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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조아영을 집에 바래다준 후 유진우는 평안 의원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대문을 열자마자 눈앞의 광경에 그는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마치 도둑이라도 든 것처럼 아수라장이 되어있었다. 약품이고 약상자고 전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때 이청아가 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조급한 얼굴로 헐레벌떡 달려 나왔다.

“구릿대... 구릿대 어디 있어?”

그녀는 손에 약 처방을 들고 여기저기 뒤지다가 결국 약장의 맨 꼭대기에서 구릿대를 보관하고 있는 약상자를 발견했다. 하지만 너무 높아 의자를 딛고 올라서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유진우가 무뚝뚝하게 물었다.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이청아는 그만 의자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그녀의 머리가 땅에 거의 닿을 무렵, 유진우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감싸 안았다.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졌고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유진우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잡아준 후 바로 내려놓았다.

“왔어?”

이청아의 눈빛이 잠깐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감추었다.

“이 늦은 밤에 어디 갔었어? 전화는 왜 또 계속 안 받아?”

“일이 있어서 나갔다 오느라 휴대 전화 확인 못 했어. 여긴 무슨 일로 왔어?”

유진우가 덤덤하게 물었다. 이청아의 거만하고 도도한 성격에 절대 먼저 그를 찾아올 리가 없는데.

“우연히 지나가다가 할아버지가 문 앞에 쓰러진 걸 발견하고 부축해서 안으로 들어왔어.”

이청아가 설명했다.

“쓰러져? 대체 무슨 일이야?”

유진우의 낯빛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할아버지가 도둑들이랑 싸우다가 심하게 다쳤어. 얼른 안으로 들어가 봐.”

이청아의 재촉에 유진우는 아무 말 없이 곧장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주정뱅이 영감이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있었고 침대 밑의 대야에는 피가 가득했다. 그에게 다가가 맥을 짚어보던 유진우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주정뱅이 영감에게서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나타나는 징후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쇠약해지는 속도가 그의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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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찍찍찍
몇일만에 나온게 겨우 이거? 작가쉑 미쳤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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