어.”“그래? 듣기엔 엄청 대단한 것 같은데?”유진우는 그저 덤덤하게 웃기만 할 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대단하기만 한 줄 알아? 강북의 3대 재벌 모두 백 년 이상의 역사를 이어온 가문들이야. 인맥과 세력이 군부대, 정계, 상업계에 전부 분포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거물 중의 거물이지!”이청아가 귀밑머리를 뒤로 넘겼다.“원래는 당신이랑 같이 저 사람들한테 빌붙을 생각이었는데 이미 얼굴을 붉혔으니 어쩌겠어. 당신이 출세할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찬 거지, 뭐.”“아주 고맙네, 그래. 그런 기회라면 됐어.”유진우가 어깨를 들먹였다.“흥! 남의 호의를 개떡으로 알아서야 원.”이청아가 그를 째려보았다. 그녀의 표정이 뭔가 평소랑 다른 것 같았다.“야, 유진우! 거기 서!”그때 이서우가 갑자기 땀을 뻘뻘 흘리며 헐레벌떡 뛰어왔다.“우리 엄마가 방금 피를 토했어. 지금 당장 가서 치료해! 이건 명령이야!”유진우를 쫓아오려고 그녀는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왔다.“아까는 죽고 싶
“우리 엄마 병이 다 치료되면 그때 다시 결판을 내겠다!”이서우가 날카롭게 쏘아붙였고 눈빛도 매우 사나웠다.“마음대로 해.”유진우는 어깨를 들먹이며 한껏 여유를 부렸다.“너...”말문이 막힌 이서우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분통이 터졌지만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두 사람이 한창 대치 중이던 그때 의원 문 앞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고개를 돌려보니 중무장한 차들이 위풍당당하게 달려오고 있었다. 전부 군부대의 차량이었는데 순식간에 분위기를 압도했다. 차에 탄 호위병들 모두 총에 실탄을 장착한 채로 살기를 내뿜었다. 그들이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저도 모르게 뿔뿔이 흩어졌다.“이상하네? 왜 군대까지 출동했지? 수배범을 잡으려고 그러나?”이청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이서우도 어안이 벙벙했다.“당장 포위해!”그때 맨 앞에 있는 장교가 명을 내리자 호위병들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유진우 등 세 사람을 포위했다.수많은 검은 총구가 그들을 겨누었다.“뭐야?”이청아는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원래는 별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여 그냥 구경이나 하려던 참이었는데 호위병들이 그들을 포위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놀라지 마, 당신이랑 상관없어. 저들의 목표는 나야.”주변을 쭉 둘러보던 유진우는 단번에 상황을 파악했다.“진우 씨를 잡으러 온 거라고? 왜?”이청아가 경악한 얼굴로 물었다. 유진우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군부대까지 직접 나섰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별일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유진우가 덤덤하게 웃어 보였다.“별일이 아니라고?”이청아가 눈살을 찌푸렸다.‘군부대까지 출동했는데 별일이 아니라고?’“유진우! 많은 사람 앞에서 사람을 해친 극악무도한 짓을 벌인 너를 명을 받고 잡으러 왔다! 거역했다간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장교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의 살기에 이청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장교님, 뭔가 오해하신 거 아니에요?”그녀가 떠보듯이
“필요 없어.”유진우가 단칼에 거절했다.“필요 없다고?”그의 말에 이서우는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생사가 오가는 상황에도 그가 거절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죽는 게 두렵지도 않단 말인가?“진우 씨! 너무 감정적으로 그러지 마!”이청아가 그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며 다급하게 설득했다.“당신이 무슨 죄를 지었든 일단 사는 게 중요해. 이씨 가문이 군부대에 인맥이 넓어. 지금 당신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서우 언니밖에 없어.”“저 여자도 날 구하지 못해. 그리고 날 구할 필요도 없고.”유진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차량 번호와 깃발을 보니 강남의 군부대에서 온 자들이라 강북 쪽에서는 아예 손을 쓸 수가 없다. 그리고 강천호가 관계까지 동원하여 일을 크게 벌였는데 유진우를 쉽게 놓아줄 리가 없었다.“흥! 죽을 때가 됐는데도 입만 살아서는!”이서우는 턱을 들고 하찮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너 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구나. 우리 이씨 가문의 도움 없이는 너 평생 못 나와!”“진우 씨,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서우 언니가 하라는 대로 해.”이청아는 애가 타서 안절부절못했다.민간인은 고위급 간부와 싸워서 절대 이기지 못한다. 군부대의 고위급 간부가 일반인을 상대하기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이다. 어쩌면 단 한마디 말로 쥐도 새도 모르게 그를 없앨지도 모른다.“걱정하지 마, 그냥 가서 차나 한잔 마시다가 금방 나올 거야. 먼저 돌아가 있어.”유진우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군부대까지 출동했으니 체면 정도는 봐줘야 했다.“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워! 데려가!”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 장교가 명을 내리자 부하가 유진우에게 수갑을 채우고 차에 태웠다. 그들은 다시 위풍당당하게 떠났다.전체 과정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고 머뭇거림이라곤 없었다.이청아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어 애가 타기만 했다. 그녀의 인맥으로는 군부대의 고위급 간부를 만날 수도 없었기에 유진우를 구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문득 뭔가 떠오른 이청아는 재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